지난 3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방개혁안을 내놓았다. 군 전력을 정예화해 혁신ㆍ창조형 선진강군을 육성하겠다는 방안이다. 한미동맹 발전과 남북 군사관계 변화 등 국내ㆍ외 안보정세와 국방환경의 변화요소를 모두 반영해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이미 몇 차례 개혁안을 내놓은 바 있고 그때마다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비슷한 듯 다른 정책들이 발표돼왔다. 이번 개혁안 역시 과연 ‘2030’까지 유지 가능한 안(案)인지,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개혁인지부터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미 국방 예산 확보 등을 문제 삼아 반대 의견이 일었고, 특히 육군 인원을 11만 명이나 대거 축소하는 데 따른 반발이 거세다. 2014~2030 국방개혁 기본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짚어본다.
국방개혁의 핵심 개념, ‘능동적 억제’
▲ 자료=국방부
이번 개혁안이 지난 2012~2030 국방개혁 기본계획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대북 군사전략의 개념을 ‘적극적(積極的) 억제’에서 ‘능동적(能動的) 억제’로 전환한 부분이다. 기존 적극적 억제 개념이 ‘북한 도발 시 단호한 응징으로 위기상황을 조기 종결한다’에 그쳤다면 이제는 북에서 전면전 도발 징후를 명백히 보였을 때 국제법이 허용하는 자위권 안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선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선제적(先制的) 대응조치’란 군 도발 억제를 위한 군사적ㆍ비군사적 조치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또한 작전수행체계를 군단 중심으로 조기 구축하기 위해 부대구조 개편 시기를 앞당겼다. 전력증강이 필요한 부대는 조기에 개편하고 병력을 감축해야 하는 부대는 상대적으로 시기를 늦추는 등 부대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체 개편은 기존 계획에서 4년 앞당긴 2026년까지 모두 완료하기로 했다. 현 안보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개혁을 추진해 나가면서도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군사령부 중심인 군사작전 체계 역시 전방 군단 중심으로 바꾸어 북에서 도발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군단장이 직접 자신의 판단에 따라 야전군 사령관의 재가(裁可) 없이도 전투기나 헬기 등 필요 전력을 즉시 이용할 수 있다. 합동전술 지휘통제체계(C4I) 성능을 개량하고 전술정보통신체계(TICN)를 구축하는 방안도 군단장이 즉각적인 타격을 결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전력 분야에서는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등 탐지(Find)-식별(Fix)-결심(Target)-타격(Engage) 능력을 강화해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로 했다. 또한 다목적 실용위성과 중ㆍ고 고도 무인정찰기 영상, 전자정보장비 등 첨단 전력을 갖추고, 이를 운용하기 위해 공군에 항공정보단과 위성감시통제대, 항공지원작전본부(ASOC) 등을 설치한다. 특히 북한 전역을 정찰할 수 있는 다목적 실용위성 5기를 2022년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밖에 무인기, 차기다연장, 신형 통신ㆍ지휘체계, 소형무장헬기, 대(對)포병탐지레이더와 같은 첨단무기를 보강하게 되면 기존 30km×70km이던 작전범위가 60km×120km로 약 서너 배가량 확대될 전망이다. 해군 쪽을 보면 우선 3천 톤급 잠수함을 갖추어 잠수함사령부를 창설하고, 이지스함 3척을 추가 확보하면서 기동전단 역시 개편할 예정이다. 해병대에도 항공단을 창설하여 상륙기동헬기를 투입하고, 제주도 통합방위작전을 위해 9해병여단도 창설한다. 육군의 경우 1ㆍ3군사령부를 통합하는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를 창설하는 시점이 조정된다. 2015년 말로 예정됐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어 이를 고려한 결정이다. 군 작전체계 효율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지작사는 지휘체계를 합참의장-지상작전사령관-전방 군단장으로 일원화하여 작전능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8명이던 대장직위 1개가 폐지되어 7명으로 줄어든다. 이 같은 지휘구조 개편을 위해 합참 개편에도 박차를 가한다. 합참1차장이 군령을 보좌하여 군사력 건설, 군 구조 발전, 합동실험 등을 책임지고, 합참2차장은 작전지휘 보좌를 맡아 인사ㆍ정보ㆍ작전ㆍ군수ㆍ전략지휘통신 기능을 수행한다. 더불어 합참 내 미래사령부를 편성하여 전작권 전환 시 연합지휘 능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래사령부는 향후 한미 간 협의 결과에 따라 미래 적(敵) 위협 및 작전환경에 부합하는 최적의 조직으로 발전시킬 전망이다.
‘병력 약화’냐 ‘소수 정예화’냐
국방부는 현재 63만3000명에 이르는 상비 병력을 2022년까지 약 11만여 명 줄어든 52만2000명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해ㆍ공군과 해병대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고 육군 병력만 49만8000명에서 38만7000명으로 줄어든다. 구체적인 단계는 두 차례로 나눠 올해부터 2018년까지 4만여 명, 그 이듬해부터 2022년까지 7만여 명을 순차적으로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장교 인원 역시 기존 7만1000명에서 1천 명 줄인 7만 명으로 조정한다. 대신 군력 정예화를 위해 간부 비율은 더 높아지는데, 부사관의 경우 11만6000명에서 15만2000명으로 늘어난다. 군단 개수는 8개에서 6개, 사단은 42개에서 31개, 기갑ㆍ기보여단은 23개에서 16개로 축소된다. 이처럼 병력을 축소하는 가장 큰 목적은 전력을 정예화하여 보다 효율적인 선진 국방운영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인력을 대신할 첨단전력 증강이 필수다. 당연히 여기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예산 문제를 들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오히려 병력 약화만을 초래할 뿐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국방개혁2020에서 병력 축소 방침을 내세울 당시에는 ‘연간 국방비 증가율 8.8% 확보’를 명확히 전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국방비 증가율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07년 이후 조금씩 낮아지던 증가율은 2010년 2%대까지 떨어진 후 2011년 다소 올랐으나 이후 다시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이번 2014~2030 계획안 역시 연평균 최소 7.2% 국방비 증가를 달성해야만 가능한 정책이나 최근 국방예산 증가율을 보면 2013년 4.7%, 2014년은 3.5%에 그쳤다. 더구나 무기구입에 쓰는 방위력개선비는 연평균 10.6% 증가를 달성해야 하지만 실제 2014년 방위력개선비는 전년 대비 3.9% 수준이다. 작년 11월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남북한 국방력 격차에 대해 “우리나라 전력은 북한의 80% 전력 수준”이라고 답한 바 있다. 2004년과 2012년 국방백서에 제시된 남북 군사력 증감(增減) 자료를 보면 군사력 약화 수준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 한국군은 그동안 ▲ 현역 68만1000→63만9000명 ▲ 군단(급) 13→12개 ▲ 사단 49→46개 ▲ 기동여단 19→14개 ▲ 전차 2300→2400대 ▲ 장갑차 2400→2700대 ▲ 야포 5100→5300문 ▲ 전투임무기 530→460대로 전투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돼왔다. 이와 반대로 북한군은 현역 숫자에서부터 대체로 모든 전력이 강화됐으며, 양적인 면을 포함한 총 전투력 지수에서 우리 군은 아직도 열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장 현실적인 예산 확보 없이 인원만 축소한다면 오히려 군사력만 더 약화될 뿐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안정적인 국방개혁 추진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적절한 수준의 국방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연도예산 편성 시 정부 재정당국과 협의 하에 국가 재정여건과 국방개혁 소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차질 없이 국방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수차례 반복돼온 ‘개혁’
사실 이번 국방개혁 기본계획은 개혁(改革)이라 부르기에는 다소 민망한 수준이다. 국방부는 2006년 12월 1일 ‘국방개혁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2~3년 주기에 맞춰 개혁안을 수정ㆍ보완해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2006년 첫 국방개혁2020을 수립하였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 긴급 보완한 정책까지 합하면 임기 동안 세 차례(2009~2020, 2011~2030, 2012~2030)나 개혁안을 내놓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이전 계획들을 수정해 지난 3월 새로운 개혁안을 발표하자 일부에서는 국방개혁이 정권 교체 때마다 통과의례로 거쳐 가는 절차 중 하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혁’이란 말 그대로 제도나 기구를 ‘새롭게’ 뜯어고친다는 뜻인데, 변화나 혁신이 ‘필요할 때’ 행하는 일이지 주기를 정해놓고 의무처럼 보완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과거 계획을 그때그때 일부 수정ㆍ손질하는 정도에 그친다면 개혁이라 부르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대 박휘락 정치대학원 교수는 “일관성이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미사일 방어라든지 선제타격을 위한 체계 확보 면에서 조금 더 혁신적인 개혁안이 필요하다”며 “최근 북한 미사일 위협만 보더라도 20~30년에 거쳐 완비해야 할 사안이 아닌 당장 대대적인 노력과 재원을 들여 혁신을 단행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여전히 그런 점에서는 조금 미흡하다”고 평했다. 또 어려운 과제들은 슬그머니 다음 정부로 미룬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육해공군 합동 작전 능력은 거센 반발에 부딪혔었다. 육군의 독주를 우려한 해ㆍ공군 및 예비역 장성들과 야당의 반대로 결국 군 상부 지휘구조 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었다. 현 정부가 지상군작전사령부 창설 시기를 3년 뒤로 미룬 것도 다른 표면적인 이유 보다는 창설 여부만 강조해놓고 그 시기는 다음 정부로 넘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지작사 중심 개혁안은 애초에 전작권 전환을 전혀 고려하지 않던 시기 때부터 이미 논의돼왔기에 사실상 지작사 창설 시기와 전작권은 크게 연관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는 지적이다. 지작사를 창설하지 않으면 군 구조 개혁도 의미가 없으며 능동적 억제로 전환하겠다고 한 대북 전략과도 모순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전작권을 문제 삼아 지작사 창설을 늦추었고 그 결과 적어도 당분간은 육군 장성 10명을 감축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병력 규모 역시 2차에 걸쳐 대대적인 감축을 단행하기로는 했으나 시기상 현 정부가 실제로 줄여야 하는 인원은 1만5000명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후 차기 정부가 나머지 10만여 명을 줄여야 하는 부담을 그대로 떠안게 됐다. 예산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2005년 이후 한 번도 국방부가 필요했던 예산을 확보해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나 해결 방안 없이 그저 2018년까지 214조5000억 원이 필요하다는 자료만을 제시해놓았을 뿐이다. 정권 임기는 5년이지만 국방개혁은 10년, 20년을 바라보는 장기 계획이다. 그동안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개혁안이 발표되었으니 다음 정권만 믿고 오히려 장기 계획에서 중요한 세부적인 부분들은 놓쳤을 수 있다. 말만 2030 계획일 뿐 실제로는 임기 동안만 버틸 단기 전략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혁 추진 반대 의견 잇따라
그래서인지 이번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대한 반대 여론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 개혁안이 발표된 지 불과 하루 만에 국방개혁 기본계획의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고, 각종 사설과 방송 등을 통해 개혁안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지난 3월 7일 국방부 앞에서 “반개혁적인 국방개혁 기본계획의 폐기와 재작성”을 촉구하며 “군 조직 슬림화와 문민통제, 3군 균형발전,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새로운 개혁안 마련”을 주장했다. 해군작전사령관을 역임했던 김성만 재향군인회 자문위원(예비역 해군중장) 역시 “국방력 약화를 가져오는 국방개혁은 안보 자살행위에 해당한다”며 “당장 국방개혁 추진을 중단하고 관련법(2006.12 국방개혁 기본법)까지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국방개혁이 지나치게 육군에만 집중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저출산으로 인한 입대 자원 부족과 군 복무 기간 단축에 따라 병력 감축을 단행하기로 했으나 이는 육군 병력에만 해당한다. 여기에는 현대(現代)전이 갈수록 해ㆍ공군 위주로 집중된다는 면도 작용했다. 문제는 그만큼 해ㆍ공군이 중요하다면 전력 강화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대책이나 계획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현재 한반도 주변 강국들과 비교하더라도 국내 해ㆍ공군 전력 수준은 한참이나 뒤떨어진다. 연일 미사일을 쏘아올리고 있는 북한은 제쳐두고라도 일본과 중국 역시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고 있다. 일본은 자위대를 신속대응군으로 개편하기 위해 올해만 4조8848억 엔(약 51조 원)가량을 국방비로 쏟아부은 데다 미 해병대를 본뜬 수륙기동단을 창설하여 유사시 상륙작전에 대비했다. 중국 역시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12.2%나 늘리고 유사시 모든 전력을 ‘원스톱’ 운용하기 위해 7개 군구를 5개 전구로 통합, 육해공군 합동성 강화 및 해군력 강화를 늘리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 예산이 자동 삭감됐음에도 해ㆍ공군 분야의 첨단 전력을 강화하기로 한 ‘4개년 국방전략 검토 보고서(QDR)’를 내놓았다. 문제는 이 가운데 한국만 제자리라는 점이다. 물론 최신 장비 등을 도입하고 각종 기관을 창설하는 등 방안이 마련되기는 했으나 예산 확보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방개혁은 사실상 군사력 해체를 위한 속임수”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잇따랐다. 복잡한 지휘체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종대 군사평론가는 “우리 군은 대대 작전에 개입하는 장군만 100여 명에 이른다”며 “참모 기능만 하고 있는 각종 사령부는 30여 종에 달한다. 그야말로 ‘별 잔치’가 따로 없는 수준”이라고 복잡한 군 지휘체계를 꼬집었다. 이러한 체계를 개편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지작사 창설마저 미루어졌으니 이번 개혁안이 다각도로 뭇매를 맞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찬성과 반대 입장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장기개혁, 멀리 내다보고 지속적 대비를
작년 미국 랜드연구소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제시했다. ‘북한정권 붕괴 가능성에 대한 대비’라는 보고서를 통해 “만일 한국군이 병력을 크게 감축한 다음 북한정권이 붕괴할 경우 한국이 북한을 관할할 수 있는 지역이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박사와 제니퍼 린드 다트머스 대 교수는 지난 2011년에도 ‘북한의 붕괴: 군사작전과 요구들’이라는 논문에서 북한 붕괴 시 북한 전역의 안정화와 각종 작전 수행에 필요한 인원을 최소 26만~40만 명으로 내다봤다. 이는 북한군이 큰 저항이나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예상한 수치이므로 이와 다른 상황이 전개될 때 필요한 병력은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이 병력 감축을 내세우자 “한국이 공수사단을 5~6개만 보유했더라도 중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 불안정한 북한 정세가 언제 급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 연구소 분석대로 훨씬 많은 병력이 필요할 수도 있고, 현재 군 당국이 추구하는 전력 정예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문제가 없도록 대비하는 것이 군 당국의 임무다. 이번 개혁안에서 수정한 대북 군사전략은 실제 북한 도발 시 추가도발을 막고 공격의지마저 철저히 없애는 무력조치뿐 아니라 외교ㆍ경제적 대응조치까지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 같은 대응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미 북은 핵무기와 미사일 등으로 무장하고 있는데다 개성공단에 우리 국민이 체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그러한 조치를 취할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남북 이산가족 행사가 열리던 2월은 물론 지난 3~4월만 해도 몇 차례나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만일 이러한 위협이 실제 전면전 도발로 이어질 경우 정말 ‘즉각적인’ 선제 대응이 가능할까. 국방부는 개혁안을 발표하면서도 수정된 개념이 마치 ‘선제타격(先制打擊)’으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한 바 있다. 전면전 징후가 있다고 해서 선제타격할 경우 전쟁을 일으킨 주체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여러 가지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선제적 대응조치 의미를 설명할 때 “기존의 적극적 억제 개념을 포함하여 평상시 다양한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우리 군의 억제 전략”이라고 다소 완화하여 재설명을 덧붙인 것도 자칫 위험한 해석을 피해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개념 하나를 정의하는 데에도 여러 가능성과 그에 따를 수 있는 문제점, 해결방안까지 미리 다 따지고 고려해야 하는 곳이 바로 국가 안보 분야다. 20여 년이 걸리는 장기계획을 마련하는 일은 당연히 더욱 어렵다. 그저 앞선 정책에 무엇을 더하고 빼는 것만이 아니라 앞에서 미처 살피지 못한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여 세부 사항을 정하고 다듬어야 하는 것이 장기계획이다. 국방개혁이란 본래 정보과학기술을 토대로 군 조직의 능률성ㆍ경제성ㆍ미래지향성을 강화하여 전반적인 국방운영체제를 지속적으로 개선ㆍ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과정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의 군대를 육성하여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고 나아가 국제평화에 기여한다는 목적이 분명한 과제다. 현재와 미래의 불확실한 안보정세와 다각도로 변화하는 국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도 혁신ㆍ창조형의 ‘정예화된 선진강군’을 육성하는 길은 멀고도 멀다. 한반도 안정과 평화 유지를 단단히 지켜내기 위해서는 눈앞에 당면한 문제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되도록 멀리 내다보고 이상(理想)이 아닌 현실(現實)에 맞춘 개혁을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