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경주마를 사행성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짙다. 반면 유럽을 비롯한 선진 외국에서는 건전한 레저활동의 한 수단이다. 이는 국내 경마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일제강점기때 베팅을 중심으로 한 도박성 경마가 시초이기에 아직 사회적 인식이 좋지 못하다. 때문에 국내의 말산업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상황. 이런 시기에 경주마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한 마주가 나섰다. 바로 한국 경마 역사상 최고의 말인 '당대불패'의 마주 범한산업(주) 정영식 대표이사다.
신화를 창조한 '당대불패'
경주마계의 기린아인 '당대불패'가 지난해 12월 29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은퇴식에 앞서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춰온 조성곤 기수가 기승, 마지막 고별질주를 펼쳤다. 또한 관람대 앞 시상대 부근에서는 팬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포토타임과 사진으로 만들어진 기념엽서도 무료로 배포했다. 그야말로 화려한 은퇴식이었다. 혹자는 무슨 馬이 은퇴식이냐고 말 할 수 있겠지만, 당배불패의 업적을 보노라면 무색해질 뿐. 우선 당대불패는 경주마의 본분을 십분발휘해 1등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기록을 살펴보면, 2009년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데뷔 이래 지난해 11월 10일 마지막 경주를 치루기까지 32전 19승으로 승률 59.4%를 기록했다. 특히 19승 중 절반이 넘는 10승이 대상경주에서 작성된 기록으로, 이는 한국경마 사상 단일 경주마가 기록한 대상경주 최다승이며 당분간 깨지지 않을 대기록이다. 또한 전무후무한 '대통령배(GI) 3연패'도 기록했다. 경주마의 전성기가 4세 후반에서 5세 초반임을 감안할 때 2관왕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3연패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진 것을 뒤엎은 기록이다. 무엇보다 당대불패가 국내산 경주마라는 점은 국내산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희망을 심어줬고 국내 말산업도 발전해야 함을 시사했다. 당연 경마를 관람하는 이들에게 인기스타가 됐고, 총 수득한 상금만 30억원에 육박했다. 이 상금은 당대불패를 기부천사로 만들었다. 역대 최다 상금 수득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당대불패'의 명의로 지난 2011년과 2012년, 가각 1억원씩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했다.
기부금은 장애인 핸드사이클 국가대표 양정관(48)씨와 장애인 철인3종 국가대표 이준하(36)씨에게 각각 최고급 사이클과 스포츠 의족으로 돌아갔다. 은퇴식에서도 총 1억원의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전달돼, 장애인 수영선수 서정국씨의 의족 및 장비 후원에 쓰이고 창원의 휠체어 컬링팀 동계훈련비와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사업 등에 지원된다. 당대불패의 선전은 마주인 정영식 대표이사에게도 명예를 안겨줬고, 그는 아너소사이어티 가입과 최근 한국해양대학교에 발전기금을 기탁하는 등 기부천사로 회자되게 됐다. 이번 사례는 마주들의 염원이 담긴 새로운 시도이자 경주마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전환에 크게 기여하는 성과를 얻었다. 정영식 대표이사는 "외국의 경우 경마는 사교다. 마주는 취득자격도 어렵고, 사회공헌도 지속적으로 펼쳐 명예 또한 가진다. 우리나라가 김연아 선수를 응원하며 대리만족을 얻듯이 외국에서는 경주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호응을 한다. 국내도 한시바삐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외국의 경우 사행산업으로 보지 않고 있으며, 경마의 본고장인 영국의 경우 엄격한 입장객 복장규칙까지 있다. 레저로 각광받고 있는 만큼 마주의 명예나 기수, 조교사에 대한 예우도 높다. 인기가 높으니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하며 말을 해외로 수출해 효자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당연히 고용창출도 따라온다. 또한 재활치료에도 말이 적격이기에 선진 국가에서는 앞다퉈 말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한편, 당대불패는 선수의 입장을 뒤로 하고 현재는 말산업특구로 지정된 제주특별자치도 내의 이시돌 목장의 종마사에 마련된 마방에 입사하며 종마로 탈바꿈했다. 씨수말로 등록이 마무리되면 종부활동을 본격화하게 된다.
해외 대회에서 국내산 말 '하니건' 최초 우승
▲ 작년 12월 29일 팬들의 아쉬움 속에
은퇴식을 가진 당대불패
현재 국내 경주마 마주 중 가장 많은 말을 보유한 이가 정영식 대표이사다. 처음 시작은 3마리였지만 어느 덧 60두 가량이다. 그가 말 보유 두수를 늘린 이유는 오직 국내 경주마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해서다. 그가 경영하는 범한산업(주)의 업무 특성상 싱가폴과 홍콩 등 해외 출장이 잦은 데, 당시 우연한 기회에 경마장을 가게 되면서 레저로 각광받는 경마와 마주들에 대한 영예를 몸소 느끼게 됐다. 때마침 부산경남경마공원이 개장된 후 마사회에서 개인 마주를 모집하는 공고를 보고 그의 꿈을 위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당대불패의 선전 후 국내산 말도 충분히 해외에서도 통할 것이란 믿음도 생겼다. 수득금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는 한편, 명마의 탄생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갔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마카오에 2두를 시범적으로 대회에 참가시켰다. 성과는 즉시 나타났다. 바로 '마카오 골든그룹 자선 트로피' 경주에서 '하니건'이 국내산 말 최초로 우승하는 쾌거를 이룬 것. 해외에서는 자연스레 마주에게 시선이 집중됐고 한국을 다시 보게 됐다. 일본의 경우는 후발주자지만 말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인 끝에 멜버른 컵에서 1~3위 모두를 차지하는 등 탑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일본처
럼 이번 우승은 국내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희망을 선사하게 됐다. 정영식 대표이사는 "국내산 말로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게 꿈이다. 첫 스타트는 한 상황인데, 앞으로 좋은 결실을 맺어 경주마에 대한 저변확대 및 인식이 제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마카오에서 우승에 대한 상금도 한국심장재단에 기부하는 선행을 이어갔다. 이에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마주 이름을 딴 '부산경남 정영식 마주 자선경주'를 치뤘다. 기부 문화가 활성화 된 마카오나 홍콩에서는 각 기업들의 이름으로 해당 자키 클럽(마사회)에 기부하고, 각 자키 클럽은 기부를 기념하기 위해 기업 이름을 딴 자선경주를 열고 있지만, 국내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번 첫 자선경주를 기념하는 한편 정영식 마주의 기부 행렬에 동참하는 뜻에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과 부경마주협회가 각각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한국심장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초고압 공기압축기의 독보적인 기술력 보유
▲ 정영식 대표이사
국내산 경주마로 세계를 평정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는 정영식 대표이사. 그가 경영하고 있는 범한산업(주)도 공기압축기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향한 힘찬 항해를 하고 있다. 이 기업은 지난 1990년 설립,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공기압축기 분야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현재 초고압 공기압축기 국내시장의 100%를 점유하고 있다. 창업 당시기술력 부재로 외국의 공기압축기를 구해 분해와 조립을 반복하면서 원리를 터득했지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난 1993년 국산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실적없는 생소한 회사를 시장은 멀리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정부가 국적선 건조에 국산 제품을 장착하도록 유도하면서 범한산업(주)의 공기압축기가 쓰이기 시작했다. 사용 후 기술력이 검증되니 해외 선사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에 세계적인 기업인 아틀라스콥코의 까다로운 검증을 통과하며 전략적 제휴를 맺게 되는 등 해외에서도 각광받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 기업의 공기압축기는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의 제품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진동과 소음이 최저 수준이다. 또한 윤활유 소비량 등 유지비가 평균 20% 적게들어 국내외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획기적인 제품이기에 지식경제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 인증도 받았다. 고압 압축기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의 쾌거였다. 이외에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산신기술인증(KT마크)'과 '우수품질인증(E마크)', 여러 특허를 보유하며 수많은 산업재산권을 보유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한국의 자랑인 나로우주센터에도 초고압 공기압축기를 납품하는 성과를 보였다. 정영식 대표이사는 "현재 우리 기술력은 단연 세계 최고다. 그동안의 노력과 결실을 거울삼아 현재 신사업으로 해양플랜트 부분을 겨냥한 기술력 개발에 한창이며 신공장 건립도 눈앞에 두고 있다"며 "신사업은 실전 충격시험과 무수한 신뢰성 통과 시험을 거쳐야 하는 만큼 전 직원이 재 창업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도전정신으로 중무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