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안전과 해양사고 예방을 위한 전문성 교육은 필수”

한국예선업협동조합은 1981년 12월 21일 해운항만청장의 설립인가를 받아 사단법인 한국예선협회로 출범했다. 이후 2002년 7월 26일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한국예선업협동조합으로 새롭게 발족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항만 내 입출항 선박의 신속하고 안전한 이ㆍ접안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예선업협동조합 이사장이자 (주)대륙상운 사장인 김일동 이사장을 만나 예선업이 하는 중추적인 역할에 대해 들어본다.

해운계의 선구자인 부친을 따라…

   ▲ 한국예선업협동조합 김일동 이사장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온 국민이 비탄(悲嘆)에 빠져 있던 지난 4월의 어느 날, 한국예선업협동조합 사무실을 들어서자 인자한 미소와 동시에 슬픔에 찬 표정으로 김일동 이사장이 기자 일행에게 악수를 건넨다. 그는 “세월호 사고는 일어나선 안 될 사고였다. 선장이 사명감을 가지고 진두지휘했다면 꽃다운 학생들을 비롯한 탑승자 전원 구출될 수 있었다”며 “기울기 전에 대피시키고 대처를 했어야 하는데 골든타임을 놓친 것에 화가 나고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심경을 전했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취재는 진행됐다. 김 이사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목포해양대를 졸업했다. 1974년 아버지가 인천항에서 도선사로 생활하면서 인천에 터를 잡게 됐다”며 “아버지의 영향으로 평생 바다를 보면서 살아왔다”고 예선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운을 뗐다. 인천 출생은 아니지만 40년 가까이 인천에서 살아 온 그는 “인천은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김일동 이사장은 부모에 대한 큰 존경심을 드러냈다. 한국 해운업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부친, (주)대륙상운 김수금 회장에 대해 김 이사장은 “원로 도선사로 해운계를 이끌어 오셨다. 1963년부터 1980년까지 실업문제 해소와 외화획득을 파독광부와 간호사만 한 것인 아니라 우리나라 외항선원들도 외화획득에 일조했다”며 “그 길라잡이 역할을 바로 아버지가 하셨다”고 뿌듯한 듯 말했다. 더불어 “작년에 부모님의 결혼 60주년 회혼식(금강혼)을 지냈다. 두 분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다”면서 “영국에 살고 있는 지인이 부모님의 골드웨딩을 영국왕실에 알리면 영국여왕이 축전을 전달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아울러 그는 “18년 전 정년퇴임 한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내 인생의 파도를 넘어’ 라는 자서전을 발간했는데 결혼 60주년 기념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 한국 도선사 선구자 역할 (주)대륙상운 김수금 회장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취재가 이어지던 중, 한국도선업계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김수금 회장이 잠시 취재자리에 함께 하게 됐다.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해 김 회장은 “선장 출신으로서 이번 사고는 일어나선 안 되는 사고”라며 “한국이 경제 10대국인데 후진국형 대응을 했다는 것에 부끄럽고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선사와 예선사로서 정로(正路)만을 걸어 온 강직함마저 닮은 두 부자(父子)의 발자취가 궁금해진다. 

항로의 직접적 길잡이

 
도선사와 예선사를 동종(同種)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김일동 이사장은 “도선은 사람이 하는 것으로 도선사가 직접 배에 올라가서 좌우행이나 스피드 등을 지시하는 것이다. 항로를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며 “이에 비해 예선은 도선사의 지시에 따라 배를 밀어주고 당기면서 좁은 수역을 지나갈 때 사고가 나지 않도록 직접적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며 상세히 설명했다. 축구로 예를 든다면 도선사는 축구감독, 예선사는 축구선수인 셈이다. 그는 “선박은 전후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좁은 수역을 지나가거나 부두에 접안할 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예인선이 필요한 이유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예선업을 시작하게 됐을까.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아버지가 도선사로 일하고 계실 때 어머니는 집안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이 없을지 많이 고민하셨다”며 “그러던 중 1978년 과거 미군들이 소해정(掃海艇: 바다에 부설된 기뢰 따위의 위험물을 수색, 제거하는 일을 담당하는 배)으로 쓰던 목선을 개조해 예인선을 만들어 대륙상운이 설립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하듯 말했다. ‘대륙호’라는 이름의 첫 예선은 레이더도 없고 열악한 장비였다고 한다. 김일동 이사장은 “안개가 자욱하던 날 항해도를 보고 가다 섬에 올라가 배가 넘어지며 사업이 넘어갈 위기도 있었다”며 “당시 고려해운에 근무했는데 강인한 어머니와 불철주야 사업을 일으키는 데 매진했다”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 지금의 (주)대륙상운인 것이다.

100원 아끼려다 100만 불을 손해

 
2013년 7월 한국예선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기름유출 사건 및 해양사고에 대해 언급했다. 해양사고가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전문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김 이사장은 “해양사업 중 도선사를 비롯해 예선사는 해양관련 업무 경력과 노련한 경험으로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며, 긴장감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하는 전문직종이다. 특히 예선업의 경우 등록 요건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더 필요하다”며 “등록 규정이나 제도를 대폭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예인선의 경우 조합에 가입하지 않아도 종사 할 수 있는 직종이므로 오히려 사고의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김일동 이사장은 “행정적인 지도나 정부의 자격요건이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경쟁적인 면에서 우리 전체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며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제도가 없기 때문에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그는 “공급자와 사용자의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게 파괴되면 결과적으로 안전을 위해 노력해온 기존의 회사를 위태롭게 하는 결과를 양산한다”며 “무임승차하고 양심을 실종시키는 사업을 하면 안 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전국을 확인해 봤을 때 ‘무임승차’라는 격한 단어가 나올 정도로 사고를 유발할 주된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걱정”이라며 다소 어두운 표정을 드리웠다. 대부분 지역의 예선은
 
가입이 되어 있지만 일부 가입되어 있지 않는 예선업의 경우 “예선약관과 요율 등 사용자와 피사용자 간의 계약 협정의 조건이 있다. 하지만 가입을 하지 않은 예선업 종사자들은 지켜야 할 것은 지키지 않고 이용만 하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100원 아끼려다 100만 불을 손해 보는 격으로 적은 돈을 아끼려다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또한 김일동 이사장은 “과거의 예선업은 허가제였으나 1995년부터 등록제로 변함에 따라 업체가 난립했고, 업체 간 과당경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로 그에 따른 가장 큰 부작용은 안전을 생각하는 마인드가 약화 됐다는 점”이라며 “예선업의 등록기준을 강화하고, 등록한 이후에도 교육을 정례화 하는 등 해양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인 정비가 이뤄져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해양 재난 사고는 단순한 차량 사고와는 달리 국가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줄 수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안전강화에 역점을 두고 현실에 맞는 행정개혁과 제도변화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절실

 
예선업에서 잔뼈가 굵은 김 이사장은 예선업 종사자들에게 항상 사명감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예선이 필요한 이유는 항만의 안전을 위해서인 만큼 종사자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해양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예선사들의 순간적 실수로 엄청난 재난이 발생할 수 있기에 책임감으로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예선사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김일동 이사장은 “예선은 본선이 안전하게 부두에 접안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예선이 없다면 본선의 부두접안이 불가능하다”며 “안전뿐 아니라 물류의 측면에서도 예선의 중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예선이 멈추면 물류의 호흡이 끊기는 것
 
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지고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해양사고를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볼 때 등록요건의 정비 등 법 개정이 시급한 것으로 보여 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김 이사장은 “관련부처에서는 규제완화라는 부분 때문에 제도 정비를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보인다”며 말을 이었다. “경제학 이론에서 ‘양화(良貨)가 악화(惡貨)를 구축하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것처럼 착한 규제가 풀리면 악한 규제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그는 “지금까지 바다에서 생활했고, 예선업을 포함한 해양항만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앞으로도 예선업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고, 이러한 노력들이 예선업뿐 아니라 항만관련업계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강하게 말했다. 한국예선업협동조합 김일동 이사장을 통해 항만관련업계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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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플은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한국인들의 아름다운 삶과 직업에서 가치 있는 삶을 살아온 명사들을 찾아 그들의 삶과 직업에서 인생의 가치를 찾아보는 기획 연재시리즈 ‘한국인의 삶 인생열전’에서 한국도선사의 선구자 김 수금 회장님의 “내 인생의 파도를 넘어”라는 자서전을 연재 합니다. 이번 시리즈는 많은 독자들에게 삶과 인생에 대해 잔잔한 감동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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