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5월19일 예고대로 ‘세월호’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며 ‘눈물의 사과’를 했다. 동시에 전격적으로 ‘해경 해체’와 정부조직개편안 및 특별법 제정을 담은 사고수습안을 국민들에게 제시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진정성은 사과를 하거나 제도나 조직의 수정만으로 가늠할 수 없다. 그것을 운영하는 주체인 사람을 바꾸지 않고는 구두선(口頭禪)이 될 뿐이다. 
 

박대통령은 대(對)국민 담화에서 우선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구조와 사후 대응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해양경찰청을 해체하는 강수를 두는 충격요법을 선택했다. 안행부와 해수부까지 사실상 해체해 모든 유형의 재난을 신설되는 국가안전처가 통합 관리하도록 했다.
 

둘째, 안전감독, 인허가 규제, 조달 업무와 직결되는 공직유관단체 기관장과 감사직에는 공무원을 임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취업제한 대상기관 수는 대폭 확대하고 취업제한 기간은 현행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취업이력 공시제도 도입도 제시하면서 공무원 임용방식을 완전히 뜯어 고치겠다는 것이다. 관청은 업계의 편법과 불법을 묵인하고 업계는 그런 관청 퇴직자들에게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유착 관계인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셋째, 안전사고를 일으킨 기업은 최대한 배상책임을 부가하고 기업주 명의재산 외에 가족과 차명으로 은닉한 재산까지 환수할 수 있는 법개정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또한 대형 인명사고를 저지른 개인은 외국의 사례를 들어 수백 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 있도록 형법개정의 의지도 밝혔다.
 

넷째, 철저한 사고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을 도입하고 보상의 실제적 법 적용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표단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한 참사 당일을 기념일로 지정하고 추모비를 건립하자는 유족들의 제안도 수용했다.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추모비를 건립하고, 4월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박대통령이 목이 메어 떨리는 목소리로 의사자들의 이름을 모두 부른 뒤 눈물을 쏟아냈다. 이 눈물이 진정성이 있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구상한 제도와 조직에 인적 쇄신도 뒤따라야 한다.
 

‘자기사람 앉히기’와 ‘낙하산 인사’는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대통령 지시만 맹목적으로 따를 듯한 인물들이 다시 전면에 나서면 국민은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들로 짜여야 정부조직에 힘이 실리고 국민은 안심할 수 있다.
 

조직의 이름만 바꾼 생색내기에 그친다면 정치적으로 온전할 수 없고 정권에도 큰 부담을 안겨 줄 것이다. 청와대의 물갈이도 예외일 수 없으며 국정을 책임 진 내각 총사퇴도 불사해야 한다. ‘혁명적 개혁정신’으로 정치권력층부터 쇄신해 나가면서 사명감 없고 무능력한 공직사회 구성원은 퇴출 프로그램을 통해 걸려내야 한다.
 

이로 인해 점차적으로 사기업과 국민 개인생활까지 영향을 주어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대우를 받는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탐욕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과 개인이 더 이상 우리사회를 지배하게 하는 구조가 되어서는 인 된다.
 

따라서 국회는 파렴치한 기업을 뿌리뽑는 계기가 되는 '유병언법'을 빠른 시간 내에 통과시키기를 바란다. 이것은 성장지상주의의 경제정책, 생명의 존엄과 인간 삶의 질을 등한시하는 풍토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의 계기도 되는 것이다. 진보적 가치가 결여된 사회일수록 부정과 부패가 만연할 수밖에 없고 안전과 생명이 무시되는 관행이 성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도 변해야 한다. 실질적인 권한을 주고 책임을 지는 책임 총리와 인사권이 있는 장관이 국정을 담당하는 권력 분산형 체제로 가야 할 것이다. 소통과정의 통로를 다원화하여 모든 권력이 대통령으로부터 나오는 1인집권체제는 지양해야 한다. 야당과 야권지지자들도 정치적 이득을 위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며 대통령을 공격만 할 것이 아니라 합리와 이성을 매개로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대안정치’를 해주길 바란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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