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넘는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기초연금법안이 올 7월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법안을 두고 일부에서는 ‘복지국가의 후퇴’를 논할 정도로 논란의 불씨가 뜨겁다. 야당이 정부와 여당에서 내놓은 기초연금 절충안에 합의하자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국회의원마저 등장했다. 기초연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덩달아 건강보험, 무상보육 등 박근혜 정부가 출범 이후 추진중인 각종 복지 정책들도 덩달아 평가 대상에 올랐다. 기초연금법 및 현 정부가 내놓은 복지정책들의 현황을 살펴보고 박근혜 정부가 건설하는 진정한 복지국가의 미래는 어떨지 들여다본다.
65세 이상 노인 중 447만여 명 혜택
기초연금법 제정안이 드디어 지난 5월 2일 국회를 통과했다. 1년 4개월여를 끌어온 시간이 무색하게 상임위원회 및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까지 하루 만에 ‘초고속’으로 처리됐다. 기초연금법안은 재적 의원 195명 중 ▲ 찬성 140명 ▲ 반대 49명 ▲ 기권 6명으로 가결됐다. 대선공약 때부터 주목받아온 기초연금법 시행이 마침내 가까워져 오자 한동안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기초연금 신청 방법’이 검색어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하위 70% 소득을 받는 계층에게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매달 10만 원에서 최고 20만 원까지 지급된다. 연금 장기가입자라 하더라도 월 수령액이 30만 원 미만인 노인에게는 20만 원이 지급된다. 이는 야당의 요구를 절충한 것으로,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 32명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하지 않고 월 20만 원을 일괄 지급’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바 있다. 야당 지도부는 새누리당과 함께 법안 통과에 협력함으로써 사실상 정부 및 여당안(案)을 수용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야당은 본회의 협조와는 별도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지 않는다’는 당론은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이처럼 다소 의견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 협조가 순조롭게 이뤄진 데에는 6ㆍ4 지방선거와 7ㆍ30 재보선을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선거를 앞두고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그래서다. 지난해 11월만 하더라도 당시 민주당은 정부가 기초연금법을 국회에 제출하자 이를 ‘공약 먹튀’라며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야당의 반대’ 때문에 기초연금 지급이 늦어졌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노인 표가 대거 이탈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지도부에 기초연금법을 통과시켜 달라는 의견을 강력히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정 덕분에 정부는 계획한 대로 오는 7월부터 기초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실제 혜택을 받게 될 노인 수는 약 44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기초연금을 받는 숫자는 7명 정도다. 그중 6명이 20만 원, 나머지 1명이 매달 10만 원가량을 지원받게 될 예정이다. 그동안 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 지급해왔던 기초노령연금은 전체 인원의 30% 수준에 그쳐왔다. 금액은 1인당 월 9만6,800원 정도였다. 기초연금은 기초노령연금과는 별도로 지급되며, 대신 대상자 선정이 까다로운 편이다. 먼저 가장 중요한 기준은 ‘월 소득 인정액’이다. 월 소득 인정액은 단순히 벌어들이는 수입 말고도 ‘재산’을 함께 소득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전환 공식이 조금 복잡하다. 우선 기초노령연금과 마찬가지로 월 근로소득에서 48만 원을 공제한 다음 여기서 추가로 30%를 더 공제한다. 65세 이상 홀로 사는 노인일 경우, 월 소득 인정액이 ‘87만 원’ 이하면 기초연금 대상자다. 대략 월 170만 원 정도에 해당하는 근로소득을 받는다면 하위 70% 안에 들어간다. 부부가 함께 사는 경우 두 사람의 월 소득 인정액을 합친 금액은 총 ‘139만2,000원’ 이하여야 한다. 만약 두 사람 모두 20만 원씩 연금 수령이 가능한 경우 전체에서 20%를 차감한 32만 원만 지급된다. 한편, 자녀 명의로 된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도 이를 소득으로 집계한다. 지금까지 자녀 주택은 소득에서 제외돼왔으나, 기초연금 산정 시에는 ‘무료 임차 추정소득’으로 분류돼 공시지가 6억 원이 넘는 고급 주택인 경우 일부를 부모 소득으로 간주한다. 만약 자녀 명의로 된 15억 원 상당의 주택 거주 시 ‘연 0.78%’로 임차소득을 계산해 월 97만5,000원의 수입이 있는 것으로 본다. 또한, 3,000cc 이상 고급 승용차나 실거래가 4,000만 원 이상에 해당하는 골프ㆍ콘도 회원권을 가진 경우 기초연금 대상자에서 아예 제외된다.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복수국적 노인도 제외 대상자다. ‘60일 이상’ 외국에서 체류한 경우 앞선 기준에 해당하더라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 지금까지는 체류 기간이 180일 이상인 경우 기초노령연금에서 제외돼왔다.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에도 기존 3년에서 ‘증여재산이 소진될 때까지’로 재산 집계 기간이 늘어난다. 이 같은 기초연금은 이미 기초노령연금을 수령하고 있다면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나머지 대상자들은 7월 신청 기간에 읍ㆍ면ㆍ동 주민센터나 국민연금공단 지사로 신청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신청이 늦은 경우 소급 적용되지 않으며, 만 65세를 앞둔 노인들은 해당 연령이 되는 생일이 속한 달에서 1개월 전부터 신청할 수 있다. 정부가 계획한 대로라면 첫 기초연금이 지급되는 날짜는 오는 7월 25일이 ‘디데이(D-day)’다.
기초연금, 오히려 복지 후퇴? 기초연금법안을 두고 일부에서는 강한 반발에 나서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의원총회 자리에서 기초연금법 처리에 항의하며 비례대표 국회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여러분은 오늘 새정치연합이 복지와 결별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이는 또한 새정치연합이 정치와 결별하는 모습”이라고 소리 높여 비난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이 문제는 정쟁과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안철수ㆍ김한길 대표님, 이게 ‘새정치’냐”라고 되물었다. 각 복지ㆍ시민단체들도 해당 법안을 두고 “미래세대의 혜택을 앗아간 폭탄 돌리기”라 표현하며 “복지국가의 꿈이 멀어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히려 최 극빈자에게는 기초연금이 있으나 마나 한 ‘무용지물’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원래 지급돼오던 기초노령연금보다 액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나긴 했지만, 기초연금에서 늘어난 액수만큼 다시 기초생활보장급여가 깎이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급자 A씨의 경우 그동안 96,800원의 기초노령연금과 83만여 원의 생활보장급여를 합쳐 총 92만9,000원 정도를 지원받아왔다. 기초생활보장급여는 개인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이를 국가에서 채워주는 제도다. 10만 원에 못 미치던 연금 액수가 20만 원으로 늘어났지만, 결과적으로는 늘어난 액수만큼 다시 생활보장급여가 줄어들어 결국 수령하는 총액은 예전과 같아진다. 현재 A씨와 같은 기초생활수급자는 약 40여만 명에 이른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별다른 답을 내놓고 있지 않다. 정작 어려운 이들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는 ‘복지’라면 ‘누구를 위한 복지’냐고 되물을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그밖에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는 사항은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의 불이익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 도입돼 20여 년 정도가 지난 제도다. 만약 기초연금법의 기준이 자칫 어중간한 선에서 적용될 경우, 가입기간이 11년이 안 된 고소득자가 20만 원을 받고, 가입기간 12년이 넘은 저소득자는 차감 지급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했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이 깎인다면 후세대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높아질 것”이라며 “공공복지에 대한 불신은 복지재원 악화로, 이는 다시 복지정책의 악화로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기초연금이 근로 욕구를 꺾는다는 비판에 정부는 앞서 소득인정액 평가 과정에서 근로소득을 대폭 공제해주기로 한 바 있다. 기존 48만 원 공제 외 30% 추가 공제가 그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이 아닌 일차적 물가상승률에 소득이 연동되는 문제도 독소조항으로 지적된다. 물가상승률은 소득상승률의 절반가량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기초연금의 증가 폭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5년마다 소득과 생활 수준 등을 평가해 연금 수급액을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투입될 예산이 커진다는 점을 들어 ‘미래세대 역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는 이 같은 기초연금의 첫 지급 시점을 7월 25일로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시행령을 만들고 전산시스템을 변경하는 등 추가 작업이 이뤄져야 하므로 약 한 달가량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다. 결국 ‘약속 이행’ 문제로 받게 될 비난을 당장이나마 피해가기 위해 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진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그래서다. 시민단체들은 야당이 각기 다른 기초연금법안을 내놓으며 정부ㆍ여당과는 다른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지방선거에 정면 돌파하지 않고 1년 넘게 반대해온 정부안을 무력하게 수용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여러모로 논란의 불씨는 가라앉기 힘들 전망이다.
전반적인 복지, 되돌아보니 ‘엉망’
지난 대선 당시 복지공약
정부가 내세운 다른 복지 정책들도 함께 재평가에 들어갔다. 가장 대표적으로, 자주 지적되는 문제는 바로 건강보험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를 통해 암ㆍ부정맥ㆍ뇌신경계ㆍ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과 선택진료비ㆍ상급병실료ㆍ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의 건강보험 보장을 높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를 실천하려면 적어도 2017년까지 13조5,000억 원이 추가로 든다. 물론 이 금액은 환자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므로 고스란히 건강보험에서 부담해야 하는 몫이다. 건강보험의 재정 부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4대 중증질환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화상 등 다른 중증질환의 보험 혜택도 함께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 5년마다 세우는 중기 계획에서 내놓은 임플란트 치료비 등 다른 질환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한 재원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2013년 스케일링과 부분 틀니 등을 보험 항목에 추가하며 늘어난 건강보험 부담액만 벌써 1조1,883억 원이다. 최근에는 총파업에 대비해 정부가 나서서 동네의원들을 위한 진료비 현실화 방안을 약속하기도 했다. 2012년 국내 동네의원 진찰료는 5조6,311억 원으로, 10%만 올려준다 해도 약 5,000억 원이 더 있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과 관련해 2015년부터 건강보험료를 4% 이상 올려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관련 정책을 발표하면서 보험료 1.7∼2.6% 인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지난해 공단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중ㆍ장기(2013~2017년)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공단이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재정상 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 2015년 4.5% ▲ 2016년 4.8% ▲ 2017년 3.4%씩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공단은 복지부가 제시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향후 5년간(지난해 기준) ‘5조1,900억 원’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이 같은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언주 의원은 “임기 첫해 막대한 복지 재정이 소요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이 같은 중ㆍ장기 보험료 인상 계획을 누락한 채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안만 내놓은 의혹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6월 건강보험 누적 흑자분을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2.6%에 그치는 보험료 인상 계획을 발표한 것”이라며 “(2013년 말 기준)누적 흑자분이 6조4,000억 원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큰 폭의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현경래 부연구위원은 “2001~2004년 당시 건강보험 재정이 부족해 이후 4년간 은행에서 35조 원에 이르는 대출을 받아 진료비를 지급한 적이 있다”며 “당시 이자만 해도 1,900억여 원에 달했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적립금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건보료 인상이나 흑자분 활용 대신 국고 지원 같은 다른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유승모 정책이사는 “보장성 강화 항목 우선순위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는 했느냐”고 반문하며 “대통령 공약이라 해서 사회적 합의 없이 전 국민이 이해당사자인 건보료를 흔드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공약을 지키기 위해 보장성을 강화하려 한다면 그 재원 마련은 추가 국고 지원 등 건보료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상보육이라더니…” 저소득층 부담만 늘어
(사진제공: 경기도군포의왕교육지원청)
올해부터 초등학교 1~2학년들을 대상으로 희망하는 학생들에 한해 ‘방과후 초등돌봄교실’이 시행됐다. 맞벌이나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이 방과 후 사건ㆍ사고에 방치되는 것을 막고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을 돌본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시행 한 달이 되도록 제대로 된 프로그램 및 시설, 인력 등이 갖춰지지 않았고, 일선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는 “준비 없이 졸속 시행되는 바람에 재앙이 돼버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전국학교 비정규직 노조와 전교조 등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시행중인 초등돌봄교실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강사 1명당 돌봐야 하는 학생 수는 25명이다. 관리가 힘든 것은 물론 만에 하나 안전사고가 날 경우 제대로 된 대처 역시 어렵다. 일반 교실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공간을 25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책가방 같은 소지품을 제대로 둘 공간조차 없는 데다 좁은 공간 안에서 아이들이 놀다 부딪쳐 다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좁은 공간 안에 장시간 수용된 아이들은 시판 도시락과 배달음식 등으로 끼니를 때운다. 학부모들의 부담도 문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간식비ㆍ교재비ㆍ재료비ㆍ수리비ㆍ현장학습비ㆍ보조강사 인건비ㆍ특별활동 강사비 등 모든 비용이 월 6만 원 안에서 충당됐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간식비 3만 원과 방과후 프로그램비 1과목당 3만 원이 추가되는 등 현장학습과 특별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늘어났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 가정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는 돌봄강사들의 고충도 크다. 학교 한 곳을 강사 1명이 전담하는 바람에 기존 2~4명이 하던 행정 업무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근무시간도 오후 8시까지로 늘어난 데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25명의 아이들을 혼자서 돌보느라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는 형편이다. 겸용교실을 내주는 정규직 교사들 역시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수업이 끝나면 교실을 비워줘야 해 다음날 수업 준비 등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생겼다. 김형태 교육의원은 “대통령이 세운 공약이라는 이유로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확대 시행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 때문에 돌봄 교육의 질이 크게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학교는 정치 실험실이 아니며, 학생은 실험용 쥐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현장과 상시 소통하면서 충분한 검토와 준비 후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수용해 우선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돌봄교실 희망 학생들을 추가 수용하기 위해 ‘초등돌봄교실 추가 설치 및 운영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고, 서울시교육청도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만족도 제고 및 학생 안전 강화를 위해 돌봄서비스를 보강하고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운영 개선책을 발표했다.
험난한 복지 국가로 가는 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달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긴급 현안보고 자리에서 정부의 미숙한 대응에 비판을 가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유를 위해 3년간 운영하기로 한 ‘정신건강 트라우마 센터’의 예산과 인력은 문형표 장관이 밝힌 대로 “인력 20~40명에 연 40억 원”이 계획돼있다. 하지만 문형표 장관은 “솔직히 초기 3년간 안산 지역 전체에 대한 심리 상담을 하기에는 예산과 인력이 상당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사고 후 관계자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다”며 “안산 트라우마 센터에 들어가는 연간 예산이 40억 원인데, 이 예산도 국비와 지방비를 5대 5 비율로 충당하면 제대로 된 지원이 될 수 있겠느냐”며 정부의 예산 부족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사망한 이광옥 잠수사 가족들이 당시 2주 전부터 바지선에 의료진을 배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망 후에 배치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복지부는 초기 재난 매뉴얼은 있지만 유형에 따른 응급의료 매뉴얼은 없다”며 “복지부가 유형에 따른 매뉴얼이 없어 효과적인 지원을 했는지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정림 의원은 “당시 선박 이외에 소방용 헬기도 여러 대 있었지만 통제가 되지 않아 제대로 역할을 못 했다는 지적도 있다”며 “닥터헬기뿐 아니라 응급 상황에 출동하는 헬기에 대해 다양한 체계를 갖고 훈련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 장관은 “사전에 면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지적을 받아들였다. 국가적으로 큰 사건 사고에 대처하든, 개인적인 병 하나로 가까운 병원을 찾든, 당사자로서는 힘든 상황에 처한 개인마다 계층에 상관없이 ‘마음 편히’ 안심할 수 있는 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참으로 멀기만 하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