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적 셧다운제 합헌, ‘청소년 보호’ vs ‘자유 침해’ 시각 대립

청소년들의 심야 게임 사용을 규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에 관한 합헌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 2011년 11월 도입 이후 ‘신데렐라법’ ‘악법’ 등으로 불리며 2년 반 동안 적절성 여부를 의심받아온 셧다운제가 헌법재판소의 정식 ‘인증’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게임 산업계는 물론 청소년들의 기본 인권과 자유를 내세우는 입장에서 여전히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오히려 이번 합헌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의 불씨는 더욱 커져 버린 형국이다. 인터넷에는 찬반 의견을 나타낸 지역구를 찾아주는 구글맵스가 등장했고, 해외에서는 ‘북한에서나 가능한 법안’이라는 조롱을 던지기도 했다. 과연 셧다운제는 과거 통행금지법과 맞먹는 ‘21세기형 독재’일까.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게임 접속 ‘올스톱’

셧다운제 홍보 포스터
16세 미만인 청소년들은 밤 12시가 되는 즉시 게임을 멈추고 현실 세계로 돌아와야 한다. 자정이 되면 강제로 게임이 종료되고 이후 6시간 동안 게임 사이트 로그인이 금지된다. 정부가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게임중독을 예방하고자 2011년 11월부터 도입한 ‘셧다운(shutdown)’ 제도는 밤 12시에 청소년들을 현실로 강제 소환하는 일명 ‘신데렐라법’이다. 여성가족부가 발의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대안에 따르면 ‘인터넷 게임 제공자는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인터넷 게임 서비스를 제공해선 안 되며,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과한다’고 명시돼있다.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커지자 과도한 게임 이용을 예방하고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2011년 임시국회 제8차 본회의에서 원안이 통과됐다. 당시 새누리당 신지호 의원은 셧다운제 적용 대상 연령을 만 16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확대하자는 수정안을 발의해 게임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비록 해당 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시행 초기부터 셧다운제 자체의 적절성을 두고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왔다. 특히 청소년 기본권 침해를 두고 각 단체에서 헌법 소원을 제기해 논란을 가속화했다. 온라인 게임 제작사 네오위즈게임즈 등 게임 업체 13곳과 게임산업협회(현 K-IDEA) 및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청소년과 문화연대 시민단체 등은 “셧다운제를 규정한 구 청소년보호법 23조의 3, 59조 등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16세 미만 청소년을 자녀로 둔 학부모 3명도 이에 참여했다. 이후 2년 5개월여에 걸쳐 법안의 실효성과 청소년의 자유ㆍ행복추구권 등 기본권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공방을 지속해오다 지난 4월 25일, 드디어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관 ‘7대 2’의 비율, 결과는 ‘합헌’이었다. 합헌 판결이 나자 해당 법안이 시행된 직후보다 오히려 반응은 더 뜨거웠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셧다운제에 관한 쟁점 논의가 더욱 불타오른 것이다. 특히 최근 규제개혁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언급한 시점에 나온 판결이어서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온라인 게임 개발사 네오플의 강신철 대표는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게임 산업이 점점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규제의 도화선이 된 것은 셧다운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강 대표는 현재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로 나뉜 게임 규제 관련 주무부처를 하나로 통합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문화부ㆍ여성부ㆍ복지부는 “게임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추가적 규제 신설에는 신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완화’ 조짐은 판결 하나로 다시 뒤집혔다. 헌재는 “동시에 접속한 이들끼리 교류하는 방식의 게임 특성상 중독성이 강하고 자발적 중단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셧다운제를 과도한 규제라 보기 어렵다”면서 “적용 대상을 ‘16세 미만 청소년’으로 한정하고 시간대도 오전 0시부터 6시로 심야로만 제한하기 때문에 사익의 피해가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청소년 중독 예방을 통해 얻는 공익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마련된 제도인 만큼 해당 목적이 정당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헌재는 과잉 규제를 피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장관이 2년마다 적절성 여부를 평가하고, 시험용ㆍ교육용 게임물은 적용을 배제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음을 함께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측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한국교총은 판결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며 “자라나는 청소년의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 역시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스마트폰 과다 이용에 따른 피해에 국민적 우려가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한 판결”이라며 “게임 규제 주무부처 일원화 문제는 앞으로 문체부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청소년들 거센 반발… 선거 벽보 훼손하기도

한 중학생 프로 게이머가 경기 도중 셧다운제를 언급하며 결승을 포기하기도 했다. (사진下: 캡쳐)

합헌 판결이 나자 해당 법안의 직접적인 적용을 받는 청소년들의 반발도 예상대로 거셌다. 이들은 그동안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에도 관심을 쏟아온 듯 ‘규제 없앤다고 난리더니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를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한국 외에 셧다운제를 도입했던 국가는 중국과 태국이 있었으나 현재 두 국가 모두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업계 자율제로 전환한 상태다. 일부 청소년들은 ‘윗세대가 지난날 자신들이 당해온 불합리를 아무 반성 없이 자식들에게 되풀이하고 있다’며 셧다운제를 ‘현대판 통행금지’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법안 시행 1년 뒤 치러진 과거 대선 당시 선거 후보자의 벽보를 훼손한 10대가 경찰에 붙들리는 사건도 있었다. 부산 금정구 모 초등학교 담벼락에 설치된 대통령 선거 후보자의 눈 부위를 칼로 도려낸 박모 군 등 2명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당시 박근혜 후보 측은 “청소년의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올바른 관심과 지도가 중요하다”며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 도입에 ‘찬성’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박모 군과 그의 친구는 당시 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셧다운제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불만을 품고 이 같은 행동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학교 3학년 프로게이머가 셧다운제를 언급하며 국제대회에서 경기를 포기하는 사태도 있었다. 지난 2012년 10월 프랑스에서 열린 ‘아이언스퀴드2’에 참가했던 스타테일 소속 이승현 선수는 스타크래프트2 경기 진행 도중 자정이 가까워져 오자 “아, 맞다 셧다운”이라는 문구를 남기고 돌연 게임을 포기했다. 중계하던 해설진은 물론 지켜보던 국내외 관중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외를 포함해 당시 경기를 시청하던 관중 수는 약 1만 명 정도였다. 특히 “무슨 법(what law)?”인지를 묻던 외국 관중들은 “게임하기에 너무 어리단 뜻이냐(too young to play)”며 그들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기형적 규제에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안이 한순간 국제 조롱거리가 된 대표적 사례”라며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셧다운제 실효성, 어느 정도 검증됐나
헌법 소원을 제기했던 문화연대는 이번 판결을 두고 “실효성이 전혀 없고 표현의 자유와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침해하는 대표적 규제법을 헌법재판소가 인정했다는 사실에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 역시 “합헌 선고를 받았지만 셧다운제가 전혀 문제없는 제도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합헌 여부와 상관없이 법안 자체가 지닌 실효성은 별도로 판단해야 할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실제로 셧다운제가 도입된 초기부터 눈에 띄는 효과는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첫 법안이 시행된 2011년 11월 20일 이후 한 달간 국내 3개 게임사에서 제공한 전체이용가 등급 6종의 게임에 심야 시간 동안 동시 접속한 평균 이용자 수는 4만1,796명으로, 직전 달에 비해 4.5% 줄어든 수치에 불과했다. 입법 당시 기대효과를 떠올리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전체이용가 게임의 심야시간대 청소년 이용자 비율을 10~30% 정도로 추정했다. 애초부터 업계 측이 셧다운제 도입 취지에 의문을 품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심야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 수나 규제로 인해 예기되는 부작용도 제대로 파악 못 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결국 ‘규제를 위한 규제’라는 얘기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선택적 셧다운제’와 중복되는 규제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보호법과 별개로 문체부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에 따라 2012년 7월 도입된 선택적 셧다운제는 청소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이 동의할 시 ‘특정 시간대 혹은 기간’ 동안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다. 업계 측은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 당시 ‘대안’으로 거론됐던 선택적 셧다운제가 결국 중복으로 시행됐다”며 “이는 실효성 없는 규제와 실질적인 규제가 불필요하게 동시 진행되는 셈”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게다가 청소년 이용자의 로그인을 아무리 시스템에서 차단한다 해도 ‘실제’ 모니터 앞에 접속하는 이용자의 연령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 상당수 청소년들이 가족 등 성인 개인정보를 도용해 우회 접속하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18세 청소년의 19%, 3~9세 어린이의 10%가 ‘해당 나이에 맞지 않는’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조사에서 ‘게임물 이용등급 구분이 유용하지 않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전체 응답자 수의 59.9%에 달했다. 그 같은 답을 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로 인증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셧다운제가 지닌 맹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사면초가 게임업계, 이어질 후폭풍 우려
위헌 소송에 참여한 이병찬 법무법인 정진 변호사는 “국민이 뽑은 국회가 만든 법률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을 선고한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다만 이 같은 판결로 업계 전반에 걸쳐 모든 규제 시도가 탄력을 받는 연쇄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임 규제개혁공동대책위원회 최준영 사무국장(문화연대)은 “게임뿐 아니라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표현의 자유와 문화 권리가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게임 업계가 신경을 특히 곤두세우는 이유는 신의진ㆍ손인춘 의원이 상정한 법안 때문이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게임을 마약ㆍ술ㆍ도박과 묶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했다. 더불어 작년 1월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 역시 ‘인터넷게임중독 치유ㆍ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 게임업체의 매출 1%를 중독치유기금으로 의무납부하고 불이행 시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기준으로 약 10조 원의 매출을 낸 게임업계는 법안 통과 시 약 1천억 원을 기금으로 내놓아야 한다. 이미 올 초 문화부가 실시한 ‘웹보드게임 규제’로 한 차례 타격을 받은 게임 업계는 많게는 40%, 적게는 20% 정도 매출 하락을 예상했던 바 있다. 웹보드 규제는 1개월 게임머니 구매한도 30만 원, 1회당 게임머니 사용한도 3만 원 이하, 10만 원 손실 시 24시간 접속 제한 등 게임 자체의 성격을 훼손시킨다는 이유로 업계 측에서 강하게 반발해왔다. 또한 내년 5월 19일로 규제 적용이 유예된 모바일 게임에까지 셧다운제가 강화ㆍ확대되는 것은 아닐지 업계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오는 2016년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 참여 여부를 놓고 한차례 폭풍이 일기도 했다. 부산 지역구 의원인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이 게임 규제 법안에 공동 참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갑자기 지스타 보이콧 분위기가 퍼진 것이다. 부산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2 지스타’의 경우 생산유발효과 1천24억여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약 467억 원, 취업유발효과 1천695명, 고용유발효과 944명이라는 성과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경제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부산시 입장에서는 지스타 단독 개최지로서 난처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성남시 또한 자체 추산 국내 게임 산업의 전체 60%가 모인 게임 산업의 허브 지역인 만큼 ‘게임 산업 자체의 성장을 가로막고 청년 일자리 감소와 지역 경제 위축, 세수 감소 등 지방정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게임 규제법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기준 100개 사(社)가 넘는 게임 업체가 성남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올해만 200여 개 업체가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두 의원 측은 각계에서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공청회를 진행하는 등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강제적 셧다운제가 합헌 선고를 받음으로써 일명 ‘신의진ㆍ손인춘법’도 함께 추진 동력을 얻게 될지에 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한양대 황성기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의원법안이 입법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며 “특히 16세 미만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셧다운제와 달리 손인춘 의원법은 전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규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고 추후 다른 규제법안들도 계속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들 법안이 관계자들에게는 ‘게임규제 종합선물세트’라 불리는 이유다. 업계 측은 “규제 존속 여부보다도 게임에 대한 인식이 더욱 나빠지고 앞으로 각종 규제법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과도한 기본권 침해” 논란 
문화연대는 지난 4월 8일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위헌보고서’를 발간하고 셧다운제가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과 교육권 등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병찬 변호사는 “청소년들이 게임할 권리를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기준으로 봤을 때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생산적인 활동이 아닌 놀이와 같은 활동은 모두 비난의 대상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인터넷 게임의 ‘지나친 이용’은 ‘장시간 이용’을 말하는 것인데 ‘심야시간대 이용’만 제한하면 다인가”라며 허술한 제도의 적용을 꼬집었다. 셧다운제를 “어른들의 독재”라 표현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공현 활동가는 법안에 명시된 ‘수면권’이라는 단어를 지적하며 “강제로 재우는 행위를 ‘권리’라 표현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공현 활동가는 법안 시행 당시에도 셧다운제를 원형감옥인 ‘파놉티콘’에 비유하며 “소통 없이 입안된 폭력적인 정책 안에서 얼마나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사회구성원이 자라날 수 있겠는가”를 성토한 바 있다. 오픈넷 박경신 이사 역시 “본인 확인제도 위헌이라고 판결 난 마당에 셧다운제는 당연히 위헌”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전체 학생의 40%가 본인 확인을 피하기 위해 또 다른 명의도용을 일삼는 현실을 꼬집으며 두 경우 자체가 위헌임을 주장했다. 이번 헌재 판결에서 반대 의견을 낸 김창종ㆍ조용호 재판관은 “셧다운제는 문화에 대한 자율성과 다양성 보장에 반해 국가가 지나친 간섭과 개입을 하는 것”이라 판단하고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청소년들의 자유권ㆍ평등권ㆍ자녀교육권ㆍ직업수행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며 위헌이라 본 이유를 설명했다. “자유주의인 대한민국에서 사회주의 국가조차 적용하지 않는 제도를 도입했다”며 한숨을 쉰 한양대 황성기 교수는 “셧다운제가 청소년과 가정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게임산업을 규제하는 상징적인 제도임을 고려할 때, 업계와 문화시민사회 및 국회가 힘을 합쳐 폐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중독, 10대만의 문제일까
문화연대 이동연 공동집행위원장은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파고들었다. 그는 “위헌 여부를 단순히 게임의 성격만 보고 판단할 게 아니라 ‘청소년 보호’를 어떻게 보느냐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청소년을 보호한다고 나선 주체들이 오히려 청소년의 문화와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들이 평소 청소년들의 일상과 행복을 보장해줬는지 묻고 싶다”며 강하게 비판한 그는 보호 명목으로 시행되는 여러 규제 속에 숨은 진정성을 의심했다. 여성가족부 조윤선 장관은 과거 의원 시절 표결 당시 “게임중독 예방과 해소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 제도를 도입하면 오히려 그만큼 가정 내 부모의 관심과 지도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장관 입각 과정에서 기존 입장을 번복한 이유가 진정으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부모의 관심과 지도’를 언급했던 판단과 배경에 관해서는 근본적인 고민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이 과다한 게임의 세계로 빠지게 되는 이유는 세대 간의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서 오는 소외감과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 등 ‘정서’적인 부분을 절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야말로 ‘여성가족부’라는 간판에 거는 기대와 역할인지 모른다. 제도나 법안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게임중독에 빠진 ‘진짜’ 이유를 조금이라도 깊게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통해 청소년들이 진짜 ‘행복할 권리’를 찾아주는 방법이 무엇일지 그들 눈높이에서 바라보려는 자세야말로 청소년을 돌봐야 할 ‘진짜 어른’들의 고민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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