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봄바람이 이내 초여름 더위로 바뀔 기세이다. 더위를 피해 자연의 정취에 흠뻑 젖어들고 싶다면 어디든 좋지 않을까. 조갈(燥渴)을 해소해 줄 상쾌한 바람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곳도 좋을 듯하다. 경상북도 지역 자연휴양림에 대해 알아본다.

안동호반 자연휴양림
- 기와집과 초가집 구성, 전통가옥지구

▲ 안동호반 자연휴양림
도산서원, 하회마을, 봉정사 극락전,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유명 집안의 종택들이 자리한 영남 땅 북부의 안동은 가히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 불려도 어색함이 없을 만큼 전통의 향기가 넘치는 고장이다. 안동의 젖줄인 낙동강이 잠시 쉬어가는 안동호는 안동의 전통문화를 돌아볼 때 꼭 들르게 되는 호수이기도 하다. 아마 우리나라 호수들이 전체 회의를 열어 전통문화에 대해 자랑을 한다면 안동호는 으뜸 자리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안동호 상류의 나지막한 언덕에 자리를 잡은 안동호반 자연휴양림은 전통의 향기에 흠뻑 젖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룻밤을 편안히 쉬어갈 수 있는 휴양시설이다. 휴양림의 시설은 호숫가의 산자락을 따라 여유롭게 조성돼 있다. 처음 방문하는 이라면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이내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도로 좌우로 보이는 전통가옥들 때문이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과 정겨운 초가집들을 보곤 어느 마을에 들어온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안동호반 자연휴양림의 가장 큰 특징은 고풍스러운  기와집과 초가집을 구성한 전통가옥지구, 깔끔한 현대식 가옥인 숲 속의 집지구, 고급 연립산막 형식
▲ 안동호반 자연휴양림
의 산림휴양지구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매표소를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전통가옥지구는 이용객들이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기와집 1동과 초가집 3동이 있다. 집집이 방이 3~5개나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 이용객들에게도 더없이 좋다. 내부시설도 욕실이 딸린 현대식이라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도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다. 으리으리한 기와집은 권위에 어울리게 ‘종갓집’이란 현판을 달았고, 초가집은 ‘처갓집’, ‘외갓집’, ‘사랑채’란 정겨운 이름을 붙였다. 옛 고향이라도 찾은 것 같은 느낌임은 두말할 나위없다. 집집이 구역이 독립돼 있으니 타인에게 침해받을 일도 없다. 전통가옥지구를 뒤로하고 중심 도로를 따르다 오른쪽으로 안동호가 언뜻 보이는 언덕을 넘어가다 보면 갈림길이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산줄기에 편안하게 안긴 숲 속의 집들이 반긴다. 깔끔한 현대식 건물로써 다락방형 2동과 단층형 2동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 역시 이웃집과 적당하게 떨어져 있어 독립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다시 중심 도로로 돌아와 산굽이를 두 번 돌면 산림문화휴양관이다. 연립 산막 형태로 이뤄진 이 휴양관은 침엽수동, 활엽수동, 신나리동 이렇게 3개 동이 아래서부터 차례로 세워져 있다. 맨 위쪽의 산림문화교육관은 단체연수 및 교육 등 행사 시 이용에 편리하도록 조성한 공간이다. 맨 아래의 침엽수동 앞으로는 인조잔
▲ 안동호반 자연휴양림
디를 깔아 농구, 풋살 등을 즐길 수 있는 운동장이 있고 그 아래로 다양한 운동시설이 설치돼 있다. 전체적으로 외국의 어느 유명한 휴양지의 고급 콘도 시설을 보는 듯하다. 이렇듯 안동호반 자연휴양림의 건축물들은 전통문화의 대표 고장이라는 안동의 자존심을 살린 듯, 건물의 배치나 디자인 등이 모두 수준급이다. 방문객들로부터도 자연환경과 어울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실제로 안동호반 자연휴양림은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은 편이다. 앞으로 경상북도는 숲속유치원, 숲해설, 산림문화제험 등 많은 프로그램을 개발해 숲의 소중함을 깨닫고 즐기는 기회를 제공하고, 산나물 체험장, 산약초 체험장 등을 신설해 이 안동호반 자연휴양림을 진정한 휴양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라 한다.

낙동강에 핀 어여쁜 연꽃 한 송이, 청량산
‘밖에서 보면 다만 흙묏부리 부어 송이뿐이나, 강 건너 골 안에 들어가면 사면에 석벽이 둘러 있고, 모두

▲ 안동호반 자연휴양림
가 만 길이나 높으며 험하고 기이한 것이 이루 형용할 수 없다’ 청량산(淸凉山ㆍ870m)을 본 조선시대 최고의 지리학자 이중환이 자신의 저서「택리지」에 묘사한 감탄이다. 실제로 심산유곡을 굽이도는 낙동강 물줄기를 수호신처럼 지키고 있는 청량산은 강가에 우뚝우뚝 솟은 기암절벽이 돋보이는 명산이다. 수묵화 병풍을 보는듯한 경치에 누군들 반하지 않겠는가. 주세붕은「유청량산록」에서 청량산의 아름다운 기품을 자세히 적었으며, 퇴계 이황은 자랑스레 청량산 주인임을 내세웠다. 특히 청량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았던 퇴계는 어릴 적 숙부에게 학문을 배우기 위해 집에서 청량산으로 이어지는 강변길을 거닐며 청량산과 낙동강이 빚은 자연의 조화를 즐겼다. 퇴계는 나중에 스스로 호를 ‘청량산인’이라 짓고 이 산에 머물며 후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청량산 봉우리들은 흔히 육육봉(六六峯)이라 불린다. 이는 빼어난 아름다움을 내세우는 열두 봉우리를 말한다. 이와 더불어 조망 좋은 12대(臺)도 청량산의 아름다움을 잘 설명한다. 청량산에는 12봉 12대와 잘 어울리는 절집이 깃들어 있다. ‘구름으로 산문을 지은 청정도량’청량사(淸凉寺)다. 연꽃 같은 청량산 바위봉우리들 한가운데 자리 잡은 청량사는 이보다 완벽할 수 없을 정도로 산과 절
▲ 안동호반 자연휴양림
집이 조화롭다. 청량사에서 응진전으로 넘어가는 길목, 곧 외청량과 내청량을 연결하는 어풍대(御風臺)는 청량사 감상의 최적지. 여기에 서면 ‘산은 연꽃이요, 절터는 꽃술’이라는 사실을 저절로 깨달을 수 있다. 청량산에는 신라시대 석학, 명필의 묵향도 그윽하다. 어풍대를 뒤로하면 최치원이 마시고 머리가 맑아졌다는 총명수(聰明水)를 만난다. 과거를 준비하는 선비는 물론 많은 이들이 찾아와 마셨다는 전설의 석간수다. 곧이어 만나는 김생굴은 신라 명필 김생이 글씨를 공부했다는 석굴이다. 10년을 기약하고 이곳에서 글공부하던 김생이 9년 만에 하산하려 하자 그의 부족함을 일깨워줘 10년을 채워 공부하게 하였다는 청량봉녀의 전설이 전해진다. 이곳에서 공부해 입신의 경지에 도달한 김생의 필법은 청량산 바위봉우리를 닮았다 전한다.
☞ 문의전화: 054-840-8265, 위치: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퇴계로 2189
☞ 명소: 도산서원
안동호반 자연휴양림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도산서원은 조선 최고의 성리학자로 추앙받는 퇴계 이황(李滉ㆍ1501~1570)을 모신 서원이다. 원래 퇴계가 도산서당을 짓고 유생을 가르치며 학덕을 쌓던 곳으로, 퇴계가 세상을 뜨자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건립했다. 전교당에 걸린 ‘도산서원’ 현판 글씨는 1575년(선조 8) 조선 최고의 명필 한석봉이 임금 앞에서 쓴 것이라 한다. 서원 안에는 4,000권이 넘는 장서와 장판(藏板) 및 퇴계의 유품이 남아 있다.

미숭산 자연휴양림
 - 대가야 숨결을 느끼며 휴식에 빠져드는 곳

▲ 미숭산 자연휴양림
미숭산은 경북 고령과 경남 합천의 경계에 있다. 북서쪽의 문수봉, 동쪽의 주산과 이어져 있는데 원래 이름은 상원산이라 불렸다. 고려 말 정몽주의 문인인 안동장군 이미숭은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에 맞서 군사를 모으고 이 산에 성을 쌓아 멸망한 고려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러나 이미 모든 권력을 손에 쥔 이성계에게 이길 수 없었고, 끝까지 항전하며 고려를 살리려 했던 장군은 결국 이곳에서 순절했다고 한다. 그 후 사람들은 이미숭 장군의 고결한 뜻을 기리기 위해 이미숭 장군의 이름을 따서 미숭산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500년을 이어온 대가야 왕들의 무덤이 줄지어 선 주산에서 조선 건국 역사의 희생양이 된 이미숭 장군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미숭산까지 2,000년의 역사가 담긴 산자락에 미숭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휴양림은 2009년 산림청으로부터 자연휴양림으로 지정 고시를 받아 435.8ha의 대지에 관리사무소를 비롯해 숲 속의 집과 황토집, 산림문화휴양관, 숲 속 화장실, 다목적 운동장 등을 갖추고 2012년 11월 완공됐다. 휴양림 입구로 들어서면 정면으로 관리사무소와 숲 속 화장실이 있다. 유아 수유실과 유아 변기, 비데 등을 갖춘 숲 속 화장실은 숲 속 배경이 내려다보이는 개방형 구조로 되어 있다. 관리사무소 옆의 사방댐은 미숭산 산신골에서 흘러내린 깨끗한 물을 채워 야외 물놀이장으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다리 하나를 지나면 양쪽으로 황토집과 숲 속의 집이 나뉘어 있다. 각각의 집들은 모두 접은 평상이 놓여 있어 휴식을 취
▲ 미숭산 자연휴양림
하기 좋고 야외식탁과 바비큐 시설이 갖춰져 있다. 숙박시설들은 모두 규모가 크다. 가장 작은 황토집의 경우 8인실이며 산림문화휴양관 10인실, 숲 속의 집 15인실로 두세 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해도 될 정도다. 홈페이지에 등록된 휴양림 미리보기 기능을 이용하면 휴양림의 외관을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숙박시설 내부까지 꼼꼼히 살펴볼 수 있어 예약 전 원하는 방을 선택하기 한결 수월하다. 다리를 건너 돌계단에 올라서면 왼쪽으로 족구 등을 할 수 있는 작은 운동장이 갖춰져 있고 정면에는 산림문화휴양관이 자리하고 있다. 산림문화휴양관에는 프로젝트와 방송시설을 갖춘 대규모 세미나실을 비롯해 10 규모의 숙소 3동도 갖추고 있다. 휴양관 왼쪽에는 자작나무숲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휴양관 위쪽 임도를 따라 조금만 가면 대가야고령생태숲이 조성되어 있다. 데크 위를 걸으며 나무의 여러 특성을 관찰 학습할 수 있는 교육체험원, 숲 속을 걸으며 새소리와 달콤한 꽃향기를 느끼는 소리향기원, 소나무 군락지를 이용해 치유 및 편안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숲테라피원 등 총 6개의 테마를 갖춘 공간이 있다. 미숭산 일대 약 50ha의 넓은 산림에는 200종이 넘는 식물군이 자라고 있으며 멸종위기 식물인 세뿔투구꽃도 자라고 있을 정도로 자연환경이 좋은 곳이다. 휴양림에서 약 20분 거리로 산책을 겸해 다녀오는 것도 좋다. 매주 토요일에는 숲체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오감체험, 목공예 만들기 등을 산림문화휴양관과 생태숲 일원에서 진행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미숭산
- 고대 가야로 돌아가는 시간여행

▲ 미숭산 자연휴양림
미숭산 산행은 고령 읍내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대가야박물관에서 시작한다. 입구를 지나 대가야왕릉전시관으로 올라서면 전시관 왼쪽에 ‘주산정상’이라는 안내판과 계단이 나 있다. 미숭산까지는 테마길로 대가야 시대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능선으로 올라서자 가야국 왕과 귀족들의 무덤이 산등성이를 따라 늘어서 있다. 이곳 지산동고분군은 주산의 동남쪽 능선을 따라 700여 기가 분포되어 있다. 2,000년의 세월을 지낸 탓인지 무덤들은 그냥 원래의 지형처럼 주변 환경에 그대로 녹아 있다. 산책을 나온 듯 무덤 곁을 무덤덤하게 지나는 지역 주민들과 달리 크고 작은 무덤들 사이를 걷다 보니 고대 가야의 시간 속으로 빠진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죽은 왕을 위해 산 사람과 동물들을 함께 매장한 순장묘를 지날 때면 억울한 죽임을 당해야 했던 사람들의 원혼이 무덤 곁을 떠도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잘 정비된 고분들 사이를 빠져나오면 첫 번째 갈림길이다. 왼쪽 주산 정상 방향을 따른다. 나무계단을 따라 산등성이로
▲ 미숭산 자연휴양림
올라서면 길은 주산을 크게 우회해 돌아가게 된다. 30~40년 전만 해도 주산은 헐벗은 모습으로 삭막하기 그지없었으나 박정희 정권 시절 불법 남벌을 금지하며 숲이 살아났다. 정상 갈림길에서 돌아와 미숭산을 향한다. 이 길은 대가야가 멸망하고 갈 곳 잃은 가야국 백성들이 눈물을 삼키며 피난 가던 한이 서린 길이다. 다행히 길은 유순하다. 나라를 뺏긴 마당에 도망치는 길이라도 편했으면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고령군에서 설치한 샘터를 지나 30분 걸으니 넓은 주차장이다. 중화임도와 지산임도가 만나는 이곳에는 간이화장실과 약수터가 있고 조망이 시원하게 트였다. 청금정으로 오르는 길에서는 대가야를 그리워하며 가야금을 뜯는 우륵의 소리를 느낄 수 있다. 천금정 아래에는 대가야 가실왕의 명을 받들어 가야금을 만들어 연주하던 정정골 마을이 있었다. 그곳에서 연주하는 음악 소리가 울렸다고 한다. 깔끔하게 단장된 팔각정 건물이 정상에서 손님을 맞는다. 사방으로 뻥 뚫린 청금정에 올라서면 미숭산까지 이어진 거대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고령 읍내의 모습도 어렴풋이 조망된다. 청금정에서 천제단까지
▲ 미숭산 자연휴양림
는 ‘불귀의 길’ 구간이다. 잃어버린 대가야를 다시 찾을 수 없는 애절함이 서린 길, 가야인들은 이 길을 걸으며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천제단, 지금은 그저 쓸쓸히 비석 하나만 삐딱하게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천제단을 지나며 길은 가팔라진다. 미숭산 정상 부근에는 이미숭 장군이 고려의 재건을 위해 끝까지 저항했다는 산성터가 있다. 성내에는 갑옷과 칼을 묻었다는 갑검릉, 말을 달리던 주마대, 개성을 바라보던 자리라는 망향대 등 장군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다고 한다. 정상의 조망은 시원하다. 산불감시초소 너머로 가야산 칠불봉과 우두봉이 희미하게 모습을 보이고 있고 왼쪽으로는 오도산도 어렴풋하다. 짙게 깔린 운무가 약간 아쉽다. 지금까지 고령 대가야의 흔적을 따라 미숭산까지 왔지만 실제 미숭산 정상은 행정구역상 합천군에 속해 있다. 새롭게 세운 정상석 뒤에는 산 정상이 합천임을 알리기 위한 듯 주소까지 새겨놓았다. 나대치로 내려서면 시멘트 임도를 만난다. 고령의 신리와 합천의 나개리를 잇는 나대치는 옛날 대가야와 신라의 팽팽한 대치가 있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긴장감을 느낄 수 없고 한적하게 들꽃들이 바람에 나부낄 뿐이다. 나대치에서 15분만 내려서면 생태숲에 닿고 이곳에서 다시 10분이면 미숭산 자연휴양림이다.
☞ 문의전화: 054-956-6226, 위치: 경상북도 고령군 고령읍 낫질로 672-99
☞ 명소: 대가야박물관
2005년 4월 문을 연 대가야박물관은 1977~1978년 이뤄진 지산리 고분 발굴작업을 통해 드러난 대가야의 찬란한 문화를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건립됐다. 대가야박물관은 왕릉전시관, 대가야역사관, 우륵박물관 등 3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왕릉전시관은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대규모 순장무덤인 지산동고분군 제44호분의 내부를 원래의 모습대로 재현하고 있다. 우륵박물관은 두 곳과 조금 떨어져 잇는데 가야금을 악성 우륵과 관련된 자료를 전시하여 우륵과 가야금의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화원 자연휴양림
- 도시에서 자연을 만나는 곳

▲ 화원 자연휴양림
자동차와 매연과 소음, 빽빽한 고층건물들 사이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조용하고 맑은 공기, 편안하게 일주일의 피로를 풀어줄 가벼운 일탈일 것이다. 그 일탈을 도와줄 상대가 가까운 곳에 있다. 바로 맑은 물과 아름다운 산을 품은 화원 자연휴양림이다. 이 자연휴양림은 주5일 근무제의 정착으로 늘어나는 여가의 적절한 사용을 도모할 목적으로 2010년 7월 개장됐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화원휴양림길 126 일원에 72ha 규모로 조성된 자연휴양림은 시민들이 언제라도 부담 없이 산림휴양을 즐길 수 있는 도심근교의 대표적인 휴식처다. 입구로 들어서면 정면에 관리사무소가 있고, 왼쪽에는 유아용 물놀이장이 앙증맞게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그 아래 계곡은 계단식으로 조성된 물놀이장이다. 용문사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을 이용해 물놀이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휴양림 입구 쪽에 유아용 물놀이장 1개소를 비롯해 4개, 위쪽 숲 속의 집 옆으로 3개가 더 있다. 이 계곡물은 휴양림의 수도시설에도 사용하고 있는데, 식수로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계곡 옆으로는 20개 남짓의 나무식탁과 평상이 모여 있다. 따로 야영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많은 시설을 갖춘 이유는 휴양림 이용자 이외에 일반 시민들도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곳 휴양림은 입장료나 주차료를 받지 않고 계곡과 부대시설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단, 옷을 갈아입거나 샤워를 할 수 있는 시설이 갖
▲ 화원 자연휴양림
추어져 있지 않으며 취사, 야영은 금지다. 관리사무소 위쪽에는 3층 규모의 산림문화휴양관이 서 있다. 1층은 숲체험 참가자들의 활동사진과 직접 만든 조형물이 전시된 공간, 휴게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2층과 3층은 숙박시설로 5~8인용 8개의 객실을 운용한다. 조금 더 올라서면 대형 주차장이다. 총 92대의 주차공간이 있지만 여름 성수기에는 이마저도 좁다고 느껴질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는다. 주차장 맞은편에는 평상형 데크가 설치되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더 올라서면 숲 속의 집이다. 작은 것이 13인용(50㎡), 큰 것은 18인용(68㎡)으로 다른 곳과 달리 이곳 휴양림 숲 속의 집은 규모가 꽤 큰 편이다. 그래서 여러 가족이 같이 어울려 이곳을 찾는 경우가 많다. 숲 속의 집 옆으로는 작은 토끼사육장이 있다. 성수기가 지난 휴양림에 낯선 손님의 방문이 신기한 듯 밥 먹던 것도 잊고 다가와 유심히 쳐다보는 것이 귀엽다. 숲 속의 집 오른쪽으로 3개의 물놀이장이 더 있다. 물놀이장 위쪽에는 거대한 반석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용문폭포가 위치하는데, 폭포를 미끄럼틀 삼아 물놀이를 즐기거나 계곡을 따라 트레킹을 즐길 수도 있다. 계곡물놀이장 옆으로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 전망대나 정자에 올라서면 대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 중턱에는 삼림욕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평상과 데크, 삼림욕대, 야외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휴양림에서는 자체적으로 숲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숲해설 프로그램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바람의 숲’, ‘치유의 숲’, ‘소리의 숲’ 등의 테마를 통해 자연과 더욱 가깝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삼필봉
- 대구 시가지와 낙동강을 조망하며 걷는 길

▲ 화원 자연휴양림
월광수변공원을 들머리로 하는 삼필봉 산행은 공원이 끝나는 제일 안쪽 월광교를 건너며 시작한다. 다리를 건너 정면으로 난 작은 오솔길로 들어서면 등산표지판에서 길이 갈라진다. 양쪽 모두 삼필봉 능선으로 향하는 길이지만 그중 조금 더 잘 닦인 오른쪽 길을 선택한다. 양지바른 둔덕에 무덤 4기를 만나고, 금세 소나무 울창한 숲길로 들어선다. 길은 어느새 나무계단으로 바뀌고 15분 만에 삼필봉 능선에 합류한다. 대곡초등학교에서 올라서는 길과 만나면서 북서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곤 바늘틈 조차 없이 빽빽이 들어찬 숲밖에 없다. 못 볼 것이라도 본 것 마냥 서둘러 자리를 뜬다. 도심 근교의 산이라 그런지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을 오른다. 가벼운 옷차림에 물통 하나만 들고 오르는 모습이 꽤 자연스럽다. 체력단련장이라고 만들어 놓은 기구들에 눈길이 간다. 나무토막 두 개에 작대기 하나를 끼워 만든 역기, 나무와 나무에 교묘히 걸쳐놓은 목봉, 얼키설키 엮어놓은 나무 평상 등 어설픈 솜씨지만 정감이 가는 체력단련장이다. 삼필봉은 붓이 없어 글을 쓰지 못하던 가난한 선비가 멀리서 보니 세 개의 봉우리가 붓같이 보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삼필봉을 뜻하는 세 개의 봉우리 중 상봉을 용상등이라 부르는데 용 3마리가 이곳에 올라와 서로 빨리 하늘로 승천하려다 3마리 모두 승천하지 못하고 떨어졌는데 이 모습이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한다. 이곳에 올라서면 대구 시내를 크게 휘돌아 남쪽으로 흘러가는 낙동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삼필봉에서 15분 정도 능선을 따라 걸으면 전망데크다. 도원지 너머 앞산과 청룡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섰고, 아파트 숲 사이로 솟아오른 와룡산과 학산공원, 두류공원이 조망된다. 20분 더 걸으면 청룡산, 비슬산, 도원지로 갈라지는 사거리를 만난다. 이전과 달리 이곳부터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다. 가파른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이 길은 유순하다. 짙은 나무그늘을 비집고 들어온 따가운 햇볕도 그만 힘을 잃고 한없이 부드럽다. 산책하듯 걷다 보니 이내 마비정 갈림길이다. 노부부 한 쌍이 길 한쪽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찾는다는 그들은 이 산의 매력을 편안하고 시원한 숲길이라고 말한다. 갈림길에서 10분을 걸으니 작은 샘터다. 전날 비가 온 덕분에 수량은 넉넉해 보이지만 물맛은 그저 그렇다. 봉우리 하나를 넘어 한참을 내려서자 용문사 갈림길이다. 화원 자연휴양림 최상단에 용문사가 맞닿아 있으니 이곳으로 내려서도 되지만 조금 더 걷기로 한다. 20분 더 걸으면 또 다른 용문사 표지판을 만난다. 표지판 아래 바위에 닭지만당산(690m)라 표기되어 있는데 이름의 유래는 알 길이 없다. 용문사 표지판을 따라 비슬산종주 등산로에서 갈라져 서쪽 능선을 따른다. 닭지만당산에서 30분을 걸으면 용문삼거리다. 화원 자연휴양림까지 2.4km 나았다는 표지판을 만나는데, 이곳부터는 공룡알 같은 둥근 바위부터 개선문을 연상케 하는 석문바위까지 다양한 바위를 만날 수 있다. 조망도 트여 대구 시가지는 물론 비슬산의 모습은 또렷이 감상할 수 있다.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길은 여러 갈래다. 첫 번째 갈림길로 내려서면 용문사 계곡을 통해 계곡 트래킹을 즐길 수 있고, 두 번째 갈림길로 내려서면 삼림욕장으로 내려설 수도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 문의전화: 053-668-5326, 위치: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화원휴양림길 126
☞ 명소: 마비정 벽화마을
35가구의 담장에 그려진 꽃과 나무, 동물, 장승, 옛날 농기계 등 향토적인 벽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마을이다. 이곳은 연리목과 연리지 사랑나무, 수령 60년의 옻나무, 사랑나무로 알려진 수령 100년의 돌배나무, 장수 거북바위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마비정은 옛날 어떤 장군이 마을 앞산에 올라서서 건너편 산에 있는 바위를 향해 활을 쏘고 말에게 화살보다 늦게 가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말은 죽을힘을 다해 달렸지만 결국 화살보다 늦게 도착해 죽임을 당했는데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이 말을 불쌍히 여겨 ‘마비정’이라는 정자를 세워 추모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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