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관련 16개 단체, 실적공사비제도 탄원서 제출

[울산=시사뉴스피플] 박용준 기자

대한설비건설협회가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989년 대한설비공사협회가 창립하기 이전에는 전문건설업 내의 일개 업종 협의회에 지나지 않았지만, 1996년 자체 공제조합이 창립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등록업체수도 6,600여개다. 공사실적도 15조원이 넘는 등 국내 경제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는 직격탄을 맞았다. 공사물량 급감은 생존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덩달아 업체 수는 증가해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최저가낙찰체와 표준품셈 하락, 실적공사비 적용 등으로 한숨만 깊어지는 형국이다. 대한설비건설협회 차원에서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적정공사비 확보와 품셈하락 최소화, 실적공사비제도 폐지, 관급자재 축소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적공사비 폐지해야

 
"건설경기 장기침체로 공사물량이 급감하지만 건설업체는 계속 늘고 있다. 또한 원가는 빡빡해지고 불공정 거래관행에 출혈경쟁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우선 과제로 적정공사비가 확보돼야 한다. "대한설비건설협회 울산경남도회 김원열 회장(무경설비(주) 대표이사)의 안타까운 외침이다. 이에 대한설비건설협회는 공공공사 예정가격 결정의 기준인 표준품셈의 하락을 막고 실적공사비제도 폐지를 위해 두팔을 걷었다. 협회는 우선 품셈 개정을 관리하고 있는 국토부와 건설기술연구원에 적극 건의하여 품셈 하락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고 있다. 또한 관련협회와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설비건설협회와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관련 16개 단체가 실적공사비제도의 폐지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정부기관, 정치권에 제출하기도 했다. 사실 다소 늦은감이 있는 행동이다. 지난 2004년 도입된 실적공사비제도는 70~80%의 낙찰률을 기준으로 지속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으로 인해, 공종별 단가가 시장가격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는 등 이미 제도 도입취지를 상실한지 오래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실제 조사결과에서도 공사비와 노임 등 건설공사 관련 물가지수가 지난 10년새 50~60% 이상 상승한 동안, 공종별 실적공사비(평균)는 단 1.5% 오르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실적공사비로 인한 낮은 공사비는 원가관리에만 집중한 나머지 품질 및 안전 확보에도 문제점으로 노출되고 있다. 또한 부족한 공사비탓에 건전한 기업의 수주가 제한되고 부실기업의 수주나 손실을 피하려는 불법, 편법행위 등도 초래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하도급자와 자재·장비업자 및 건설근로자에게 피해가 전가돼 사회취약계층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들 단체는 탄원서에서 "예산절감이라는 명분하에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제도를 도입해 결국 공사비를 삭감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곧 건설업계의 경영난을 가져오고 있다. 조속히 폐지해 제값주고 제대로 시행하는 풍토를 조성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도급의 현실을 감안한 행정 필요
지역 전문건설사들의 경영개선을 위해 대한설비건설협회는 2008년 폐지된 건설현장의 '시공참여자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사실 현행 건설현장의 운영 구조상 전문건설사들의 슬림화된 효율적 운영을 위해 이 제도는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실제 시공참여자제도 폐지 후 영세한 업체의 경우는 현장의 모든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할 수 없어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또한 일용근로자의 관리책임도 늘어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경영악화로 수주를 포기한 공사에 영세 업체가 몰려 또 다른 출혈경쟁도 야기시키고, 불법 하도급 분쟁의 주된 이유로 떠오르는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중소기업 발전을 위해 종합공사의 예정가격 20억 이상(전문공사는 3억원) 공사 중 3000만원 이상의 자재는 관급자재로 지급되도록 의무화하도록 했다. 공사용자재 직접구매 품목은 현재 123개 품목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관급자재는 관리책임의무가 시공사에게 있어 현장 내 보관과 운반 등으로 인해 시공업체들의 자재 관리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자재 구매 및 시공책임 관계의 불투명으로 하자 발생 시 하자보수 지연은 물론 소비자까지 피해를 낳게 된다. 협회는 "시공업자는 고품질의 자재를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시공과 사후 품질까지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제도 시행은 중소기업인 전문건설업의 책임시공을 제한하는 경우다"며 설비 관급자재가 축소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되기를 바랐다. 덧붙여 "하도급으로 공사에 참여하는 업계의 현실을 감안해, 입찰금액과 무관하게 별도로 지급하는 보험료 시스템 구축과 사업주가 아닌 현장별로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 고용주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리발주 확대의 필요성
여러 상황이 설비건설업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지만 희망은 있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 조직 스스로 소통과 혁신이 연동하면 관행과 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고 공표했다. 25년의 역사를 뒷받침하듯, 그동안 회원사들의 협력으로 기계설비의 위상강화는 이뤄졌고, 강한 협회로 성장해왔다.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 해외시장 개척 및 활성화에 대한 대책도 세웠다. 또한 숙원사업이었던 기계설비공사의 분리발주에 대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분리발주는 발주자가 종합건설사를 거치지 않고 실제 시공을 하는 전문건설업체에 공종별로 분리해 발주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노력 끝에 1월 1일부터 분리발주 활성화 조문이 포함된 국가계약법 시행령이 시행했다. 사실 분리발주는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품질향상과 투명한 공사비 지출 등으로 인해 이미 실행하고 있다. 대한설비건설협회 관계자는 "법령에 의해 기계설비공사와 같이 설계서가 별도로 작성되는 전문공사의 경우 발주기관이 분리발주를 직접 검토하도록 해 해당공사의 분리발주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주계약자 공동도급 공사금액은 국가공사의 경우 300억원 이상 최저가에, 지방공사는 2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으로 제한되어 있어, 발주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고 있는 모순점이 있다. 이에 협회 측은 "시·도회와 연계하여 주계약자 대상금액의 범위 확대 및 공기업에서의 주계약자 공동도급 확대 발주와 정착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의 효과 및 도입방향'을 살펴보면, 2011년 기준 46조 9천321억 원에 이르는 공공공사 중 20%만 분리발주해도 4천693억 원의 예산을 절감하고 4천198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만 6천48명의 고용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공공공사의 분리발주 확대 및 법제화를 위해 일정규모 이상의 공공공사에서 전문공사 분리발주를 의무화하는 입법안을 준비 중에 있다.

눈부신 사회공헌활동

 
대한설비건설협회를 조직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단체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국익을 대변하며 여러 사회공헌활동으로 따뜻한 세상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최근에는 전국민들의 심금을 울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대한설비건설협회 회장과 시·도회장, 임원, 서울시회 대표회원,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임직원 등 50여명의 기계설비건설업계 대표들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조문했다. 여기에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협회와 조합에서 모은 성금 5,000만원을 기탁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각 시·도회에서도 자체적으로 매년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경기도회의 경우는 지역내 결손가정과 외국인 근로자의 자녀 등 소외되고 방치된 이들을 위한 지역봉사단체인 '3사랑밥터'를 후원하고 있으며, 울산경남도회도 창원교육지원청에 저소득층자녀돕기 성금을 기탁하는 등 지역 내 각 대학 장학금 지급과 결식아동돕기 등에 따뜻한 손길을 보내는 등 각 시·도회의 무한한 지역사랑은 연일 찬사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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