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막 오른 진보 교육감 시대, 혁신교육 이루어지나
지난 6ㆍ4 지방선거에서 여야 모두 뚜렷한 승패를 보지 못한 가운데 관심은 한곳에 쏠렸다. 바로 교육감이다. 지난 2010년에 이어 두 번째 직선제로 치러진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승리자는 진보 진영이었다. 특히 부산에서는 첫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탄생하기도 했다. 서울시 조희연 당선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진보 성향을 지닌 후보들이 당선되면서 17개 시ㆍ도에서 치러진 교육감 선거는 ‘13 대 4’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끝났다. 사실 평소라면 국민들의 관심은 정치 선거인 시장이나 도지사, 군수 등에 더 집중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의 관심은 ‘정치적 심판’보다는 제대로 된 교육을 향한 열망으로 모인 듯하다.
17곳 중 13곳 진보… 압도적 승리

직선제 폐지? 다급해진 보수
지난 선거 이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는 교육감 직선제를 이른바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며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교총 안양옥 회장은 지난 6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2010년과 올해 교육감 직선제에서 나타난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이를 무시하고 직선제를 무작정 시행하면 학교 현장이나 구성원 모두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져버릴 위험이 있다”고 경계했다. 특히 “투표에 의해 권력이 생긴 교육감이 자신의 이념대로 여러 가지 실험적 교육 정책을 강조하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학교 현장으로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우동기 대구교육감 역시 “교육감에게는 실질적으로 자치권한도 없다”며 “직선제는 장점도 많지만 유권자의 무관심과 막대한 선거비용, 정당이라는 배경 없는 개인의 한계 등과 같은 문제가 있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은 “교육감이나 교육의원 모두 임명제와 간선제, 직선제를 모두 경험한 바 있다”며 “그중 가장 현실적으로 타당한 제도가 교육감 직선제”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교총이 오직 직선제라는 이유만으로 교육감 선거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그 이전에 주장했던 교육의원 제도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광주교육감 장휘국 당선인 역시 지난달 12일 “축구경기에 지고 나서 앞으로 축구하지 말자는 얘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비판하며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함께 변화하고 발전해온 교육감 선출제도를 이제 와서 폐지하자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날 ‘교육감 당선인 상견례 및 기자회견’에 참석한 진보교육감 당선인 5명은 시국선언 교사 징계에도 반대하고 나섰다. 충북교육감 김병우 당선인은 “시국선언 교사 징계는 헌법적 권리와 실정법 위반 사이에서 법적 논란이 있는 문제”라며 “사법적 판단 전에 행정조치를 서두르는 일은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휘국 당선인 역시 “(교사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사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며 “징계는 지나치다”고 우려했다. 한편, 나머지 보수 성향인 교육감 당선인들은 직선제 폐지에 대해 대구 우동기 교육감과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경북 이영우 교육감 당선인은 “정치권과 일부 단체에서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계를 분열시켜 교육현장에 피해를 야기한다며 임명제로 전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의 중립성을 유지하고 국민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만약 현행 직선제에 문제점이 있다면 보완하면 된다”면서 “교육감 후보자를 유권자들에게 알릴 수 있게 선거 기간을 더 늘리고 잡지, 방송, 신문, SNS 등의 경비를 확대하는 개선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 김복만 교육감 당선인 또한 “부족한 점을 보완하더라도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사실상 중립을 선언했던 대전 설동호 교육감 당선인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도입한 교육감 직선제를 다시 정치적인 이유로 폐지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주민들이 직접 교육행정의 책임자를 뽑는 것은 제도 차원을 넘어 그 자체로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이달 말 교육감 직선제를 임명제로 바꾸는 방안을 대통령에 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위는 “교육감 직선제를 통해서만 중립성이 확보되고 전문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며 “오히려 임명제가 교육감 인사와 예산을 철저하게 보장해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교육감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자치위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통합 방안 등 자치발전 과제를 논의해왔다. 하지만 교육계는 정치권이 이미 교육의원 선거마저 없앤 마당에 교육 자치마저 차지하려 든다며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현재 교육의원 선거는 제주에서만 이루어지며 나머지 지역은 폐지됐다. 해직교사 출신인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은 “2010년부터 8명의 서울시 교육의원이 영훈중 입시 비리, 혁신학교 문제, 학생인권조례 등 여러 교육 현안을 해결했는데 이번 지방선거에 당선된 106명의 서울시의원 가운데 초ㆍ중ㆍ고교 교육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우려했다. 2010년 서울시 교육의원 선거가 치러진 뒤 국회는 교육의원과 시의원을 통합하기로 한 바 있다.
진보 교육, 무엇이 다른가

기대와 우려 교차,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우리 사회 교육이 나아갈 방향
흔히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제대로 선다는 말이 있다. 교육감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장차 나라를 이끌어갈 미래 주역들인 학생들을 올바르게 이끄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연간 2조가 넘는 예산을 집행하고, 각종 인사권을 갖는다는 점을 굳이 따져보지 않더라도 교육감 자리는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역할과 의미를 지닌다. 본래 교육감 선거는 다른 정당이나 시장, 도지사, 의원 선거 등과 달리 투표용지에 당이 표시돼있지 않아 준비 없이 기표소에 들어간 유권자를 일부 당황하게도 만드는 선거였다. 교육감 선거가 따로 치러지는지 여부를 알지 못하는 유권자들도 있고, 과거에는 무조건 투표용지 순서가 특정 정당을 의미하는 순서라 생각해 본래 지지하는 성향과는 ‘다른’ 후보를 뽑고 울상을 짓는 웃지 못할 사례도 있었다. 그러한 교육감 선거에서 이번 유권자들은 확실하게 진보 진영의 손을 들어줬다. 단일화에서 오는 유리함을 논하기 이전에 왜 전국 각지에서 많게는 56%라는 지지율까지 기록하며 진보 진영이 승리했느냐는 이에 담긴 유권자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공동대표는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현상은 입시경쟁 교육을 강화하면서 사교육 고통을 가중시킨 보수 교육감들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자 세월호 참사 후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마음이 표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세월호 사건에 분노를 느낀 40대 엄마들을 일컫는 ‘앵그리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였다. 원래 40대 여성층은 60% 이상이 박근혜 정부에 지지를 표할 만큼 보수적인 층으로 통했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도 이들 다수는 여권에 표를 던졌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전혀 양상이 달랐다. 40대 유권자들의 60% 이상이 야권 후보에 표를 몰아줬고, 진보 교육감에 투표한 비율도 오히려 동년배 남성보다 높았다. 이 같은 ‘앵그리맘’들의 선택은 ‘왜’ 진보였을까. 직선제 폐지와 단일화 등 제도적인 핑곗거리만 찾고 있을 것이 아니라 ‘엄마(아빠)들은 왜 진보를 택했나’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지난달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 ‘40대 앵그리맘 좌담회’에 참석한 김미경(44) 씨는 “지금 전교조 교육감이니 이런 게 중요한 때가 아니지 않느냐”며 “우리 사회 1%라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다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 씨는 “두 딸들에게 안전한 선진국에 사는 사람과 결혼해보라는 말까지 하기도 했다”며 답답함을 내비쳤다. 현재 혁신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녀를 둔 김윤경(40) 씨는 “부모 부담 없이 다양한 체험 학습을 할 수 있고 친환경 급식에도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진보 지지 이유를 밝혔다. 역시 중학생 딸을 둔 홍명희(42) 씨는 “딸이 학교 토론수업을 준비해가면서 ‘가만히 있는 게 모범생은 아니다’라는 주제로 발제문을 준비한 걸 보고 느끼는 바가 많았다”며 “평소에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겠지’라고 생각하고 지나갔다면 이번 선거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홍 씨는 “정당이야 익숙한 쪽을 찍더라도 교육감은 아이들을 위해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3 자녀를 둔 최봉화(44) 씨 역시 “우리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심정으로 투표장에 나간 엄마들이 많을 것”이라며 “다만 당선된 교육감들이 좀 안정적으로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펼쳐 주었으면”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진보나 보수 할 것 없이 이번 교육감 선거가 주는 의미와 그 염원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