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2003년 미군 침공 이후 암묵적 합의에 따라 총리는 ‘시아파’ 아랍계, 국회의장은 ‘수니파’ 아랍계, 대통령은 ‘쿠르드계’가 각각 맡아 왔다. 하지만 이들 간에 내분이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각)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 수니파 거점 지역에서 수니파 반군 간 교전으로 12명이 사망했다. 희생자들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이끄는 바트당 잔당세력인 수니파 무장단체 대원들로, 급진 수니파 반군세력인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 시아파 정부를 전복시킨다는 목표 아래 손을 잡았던 수니파 반군들 사이에 이 같은 내전이 일어난 가운데 이라크 의회는 바로 다음날 새 국회의장을 선출하고 통합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수니파 vs 쿠르드족 vs 시아파’로 얽힌 이라크
현재 이라크 정부군은 모술, 티크리트, 바이지, 사마라 등지에서 반군과 대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군은 미국 군사고문단과 러시아, 이란의 병참 지원, 시아파 민병대의 도움을 받아 전열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이라크의 수니파 반군을 주도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는 지난 6월 이라크 북부 니네바 주도 모술을 장악한 이후 반정부 수니파 무장단체를 규합, 서부와 북부로 계속 남진하며 주요 도시를 점령했다. 정부군은 6월 말 대대적으로 티크리트 탈환 작전을 전개했으나 7월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가운데 바그다드에서 20㎞ 정도 떨어진 마다인 마을에서 두 차례 폭탄 테러가 발생해 친정부 민병대원 5명과 군인 4명 등 9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가까운 유시피야에서도 도로변 매설 폭탄이 터져 장교 2명을 포함한 군인 4명이 사망했다. IS는 터키 국경검문소와 연결된 시리아 북부 아인알아랍에서도 시리아 쿠르드족 무장단체인 ‘인민수비대(YPG)’와 격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IS 조직원 100여 명과 YPG 병사 16명의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 IS는 지난해부터 시리아 북부 텔아비야드, 카라블루스 등 터키 국경검문소 두 곳과 가까운 연결 지역을 장악했으며 아인알아랍만 차지하면 터키-시리아 접경지역의 대부분을 통솔하게 된다. 아인알아랍은 쿠르드어로 ‘코바니’라 불리는 지역으로, 주민 대다수가 쿠르드족이며 시리아 북부에서 자치정부 수립을 공포한 쿠르드족 중심 도시이다. IS는 이 같은 아인알아랍을 장악하기 위해 험비와 탱크, 중화기 등을 총동원해 공격을 가했으나 YPG의 거센 반격으로 인해 아인알아랍 장악에는 실패했다. 교전이 격화되자 터키 내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 조직원들이 국경을 넘어 YPG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신형 복역중인 PKK 지도자 압둘라 외잘란은 쿠르드족에게 YPG를 지원하라고 촉구했던 바 있다. 지난 1월 시리아 지역 쿠르드족을 대표하는 단체인 ‘민주동맹당(PYD)’은 아인알아랍과 아프린, 하사케 등 3개 도시를 아우르는 지역에 ‘과도적 민주정부’를 수립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지역은 쿠르드식 지명으로 ‘로자바’라 불린다. 중동 전문 매체인 ‘알모니터’는 IS가 이 같은 쿠르드족 자치정부를 무너뜨리고자 아인알아랍 지역을 장악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터키 당국은 IS가 장악한 지역과 연결된 국경검문소를 폐쇄했으나, IS는 이미 터키 접경지역을 자금원인 휘발유 밀수와 무기 밀반입 경로로 이용하고 있다. 한편, 이라크 정부군은 IS가 티크리트 공세에 나서자 해당 지역 방어를 강화했다. 아흐메드 압둘라 주부리 살라헤딘 주지사는 “이라크 정부군이 티크리트 해방을 위한 작전을 재개해 도시 남부 일부의 통제권을 다시 찾았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초 수니파 반군이 봉기한 이후 이라크 내전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각국에서는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통합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의회 측에 주장해왔다. 그러나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안팎에서 요구된 거센 퇴진 압력에도 3선 연임을 포기하지 않자 일부 시아파마저도 총리 퇴진 목소리가 거세지는 등 내부 대립이 이어졌다. 이라크는 지난 4월 30일 총선으로 의회를 구성했다. 이라크 헌법에 따르면 의회는 새 국회의장을 선출한 지 30일 내에 새 대통령을 뽑고, 대통령은 15일 안에 새 총리 선출을 포함한 새 정부를 구성을 요청해야 한다. 그동안 이라크는 관례적으로 각 정치 세력이 모두 의견 합의를 이룬 뒤 새 국회의장을 선출해왔다. 마흐디 알하페즈 임시의장은 지난달 15일 의회에서 살림 알주부리 의원이 전체 273표 가운데 194표를 얻어 새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고 공표했다. 다만 이 같은 선출이 차기 대통령과 총리에 관한 모든 정치권의 합의에 따른 결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라크, 3개 자치공화국으로 국가 분할?
이라크 주요 국경 지대 (출처: CNN)
수도까지 압박하고 있는 이라크 반군 세력은 이처럼 국경 통제권까지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분쟁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일부에서는 아예 3국으로 이라크를 나누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이라크에서 요르단과 시리아로 이어지는 소도시 및 국경 검문소 여섯 곳이 반군 세력 손아귀에 넘어갔다. 당시 이라크 정부는 서부 지역의 국경 통제권을 완전히 상실했다. 반군이 휩쓸고 지나간 도시마다 학살당한 시신들이 무더기로 발견됐고, 미국은 이를 보다 못해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통합정부 구성을 꾸준히 의회 측에 요구했다. 또 다른 국가들은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으로 나눠진 세력을 아예 각기 자치공화국으로 나눠 이라크를 연방국으로 만들자는 방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분할론은 서방이 식민통치를 하는 과정에서 종파 갈등을 부추겨 온 데 대한 책임 회피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한편, 터키 일간지 ‘자만’은 터키 시민 2천66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업체 메트로폴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70%가 IS를 ‘테러 조직’이라고 여겼으며, 11%만이 반군이라 생각한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 이슬람 무장세력이 터키에 테러 공격을 가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절반이 ‘우려한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IS는 터키 국경 인근에서 시리아 북부 아인알아랍을 공격했다. 터키는 시리아와 국경을 910㎞ 맞대고 있는 국가로 각국 지하디스트는 터키 국경을 넘어 IS에 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라크를 내전으로 내몰고 있는 IS(구 ISIL)는 이라크 제2도시인 모술을 장악한 뒤 국경지역 주요 거점을 장악하며 이라크와 시리아를 아우르는 수니파 국가 건설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들은 옛 화학무기 공장을 지키는 정부 세력을 공격해 시설을 통제하고 무기를 빼앗는 등 공세에 나섰다. 무함마드 알리 알하킴 유엔주재 이라크 대사는 지난달 30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이라크 정부의 치안 상황 악화로 화학무기 파괴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점을 유엔 회원국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며 “상황이 개선돼 이라크가 시설 통제권을 되찾을 시 화학무기 폐쇄 임무를 다시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며 AP 통신은 전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공장은 치명적 신경가스로 알려진 사린가스가 채워진 2천5백 대의 로켓과 180톤에 이르는 사이안화 나트륨, 신경작용제 타분 가스 등이 보관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겨자 가스로 오염된 155㎜ 포탄 2천 발이 보관되어 있으며 이들 포탄이 지닌 독성은 여전히 강하다고 유엔은 전했다.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시리아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관련 국가들이 개별적으로라도 무기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터키 내 보고서에 의하면 IS는 이라크 정부 외에도 터키를 비롯한 이란, 레바논, 요르단, 쿠웨이트, 사우디 아라비아 등 다른 인접국에서도 전투 차량 등을 훔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중에서도 차량 1천8백여 대를 도난당한 터키의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과 EU, 세계 테러 대비 ‘비상’ IS의 공세가 높아지자 미국 정부는 이라크 정부에 대한 군사지원을 강화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이라크 서부로 탄약과 소형무기 등을 충분히 공급할 것이라 약속했고, 존 케리 국무장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언제라도 IS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며 페르시아만에 대기중인 자국 항공모함의 존재를 상기시켰다. 또한 유럽연합(EU) 역시 미국과 함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의한 테러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대비에 나섰다. 무장단체에 가담한 자국민이 시리아 등지에서 극단주의 사상 및 테러기술을 익힌 뒤 귀국하여 테러를 저지르는 사태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7개 EU 회원국들은 지난달 7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회의에서 자국민 테러에 대응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실행계획에 합의했다. 이들 국가는 이슬람 무장단체에 참여하려는 유럽인의 신원을 밝혀내 EU 회원국 전체에 알리고 공유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신원 파악 후 그들의 출국 자체를 차단하고 귀국하더라도 추적 및 체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회원국끼리 협조하기로 했다. EU 길레스 데케르호프 대테러조정관은 “이라크의 최근 상황에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며 “이슬람국가를 설립하고자 하는 그들의 목표는 ‘지하드 전사’가 되고 싶어하는 유럽인들을 잠재적으로 유인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에릭 홀더 법무장관도 미국과 유럽의 대테러 협력을 강조하며 “시리아에서 돌아온 자국민에 의한 테러는 전 세계적 해법이 필요한 문제”라고 전제하고 “유럽국가들은 미국의 대테러 수사법과 테러방지법을 통해 그 같은 해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민 테러를 막기 위해 수위 높은 대테러법안 개정안을 내각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의심될 경우 미성년자라도 해외여행을 6개월로 제한하고 임시로 여권을 압수하거나 무효화하는 권한을 정부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시리아 무장단체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자 2만3천 명 가운데 7천여 명 정도가 외국인인 사실을 파악했다. 영국에서는 시리아 테러단체에 2만 유로를 몰래 제공하려 한 혐의로 체포된 20대 영국인 여성의 재판이 열리기도 했다. 런던 올드베일리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두한 해당 여성은 지난 1월 시리아에서 무장단체 활동을 하는 지인의 부탁으로 속옷 안에 돈을 숨기고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인터넷을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와 접촉해 시리아에서 8개월을 보낸 뒤 지난 1월 귀국길에 올랐던 20대 영국인 남성 2명도 영국 공항에서 체포돼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전쟁고아, 소년병 신세’로 전락하는 아이들 전쟁은 사상자뿐 아니라 원하지 않아도 전쟁터로 나가 싸움을 강요받도록 하는 ‘소년병’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중고등학생 2만7천여 명이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한 기록이 있다.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조차 모르고 전투에 투입되는 이들은 같은 세력 내에서도 상위 계급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거나 굶주림에 허덕이기도 한다. 이 같은 비극이 지금도 이라크, 시리아를 비롯한 국가들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유엔은 18세 미만 소년병 모집을 국제법으로 금하고 있으나, 현재 전 세계 소년명은 25만~30만 명에 이르는 현실이다. 16세 시리아 소년 마제드는 미국 국무부가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지정한 이슬람 과격단체 ‘누스라 프런트’에서 정부군과 싸워야만 했다. 고향 마을에서 이따금 친구들과 함께 놀아주던 반군 소속 단체들이 ‘반군’인지조차 몰랐던 이 소년은 그렇게 ‘아저씨’라 따르며 그들에게 코란(경전)을 배우고, 무기를 배우고, 사탕을 타기 위해 총 쏘는 연습에 함께 참가했다. 마제드처럼 자연스럽게 반군단체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군에 의해 납치돼 소년병이 되거나, 혹은 가난으로 먹을 것이 없어 직접 찾아오는 아이들도 있다. 현재 마제드는 반군 세력으로부터 도망쳐 인권감시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해왔다. 소년의 입을 통해서 직접 듣는 전쟁의 참상은 생각보다 끔찍했다. 나이가 어리다는 사실과 상관없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소년은 자신 말고도 많은 소년병들이 “저격수로, 자살 폭탄 테러요원으로, 정보원 등으로 전쟁터에 나간다”고 이야기한다. 여자 아이들의 경우는 더 끔찍하다. 성 노예로 내몰리는 소녀들을 보호할 장치는 어디에도 없다. 성 노예로 지내다 임신을 해서 내쫓기거나 탈출하더라도 가족이나 마을은 그들을 받아주지 않는다. 대부분 18세가 되기 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시리아 모니터 그룹인 ‘바이얼레이션스 다큐멘팅 센터’에 따르면 2011년 9월부터 2014년 6월 현재까지 시리아에서 죽은 소년병은 194명에 이른다. 2016년까지 ‘지구상에 소년병이 사라지게 하겠다’는 유엔의 목표가 무색해지는 현실이다. 이 같은 유혈 사태가 지속되면서 부모를 잃는 아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 CNN은 “폭력의 도시 바그다드 중심이 부모를 잃은 아이들로 넘쳐난다”며 “아이들 부모는 폭탄과 총격, 심지어 자살폭탄으로 사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내에 정확히 고아가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한 집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라크 고아원 재단(IOF)은 2003년 미국 공습 이후 ‘수백만 명’에 이르는 고아가 발생했다고 추산했지만, 유엔은 그 숫자를 ‘수십만 명’으로 추정했다. 단위에서부터 크게 차이 난다. 알누어고아원 설립자인 리차 알 아부디는 “2009년 고아원 설립 당시 아이들은 10명이었다”며 “점차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고갈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또한 “아버지, 즉 가장을 잃은 가정은 적은 월급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도저히 생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누가 아빠를 죽이려 했을까?’ ‘왜 사람들은 군중 속에 폭탄을 떨어뜨릴까?’ 등과 같이 도저히 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을 반복하며 참담한 현실로 내몰리고 있다.
중동 전역 확산 위기 속 통합정부 출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내전 사태가 요르단 같은 미국의 동맹국으로 퍼질 수 있다”며 제한적 군사 개입을 서두르고 나섰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IS가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에서 113㎞ 떨어진 소도시 루트바를 장악함에 따라 안바르 영토의 최소 70%를 통제하면서 바그다드를 북쭉과 서쪽에서 옥죄고 있다. CNN 방송에 따르면 이라크군은 안바르 최대 수력발전소가 있는 하디타를 비롯해 일부 주둔지에서 철수했으나 앞서 정부군이 급하게 빠져나간 북부 요충지인 탈아파르 공군기지를 손에 넣음에 따라 시리아, 요르단 주요 접경지대를 차지했다. 이 같은 이라크 분쟁이 국경지대를 접한 주변국으로 확산될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ISIS(현 IS)와의 교전이 요르단 같은 미국 동맹국으로 퍼질 수 있다”면서 “반군 세력들은 이미 치안 공백이 발생한 시리아 분쟁에 개입했으며, (그곳에서) 무기와 자원을 축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라크 정부 관계자는 요르단,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다른 이라크 주변국 역시 자국 내 영공 비행을 강화하면서 이 같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은 시아파 정권을 돕기 위해 이라크에 무인기와 군사 물자를 공급했고, 미국 정부 관계자 역시 “바그다드가 함락 위기에 빠지거나 사마라와 같은 시아파 성지가 점령되면 이란이 깊숙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라크 내전이 전면적인 중동전(戰)으로 확산될 조짐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 주변국들의 시각이다.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미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라크와 관련해 주변국들은 종파 간 분열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백악관 측도 “(이라크와 같은 시아파인)시리아나 이란의 개입이 수니파 반군 제거 방안이 될 수는 없다”며 “이라크 내부 안보능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리자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시리아가 이라크 시아파 정부에 대해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오바마 정부에 큰 부담이 된다”면서 “이들의 행동이 중동 전면전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시아파로 대표되는 알말리키 정부를 시아파 및 수니파, 쿠르드족으로 골고루 구성된 통합정부로 교체한 뒤, 이라크 보안군을 정비해 IS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과 오랜 적대적 관계에 있는 시리아와 이란은 시아파 정부를 그대로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럴 경우 이라크군은 통합군이라는 명분을 제대로 갖지 못한 채 종파 갈등만 커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이라크 사태에 ‘제한적 개입’을 선언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이스라엘 등 관련국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중동 지역에서 이란이 이끄는 급진 시아파 세력과 알카에다 및 IS가 주도하는 급진 수니파 세력 간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적들끼리 싸우고 있을 때는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어줘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수백만 명을 살상할 수 있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는 것이 최종 목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의 이라크 개입과 관련해 “이란이 레바논과 시리아를 장악한 것처럼 IS가 이라크를 지배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며 이란과의 협력을 견제했다. 미국 케리 국무장관은 요르단과 이라크로 이어지는 중동 순방을 통해 ‘중동 달래기’에 나섰다. 또한 이라크 내분 수습을 위해 미군 자문단 130명이 현지에 도착해 활동에 나섰지만, 이라크 최대 미군 공군기지인 캠프 아나콘다가 수니파 반군에게 공격받는 등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지난달 통합정부를 구성한 이라크 정치권은 과연 이같이 각 종파로 나뉜 교착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여전히 이라크 현지는 불안에 떨고 있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