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이 연루된 ‘강서구 재력가 살인사건’에서 피해자 송모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송씨가 작성한 또 다른 금전출납 매일기록부가 발견되면서 대상자가 현직 검사와 경찰, 시장, 구청장, 현역 국회의원에게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현역 국회의원 등은 금품 수수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피살된 송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구체적 액수와 정황을 매일 기록한 것이어서 검찰의 성역 없는 정밀수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3월 서울 내발산동에서 발생한 ‘수천억대 재력가 송모씨 피살사건’의 피의자인 팽씨가 붙잡히면서 숨진 송씨의 사무실에서 발견된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 명의의 5억여원짜리 차용증과 팽씨 진술, 김씨와 팽씨의 통화기록 등을 토대로 김 의원에게 살인교사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발견 된 송씨의 두 번째 매일기록부에서는 현직 검사와 수십명의 공직자 이름이 발견되었다. 경찰은 입수한 송씨의 매일기록부 복사본을 갖고 있으면서 상부에 폐기했다고 허위보고 했고 검찰은 현직 검사의 금품 수수액이 200만원이라고 했다가 의혹이 제기되자 최종적으로 1780만원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무엇을 감추려고 은폐축소를 시도했는지 알 길은 없지만 중고위공직자의 비리문제임은 틀림없다. 그 와중에 경찰과 ‘제 식구 감싸기’ 의 검찰과의 힘겨루기는 볼썽사나울 지경이다. 송씨의 금전출납 장부는 2006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새로 드러난 장부는 그 이전인 1991년부터 2006년 6월까지의 기록이라고 한다.
구속된 김형식 서울시의원은 피살된 송씨로부터 지속적으로 ‘스폰서’ 도움을 받아 왔다. 이 사건은 단순한 청부살인을 넘어 지역 부패 고리가 엉키고 섥힌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 강서구 내발산동 4채의 송씨 건물들이 위치한 해당구역이 상업지구로 용도변경이 되면 막대한 개발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점을 노리고 송씨가 지난 4년간 시의회 서울시 산하 도시계획위에서 활동한 김 의원에게 5억2000만을 용도변경 추진비로 건넨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김 의원이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던 사실로 보아 두 사람은 유착관계에 있었음에 틀림없다. 또한 김 의원은 송씨로부터 건네받은 추진비로 유력 정치인에 로비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인사와 지방의원, 유력 정치인 간의 상습적, 구조적 비리가 분명하다. 피살된 송씨는 부동산 임대업을 하면서 3000억대의 재산을 형성한 지역유지였다. 송씨가 남긴 장부에 등장하는 이름들은 대부분 송씨의 사업과 관련해 인허가권을 갖고 있거나 감독권, 단속권, 수사권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
즉, 용도 변경, 건물명도, 세금 납부 등 편법과 편의를 봐주거나 임차인과의 갈등을 송씨 편에서 도와줄 송씨의 든든한 지원군들이다. 단순한 친분관계가 아닌 모종의 거래관계임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무슨 사건만 터지면 구청 공무원부터 고위공직자까지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그만큼 공직사회의 부패가 일상화, 고질화되어 적폐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전국 자치단체 산하 위원회 중에 48% 위원회에 지방의원이 위원직을 겸직하고 있다. 지방의원이 정부의 인허가 업무에 직접 간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업자나 공무원들과 유착해 비리를 양산하는 온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의원들 스스로가 올바른 사명감과 높은 도덕심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 토착 비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국회와 정부는 지방의원의 겸직 금지를 강제하는 법을 제정하여 법으로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공여자’인 송씨가 사망한 상황에서 수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매일기록부에 기재된 당사자들이 부인할 경우 혐의를 입증하기가 난망할 것이다. 그렇다고 손 놓을 수도 없다. 검찰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철저한 수사로 혐의 공직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워 발본색원하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7월18일 “약도 먹다가 끊으면 내성만 키워 시작하지 않은 것만 못하듯이 국가의 적폐도 완전히 뿌리를 뽑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적폐청산에는 국회의원도, 검사도, 고위공직자도 예외일 수 없다. 검은 유착과 부정의 사슬을 단절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 전반의 부패와 비리도 막지 못할 것이며 ‘국가개조’와 ‘국민화합’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