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중심에서 연구중심으로 다시 태어나

[부산=시사뉴스피플] 노동진 기자

암이나 각종 중증질환을 앓게 되면 다수의 환자는 수도권으로 향한다. 막연한 생각만으로 수도권을 의지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방병원들의 의료수준도 수도권 못지않다는 점이다. 부산대학교병원의 경우는 부산경남 첫 췌장이식 수술 성공, 부산경남 첫 조혈모세포이식 300례 달성, 전국 최초 모즈 현미경도식 수술 1천례 돌파, 지역에서 처음으로 4세대 로봇수술기 다빈치 도입, 우두 바이러스를 이용한 항암치료 연구 <네이처메디신> 게재 등 최고의 의료진과 최첨단 의료장비, 최상의 연구 성과로 오히려 수도권 병원보다 높은 의료서비스를 실현하고 있다. 이에 수도권에서 부산으로 치료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융합의학기술원' 건립

 
부산대학교병원은 1956년에 설립, 9개 진료과 76병상으로 시작해 현재는 2개의 메디컬캠퍼스에 26개 진료과, 15개 진료센터, 본원 1,300여 병상, 양산 분원 1,200여 병상 등 메머드급 병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정대수 병원장 시대를 맞아서는 '소통하며 화합하는 병원, 믿고 수술 받을 수 있는 병원, 가슴으로 다가가는 고품격 병원, 연구중심으로 의료산업의 기반이 되는 병원'을 만들기 위한 순항을 시작했다. 세부적으로는 '진료중심에서 연구중심'으로 방향을 잡고 융복합 연구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저력은 충분하다. 이미 부산대학교병원은 지난해 소화기내과 허정 교수와 부산대 산학협력단 황태호 교수 등이 참여해 유전자를 변형한 우두 바이러스를 항암치료제로 활용해 말기 간세포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기존 항암제보다 최소 2~3배 이상 늘릴 수 있다는 논문이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인 <네이처메디신>에 게재돼 학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이끌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재)APEC 기후센터와의 협약을 통해 기후변화와 질병에 대한 공동연구개발에 필요한 정보 및 전문 인력을 상호 교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상태 및 질병의 변화를 연구해 예방책을 제시하는 등 보건의료분야의 발전을 넘어 국가 건강 관련 정책 수립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저력을 모아 부산대학교병원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융합의학기술원'을 설립한다. 지난 5월 16일에는 융합의학기술원의 일환인 융ㆍ복합의학교육 연구센터 관련 업무협약을 부산시와 체결하였다. 중심에선 정대수 병원장은 부산대학교 의무부총장을 역임하며 학교 사정에도 밝아 이 학교가 가진 강점을 십분 활용할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 융합의학기술원 건립은 의학을 중심으로 부산대병원의 융합기술에 의한 부산의료기술의 고도화, 부산경남 의료바이오헬스 분야 일자리 창출 및 창조경제실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융합의학기술원으로 가기 위한 단계로 융합의학기술원 정책기획과제 사업명 '부산대학교병원 CMIT(Convergence Medical Institute of Technology) 특화사업', 공모주제는 'Biomaterial, Biomechanics, Bioimage Tissue, Engineering, Biohazard, 양ㆍ한방 신약개발, 의료인적자원양성, 의료기술정책, 기타 등 8개'이며, 세부과제로 공모한 결과 7월 16일 총 응모 55편 중 30편을 선정하여 약 3개월여 기간에 걸쳐 연구를 시행할 예정에 있다. 정대수 병원장은 "진료는 기본이며 새로운 신약 개발 등 연구중심으로 나간다면 세계적인 병원으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다. 나아가 국가 경제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미국을 보더라도 진료 수익보다 연구 특허를 통한 수입이 훨씬 많다. 여기서 얻은 수익을 통해 국립대병원의 역할인 공공의료서비스를 보다 확대할 수 있다. 우리 병원이 정점에 설 것이며, 의학과 연계한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는데 적극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핵심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

 
"현재 한국경제는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어 정부에서 다양한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근혜노믹스'라 불리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의료계에서도 도입돼야 한다. 우리 병원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연구중심병원은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의료계의 어려운 사정을 알아달라고 지원책을 강구하기 보다는 스스로 만반의 준비를 갖춰 정부가 먼저 투자 의향을 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것이다." 정대수 병원장의 말이다. 취임 후 부산대학교병원의 비전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원활한 사업을 수행할 핵심인력 확보에도 두 팔을 걷어 올렸다. 바로 젊은 의료진들에게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 지난해에는 단기로만 10여명의 젊은 교수진이 해외연수를 다녀왔으며, 심장이식수술과 폐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였으며, 향후 이 분야는 양적, 질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대수 병원장은 "해외에서의 경험과 기술,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우리 병원의 비전도 높아지게 된다. 또한 이들 인재들의 양성은 연구중심병원으로 거듭나는데 중추적인 열쇠가 된다"고 강조했다. 발맞추어 부산대학교병원은 현재 '융합의학기술원' 설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산대학교와 부산대학교병원,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이 하나 되어 미래의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부산대학교병원은 내년 6월 개원 예정인 '외상전문센터' 건립이 한창이다. 국고 지원을 받아 신축 중인 이 센터는 지하 5층, 지상 13층, 267병상 규모로, 연중 실시간 중증 외상환자 전용 소생진료실, 수술실, 집중치료실 및 일반병실, 시뮬레이션센터, 헬기이송센터 등을 운영하며, 국가적인 대량 재난사고에 대비한 최상의 진료는 물론 외상관련 연구 및 교육 사업을 통해 외상환자 사망률 감소에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외상진료시스템의 국내 조기 정착을 위해 지난 5월에는 미국 '라이더외상센터'와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지역을 넘나드는 공공의료실현

 
부산대학교병원을 거론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공공의료실현이다. 설립 초기부터 무료검진과 여러 의료봉사활동을 펼친 병원이지만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 2008년에는 공공보건의료사업실을 설치하기도 했다. 1993년에는 '아미봉사단'을 조직해 반송지역 지역주민에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사랑을 행동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부산대병원 교수와 전공의, 간호사, 방사선사 등 다양한 직종의 임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반송지역을 넘어 각종 사회복지시설 및 농촌지역을 대상으로 무료건강검진, 가정방문간호, 독감예방접종, 건강교육, 약품지원 등도 하고 있다. 나아가 2005년부터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연 1회 주민들을 위해 임직원 20여명이 참석하여 매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부산방송 사회봉사 부문 대상을 비롯해 아산상 대상, 대한적십자사 박애장 은장, 2012년과 2013년 보건복지부로부터 2년 연속 'A'등급으로 평가받아 우수기관 표창장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기부캠페인인 '힐링엔젤'도 마련했다. 이 캠페인은 병원을 이용하고 있는 환자 중에 국가안정망과 외부기관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를 선정, 익명기부를 원칙으로 300만원을 모금해 환자가 필요로 하는 의료비 및 의료기기를 지원한다. 올해 초에는 익명의 기부자가 소아암과 싸우는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100만원이 기부돼, 기부자의 뜻에 따라 소아암환자 지원에 사용됐다. 정대수 병원장은 "지역과 상생하는 방안을 계속해서 연구 중에 있다. 저소득층 지역민을 비롯한 소외된 계층들을 위한 공공의료사업 및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국민과 함께하는 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덧붙여 "부산대병원은 부산시민, 나아가 우리나라 국민들이 공유해야 할 귀중한 자산"이라며, "취임 원년에 제시한 네 가지 단기목표인 '소통하며 화합하는 병원, 가슴으로 다가가는 고품격 병원, 믿고 수술 받을 수 있는 병원, 연구 중심으로 의료산업의 기반이 되는 병원'을 통해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병원이 될 것"을 재차 강조했다. 그리하여 더 멋지고 자랑스러운 병원으로, 국가에는 공공보건의료에 충실한 의료기관으로, 정부와 부산광역시에는 정책파트너 병원으로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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