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다양성 제시한 미지수 ‘X’와 두 인간에 관한 이야기

[서울=시사뉴스피플] 김미진 기자

국내 창작 록 뮤지컬 <더 데빌>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 22일(금요일) 막을 올린 뮤지컬 <더 데빌>은 26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프레스콜을 열고 ‘X’ 역할을 맡은 마이클리ㆍ박영수ㆍ이충주와 ‘그레첸’ 역을 맡은 차지연ㆍ장은아, ‘존 파우스트’ 역을 맡은 송용진ㆍ김재범ㆍ윤형렬 등이 무대에 올라 각자 맡은 배역과 함께 다양한 매력을 발산했다. 그밖에 X 역에는 뮤지컬 배우 한지상도 함께 참여한다.

개막 전부터 뮤지컬 창작 넘버 5곡을 온라인에 선 공개하며 이달 초 홍대에서 쇼케이스를 가지기도 했던 <더 데빌>은 <헤드윅>,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록 뮤지컬의 연출을 도맡아온 이지나 연출과 촉망받는 젊은 작곡가 우디 박(Woody Pak), 번역 작업과 작곡을 겸해온 이지혜 작곡가 등이 함께 모여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만든 3인극 뮤지컬이다.

 
강렬한 프로그레시브 록을 선보이기 위해 무대 위에는 4인조 라이브 밴드와 코러스가 함께 오른다. 내용 자체가 특유의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차있는 데다 “궤도를 벗어나고 틀을 깨트린” 만큼 어렵다는 평가도 많지만, “그만큼 새로운 작업에 참여하는 보람이 크다”고 밝힌 그레첸 역의 차지연은 “극 중 역할 때문에 ‘정신적인 고통은 없느냐’는 이야기를 요즘 가장 많이 듣고 있다”며 “그럼에도 무대 위의 그레첸 덕분에 오히려 내가 ‘치유’받고 있다. 그만큼 소중한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차지연과 함께 ‘The Song of Songs’를 열창한 마이클리는 “X는 말 그대로 ‘정해지지 않은(unknown)’, 악마도 신도 인간도 아닌 존재”라 정의하며 “선도 악도 아닌, 우리 안에 숨겨진 모든 본성을 표현해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이와 반대로 존 파우스트 역할은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쉽게 상황에 휩쓸리는 나약한 존재”라는 말에 송용진을 비롯한 세 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 록 뮤지컬인 줄 모르고 합류했다”는 김재범은 연극 활동 이후 오랜만에 찾은 뮤지컬 현장에서 동료들과의 연습을 통해 ‘록’ 발성을 많이 배우고 있다며 ‘데빌’ 팀 특유의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동료들은 반대로 그가 존 역할에 관해 누구보다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고 칭찬을 쏟아냈다. 마이클리 역시 각 배역마다 2~4명의 배우가 캐스팅된 데 대해 “각자에게서 받는 에너지가 모두 다 다른 만큼 내가 표현하는 ‘X’ 역시 매일 조금씩 다 다르다”며 “X 역할을 맡은 다른 세 배우들에게서도 많이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연습 기간 이들은 늦은 밤 시간까지 하루 200~300개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각자 배역과 작품에 관해 토론하며 아이디어 회의를 하기도 했다.

유혹에 빠진 존 파우스트와 그를 점점 타락으로 몰아가는 X, 그리고 이러한 X로부터 존을 지키려는 여인 그레첸의 이야기를 담은 <더 데빌>은 11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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