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쟁의 역사 간직한 자연과 섬진강 강줄기가 이끄는 그 곳으로

선선한 바람이 가을을 알리는 9월, 단풍여행을 떠나기엔 시기상조(時機尙早)이나 자연을 벗 삼아 숲속을 산책하기 안성맞춤인 계절이 아닌가 한다. 야생화원에서 이름 모를 들꽃의 향기에 취해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다면 지친 심신과 모든 시름이 잠시나마 잊히지 않을까. 전라북도 지역 자연휴양림을 알아본다.

덕유산 자연휴양림
-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독일가문비나무 숲에 빠지다

  ▲ 덕유산 자연휴양림 독일가문비숲
덕유산 자연휴양림은 추억을 남기기 좋은 장소다. 덕유산처럼 덕스럽고 너그러운 푸근한 자연 그대로를 만날 수 있는 휴양림이다. 휴양림 입구를 지나 왼쪽 길을 따르면 싱싱한 계곡과 거대한 숲이 손님을 맞는다. 덕유산이란 이름에 걸 맞는 큰 숲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캠핑장 주차장을 지나면 왼쪽으로 인상적인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목재와 벽돌을 섞어 현대적인 건물로 설계한 숲속 수련장이다. 휴양림은 1993년 지어졌으나 계속 리모델링을 했으며, 숲속 수련장은 이 중 가장 최근인 2010년 지어졌다.
숲속 수련장은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보기 드물 정도의 대형 세미나실과 10명이 잘 수 있는 객실 2곳이 있다. 길을 따라 더 오르면 ‘야생화원’이라는 안내판이 있는 야생식물관찰원이 나온다. 사각형으로 나눠진 화단이 펼쳐진다. 화단마다 푯말이 있어 야생화를 눈으로 즐기며 동시에 머리로 이해할 수 있다. 비비추, 무늬쑥부쟁이, 구절초, 기린초, 참취, 꽃잔디 등 다양한 꽃명과 사진, 설명이 있어 아이들은 동반한 산책 코스로 권할 만하다. 길을 따라 더 오르면 거대한 숲의 입구가 나타난다. 독일가문비나무 숲 산책로다. 2010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천년의 숲’으로 지정된 바 있다. 휴양림의 독일가문비나무 숲은 1930년대 시험림으로 조성된 후 현재 약 200그루가 남아 있다. 숲 속으로 데크 산책로가 나있어 숲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삼림욕을 실컷 즐길 수 있다. 산책로를 걸으면 여든 살 된 숲의 묵직한 기운이 몸속을 상쾌하게 바꿔놓는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뻗어 있어 한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고 짙은 피톤치드로 삼림욕의 진수를 맛보게 한다. 숲은 1997년부터 채종림으로 관리돼 오다
 
가 2000년부터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됐다. 숲을 걷노라면 고요함마저도 감미롭게 숲을 메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름다운 숲을 따라 걸으면 지친 몸과 마음을 여든 살의 부드러운 손길의 할머니 같은 숲이 토닥여주는 듯하다. 순환로를 따라 가면 다시 압도적인 숲의 부드러움에 매혹된다. 야영장을 가득 메운 잣나무 숲 덕분이다. 어른이 양 팔을 벌려 안아도 손이 닿지 않는 거대한 기세로 뻗은 잣나무가 수도사들처럼 침묵하며 명상에 잠겨 있다. 푹신한 솔잎이 깔린 바닥엔 텐트를 칠 수 있는 데크가 있다. 제 아무리 무뚝뚝한 이라 해도 잣나무 숲의 운치에 끌려 머물게 된다. 이토록 신성한 분위기의 잣나무 숲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몸과 마음이 싱싱한 초록으로 변해 있을 것만 같다. 야영장에서 계곡을 건너면 주차장으로 연결된다. 계곡에는 물놀이장이 있는데 올챙이들이 투명한 물속에서 놀고 있어 아이들을 위한 유익한 체험의 장 역할을 한다. 다시 순환로를 따라가면 가문비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등의 나무 이름을 한 숲속의 집이 아담하게 늘어서 있고 아래에는 잔디광장이 나온다. 아이들이 뛰어놀 정도의 광장은 아니지만 바비큐를 할 수 있는 화로대와 테이블이 있어 온 가족 저녁식사 장소로 제격이다. 순환로를 따라 다시 입구 쪽으로 내려오면 자연친화적인 설계의 깔끔한 건물인 산림문화휴양관이 하룻밤 쉬었다 가라고 유혹한다.

덕유산
- 20분만 걸으면 정상 경치가 내 품에

 
곤돌라 문이 열리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시원한 첩첩산중의 경치가 펼쳐진다. 1,525m인 덕유산 설천봉에 곤돌라로 올라선 것이다. 이렇듯 덕유산은 꽉 찬 당일 산행을 즐기는 등산 마니아와 체력이 약한 노약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코스가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설천봉엔 눈에 띄는 팔각형 한옥 상제루(上帝樓)가 있다. 기와를 3층으로 쌓아올린 독특한 모양에 화려한 균형미가 있어 설천봉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식당은 물론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편의점도 있다. 데크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몸이 살짝 뜨거워질 즈음 널찍한 바위 전망대가 나타난다. 향적봉 정상이다. 남한 네 번째 고산답게 수준급 경치가 산객을 맞는다. 산줄기들이 파노라마로 물결치며 부드럽게 선을 그은 산등성이들이 우아한 몸짓으로 흘러간다. 특히 지리산 주능선이 사람 눈썹처럼 가늘게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덕유산 향적봉은 1,614m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그러나 곤돌라를 이용하면 정상에 서는 데는 30분밖에 걸리지 않아 온 가족 관광 코스로도 무리가 없다. 무주리조트에서 설천봉까지 곤돌라로 올라 여기서 20분만 걸으면 향적봉에 닿는다. 가벼운 산책을 원한다면 여기서 다시 설천봉으로 내려가 곤돌라를 타고 하산하면 된다. 제대로 등산하고 싶다면 향적봉에서 능선을 따라 중봉으로 간다. 능선을 따라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산국이 고요해진다. 관광객이 없는 진짜 산행이 시작된 것이다. 중봉가는 길은 비교적 완만하며 주목과 철쭉이 곳곳에 있어 지루하지
 
않다. 표지석은 없지만 화려한 경치로 산객을 맞는 중봉이 산행의 백미다. 덕유란 이름처럼 너그러운 평원이 펼쳐진다. 발아래 펼쳐지는 덕유평원은 부드러운 산등성이가 눈이 닿는 저 끝까지 이어진다. 남덕유산 방향에서 사람들이 점처럼 걸어오고 너머에는 첩첩산중이 걸려 있고, 맨 뒤에 지리산 주능선이 비현실적인 선을 그리며 하늘에 떠 있다. 쌍봉으로 튀어나온 천왕봉과 엉덩이처럼 툭 튀어나온 반야봉이 떠 있는 풍경은 산행의 수고로움을 갚고 남는다. 동으로는 가야산이 뾰족하지만 날카롭지 않게 솟은 걸 볼 수 있다. 마치 이번 생에선 가 닿을 수 없는 궁전처럼 고고하고 아득한 풍모다. 여기서 능선을 따라 직진하면 백암봉에서 송계사로 하산하거나 동엽령에서 칠연계곡으로 하산할 수 있다. 중봉에서 오수자굴을 거쳐 구천동계곡으로 내려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수자굴은 천연 바위굴로, 조선 말기 오수자 혹은 오수좌라는 사람이 이곳에서 살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오수자는 힘이 세고 성질이 사나워 때때로 백련암에 가서 행패를 부려 걱정거리였다고 한다. 안성의 한 선비가 절에서 공부하는 것을 보고 오수자가 싸움을 걸었는데, 이 선비가 싸워 이기면서 절간이 조용해졌다는 설이 있다. 백련사를 지나면 구천동계곡을 따라 임도가 나타난다. 그러나 택시나 일반 승용차의 출입이 통제돼 있어 걸어가야 한다. 구천동계곡은 아름답지만 6km의 긴 임도를 걸어야 하므로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 문의전화: 063-322-1097 위치: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 구천동로 530-62
☞ 명소
백련사와 무주구천동 33경: 백련사는 신라시대 백련선사가 머물던 곳에 흰 연꽃이 피어나 그곳에 절을 짓고 백련암이라 이름 붙였다는 전설의 천년고찰이다. 전성기 때는 14개의 사암에서 9,000명의 승려들이 도를 닦던 곳이라며‘구천동’이라고 불렀다. 무주구천동은 기암괴석과 암반으로 이뤄져 있으며 급류폭포, 급연, 벽담, 울창한 수림경관 등이 조화를 이루는 33경이 있다.

회문산 자연휴양림
- 볼 것 많은 순창의 화원

 
순창군 구림면의 회문산(回文山ㆍ837m)은 해방 이후 분단의 아픔과 이념의 대립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던 곳이다. 회문산이란 명칭은 산에 회문 또는 개문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돌문이 있어 그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회문산이 동학혁명과 한말 의병활동의 근거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서쪽을 제외하곤 모두 강에 둘러싸인 요지이기 때문이다.
회문산의 남동쪽 아래 자리한 자연휴양림에는 동학혁명과 한말 의병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회문산 박물관을 비롯해 위령탑과 비목공원, 하늘 위를 걷는 듯한 구름다리 등이 들어서 있다. 매표소를 지나 좁은 포장길을 따라 협곡의 유일한 통로인 노령문을 지나 산림경영문화실에 닿았다. 노령문은 휴양림의 내부로 들어서기 위한 관문 같은 곳으로 노령산맥이 시작되는 지점임을 알리기 위해 지은 특이한 형태의 석문이다. 노령문 옆 계곡 위에 설치한 구름다리를 건너 계곡을 따라 오르니 언덕 위에 자리한 숲속의 집이다. 산자락 아래 자리한 2층의 하얀 집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집 내부에는 전자레인지와 냉장고, 싱크대, 에어컨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사계절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무학대사와 이성계가 회문산의 산세를 논했다는 숲속의 집 앞 계곡가의 무학바위에 앉아 청아한 물소리에 마음을 씻어본다.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 메인 도로를 따라 나비와 딱정벌레 등의 표본을 만날 수 있는 숲체험실로 걸음을 옮겼다. 회문산의 숲체험실에는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곤충들의 표본을 비롯해, 나뭇가지와 열매를 이용해 곤충과 동물들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실이 있다. 숲체험실의 프로그램은 주말 사전예약을 해야 하며 프로그램에 따라 재료비를 지불해야 한다. 자신이 직접 원하는 곤충이나 사물을 만들다 보니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다. 숲체험실을 나와 숲 속 휴양관 앞 갈림길에서 왼
 
편의 우뚝 선 탑에 놀라 언덕을 따라 오르면 비목공원이다. 6ㆍ25때 학살당한 양민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탑과 비목이 눈길을 끈다. 회문산의 뼈아픈 역사들을 한눈에 짐작할 수 있는 곳으로 비목 외에도 시비와 평화의 탑 등이 서 있다. 비목공원을 나와 회문산역사관을 둘러보기 위해 산림문화휴양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회문산역사관은 복층 건물인 산림문화휴양관 뒤편 언덕 위에 있다. 역사관 내부엔 회문산을 중심으로 무장 항쟁을 펼쳤던 면암 최익현 선생을 비롯해 임병찬, 양윤숙 의병대장의 이야기와 회문산에 근거지를 두고 동학혁명을 일으켰던 동학군과 민중들의 항쟁도 엿볼 수 있다. 또한 회문산을 성지 삼아 종교를 일으켰던 증산교를 비롯해 갱정유도의 발상지인 금강암에 관한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회문산 역사박물관을 나와 계곡에 핀 구절초 군락지를 발견하고 나무다리를 건넜다. 역사관 건너편에 자리한 이 나무다리가 회문산 산행의 시작점으로 다리 옆으론 남방바람꽃 군락지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식물로 우리나라 중부 이북의 고산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으로 알려져 있지만 변산바람꽃이나 남도바람꽃 등은 남부지역에 서식하는 희귀식물이다. 희귀식물이 남아 있을 정도로 회문산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회문산 자연휴양림을 둘러보고 관리사무소로 돌아오는 길은 계곡의 물소리가 발걸음을 맞춰줘 가볍고 산뜻하다. 바람과 물, 그리고 숲이 있는 이 땅이 사뭇 포근해진다.

회문산
- 항쟁의 역사 간직한 요새에 숨은 땅

 
자연휴양림에서 회문산으로 오르는 길은 회문산 역사박물관에서 계곡을 건너 삼연봉 아래 안부로 오르는 길과 사방댐에서 임도를 따라가다 능선 상의 갈림길로 오르는 길, 야영장에서 헬기장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 노령문에서 시작해 돌곶봉에 오른 후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오르는 길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많이 이용되는 코스가 휴양림의 야영장에서 시작해 능선 위 헬기장에 오른 후, 여근목과 천근월굴을 거쳐 정상에 서는 길이다. 산림문화휴양관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야영장에 도착해 급수대에서 산행에 필요한 물을 담은 후, 회문산 산행에 나선다. 임도가 시작되는 들머리 왼편으로‘등산로’표지판과 함께 나뭇가지에 ‘헬기장 0.4km’라는 이정표가 걸려 있다. 표지판을 따라 숲길로 들어서니 계곡을 끼고 오솔길이 이어진다. 나뭇가지가 뒤엉킨 오솔길에는 햇살이 거의 들지 않아 봉선화와 닭의장풀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다. 수풀을 헤치고 나아가니 제법 뚜렷한 길이 이어지더니 이내 임도 위로 이어진다. 헬기장까진 잠시 임도를 따라 걸어야 한다. 헬기장 옆으로 이어진 임도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져 매봉 아래 마을인 용전리와 장금리까지 뻗어 나갔다. 헬기장에서 이정표를 따라 임도를 가로질러 능선 오름길에 달라붙었다. 헬기장에서 회문산 정상까지는 약 1km 거리로 초입부터 된비알의 연속이지만, 두 번째 묘지를 지나고 나면 전망 좋은 포인트들이 이어져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주변을 둘러보기 좋다. 특히 6ㆍ25동란 후 빨치산 토볼 작전으로 온산이 불바다가 됐을 때도 살아남았다는 여근목 주변은 사방이 트여 휴양림 일대는 물론 멀리 지리산 자락까지 훔쳐볼 수 있다.
회문산 오름은 여근목을 지나면 이전과 달리 제법 경사가 완만해진다. 여근목을 지나 능선을 따라가면 회문산의 작은 정상이라 할 수 있는 작은 지붕에 이른다. 군부대의 헬기장으로 이용되던 곳이라 사방이 트여 눈앞에 다가온 회문산 정상은 물론 깃대봉에서 여분산으로 이어진 굵은 산줄기도 눈에 새길 수 있다. 작은 지붕에서 정상인 큰 지붕으로 오르는 길은 능선을 따라 잠시 평탄한 길을 걷다 툭 튀어나온 정상을 오르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써야 한다. 큰 지붕인 회문산 정상은 작은 지붕과 마찬가지로 평평하며 표지석도 없이 작은 돌탑이 하나 서 있을 뿐이다. 큰 지붕이라고 쓴 글자 옆으로 ‘삼연봉 2,150m’라는 이정표가 서 있어 주능선을 따라가기 위해 삼연봉 방향으로 들어섰다. 정상 주변은 바위지대라 암릉을 따라 좁은 길이 이어지지만 장군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면 길은 서서히 동쪽으로 방향을 튼다. 장군봉 갈림길을 지나 10여 분을 내려서니 사방댐으로 내려갈 수 있는 서어나무 갈림길이다. 좀 더 능선을 좇다 사방댐 갈림길에서 회문산 역사관으로 하산할 수도 있다.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길은 그간 도심의 수많은 소음들에 노출됐던 오감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이다. 특히 숲의 전령들이 전하는 다양한 선율을 감상하며 걷는 즐거움은 산꾼들이 누릴 수 있는 행복 중의 하나다. 
☞ 문의전화: 063-653-4779 위치: 전라북도 순창군 구림면 안심길 214
☞ 명소
필봉문화촌: 순창에서 강진으로 이어진 27번 국도 옆에 위치한 필봉문화촌은 300여 년의 세월이 담겨 있는 호남 좌도의 대표적 농악인 임실필봉농악을 계승하고 전승시키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매년 8월 말을 기해 필봉마을굿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음악극이나 인형극 등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문화촌 내에는 필봉농악전수관을 비롯해 한옥체험 펜션, 공연장, 연꽃정원 등이 꾸며져 있다. 위치: 전북 임실군 강진면 강운로 272.

데미샘 자연휴양림
- 신성한 섬진강 발원지에서의 하룻밤

 
데미샘 자연휴양림은 2012년 10월 전라북도에서 세운 휴양림이다. 선각산 아래 약 2㎢(200ha)의 넓은 지역에 숲속의 집, 휴양관, 물놀이장, 숲문화마당, 산책로,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휴양림 시설은 최근에 지어 깨끗하며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비교적 호젓하다. 데미샘은 선각산 인근의 천상데미(1,080m) 봉우리 7부 능성에 자리한 섬진강의 발원지다. 데미라는 이름은 본래 더미(봉우리)의 전라도 사투리로 천상데미에서 나왔다. 천상데미 일대의 물이 모두 데미샘에 모이고, 너덜지대가 넓고 참나무 숲이 우거져 신성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데미샘 자연휴양림 입구인 진안 백운면 원심암마을 일대는 가로수가 벚꽃이다. 봄철이면 십여 리에 펼쳐진 벚꽃터널이 장관을 이룬다. 생태건강도시를 추구하는 진안군에서는 매년 4월 말 신암리에서 ‘데미샘 벚꽃축제’를 열어 데미샘과 진안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때면 마이산 벚꽃도 만개해 봄날 봄철 여행지로 제격이다. 눈부신 벚꽃터널을 지나 휴양림 관리사무소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무지개연못, 숲문화마당(휴식 공간), 수영장이 차례로 나온다. 숲속의 집은 숲문화마당 왼쪽의 산비탈에 자리하고 있다. 총 10동으로 맨 앞이 하늘다람쥐동(85.0㎡, 15인), 둘째 둘은 무당벌레ㆍ메뚜기ㆍ반딧불이ㆍ잠자리동(30.8㎡, 4인용), 셋째 줄이 고슴도치ㆍ산토끼ㆍ너구리(55.9㎡, 8인용)ㆍ하늘소(30.8㎡, 4인용)동, 맨 위가 부엉이동(55.9㎡, 8인용)이다. 그중 맨 오른쪽의 하늘소와 잠자리동을 추천한다. 산과 맞붙어 있어 쾌적하고 조망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잠자리동은 그 앞에 딸린 벤치에 앉으면 앞쪽 멀리 팔공산(1,151m)과 성수산(874m)의 산줄기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산림휴양관은 휴양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수영장에서 700m쯤 휴양림 도로를 따라 오르면 나온다. 휴양관 안에는 16.0㎡(4인용) 방이 4개, 22.0㎡(4인용) 방이 6개가 있고 세미나실이 1개 있다. 휴양관 앞에서 산 쪽으로 이어진 도로는 오계치로 가는 도로다. 도로는 헬기장까지 이어지고, 헬기장에서 20분쯤 오르면 오계치다. 오계치에서 전망대를 거쳐 선각산까진 2시간쯤 걸린다. 따라서 휴양림에서 선각산을 다녀오려면 5시간쯤 걸리는 뻐근한 산행을 각오해야 한다. 선각산은 해발 1,142m로 81과 195속 301종의 식물상이 보존돼 있고, 정상부의 철쭉 군락지와 고산습지부의 층층나무군락, 청산데미에서 오계치레 이르는 신갈나무 군락지 등의 숲이 보존돼 있다. 가족 단위 산책을 겸한 가벼운 트레킹은 데미샘 코스가 좋다. 데미샘 자연휴양림은 아직 야영시설을 갖추지 못했다.

섬진강 시원(始原)이 발원
섬진강은 산골 마을 강이다. 여느 강처럼 도심이나 평야를 거치지 않기에 아직까지 순정 어린 고향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길이 223.86km, 유역 면적 4,959,79㎢로 남한에서 4번째로 크며 전북, 전남, 경남 3개 도와 10개 시ㆍ군에 걸쳐 있다. 그 장대한 물줄기가 시작하는 곳이 바로 데미샘이다. 펑퍼짐한 천상데미 봉우리에서 흘러온 물이 데미샘에서 모이고, 그 물줄기는 진안ㆍ임실ㆍ순창ㆍ남원ㆍ곡성을 적신 뒤 구례ㆍ광양ㆍ하동을 지나 광양만으로 흘러든다.
데미샘 들머리는 수영장 위의 ‘데미샘 입구’ 안내판은 숲속의 집에서 가깝다. 여기서 다리를 건너면서 트레킹이 시작된다. 길은 오르막 산죽밭으로 빨려 들어가고, 호젓한 숲길이 이어진다. 조금씩 고도를 올리면서 왼쪽으로 휴양림이 내려다보인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르다 계곡을 건너면 삼거리다. 왼쪽으로 가면 산림휴양관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데미샘 0.69㎢’ 이정표를 따른다. 완만한 길은 울창한 참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고, 오른쪽 계곡의 바위에는 이끼가 가득하다. 장마철에는 가리왕산 이끼계곡 부럽지 않을 정도로 풍성한 이끼가 펼쳐진다. 참나무 숲이 원시적인 산죽밭으로 변하면 데미샘이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한동안 이어진 산죽밭이 다시 참나무 숲으로 바뀌면서 대망의 데미샘이다. 샘 주변은 흰빛이 나는 돌들로 넓은 너덜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샘테두리는 돌을 쌓았고 진안군에서 세운 ‘섬진강 발원지(데미샘)’ 비석이 서 있다. 바가지로 물을 떠 마시자 첫맛은 시원하며 나중엔 깊은 맛이 울려온다. 섬진강의 발원지답게 신비한 물맛이다. 데미샘은 솟는 샘이 아니라 데미샘을 포근하게 품은 천상데미의 물들이 흘러들어 비로소 데미샘에 모인다. 섬진강의 발원지는 현재 자타공인 데미샘이지만,「택리지」에는 마이산, 일제 강점기엔 부귀산, 백과사전엔 팔공산 등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1983년 하천 연구가 이형석 씨가 직접 섬진강을 걸으면서 발원지를 계측해 데미샘이 강 하구로부터 가장 먼 발원지임을 밝혀내 국립지리원으로부터 ‘데미샘이 원조’라는 인증을 받았다. 볕이 잘 드는 데미샘 앞에 마련된 벤치에 앉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선각산 줄기가 보이고 너덜지대의 돌 아래에서 ‘굴렁굴렁’하는 물소리가 잘 들린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이곳이 산인지 강인지 헷갈린다. 과연 섬진강의 발원지답게 산에도 강물이 떠오른다. 데미샘에서 천상데미까지는 0.67㎢ 20분쯤 걸린다.
☞ 문의전화: 063-290-6991 위치: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데미샘 1길 172
☞ 명소
마이산: 마이산은 가장 늦게 벚꽃을 볼 수 있다. 원심암마을 일대에 벚꽃이 만개할 때면 마이산도 벚꽃이 절정이다. 마이산 봊꽃 코스는 휴양림과 가까운 남부 주차장을 들머리로 한다. 탑영제~탑사~은수사 왕복 코스가 좋다. 특히 탑영제에 반영된 벚꽃과 마이산의 수려한 봉우리들이 어울린 모습이 압권이다. 넉넉하게 3시간쯤 잡으면 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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