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ㆍ사진ㆍ조각 등에 특화된 비엔날레, 단풍보다 더 화려하게 물들여


지난 9월에는 전국 곳곳에서 국제예술행사가 대거 쏟아져 나왔다. 아시아 최고의 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국내 양대 비엔날레 중 하나인 ‘부산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대구사진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등 예술축제들이 잇따라 개막했다. 화랑가의 연중 최대 행사인 한국국제아트페어도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는 등, 가을의 풍성하고 여유로운 감성과 새로운 에너지를 마음껏 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시티 서울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서울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미디어시티 서울’이 9월 2일부터 11월 2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3달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가 여러 분야를 고루 다루는 종합 미술 행사라면 ‘미디어시티 서울 2014’은 미디어아트 라는 하나의 장르에 특화한 비엔날레다. 올해는 ‘귀신, 간첩, 할머니(Ghosts, Spies, and Grandmothers)’라는 다소 기괴한 전시 제목으로 ‘아시아’를 주제로 삼았다. 귀신은 아시아의 역사와 전통을 뜻한다. 불교와 유교ㆍ무속ㆍ도교ㆍ힌두교의 발원지이자 종교적 영향이 여전한 아시아의 정신문화를 현대 예술가들이 새롭게 발견하겠다는 의미다. 역사에서 누락된 유령으로 표현되는 아시아의 굴곡진 근현대사, 식민과 냉전의 시대 경험을 비롯해 이 시대를 견뎌낸 여성의 존재감을 다시 일깨운다는 다층적 의미를 깔고 있다. 아시아성이라는 심오한 화두를 재치 있는 단어들로 풀어낸 셈이다. 간첩은 냉전의 기억을, 할머니는‘여성과 시간’을 비유한다. 영상작품과 설치작품이 주를 이루므로 다양한 이야기가 큰 주제로 묶인 ‘옴니버스식 영화’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광주비엔날레
올해로 창설 20주년을 맞은 제10회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9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중외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광주비엔날레가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비엔날레이다. 올해 5월 세계적 권위의 미술 매체인 아트네트(artnet)가 선정한 세계 5대 비엔날레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도큐멘타, 휘트니 비엔날레, 유럽순회 비엔날레인 마니페스타도 5대 비엔날레로 꼽혔다. 비엔날레의 역사와 관객 수, 예산, 영향력, 큐레이터 등 여러 지표로 산출된 것이다. 2010년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이던 마시밀리아노 조니는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감독으로 활약했다. 2008년 총감독을 지낸 오쿠이 엔위저가 오는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선임되는 등 광주비엔날레는 국제적으로도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광주 민주항쟁 정신을 기반으로 탄생한 광주비엔날레는 예술을 통해 역사의식과 시대성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서왔다. 특히 올해는 뉴욕의 진보적 그룹 토킹헤즈의 곡명에서 따온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는 도발적인 주제 아래 9월 5일 역동적인 전시가 공개됐다. 터전이 기존의 제도ㆍ기득권 등을 가리킨다면‘불태우라’는 것은 없애고 다시 세우라는 전복을 뜻한다. 나무를 실제로 태우는 대형 난로작품을 야외에 설치한 미국작가 스털링 루비 등 출품작 가운데는 타오르는 불길을 연상시키는 작품이 상당수다.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큐레이터인 제시카 모건이 총감독을 맡은 올해 행사는 39개국의 작가 106개 팀이 참여한다. 매체의 다양성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제시카 모건 총감독의 설명대로 작년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 대표작가였던 제레미 델러를 비롯해 현대미술 스타 작가부터 패션 디자이너, 건축가, 영화감독, 무용가, 공연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가 참여한다.

부산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와 더불어 국내 양대 비엔날레를 표방해온 제7회 부산비엔날레 는 9월 20일 개막해 오는 11월22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부산문화회관, 고려제강 수영공장에서 64일간 열린다. 올해의 주제는 '세상 속에 거주하기(Inhabiting the World)’로 총 30개국 161팀이 참여해 484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프랑스 현대미술관 팔레 드 도쿄의 기획자 출신인 올리비에 케플렝 감독이 기획한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불안정한 세상에서 그냥 살아갈 것인가,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갖고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며 ‘세상 속에서 거주하기’라는 질문을 던진다. 감독은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길인지를 예술가적 입장에서 표현하려 했다” 며 “이번 전시 작품들은 서로 다른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고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본 전시는 27개국 작가 77명이 참가했으며 운동, 우주와 하늘, 건축과 오브제의 운동성, 정체성, 동물과의 대화, 그리고 역사와 전쟁 등 6개 섹션으로 이뤄져 있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 성격의 크고 작은 작품들이 많다. 공중의 붉은 로프줄에 매달린 백여 개의 빈티지 여행 가방들이 끊임없이 달그락거리는 치하루 시오타의 설치 작품 ‘축적-목적지를 찾아서'는 세계를 떠돌며 사는 것이 일상화된 현재의 문명적 상황을 드러낸다. 스페인 작가 필라 알바라신은 박제된 당나귀가 책더미 무덤 위에 책을 읽고 있는 설치작업을 통해 지금 세상살이의 불안함을 시각적인 연출로 보여줬다. 공중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기하학적 도형의 모빌 작업을 연출한 베네수엘라 작가 엘리아스 크레스팽의 작품이 운동과 정지에 대한 개념을 담아냈다면, 인도 작가 지티쉬 칼랏은 달덩이 모양으로 확대된 인도 전통의 갈레트빵이 먹으면서 사라지는 모습을 클로즈업한 영상작업을 통해 시간성에 대한 성찰을 선보인다. 본 전시와 2개의 특별전 이외에도 다양한 학술행사, 국제교류행사, 시민참여 행사 등으로 구성된다. 특별전은 부산시민회관의 ‘한국 현대미술 비엔날레 진출사 50년’전에는 한국을 대표해 온 48명의 작가들이 선보였다. 우리나라 현대미술사를 응축한 전시기획 이다. 또 다른 특별전은 고려제강 수영공장 일부를 개조한 공간에서 열렸다.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아시아 4개국을 대표하는 신진 큐레이터들이 공동 기획한 ‘아시아 큐레토리얼’전이다. ‘간다, 파도를 만날 때까지 간다’란 색다른 주제로 바다와 연관된 아시아 나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실험적이고 에너지 넘치게 담아냈다. 비디오, 설치, 조각, 사진, 회화 등 다양한 매체와 오브제를 활용한 젊고 실험적인 분위기가 창고 안에 가득하다.

대구사진비엔날레
사진 발명 175주년을 맞아, 대중과 사진이 소통하고 교감하는 사진 예술 축제인 '제5회 대구사진비엔날레’가 9월 12일부터 10월 19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대구예술발전소, 봉산문화회관, 대구지역 화랑가 등 대구 시내에서 열린다. ‘포토그래픽 내러티브(Photographic Narrative)’라는 주제로 세계 31개국 250여 명 정상급 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현대 사진예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주 전시는 ‘기원, 기억, 패러디(Origins, Memories & Parodies)’이라는 주제로, 사진술의 기원부터 본래의 정체성과 사진의 다양한 표현기법을 다뤘다. 주 전시 총감독을 맡은 스페인 출신 사진기획자 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 감독은 사진술로 불렸던 사진의 기원부터 기억을 남기는 사진, 예술과 이미지로 승화된 사진을 현대 사진의 양상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며, “작가 개인의 인식을 기존 자료 사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주 전시에는 18개국 3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콜라쥬와 비디오 아트, 라이스 페이퍼, 설치작업 등을 활용해 독특한 사진 작업을 선보인다. 인간의 눈이 아닌 기계의 눈으로 담기 시작한 사진의 기원과 사진술이 만들어낸 복제와 기억, 나아가 사진의 예술적 가치를 넘어 사회적 문화적 산물로서의 사진이 주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탈리아 현대사진전과 ‘만월(滿月) 하늘과 땅의 이야기’, 전쟁과 여성,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기록한 ‘진실의 기억’전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의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해외 사진계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2014포트폴리오 리뷰’도 진행된다.

프로젝트대전
비교적‘어린’비엔날레로 대전시립미술관이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목표로 기획한 융합형 비엔날레인 ‘프로젝트 대전’ 은 과학과 예술의 접점을‘인간의 뇌’로 설정하고 이를 주제로 과학의 예술적 사용에 도전한다. 기억과 생각 등 뇌의 추상적 역할부터 정신분석학ㆍ감성학ㆍ인식론 등 인지과학의 다양한 차원에 다가서는 전시라 기대를 모은다. 국내외 예술가 40명뿐 아니라 실제 과학자들도 참여해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인간의 뇌’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는 ‘인공의 뇌’에 집중한 주제를 조형적ㆍ이론적으로 펼쳐 보인다. 11월22일 개막해 내년 2월22일까지 계속된다. 창조경영의 영감을 비롯해 새로운 아이디어에 목마른 사람들이 다녀오면 좋을 전시다.

창원조각비엔날레
원래는 유원지였으나 버려진 섬으로 전락한 돝섬을 중심으로 한 ‘2014 창원조각비엔날레’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올해가 두 번째인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달그림자’를 주제로 지난 9월 25일부터 오는 11월9일까지 경남 창원시 일대에 있는 창원시립문신미술관, 돝섬, 마산 원도심(창동), 마산항 중앙부두에서 열린다. 달그림자라는 주제어는 전시장소가 집중된 마산 월영대(月影臺)에서 비롯한 것이다. 월영대는 최치원이 세운 정자다. 조각예술의 사회적 확산이 비엔날레의 목표다. 예술의 공공성을 강조해 시민참여형 작품을 다수 선보이며 도시 곳곳의 설치작품과 퍼포먼스 등 조각의 영역확장까지 모색한다. 최태만 예술감독과 김지연 큐레이터가 기획진행하며, 한국을 비롯해 몽골, 베트남, 이란,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등 아시아 11개국에서 작가 42개 팀이 참여한다.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충남 공주에서는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야외미술 축제인 ‘2014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가 지난 8월 29일부터 11월 30일까지 금강을 휘감아 돌아가는 천혜의 절경인 충남 공주시 연미산 금강자연미술센터와 금강 쌍신공원 일원에서 개최된다. (사)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가 주관하고, 공주시가 주최하는 이번 비엔날레는 ‘옆으로 자라는 나무’라는 주제를 갖고 자연미술에 대한 여러 논의들을 새로운 틀 안에서 재성찰하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본 전시인 야외전은 외국작가 19명가 국내 작가 7명 등 26명의 초대작가가 참여해 기념비적 수직 지향성을 탈피하고 자연의 수평지향성을 표현한 자연미술작품 20점이 금강 쌍신공원에서 전시된다. 또 특별전인 실내전은 외국작가 6명과 국내작가 6명 등 총 12명의 작가가 참여해‘옆으로 자라는 나무· 비밀정원’이라는 주제로 자연으로 나간 일상, 일상으로 들어온 자연의 신비한 이야기를 표현한 작품 12점을 연미산 금강자연미술센터에서 전시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작품 속에 담아낸 ‘나무-숲-대자연’처럼 수평으로 성장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메시지가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의 가치를 더욱 생생히 살려내 자연과의 진정한 소통의 기쁨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가슴속에 작은 불씨로 전달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국제아트페어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제13회 2014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전은,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AㆍB홀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명실공히 아시아미술시장의 대표 허브로 자리 잡은 KIAF전은 이번 전시에는 유럽ㆍ미국 등 22개국 갤러리 186곳(국내 126개ㆍ해외 60개) 900여 작가의 작품 3500여 점이 걸렸다. 국제갤러리ㆍ아라리오갤러리ㆍ표갤러리ㆍ학고재 등 한국의 현대미술을 이끌어가는 국내갤러리를 비롯, 영국 BICHA 갤러리ㆍ대만VT Art Salonㆍ독일 DIE 갤러리 등 유수의 해외 갤러리가 참가했다. 주요작품으로는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이 대거 출품했다. 한편 이번 아트페어에선 그동안 국내 미술애호가에게 생소했던 싱가포르(STPI, CHAN HAMPE GALLERIES 갤러리)ㆍ인도네시아(Edwineods 갤러리)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대표 6개국 13개 갤러리 등에서 2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표미선 한국국제아트페어 운영위원장(표갤러리 대표)은 “그동안 과거 미국ㆍ유럽 지역의 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경향의 틀을 깨고, 한국 대표아트페어로서 세계 미술계를 폭넓은 시각으로 리드하고자 아직 많이 다뤄지지 않은 미술계의 떠오르는 마켓인 동남아시아를 주빈국으로 선정했다”며 이번 전시의 배경을 밝혔다. KIAF전과 함께 여는 미디어 특별전시 아트플래시(Art Flash). 올해는 ‘Art for Fifth Sense’ 라는 주제로 눈으로만 관람하는 것이 아닌 관람객의 움직임이나 접촉에 의해 작품이 완성되는 ‘Interactive & Media Art’ 특별전으로 선보였다. 시각ㆍ청각ㆍ촉각ㆍ동적 감각 등 오감을 통해 작품을 경험하고 작가와 소통할 수 있는 재미난 작품으로 꾸며졌다. 한편, 관람객과 VIP 고객을 위한 수준 높은 강연 및 도슨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9월 25일엔 표미선 한국국제아트페어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일본ㆍ중국ㆍ타이완ㆍ마카오 등 아트페어의 기획자 및 대표들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발전 방향’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이 심포지엄을 통해 아시아대표 아트페어가 힘을 모아‘아시아가 주도하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물결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등을 다뤘다. 또 싱가포르의 아트페어 ‘아트스테이지’의 창립자이자 페어디렉터인 로렌조 루돌프가 ‘아시아 미술시장의 미래’ 를 주제로 심도 있는 강연을 펼쳤다. 로렌조 루돌프는 스위스 출신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을 10년 동안이나 이끌어 온 인물이다. 각종 비엔날레로 해외 유명 미술계 인사 등이 한국을 잇따라 방문하는 만큼 화랑가도 그 동안 준비해 온 주요 전시를 대거 선보였다. 올해 행사에는 국내 126개 화랑을 비롯한 22개국 186개 화랑이 참여해 대표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우여곡절 겪은 양대 비엔날레
올해 양대 비엔날레가 작품 전시 여부와 전시 감독 선정 등을 놓고 개막 전부터 시끄러웠다. 그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비엔날레 운영상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파행까지 우려됐지만 일단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8월 창설 20주년 기념 특별전에서 홍성담의 걸개그림‘세월오월’의 전시가 유보됐다.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세월오월’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해 풍자한 부분이 파행까지 논의되는 등 큰 논란이 됐다. 결국 작가는 걸개그림을 자진 철수했고, 윤범모 책임 큐레이터와 이용우 비엔날레 대표는 사퇴했다. 이 사건은 본 행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이후, 지난 9월 18일,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문화관광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정동채 전 장관을 새 임시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또 한 차례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정 신임대표가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임기 6개월의 한시적이며, 무보수로 업무를 수행하게 돼 적극적이고 활발한 리더십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 부산비엔날레는 출발부터 전시 감독 선정 등을 놓고 끊임없이 잡음이 계속돼 왔다. 부산비엔날레는 앞서 개막 3개월을 앞둔 지난 6월 공동 감독제 도입 등을 놓고 지역 문화계와 갈등을 빚어 온 오광수 운영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 바 있다. 오광수 운영위원장이 절차를 무시하고, 지난해 전시감독 선정위원회에서 1위로 뽑힌 부산 출신 김성연 씨를 뒤로 하고, 2위 프랑스 출신 케플렝에게 공동 감독직을 제안하여 불공정성의 문제가 있었다. 부산문화연대는 부산비엔날레 보이콧에 나섰고 지난 6월 오 위원장이 물러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부산시립미술관에 차려놓은 본 전시 작가 77명 중 3분의 1이 넘는 26명이 케플렝 감독과 국적이 같은 프랑스(프랑스령 포함)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한 국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장을 장악한 셈이다. 이 같은 논란을 반영해 9월 19일 언론설명회에서는 프랑스 전통 복장의 한 작가가 관람객들에게 바게트 빵을 나눠주며 비엔날레의 프랑스 편중을 꼬집는 ‘보이콧 퍼포먼스’ 가 벌려지기도 했다. 전시감독 올리비에 케플렝의 시도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세상 속에 거주하기’라는 주제를 통해 세상을 사유하고 진단하는 30개국 작가 161명의 다양한 작품들이 1~3층 공간을 꽉 채운 행사였지만 아쉽게도 전문가들과 관람객들의 평가는 “미술관 기획전 수준이다” 라는 다소 부정적평들이 나왔다. 기획자는 출품작들을 “세상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이라며 많은 담론들이 깃든 공간을 연출하려 했지만, 난해한 맥락 속에 작품들이 뒤엉킨 공간 구성은 급조한 인상이 뚜렷하다. 비엔날레 특유의 대담함과 과감함은 보이지 않고, 식상하고 밋밋한 느낌만 든다는 것이다. 실험성과 지역성, 젊은 미술가 육성이라는 애초 의도에 벗어났다. 신선하거나 실험적인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작품 채우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전지구적인 거대 주제와 난해한 담론, 기괴하면서도 덩치 큰 규모를 강조하는 설치작업들과 복잡한 개념어 일색의 설명들로 1~3층 전관이 채워졌다. 지그재그로 갈팡질팡하는 관람 동선 등에서 일반 관객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다는 인상도 남았다. 본 전시와 함께 두 개의 특별전 중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한국 현대미술 비엔날레 진출사 50년’전은 구색 맞추기 수준이다. ‘비엔날레 아카이브’ 란 제목으로 지난 50여 년간 전 세계에서 열린 비엔날레에 참여한 한국 작가들의 당시 출품작을 보여주는 특별전으로 이건수 씨가 기획했다. 그러나 참여 작가들의 실물자료는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당시 자료를 스캔해서 가져다 놓거나 최근 대표작을 걸어 놓기도 했다. 국내 작가들의 비엔날레 진출 50년을 되돌아본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전시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내용은 비엔날레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장소에는 한국 대표작가 48명의 작품 109점으로 채웠다.

굵직한 미술 관련 비엔날레가 포화인 상황
9월에 개막해 현재 개최되고 있는 국내 미술 관련 비엔날레만 약 5~6 여개 달해, 기이한 현상 속에서 지자체의 지역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된 비엔날레는 피로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됐던 광주비엔날레가 109억 원과 부산비엔날레가 37억 원의 예산으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지난 행사를 치른 반면, 2014대구사진비엔날레는 겨우 14억 원의 예산만이 집행됐다. 신생 비엔날레는 예산 부족으로 운영인력조차 제대로 갖추기 어렵다. 올해는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넉넉지 못한 예산 때문에 진행의 어려움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벌써 부터 들여오고 있다. 미술계 관계자는 “광주ㆍ부산비엔날레 사태에서 보듯 예술 행사라는 순수성은 잃어버렸고 정치적 이벤트와 이해관계에 따른 이벤트로 변질됐다” 며 “해당 지자체 성과를 과시하는 것 외에 무슨 기능을 하는 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공 적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비엔날레를 개최하는데다 운영 미숙으로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ㆍ예술계 관계자들은 “지자체마다 구색 맞추기처럼 개최하는 비엔날레가 정확한 좌표 설정에 실패했고, 제대로 된 중간 점검 장치도 없었다” 며 “비엔날레 스스로 확고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술행사라는 순수성은 퇴색되고, 정치적 이벤트와 이해관계에 따른 이벤트로 변질되어 간다. 비엔날레의 본래의 의미가 무엇인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함인지 뿌리부터 튼튼히 해야 함은 물론이며, 전시 연구 검토를 충분히 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비엔날레로 발전하기 위해서
비엔날레(biennale)는 이탈리아어로 ‘2년마다’라는 뜻이지만 미술 분야에서 2년마다 열리는 전시 행사를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매해 세계 각지에서는 크고 작은 다양한 종류의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베니스 비엔날레는 최초로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1895년에 이탈리아 국왕 부부 결혼을 기념하며 창설된 국제현대미술제인 베니스 비엔날레는 지금까지 위상을 이어왔다. 2년마다 6월에서 9월까지 여름 동안 27개국의 독립 전시관과 가설 전시관을 설치해 세계 각국의 최신 미술 경향을 소개하는 장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이탈리아의 도시 베니스에서 관광도시라는 지역특수성을 기반으로 기획된 행사였다. 실험성과 지역성, 젊은 미술가를 육성한다는 순수미술행사로서 개최 당시 행사취지와 함께 관광산업과의 연계한 수익 창출과 이탈리아 르네상스 이후 실추된 이탈리아 미술의 위상을 재확립하겠다는 의도로 함께 깔려 있었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미술의 형태가 바뀌듯, 비엔날레의 목적과 의미 또한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긴 비엔날레 역사를 지닌 유럽지역에서도 제도에 대한 비평과 함께 새로운 모색이 시작됐다. 국가ㆍ지역적인 구분은 1990년 이후로 서서히 무의미해지기 시작하면서 보수적이던 베니스 비엔날레도 이제 외국의 큐레이터가 국가관의 커미셔너를 맡고 작가를 초대하는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 이런 비엔날레의 국제적 흐름에 맞춰 국내 비엔날레들은 각자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국내의 유사한 미술행사와 다른 차별성과 방향성은 과연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가져야 할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역사가 짧은 비엔날레가 넘쳐나다 보니 확실히 자리를 잡은 극소수의 비엔날레를 제외하고는 이들의 정체성 확립과 차별성이 세계 예술계의 새로운 담론으로 부각 되고 있다. 이제 지역 문화행사의 개념을 넘어서 세계유수의 비엔날레와 견주어 손색이 없을 국제행사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예술인들과 행정기관의 새로운 인식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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