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위협과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민간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10월10일 대북 전단 살포를 여러 언론과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라는 듯이 공개적으로 실행했다. 즉시 북한은 경기도 연천 북쪽에서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해 14.5㎜ 고사총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11월 초 2차남북고위급회담을 앞두고 해빙 분위기를 훼손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두고 ‘남남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현 ‘북한사회 생활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주민들은 식량배급과 지원물자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의료시설에는 환자를 치료할 의약품이 태부족하다고 한다. 기본적인 의료복지환경이 후진국 수준이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허용되지 않으며 비판적 의견은 처벌받고 교화소나 정치범 수용소에 수용되거나 심지어는 사형에 처한다고 한다.

북한 수사기관은 체포 시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불법체포를 자행하고 있으며 구금시설 수용 시에 죄목과 혐의사실, 구금이유 및 기간 고지 등 법적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 주민들은 이와 같은 억압과 통제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 권리가 있다. 남한 국민은 인권이 말살된 북한 동포들의 질곡을 외면할 할 수는 없다.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논의 역시 이 같은 기본가치 위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 온 탈북자들의 북한독재체제에 대한 증오와 반감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생이별하고 북한에 두고 온 가족과 동포들이 하루빨리 독재정권의 압제로부터 해방되길 기원하고 염원할 것이다.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은 폐쇄된 북한 사회에 자유를 일깨워주고 남한사회와 국제사회의 여러 정보를 제공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탈북자 민간단체는 북한의 변화와 통일에 전단 살포는 필수적이며 목숨을 걸고 실행해 나갈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북한인권운동가인 수잰 숄티 미국 디펜스 포럼 재단 회장 역시 “북한 내부로의 정보 유입은 국제법 위반도 아니고 북한 인권보호와 개선의 역할이 크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이번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남북관계가 다시 냉각될 위기에 처하면서 많은 국민들도 탈북자 단체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한 사격에 이어 대남 비난성명을 통해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며 2차 고위급 회담 전면 취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남북 간 교전이 확대되지 않고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모처럼 맞이한 남북 간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부은 듯해 심히 유감스럽다. 또한 연천 주민들은 북의 위협이 허구가 아닌 실제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연천군 주민들은 대북 전단보다 국민의 안전이 우선 아니냐는 반응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위협이 두려워서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단 살포의 당위성에 대해서 이견은 없지만 ‘시기조절’과 전단 내용에서 더 합리적이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전달살포를 백주대낮에 공개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이 같은 보여주기식 행사는 불필요한 갈등과 논란을 야기하고 ‘남남갈등’의 원인도 될 수 있다. 일부 대북 민간단체는 경제적 후원금을 더 받을 목적으로 자신들의 단체의 홍보행사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 역시 민간 차원의 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정부 관계자가 대북단체 회원들을 직접 만나 남북관계의 현황에 대해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그리고 ‘남남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전단 살포를 꼭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10월13일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며 남북 간 대화가 지속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진정성이 담보된다면 5·24조치 해제 문제를 북측과 논의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자세도 보였다. 남북 간 대화의 불씨를 살려나가야 한다. 남북 간 소모적 대치의 악순환은 평화정착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남북 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노력 중에 북한 핵 문제도 자연스레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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