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홍콩 시민들이 친중국계 인사로 사실상 입후보 자격을 제한한 중국의 행정장관 선거법 개정에 반발해 침묵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동맹 휴업을 예고했다. 2017년 처음 직선제로 치러지는 행정장관 선거의 완전 자유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와 지지자 4,000여명(경찰 추산 1,860여명)은 지난 9월 14일 홍콩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에서 금융가인 센트럴까지 거리 행진을 했다. 검은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구호 없이 ‘공민 저항’, ‘베이징이 약속을 어겼다’라고 적힌 검은 펼침막을 들고 ‘침묵’ 시위를 했다. 행진에 참여한 한 60대 시민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우리는 행정장관 입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게 뭔지 중국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는…
▲ 사건의 발단: 이번 시위는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제도 개편으로 촉발됐다. 홍콩은 중국에 속한 특별행정구로, 일국양제에 따라 행정장관이 이끌고 있다. 그동안 홍콩은 친중국 성향이 강한 ,1200명의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행정장관을 선출했다. 그러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 8월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1,200명의 후보추천위원 중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 2∼3명에만 입후보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보통선거 개편안을 확정했다. 다시 말해 홍콩에 보통선거를 도입하는 대신 기업과 노동조합이 선정한 위원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의 절반이상의 찬성을 얻는 것을 출마 조건으로 결정한 것이다. ▲ 홍콩 민주세력이 반발하는 이유: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는 전인대의 선거안이 반중(反中) 성향 인사의 출마를 막으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홍콩기업 대부분은 중국 본토와 비즈니스 관계가 깊고, 선거위원회의 약 80%는 친(親) 중국파다. 지명위원회도 친중국세력이 과반수를 차지할 것으로 보여 중국 정부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은 사실상 입후보할 수 없다. 홍콩 민주주의 세력은 “진정한 보통 선거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2017년 완전직선제를 요구하고 있다. ▲ 중국 정부 대응: 중국 정부는 앞에서는 시위 진압을 홍콩 경찰에 맡기고 있지만, 뒤에서는 재계와 교육계를 압박해 수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본토에서의 홍콩 시위 관련 보도를 통제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차단하고 있다. 한편 홍콩 시위가 격화하면서 중국 당국의 홍콩 내 인터넷 검열 및 차단 가능성이 커지자 스마트폰 채팅앱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홍콩 시위대를 중심으로 하루 만에 10만 명이 오프라인 채팅앱인 ‘파이어챗’에 가입했고, 시위 첫날밤 파이어챗 동시 접속자 수는 3만 3,000명까지 치솟았다. 피아어챗은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아도 이용자가 반경 70m안에만 있으면 블루투스를 이용해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채팅앱이다. ▲ 홍콩과 중국의 관계: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1997년 7월 중국에 반환됐다. 당시 중국은 외교ㆍ국방을 제외한 분야에서 ‘고도의 자치’를 50년간 인정하는 ‘일국야제(一國兩制)’를 약속했다. 영국식 경제와 행정ㆍ입법ㆍ사법 제도 유지를 보장하고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홍콩 헌법인 기본법에는 민주화를 단계적으로 진행해 대통령을 유권자들이 보통선거로 선택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명기돼 있다. ▲ 우산혁명이란: 이번 시위에 붙여진 이름이다. 홍콩경찰이 시위대 진압을 위해 최루탄과 최루가스를 살포하자 시위대와 시민들이 우산을 펴고 막아내면서 ‘우산혁명(Umbrella Revolution)’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시위대 규모: 지난 9월 29일 절정에 이른 시위대 규모는 8만 명으로 추산됐다. 시위는 홍콩 24개 대학생들이 동맹휴업에 나서면서 급격하게 확산됐다. 여기에 중ㆍ고교 학생이 가담하고 시민까지 동참하면서 홍콩 전체 민주화 시위로 번졌다. 지난 9월 29일 시위로 도로 등 홍콩 도심 기능은 마비됐고 18개 은행 35지점이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최소 89명 체포됐고 이 과정에서 40여명에 부상을 입었다. ▲ 홍콩 지지 국가: 홍콩 시위대에 지지를 표명한 국가는 현재까지 영국과 미국이다. 양국은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면서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홍콩을 지배했던 영국 외무부는 성명에서 홍콩이 시위권을 보호하고 주민들이 ‘법 안에서’ 권리를 행사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자유는 보통선거로의 이행을 통해 가장 잘 보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닉 클레그 부총리는 트위터에 “홍콩 거리로 나온 용감한 친(親) 민주주의 시위대를 지지한다”고 썼다. 미국의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기본법(홍콩의 헌법격)에 따라 이뤄지는 홍콩의 보통선거를 지지하며 홍콩인들의 열망을 지지한다”며 “보통선거와 대표 후보들에 대해 투표할 수 있다면 홍콩 지도자의 정통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홍콩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홍콩 당국에는 시위 진압 자제를, 시위대에는 평화적으로 의견을 표출할 것을 촉구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 주역들
최근 홍콩 도심을 점거한 ‘민주화’ 시위대를 이끄는 인물은 이미 투쟁 경험이 있는 17세의 학생운동가에서부터 현직 법대 교수, 홍콩에 대한 꿈을 간직한 70세 노 목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외교안보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지난 9월 30일자 최신호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주도하는 양대 단체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소개했다. ▲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ㆍHKFS): 8개 대학 학생회 연합체로서 1958년 설립이후 사회활동가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9월 22일 동맹휴학을 주도했고 무엇보다 대학교수들의 직ㆍ간접 지지를 끌어냈다. ▲ ‘센트럴을 점령하라’ (Occupy Centralㆍ이하 센트럴 점령): 정식 이름은‘사랑과 평화로 센트럴을 점령하라’는 시민단체로 3명의 지도자 가운데 2명이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 그러나 중국 중앙정부가 점차 홍콩의 자치권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고 보고 지난해 1월 홍콩기본법에 따른 보통선거권을 부여하지 않으면 홍콩 도심 금융가인 센트럴을 점거해 도시를 마비시키자는 내용의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제안했다. ▲ 베니 타이 이우-팅(戴耀延): 홍콩대 법대 교수로 지난해 1월 홍콩경제저널 기고문에서 비폭력 시민불복종을 처음 제안하면서 홍콩 민주화 진영의 지도자로 떠올랐다. 지난 9월 27일 학생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후 센트럴 점령의 행동개시를 공식 선포하면서 본격적 점거 시위의 불을 댕겼다. ▲ 찬킨만(陳健民): 홍콩중문대 소속 사회학자로 센트럴 점령의 공동 발기인이다. 이 대학 중국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었으나 센트럴 점령 운동에 참여하면서 사임했다. ▲ 추이우밍(朱耀明): 교회 목사이자 베테랑 인권운동가로 역시 센트럴 점령의 공동 발기인이다. 칠순의 중국 본토 출신으로 문화혁명(1966∼1976)의 격동기를 거쳤다. 1989년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사태에 가담한 민주화 인사들을 도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나도 중국공산당이 정말 무섭지만 우리가 운명에 굴복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조슈아 웡(黃之鋒): 17세의 학생운동가로 15살 때인 2012년 중고등학생 운동단체인 학민사조(學民思潮)를 설립, 홍콩 당국의 중국 본토식 국민교육 과목 도입안을 실력으로 저지시킨 전력을 갖고 있다. 당시 그가 주도한 반대운동에 12만 여명이나 참여했다. 이후 홍콩 문회보를 비롯한 친중국 매체로부터 ‘미국과 연계돼 있다’는 비판의 표적이 돼 왔다. 지난 9월 26일 홍콩 정부청사의 담을 넘으려다가 경찰에 체포돼 이틀 만에 풀려났다.  ▲ 알렉스 초우(周永康): 24세로 이번에 동맹 휴학을 주도한 HKFS의 비서장(사무총장격)을 맡고 있다. 9월 15일 한 인터뷰에서 중국 공안 당국의 미행과 도청에 시달리고 있으나 이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대에서 비교문학과 사회학을 전공했으나 동맹휴학 이전에는 운동 경험이 별로 없다. ▲ 레스터 셤(岑敖暉): 홍콩중문대 공공행정학과 재학생으로 지난 4월부터 HKFS 부서기장을 맡고 있다. 초우처럼 학생 운동에는 초보자이다.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정치적으로 자각한 것은 ‘홍콩골든’이라는 인기 있는 인터넷 포럼을 통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가짜 직선제’ 반발
지난 9월 14일 홍콩 시민 수만 명이 시위에 직접적으로 나선 이유는 2017년 시행되는 행정장관 직선제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지난 8월 3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자회의(국회 격)가 기존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2017년부터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개정했다. 지금까지 행정장관은 친(親)중국 인사 1,200명으로 이뤄진 선거위원회에서 뽑았다. 이를 주민들이 직접 뽑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홍콩 입법회(의회) 야당 의원들과 시민들이 지난 수년간 시위 등을 벌이며 직선제를 요구해 쟁취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홍콩 금융을 보호하기 위해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중국 정부가 일부 물러선 이유를 분석했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이내 당국이 내놓은 직선제에 대해 ‘가짜 직선제’라며 반발했다. 후보추천위원회로 이름이 바뀌는 친중국 성향의 선거위원회가 추천한 후보만 선거에 나설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민주 인사에게는 입후보 기회가 원천 차단됐기 때문이다. 홍콩의 중국 본토 경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경제 양극화가 심해진 것도 시위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된다. 홍콩에선 반환 이후 부동산ㆍ제조업ㆍ금융 기업가들이 중국 본토와 결탁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들은 선거위원회를 장악, 홍콩 행정장관 선출을 좌지우지했다. 반면 일반 시민들은 중국 본토의 자본과 인력이 유입되며 물가ㆍ주거비용이 올라가 어려움을 겪었다. 시위 참여자 대부분이 10대 청소년과 20ㆍ30대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주택 가격 상승은 새집을 마련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특히 부담이 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주택 임대료는 한 달 새 2.6% 상승했다. 지난 8월 홍콩 완탕면 가게 임대료는 석 달 동안 3,000홍콩달러가 늘어난 1만 5,000홍콩달러(약 200만원)를 기록했다. 중국 관광객의 명품 소비를 겨냥해 고급 상점들이 상권을 장악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홍콩 내 갈등 고조
2017년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지난 10월 3일(현지시간) 정부청사를 포위하면서 정부가 청사를 하루 동안 폐쇄했다. 또 홍콩 내 친중(親中) 성향 단체 등이 시위대의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고 시위 참가자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정부와 학생 대표 간 대화 시도마저 무산됐다. 중국 관영언론이 홍콩 시위를 일제히 비판하는 등 공세를 강화한 가운데 일부 시위대는 폭력 사태의 배후 세력으로 중국 정부를 의심하고 있어 홍콩 내 갈등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콩 정부는 시위대가 홍콩섬 애드미럴티(金鐘)에 있는 정부청사와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행정수반) 판공실을 둘러싼 채 경찰과 대치하면서 청사 진입로가 차단됨에 따라 청사를 일시 폐쇄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렁 장관도 이날 청사로 출근하지 않고 센트럴(中環)에 있는 자신의 관저 예빈부(禮賓府)에서 오전 주요 공직자와의 정례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시위대의 도심 점거가 엿새째 이어지면서 정부는 센트럴과 완차이(灣仔) 등 홍콩섬 서부지역 학교의 휴업을 4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이 오전 정부청사 등을 포위한 시위대에 가능한 한 빨리 떠나라고 촉구한 데 이어 정부도 저녁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시위대의 행동은 극단적으로 비이성적이며 비인간적인 불법 행위일 뿐 아니라 거의 완전한 무정부 상태에 가깝다”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법에 따라 단호하게 처리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피터 매시슨(馬斐森) 홍콩대 교장(총장)과 선쭈야오(沈祖堯) 홍콩중문대 교장은 나란히 정부청사 부근 타마르 공원을 찾아 학생들에게 평화로운 시위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국제해커조직 어나니머스는 홍콩 정부의 최루탄 사용에 대한 항의 표시로 친중 성향 정당인 ‘홍콩개선을 위한 민주동맹’ (DAB)과 도심점거를 주도한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 (Occupy Central·이하 센트럴 점령)의 홈페이지를 공격해 마비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10월 2일부터 일제히 홍콩 시위에 대한 비난전의 포문을 연 중국 관영언론은 이날 비판 수위를 높이며 여론 공세를 이어갔다. 관영 신화통신은 “일부 사람들이 진정한 보통선거 쟁취를 명목으로 홍콩을 어지럽히고 불법 집회를 선동하고 격렬한 거리시위의 방식으로 중앙정부를 물러나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한 인민일보(人民日報) 평론원의 고문을 소개했다. 중국경제망(中國經濟網)은 홍콩의 센트럴 점령 시위가 관광업에 타격을 줌으로써 황금연휴에 막대한 경제손실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홍콩 내 친중 단체들은 10월 2일 ‘인터넷 대연맹’을 결성하고서 시위대의 ‘노란 리본’운동에 맞서 ‘파란 리본’ 캠페인을 시작하는 등 시위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몽콕(旺角) 등에서는 시위대와 친중(親中) 세력 간 충돌로 여러 명이 부상했다. 친중 시민단체인 ‘센트럴 점령 반대’ 회원 100여 명은 이날 저녁 몽콕에서 학생 시위대에 욕설을 퍼붓고 플라스틱 물병 등을 던졌다. 친중파는 취재 기자와 경찰에게도 물병을 던져 기자가 맞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마스크를 쓴 건장한 청년들이 나타나 시위대를 폭행하면서 충돌이 격화됐다. 학생들은 친중파 회원에게 맞아 머리에 피를 흘리는 시위대의 사진 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날랐다. 고급 쇼핑센터가 밀집한 코즈웨이베이(銅라<金+羅>灣)에도 얼굴에 마스크를 끼고 검은 티셔츠를 입은 청년 수십 명이 나타나 시위대의 바리케이드를 철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중파와의 충돌로 시위 참가자 여러 명이 다치자 학생 시위대는 정부와의 대화 노력을 전격 중단했다. 대학 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ㆍ학련ㆍHKFS)는 “정부와 경찰은 삼합회(三合會·중국계 국제범죄조직)로 의심되는 단체와 친중 성향 단체가 평화적인 시위대를 공격한 것을 눈감았다”며 “캐리 람(林鄭月娥) 정무사장(한국 총리격)과의 대화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학련은 폭력을 행사한 이들의 배후로 렁 장관을 의심했다. 일부 시위대는 중국 정부가 폭력을 행사한 이들을 고용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렁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람 사장과 학생들 간 대화를 제안했고 학련은 대화의 TV 생중계를 요구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교수 40여 명은 몽콕에서 평화적인 시위대에 가해진 폭력을 비난하는 청원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경찰에 가해자 체포를 주문하고 정부에는 사회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시민의 민주적 요구에 즉각 응답하라고 요구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 출구는?
홍콩 정부와 시위대 지도부가 지난 12일 이전까지 공식대화를 시작하기로 합의하면서 반중(反中)시위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었다. 이런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위대가 투쟁의 초점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아닌 반(反) 경쟁적이고 반소비자적인 홍콩의 재벌경제에 맞춰야한다고 지적, 관심을 모았다. 양측은 ▲ 여러 차례 대화를 한다 ▲ 대화는 동등한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 정부는 협상내용을 그대로 실행해야 한다는 세 가지 원칙에도 합의했다. 양측은 빠른 시간 내에 다시 만나 의제와 장소 등을 조율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홍콩을 뜨겁게 달궜던 시위는 소강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였다. 공무원들은 이미 업무에 복귀했고 초ㆍ중ㆍ고교들도 수업을 재개하는 등 홍콩은 시위 전 일상을 되찾기 시작했다. 여전히 거리엔 일부 시위대가 남아있었으나 그 규모는 정부청사 봉쇄가 사실상 풀린 지난 6일 이후 대폭 줄어들었다. 외신들은 홍콩 시내 상업중십지인 코즈웨이베이의 경우 남아있는 시위대 수가 약 30명으로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되면 시위가 다시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홍콩의 행정수반인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은 시위대에 최대한 빨리 해산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시위대 측은 정부가 남아있는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면 합의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홍콩의 경제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외무역 분야를 제외하면 자유시장 경제 체제가 아니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스터드웰은 독과점 형태의 카르텔을 홍콩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면서 슈퍼마켓, 시내버스, 전기, 항만, 부동산 시장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하늘을 찌를 듯이 비싼 홍콩의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이른바 홍콩의 ‘4대 패밀리’가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홍콩 정부가 식민지 풍의 ‘불로소득형 경제’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다며 홍콩 정부가 지난 2012년 이후 독과점 방지를 위한 관련 법령과 경쟁위원회를 도입했지만 아직까지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위의 초점을 카르텔에 맞추라고 조언하면서 만약 시 주석이 홍콩 경제의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게 된다면 중국 정부와 정책적 타협점을 찾기가 쉬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 그 후…
홍콩 정부가 학생 시위대와 지난 10월 10일(현지시간) 대화에 나서기로 하면서 민주화 시위 열기가 다소 잦아든 가운데, 안갯속에 빠진 홍콩의 미래에 대해 여러 예측들이 나왔다. 일각에선 홍콩 시민들의 ‘시민불복종’운동에 경각심을 가진 중국 중앙정부가 감시기능을 강화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오는 한편, 2017년 행정장관 선거까지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의 사퇴를 포함한 시위대의 요구안 전면수용부터 군사적 충돌이란 최악의 사태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예상됐다. ▲ 중국 중앙정부, 감시기능 강화할까: 홍콩 민주화 시위를 주도한 학생시위대를 비롯, 홍콩 시민들은 이번 민주화 운동이 중국 중앙정부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일자 기사에서 시위를 주도한‘센트럴을 점령하라’지도부 대다수는 중국 정부의 사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공산당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홍콩 정부가 시민들과 진심어린 협상을 진행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로 가장 경계심을 갖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중국 정부다. 수십만 인파가 사실상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정부는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검열 수위를 높이는 등 단속에 나섰다. 때문에 이번 시위 이후 홍콩에 대한 감시기능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지난 2003년 국가보안법 제정을 반대한 대규모 시위 이후 홍콩의 언론 자유가 퇴보했다는 평가가 이 같은 예측에 힘을 싣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국경없는 기자회 자료에서 올해 홍콩의 언론 자유 순위는 세계 61위에 머물렀다. 지난 2002년만 해도 18위였으나 순위가 급락해 지난해엔 58위까지 추락했다. 이와 관련 국경없는 기자회는 “중국이 경제적인 힘을 이용해 홍콩 미디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WSJ이 소식통을 통해 전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양대 안보기관인 국가안전부와 공안은 이번 시위 발생 이후 홍콩에 대규모의 요원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시위를 모니터링하고 이곳의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 홍콩 시위 그 후, 6가지 시나리오: 이번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FT는 홍콩 사태의 향후 전망을 6가지로 정리했다. 홍콩 시민들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렁 장관의 퇴진, 2017년 행정장관 선거방식 개선 논의를 비롯한 요구안이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지난 7일 대학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 지도부와 예비 접촉을 하고 지난 10일 캐리 람(林鄭月娥) 정무사장(총리격)과 학생 대표 간 첫 공식 대화가 있을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시위대 간 입장차가 커 성사는 미지수다. FT는 중국과 홍콩 정부가 이 같은 옵션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반대로 홍콩 정부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피로에 지친 시위대의 자진해산이다. 정부는 시위대의 요구안을 조금만 받아들이거나 무시하면서 지연전을 펼치고 이에 지친 시위대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해산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위대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해도 아직 열성 시위대가 남아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였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군사적인 충돌이다. 시위대 해산에 실패한 홍콩 정부가 중국에 군사 요청을 하는 시나리오로, 그동안 줄곧 입에 오르내린 지난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재현되는 것이다. 양 측 모두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다. FT는 홍콩 당국의 경찰 사용도 가정해봤다. 진압경찰의 시위대 강제 진압을 통해 수백 명의 시위대를 체포하고 마무리 짓는다는 것이다. 이밖에 렁 장관의 퇴진으로 마무리되는 시위대의 부분적인 승리도 예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선거방식 개선 논의는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선거방식 개선은 협상대상이 아니며 렁 장관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 변수다. 양 측이 타협하는 방안도 있다. 자신들의 입장을 서로 양보하는 것으로, FT는 행정장관 후보자 감독 위원회를 개혁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FT는 타협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양 측의 체면을 모두 살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충돌 지속, 계속된 신경전
홍콩 시민의 도심 점거시위가 23일째를 맞은 상황에서 정부와 시위대는 첫 대화를 하루 앞두고 신경전을 펼쳤다. 홍콩 정부와 8개 대학 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ㆍ학련)는 지난 21일 저녁 6시(현지시간)부터 홍콩의학아카데미에서 시위사태 이후 첫 공식 대화를 할 예정이었다. 양측에서 각각 5명이 대화에는 정부 측에서 캐리 람(林鄭月娥) 정무사장(총리 격)이, 학생 측에서는 8개 대학 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ㆍ학련)의 알렉스 차우(周永康) 비서장이 각각 대표를 맡는다. 레너드 정(鄭國漢) 링난(嶺南)대 총장이 주재하는 이번 대화는 TV로 생중계되며, 도심 점거 시위를 주도하는 조슈아 웡 치-펑(黃之鋒) 학민사조(學民思潮ㆍ중고등학생 단체) 위원장과 베니 타이 이우-팅(戴耀延) ‘센트럴을 점령하라’ 공동 대표 등이 대화 장소와 가까운 곳에서 방송을 지켜보도록 학련으로부터 초청받았다. 홍콩 정부가 대학생과의 대화에 응한 것은 이날 개막한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8기 4중전회<中全會>)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중국 지도부에게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이지만, 양측간 입장차로 대화를 통한 시위사태 수습이 쉽지 않아 보였다. 대화를 앞두고 시위대는 경찰과 대치를 이어갔다. 시위대 3천여 명은 지난 20일 새벽까지 까우룽(九龍)반도 몽콕(旺角)의 도로를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했고, 정부청사가 있는 홍콩섬 애드미럴티(金鐘)에서도 시위대 1천여 명이 도로에 텐트를 친 채 밤샘 농성을 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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