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에서 공길은 이해하면서 왜 우리는 이해 못하나?"

지구에 모여 살아가는 60억이 넘는 숫자의 사람들. 매일같이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또 치열하게 살아간 생명들이 꺼져간다. 그리고 그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세상을 살아간다.


지난해 말 개봉하여 무서운 속도로 사람들을 극장으로 모여들게 만든 영화가 있다. 왕을 가지고 놀아보는 거야, 라며 놀이판을 벌이는 광대들의 이야기, 바로 <왕의 남자>였다. 3월 5일 전국관객 1천 175만 명을 돌파하면서 깨지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태극기 휘날리며>의 종전 최고 기록인 1천 174만 명의 수치를 넘어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천하기 짝이 없는 천민출신의 광대들, 그러나 누구보다 자유로운 삶을 원했고 또 자유로운 삶을 살던 조선 최초 궁중광대들의 이야기는 스크린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시간을 1초도 허용하지 않았다. 남사당패의 신명나는 놀이판과 궁궐로 들어간 두 명의 광대 장생과 공길 그리고 연산군과 녹수, 네 명의 운명적인 만남. 탄탄한 이야기의 구조와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흥행신화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또 한가지 흥행요인을 꼽으라면 영화에서 공길 역을 맡아 시종일관 요염한 몸짓과 말투, 그리고 웬만한 여자보다 더 아름답다는 평을 받던 배우 이준기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가 개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이 영화가 가지는 은근한 동성애 코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하나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세 남자의 로맨스가 거부감도 없이 아름답게 받아들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공길을 아끼고 보살피던 장생이 사랑하는 남자를 대신해 대역죄를 뒤집어쓰고 눈이 머는 형벌을 받는 것이나 최고의 권위를 가진 한 남자, 연산군의 공길에 대한 사랑 역시 무서울 정도로 질주했다. 그렇다면 공길은? 장생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장생과 함께 하기 위해 손목을 긋는다.

그의 남자, 그녀의 여자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사실 왕의 남자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왕의 여자도 아닌 왕의 남자라니, 충분히 그 분위기가 예상되었던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동안의 퀴어영화(퀴어영화란 동성애를 중심으로 성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깊이 다루고 있는 영화의 한 경향을 일컫는다)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과는 사뭇 다르게 이번 영화에서 동성애는 자연스럽게 묻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신문기사에도 은근한 동성애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결코 그들의 동성애는 은근하지 않았다. 세 남자의 사랑은 다섯 살짜리 꼬마아이도 눈치챌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은근하다니. 이전 동성애를 다룬 영화들을 보면 관객들이 그리 너그럽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왕가위 감독의 <해피투게더>라는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당시 동성애 장면이 삭제된 채 국내에 개봉되지 않았던가. 정찬과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열연했던 우리나라 영화 <로드무비>역시 일부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은 채 극장에서 사라지는 광경을 보았다. 불과 2002년의 일이었다. 그리고 <왕의 남자>가 최고의 흥행성적으로 기록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과연 무엇이 다른가. 사람들의 의식이 그 사이 급격하게 변하기라도 한 것인가. 그리고 발견했다. <왕의 남자>에서 공길은 너무도 아름다웠으며 사람들의 의식은 <왕의 남자>에 한해서만 관대해졌다는 것을 말이다. 만약 공길역에 마초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배우가 캐스팅 되었다면(물론 제작사 측에서 급구 말렸겠지만)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기자가 아는 한 중년의 남성은 영화 속의 이준기라는 배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단다.'아, 남자가 저렇게 매력적일 수도 있구나.'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동성애자들이 모두 이준기와 같은 모습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사랑하는 모든 연인들이 전지현과 정우성과 같은 꽃미녀, 꽃미남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사실 동성애자들은 여전히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고 그들의 인권은 보호받기보다는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Man+Man

▲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투게더>의 한 장면이다. 보영과 아휘의 환영 받지 못하는 사랑이야기. 그들의 사랑은 치열하고도 아팠으며 아름답고도 슬펐다.
다음 카페의 검색창에'동성애'라는 키워드를 치면 664개의 목록이 뜬다. 물론 호기심으로 가입한 이성애자들도 있겠지만 동성애자들이 모여 그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이(남성 동성애자),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들의 모임에서부터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10대 청소년들의 모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 중 20세 이상의 남성 이반(동성애자들을 부르는 다른 명칭이다. 이성애자들을'일반', 동성애자들을'이반'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17,247명이 모여 있는 오렌지동 ORANGEIBAN이 있다. 그 카페의 회원인 남성 동성애자'Ever7'과'쌀과자'그리고'CravisRain'에게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들의 실명을 쓰는 대신에 카페에서 사용하고 있는 닉네임을 사용하겠다. Ever7의 경우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자각한 시기가 20살 때이며 쌀과자의 경우 10대라고 이야기했다. 그들에게 물었다. 동성애자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 하고 말이다."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더럽다, 짐승만도 못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아라. 자신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서 살고 싶겠는가. 할 수 있다면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게 동성애자들이다. 그러나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걸 알지 못한다면 함부로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Ever7)"받아들이고 못 받아들이고의 문제를 떠나서 개개인의 성격 차이, 가치관의 차이가 잇다. 개성이 존중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안지 이미 오래이지 않은가."(쌀과자)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오랜 시간 함께 있고 싶어서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서 결혼을 선택한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동성간의 결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물론 몇 년 전에 남성 동성 커플이 공개적으로 결혼을 한 사례도 있기는 하지만 법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결혼에 대하여 당신들이 꿈꾸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들어보고 싶다."여자와의 결혼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만약 평생을 함께 해도 좋을 파트너가 나타난다면 결혼은 아니어도 동거를 할 생각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동성간의 결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혼을 생각해 본적은 없다."(Ever7)"결혼을 할 계획이다. 물론 애인이 생기고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결혼을 하게 되면 누구나 생각하는 그런 이상적인 가정과 집, 가족을 꿈꾼다. 우리는 일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모두가 추구하는 건 행복이 아니겠는가. 결혼이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나라에 가서 살려고 준비중이다. 일본을 생각 중인데 일본 또한 법으로 동성간의 결혼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아니면 영어 공부를 해서 유럽권으로 갈 생각 또한 가지고 있다."(쌀과자)당신들은 커밍아웃을 한 상태인가?"주변에 밝혔다. 내가 게이임을 확실하게 아는 친구들은 6명이고 남자와 교제했다는 사실을 아는 친구는 더 많다."(Ever7)"가장 친한 친구 2명에게 알렸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여자친구에게는 알리지 않았지만 알고 있는 눈치이다."(쌀과자)사실 커밍아웃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당신들은 커밍아웃을 긍정하는 입장인가, 아니면 부정하는 입장인가."나는 긍정하는 입장이다. 내가 커밍아웃을 하게 된 이유는 거짓말을 하기 싫어서이다.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말이다. 물론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이해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힘이 되는 일이다. 해보면 알 것이다."(Ever7)"그것을 꼭 옳다와 그르다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이 다 때가 있듯이 커밍아웃 또한 언제 하느냐에 따라서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나로서는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쌀과자)"아무래도 이성애자들은 동성애자들을 바라볼 때 사람과 사람이 사랑한다고 이해하기보다는 남자와 남자가 사랑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커밍아웃을 했을 때 상처받은 경우를 많이 보았다. 카페 게시판에 고민상담소라는 것이 있는데 사람들이 그 게시판에 커밍아웃에 대한 고민들을 털어놓곤 한다. 리플을 달아주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커밍아웃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주변에 9명의 친구들이 알고 있다. 인복이 많아서인지 그들 모두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있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면 얼마나 재미없고 징그럽겠는가. 민주주의의 기본은 다원주의라도 하는데, 다양성을 인정해주기 바란다."(CravisRain)



Woman+Woman

동성애 용어 정리
1. 동성애란?
같은 성을 가진 사람과 정신적, 정서적, 성적 교감을 나누고자 하는 욕구나 감정 상태를 일컫는 것이다. 동성애는 행위가 아닌 감정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동성애를 성적 행동의 양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2. 동성애자란?
같은 성을 가진 사람과 정서적, 정신적, 성적 교감을 나누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적이 잇거나 가질 계획이 있는 사람들 중에 스스로를 동성애자로 정체화한 사람을 의미한다.
3. 동성연애자란?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자를 동성연애자로 지칭해왔다. 그러나 이는 옳지 않은 표현이다. 동성연애자라는 단어에는 모든 동성애자들을 성기결합 등의 섹스를 전제로 한 연애 상태에 있을 것이란 편견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4. 게이(Gay)와 레즈비언(Lesbian)
게이란, 동성애자로 정체화한 남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레즈비언이란 동성애자로 정체화한 여성을 의미한다.
5. 이반(異般)이란?
이반은 레즈비언과 게이만을 의비하지 않고 영어의 퀴어(Queer)와 마찬가지로 레즈비언과 게이를 포함 양성애자, 트랜스 젠더 등 다양한 소수자들을 아우르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6. 트랜스젠더
생물학적인 성이 여성인 사람이 스스로 남성으로 정체화한 경우, 생물학적인 성이 남성인 사람이 여성으로 정체화한 경우 이들을 트랜스젠더라고 말한다.
7. 아우팅(Outing)
자신의 동성애자 정체성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타인에게 알려지는 것을 의미한다.


4월 3일부터 캐치온을 통해서 방송되고 있는'L워드 시즌2'는 동성애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시즌3가 방송중인데, 제목의'L'은 레즈비언(Lesbian), 욕망(Lust), 사랑(Love), 삶(Life), 자유(Liberty)등의 의미를 함축해서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LA를 배경으로 5명의 레즈비언과 1명의 양성애자, 레즈비언의 이성애자 언니, 두 남녀 커플들이 서로 사랑하고 질투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시즌2에서 저널리스트인 앨리스 역을 맡은 레샤 헤일리는 실제로 자신을 레즈비언이라고 밝힌 커밍아웃 배우이다.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었다."고정관념에 도전하겠다."
지난 2004년 레즈비언 인권연구소에서 국내 레즈비언 인권실태를 수치화하여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에 거주하는 20, 30대 레즈비언 561명을 대상으로 하여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조사에 따르면 언제부터 성정체성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했는가 라는 물음에 10대 62.9%, 20대 28.2%, 10세 미만 6.4%, 30대 1.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대상자의 69.3%가 10대 이하의 시기에 성정체성과 관련된 고민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정신의학계를 비롯하여 다수의 상담 기관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성장과정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든가 혹은 사춘기를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이성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조언을 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해 보면 좀 더 현실적인 상담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동성교제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도 50%가 넘는 레즈비언들이 10대 이하의 시기에 처음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1일'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10대 동성애자들의 문제를 다룬'금지된 고민, 10대 동성애-나는 동성애자인가요?'편에서는 다음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었다."성정체성을 고민하는 10대가 늘어나고 있지만 교육현장에서는 단순히 금기시하거나 처벌대상으로만 여겨지고 있다. 학교 내에서 동성애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질 경우 친구들의 폭력으로 피해를 입기도 하며 교사들의 이해 부족으로 학교 밖으로 내몰리게 되어 상처를 입기도 한다."이에 자신의 성향을 거부하고 이성 친구를 사귀는 등의 노력을 해보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한 학생의 경우는 자살까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소수이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분명 문제이다. 흔히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 일상생활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나 동성애자의 경우 소수에서 오는 것은 비단 불편함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보호받지 못하는 인권과 무시당하는 자아의 문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한 사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뒤흔드는 심각한 종류의 것이다. 때문에 많은 레즈비언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부정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성정체성을 부정한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인 50.3%가 있다라는 대답을 했다. 그들이 성정체성을 부정하는 이유로는 가족이나 친구 등 다른 사람이 아는 것이 두려워서라는 대답이 29.6%로 가장 많았으며 동성애자로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라는 대답도 23.2%를 차지했다. 또한 동성애자가 비정상이라는 생각 때문에라는 이유도 무려 19.3%에 달했다. 그리고 동성애자임을 인정한 그들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성정체성을 원인으로
▲ 동성애 커플들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의 출연진들. 저널리스트 앨리스 역을 맡은 레샤 헤일리는 실제로 자신을 레즈비언이라고 밝힌 커밍아웃 배우이다. 그녀는 이야기해다. "고정관념에 도전하겠다."
한 피해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73.6%의 사람 중에 30.2%가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겪었으며 15.8%가 조직 내에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아우팅의 위협 및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성폭력의 피해를 입은 경우도 7.2%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피해를 당했을 때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9.2%정도에 그치고 있어 이들의 보호받지 못하는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고 있었다.

다양성을 이야기하면서도 권리에 대한 것을 주장할 때는 이기적이 된다. 소수보다는 다수의 권리를 먼저 요구하며 그것이 당연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동성애자들에 대한 시선이 많이 부드러워졌다고는 하나 사실상 그들이 실질적으로 변화를 느끼지는 못한다. 영화가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어도 영화는 아름다운 배우들이 연기하고 있는 스크린 안에서만 이해될 뿐 스크린 밖으로 나오면 보통의 사람들이 생활하는 일상이 되고 만다. 동성애, 그들의 사랑은 남자와 남자 그리고 여자와 여자의 사랑이 아니라 그저 사람과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으로 이해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NP


<다음은 레즈비언 상담소의 선우유리 씨와의 인터뷰>

Q. 레즈비언 상담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A. 우리는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 가부장제와 이성애주의에 저항하는 한국사회 레즈비언 독자적인 권리운동이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다. 레즈비언은 여성이면서 동성애자인 경우이다. 그래서 소수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고, 이는 동성애 혐오와 여성 비하라는 것에서 기인하고 있다. 그런데 권리는 똑같이 존중받아야하는 것 아닌가.

Q. 상담 전화는 하루에 몇 건 정도 들어오는가?
A. 굉장히 많이 온다. 그러나 정확한 수치는 이야기할 수 없다. 5월경에 상담 전화의 통계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Q. 그들이 고민해오는 내용들은 무엇인가?
A. 여러 가지이다. 나는 뭔가, 과연 내가 옳은 것일까 등의 정체성 고민에 대한 것들도 있고 범죄 피해에 대한 상담도 있다. 아우팅으로 인한 피해라든가, 성폭력으로 인한 피해 등도 있다. 그리고 애인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관계사이에서 오는 다양한 고민들이 있다.

Q. 많은 전화를 받을텐데 기억에 남는 것이 있으면 이야기해 달라.
A. 많이 있다. 사실 게이영화나 동성애 코드의 영화들이 상영되면서 기자분들이 많은 전화를 해왔다. 그리고 많은 질문들을 던졌다. 내가 느낀 것은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성애가 하나의 문화로 여겨지면서 유행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것이 가까운 사람의 문제로 다가오면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여전히 혼란은 심하다고 본다. 정체성으로 혼란을 느끼면서 심한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학교에서 동성애자로 밝혀지면서 차별을 받는 경우도 많다. 상담전화를 받다보면 동성애자들의 가족들이 상담을 해오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딸이나 아들이 동성애자임을 알고선 말이다. 그들은 놀라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자녀들의 정체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득하지만 한 번의 전화상담으로 생각이 바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상담을 통해서 이해하고 수긍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끝까지 전화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 않겠는가.

Q. 일하면서 어떤 점이 힘든가.
A. 단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인력과 재정의 부족을 이야기할 수 있다. 국가에서 보조를 받는 것도 아니고 회원들의 후원으로 이루어지는 단체이다. 어디에 가서 얘기하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상담을 하면서 혐오적인 반응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힘이 든다.

Q.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자기가 익숙한 것들을 의심해 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레즈비언은 무조건 안 된다고 이야기하지 말고 그들을 인정하기 위한 노력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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