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마음으로 배우의 갈증을 적시다

#.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연기할 뿐이다
작년 여름, 연극 <테이프>이후 다시‘2006 오이디푸스 더 맨’이라는 작품에서 배우 유오성을 만나게 됐다. 8년여 만에 자신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연극무대로 돌아왔다는 사실 때문에 화제가 됐던 작년과는 달리, 이번에는‘왜 또 연극을 하게 됐을까?’라는 궁금증이 일게 됐다. 그리고 직접 무대에서 열연하는 그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 He says : 특별히 연극만 하려고 그런 것은 아니고요. 그 사이 영화‘각설탕’을 찍기도 했는데,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각설탕 같은 경우는 영화 쪽 아시는 분이 좋은 시나리오가 있는데 우정출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거절하다 시나리오를 보고‘이 글을 쓴 사람은 참 예쁜 사람이고, 나한테 출연을 제의했을 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출연을 결심했는데, 원래는 신이 10개 정도 있었어요. 근데 하다 보니 신이 30개로 늘어나버린 거 에요. 농담으로 그 분한테“이게 무슨 우정출연이냐, 원수 출연이지”그랬죠. 예전에는“이렇습니다, 저렇습니다.”일일이 말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분명한 것만 얘기하게 되더라고요. 이번 연극 같은 경우는 1년 정도 기다린 시나리오가 있는데, 그 사이 서울시극단의 신일수 단장님이 극 중 캐릭터와 제가 잘 맞는다면서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하게 된 거 에요. 특별히 연극만 하고, 특별히 영화만 하는 것은 없어요. 배우로서는 기본으로 연극, 영화, TV를 하는 거죠. 단지 매체만 다를 뿐이지, 연기하는 것은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 고뇌한다는 것, 그리고 강하다는 것은
<2006 오이디푸스 더 맨>은 소포클레스의 원작으로 널리 알려진 그리스의 비극‘오이디푸스 왕’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새롭게 각색하였다. 오이디푸스 왕을 더 맨, 즉 하나의 실존적 인간으로 바꾼 제목에서 말해주듯이, 신화 속 오이디푸스가 아닌 보편적 한 인간으로서의 오이디푸스를 보여준다. 유오성은 이번 공연에서 강함 뒤에 숨겨 있는 약함과 고뇌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만이 낼 수 있는 폭넓은 감정표현으로 오이디푸스를 연기할 것이다.
- He says : 쇼 케이스 때, 많은 분들이 어떻게 표현하고 싶냐고 물어보시는데, 뭘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잘 전달할 뿐이죠. 겉으로 보여 지는 강한 남성 속에 숨겨진 내면의 여성스러움을요. 관객들은 인간이 한 단면으로만 존재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전제를 두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가 아닌 연극을 함에 있어서“어떻게 하겠습니다”라고 말 하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지만, 이런 거는 있어요. 태양신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장면에서 문자적으로 보면 상당히 사정하는 문구지만, 저는 그걸 표현함에 있어서 반발 있고, 대사를 내 뱉는 부분에서는 인간적인 슬픔이 있죠.
#. 욕심의 틈이 없어야 자유롭다
지금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에서는 한국이 큰 인기다. 중국과 대만, 그리고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의 청소년들은 한국의 대중가수에 환호하고, 한국의 연예인을 선망하며,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공감한다. 이런 한류열풍에 대해서 배우 유오성에게 묻는다. 그가 바라보는 한류와 또, 배우로서 한류스타의 대열에 끼고 싶은 욕심은 없는지 말이다. 그는 그저 가진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강한 욕심과 집착은 삶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욕심은 버리되, 아름다운 사람은 버리지 않는다고.
- He says :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산업화되고, 제작사끼리의 합병으로 한류시장에 대한 규모는 커졌지만, 사실상 내용적인 콘텐츠는 부실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영화분야에서는 소재가 다양해진 것이 아니라 빨리 제작되고 상영되어지는 시스템 때문에 그렇게 보여 진 것뿐이거든요. 그리고 진정한 한류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개방성과 소통성이 존재해야 된다고 보는데, 지금의 한류는 객관적으로 우리가 우위에 있는 것이 현실이죠. 많은 영화를 제작하는 인도와 태국에 대해 우리가 얼마큼 알고 있는지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수평적인 개념으로 한류를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한류에 대한 배우로서의 욕심보다, 단지 다른 나라의 배우들과 교류를 해 나가고 싶어요.

#. 슬럼프는 나를 업그레이드 시킨다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인생을 살다보면 실패나 좌절, 슬럼프 등 어려운 고비를 만나게 된다. 우리는 일을 하다가 일시적으로 답보상태가 오면 당황하여 무의식중에도 최악이란 말을 사용하며 자포자기에 빠져드는 경우가 있는데,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환자 이외에는 어느 경우도 인생에 최악은 없다. 슬럼프에 빠져있을 경우에는 본래의 내 모습을 확인하고 의욕과 자신감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He says : 98년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오고가다 슬럼프 아닌 슬럼프가 왔을 때, 한양대 연극영화과 스승이신 최형인 선생님께서 저를 보시고, 많이 지쳐있는 것 같다며 연극무대로 절 불러주셨어요. 배우라면 누구나 연극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에, 8년 만에 연극을 하면서 낯선 느낌은 없었어요. 오히려 무대에서 배우의 기능적인 면을 읽으면서 배우의 치열함을 얻었던 것 같아요. 이번 연극에서는 건방진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처음 할 때“너 돈 얼마 줘야하니?”라고 극단 측에서 물으시기에“그건 신경 쓰지 말고, 초대권이나 많이 주십시오”라고 답했어요. 그 이유는 제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유오성만의 연기를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 나를 위한 시간, 이제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두 눈이 있어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두 귀가 있어 감미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두 손이 있어 부드러움을 만질 수 있으며, 두 발이 있어 자유스럽게 가고픈 곳 어디든 갈 수 있고, 가슴이 있어 기쁨과 슬픔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감사하는 마음은 고통을 기쁨으로, 불행을 행복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 He says : 저 스스로 무기력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자투리 시간이 나면 대학로에 가서 공연을 봐요. 또 몸을 도구로 하는 사람으로서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책도 읽고 일기도 쓰죠. 제 자신이 뒤처지는 건 정말 싫거든요. 그리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해요. 그동안 아픔이 컸던 시간이 있었지만, 그 만큼의 더 값진 것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이제야 조금씩, 조금씩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 것에 대해 너무 늦은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 짧은 이야기, 긴 여운
인생에 있어서 가정을 만드는 것이 1차적 목표였던 유오성은 극단 차이무의 선후배로 만나 4년간 열애 끝에 결혼한 아내와, 7살짜리 아들은 자신에게 있어 종교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는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가 되겠다는 이상보다, 지혜를 나눠줄 수 있는 현명한 아버지로 남길 바랬다.
- He says : 예전의 영화 친구나 비트에서 보여준 이미지 때문에 저에게‘강한 남성, 강한 남성’그러는데, 인물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비춰 진 모습만으로 한 배우의 이미지를 화석화시켜 버리는 것 같아요. 제가 남성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한 가지 이미지로만 저를 각인시키지 않고 다양한 제 모습을 바라봐 주셨으면 하죠.
시련과 고통이 다가올 때는 참으로 가슴 아프지만, 그 시간은 나를 더 강하게 하고, 시련을 통해 나 자신이 사는 이유를 명확하게 한다. 인생의 목적은 끊임없는 전진이다. 풍파는 언제나 전진하는 자의 벗이며, 차라리 고난 속에 인생의 기쁨이 있다. 배우 유오성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지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그에게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그리고 유오성의 신념과 자신감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 되어줄 것이다. NP
신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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