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나토로지스트, 세계 10위 안에 들어갈 전문직종으로 분류

[부산=시사뉴스피플] 박용준 기자

"죽은 후에도 나는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어쩌면 약간의 지혜까지 쌓았는데 그 모든게 그냥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래서 뭔가는 살아남는다고, 어쩌면 나의 의식은 영속하는 거라고 믿고 싶은 겁니다." 죽음을 앞두고 애플창업자 스티브잡스가 한 말이다. 부와 명예가 따르는 사람도 죽음은 두려운 존재다.

과연 죽음을 목전에 두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죽음에 대해 준비한 자만이 평온한 죽음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웰다잉이 발빠르게 퍼져나가는 것도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남은 시간을 완만히 정리하자는 차원에서다.

'SDL 한국싸나톨로지협회' 출범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환자는 늘 불안함에 떨고 있다. 또한 분노와 죄책감이 수반되고 이루 말 못한 고통 속에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환자 가족은 어떠한가. 환자 못지않게 생활은 피폐되고 환자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등 이중고를 겪는다. 현대의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치료 불가한 병이 대다수다.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SDL 한국싸나톨로지협회(회장 전세일, 前 차의과대 통합의학대학원장, 한국 싸나토로지스트 제1호)' 전세일 회장은 "그동안 의학은 질병 치료에 중점을 뒀다. 이제는 환자의 남아 있는 생명과 삶의 문제, 인간관계회복의 문제, 감정치유의 문제 등에도 생각해 볼 때다. 싸나토로지스트를 통해 환자중심의 의학을 뿌리내려 임종을 품위 있고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1960년대 이미 학문으로 정립된 '죽음학(thanatology)'을 통해 환자와 가족을 위한 치유와 치료수단으로 널리 활용하며 싸나토로지스트(Thanatologist, 임종치유사)를 배출해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는 다소 늦었지만 지난해 발족한 SDL 한국싸나톨로지협회가 있어 다행이다.  이 협회는 의사들을 중심으로 구성, 미국 국제임종협회인 ADEC의 자매기관과 협약을 맺는 등 일본과 중국 등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는 싸나톨로지

 
싸나토로지스트가 되기 위해선 국제 싸나토로지자격증 시험에 합격 해야만 가능하다. 올해 2번째 시험이 치러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치러진 시험에서도 의사와 치과의사, 변호사, 사회복지사, 종교인 등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다수를 이뤘다. 직업이 있는 이들이 굳이 이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이유는 뭘까. 바로 싸나톨로지는 의학과 철학, 사회학, 심리학 등 여러 학문분야를 아우르는 학문이며, 현재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 전문성을 더하기 때문이다. 실제 의료기관 종사자는 의료 기술에 더해 환자가 겪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으며, 변호사는 사망에 따른 법적인 문제를 폭넓게 다룰 수 있다. 이외에도 이 자격증을 취득함으로서 대학 등 연구기관과 사회복지관 등에서 근무도 할 수도 있다. 시험은 11월에 예정 돼 있으며, 미국 본부에서 직접 출제하고 같은 날 동시에 시험을 치룬다. 채점도 미국 본부에서 하고 한국에 통보 해준다. 올해 합격률은 85% 수준. 이들을 돕는 이는 대체의학의 선구자이자 한국 싸나토로지스트 제1호에 빛나는 전세일 회장을 비롯해 SDL의료재단 임종영성실 원장이자 싸나토로지스트인 임병식 이사장, 차의과학대학교 의과대학 김선현 교수,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교수이자 위담한방병원 병원장인 최서형 교수 등 국내 권위 있는 실력자들이다. 한편, 싸나토로지스트는 2025 UN보고서에서 향후 세계 10위 안에 들어갈 전문직종으로 보고 있듯, 향후 장래가 촉망받는 직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편, 인터뷰 중 전 국민의 심금을 울린 세월호 사건이 싸나토로지스트가 정착된 상황에서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봤다. 현재 법의 엄중한 잣대가 이뤄지고 있지만 유가족의 통탄할 슬픔에 대해선 전혀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대목이다. 전세일 회장은 "갑작스런 죽음은 주변 사람들을 더욱 아프게 한다. 싸나톨로지는 인간관계회복의 문제와 감정치유의 문제 등도 심도있게 접근한다. 만약 싸나토로지스트가 파견 됐다면 유족들의 심적 안녕에 분명 기여했을 것이며, 국가적 혼란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센터 만들 것
 
아직 국내는 싸나토로지스트가 생소한 전문직종이다. 이에 SDL 한국싸나톨로지협회는 <'죽음의 질' 향상을 위한 싸나토로지>라는 주제로 지난해 이어 지난 6월 14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를 통해 무의미한 연명 치료, 사전의료의향서, 품위 있는 죽음과 임종, 한국사회의 높은 자살률, 호스피스와 싸나토로지 제도에 대한 진단과 함께 '환자중심'의 의료윤리와 제도를 탐색했다. 한국 사회의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고령화와 죽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전문가의 시선으로 점검하기도 했다. 싸나토로지스트 교육 및 임종영성프로그램을 수년째 시행하며 환자들이 만족하는 요양병원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부산의 SDL의료재단 한가족요양병원(김근하 이사장)을 거울삼아, 제2, 제3의 병원으로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계획도 세웠다. 특히 연구소와 대학원, 센터가 한 곳에 모여 체계적인 싸나톨로지를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도 진행 중이다. 전세일 회장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적인 센터를 만든다는 것이다. 현재 모 시와 협의 중에 있으며 힐링타운의 윤곽이 조만간 나타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전세일 회장은 올해 80세란다. 실제 그의 얼굴을 보면 50대 후반으로 보일 정도로 젊다. 비결에 대해 그는 자신 있게 '자기를 다스리는 5정법'이라며, 소개해 줬다. ▼정식(正食), 비빔밥을 먹듯 음식을 골고루 섞는 등 제대로 먹어라. ▼정동(正動), 계단 걸어 오르내리기, 산책, 지하철에서 서있기 등 철저한 운동을 해라. ▼정면(正眠), 생체리듬에 맞게 충분히 잠을 자라. ▼정식(正息), 복식호흡. ▼정심(精心), 항상 스트레스 없는 웃을 수 있는 마음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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