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19일,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해산 심판을 받아들였다. 재판관 9명 중 8명이 찬성하여 통진당은 해산되고 소속 국회의원 5명은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통진당의 실질적·구체적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 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 이로써 통진당의 해산과 더불어 진보진영의 대안세력으로 ‘정의당’의 득세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2013년 11월5일 법무부가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여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했었다. 당시 법무부에 의하면 통진당의 전신인 민노당은 2000년 1월 민노총이 중심이 되어 창당되자 민족해방을 추구하는 NL계열이 입당하여 당권을 장악한 후 종북성향 논란으로 두 차례 분당을 거치면서 순수 NL계열인 종북성향 집단만 남았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법무부가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한 지 410일 만에 정부의 손을 들어 주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무장 폭동에 의한 내란을 논의하는 활동을 한 것은 헌법상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고“, 통진당의 강령에서 추구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사실상 북한의 3대 세습과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허울이며 실질적 목적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데 있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는 이석기 전 의원이 주동이 된 RO(혁명조직)의 회합에서 드러난 폭력적 담론들이다. 헌재는 “경기동부연합을 축으로 한 구성원들은 당시 정세를 전쟁국면으로 인식하고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하여 국가기간시설 파괴와 통신 교란을 실행코자 했다”고 밝혔다.

또한 비례대표 부정경선,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서울 관악을 지역구 여론조사 조작사건도 해산 근거로 들었다. 이어 의원직 박탈 역시 법적 기준은 모호하지만 정당해산제도가 갖는 헌법 수호기능이나 정당해산 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판시했다.

한편 헌재의 이번 결정은 헌정사상 최초인데다 그 정치사회적 파장이 우려되고 ‘종북몰이’로 오해될 소지가 있어 매우 염려스럽다. 통진당은 ‘유신의 망령’, ‘긴급조치 제10호’에 비유하며 ‘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이라는 식으로 현 정권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다. 야당인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역시 ‘민주주의의 후퇴’를 역설하며 비난의 날을 세웠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은 지정적·물리적·이념적 남북 분단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함이 옳다. 표현과 결사의 자유라는 보편성과 남북분단과 대치상황의 특수성과 예외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적 존망을 좌지우지하는 특수성과 예외성에 더 가치를 부여한 이번 헌재의 결정은 당연하다. 민주주의 이념보다 국가체제의 존치가 우선으로 하는 ‘방어적 민주주의’다. 다만 민주, 자주, 통일의 가치가 희석되거나 진보세력 전체를 싸잡아 종북으로 모는 관성은 제어되어야 한다.

진보정당이 노동, 분배, 인권이라는 가치를 두고 보소정당과의 경쟁을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선 너무나도 당연하다. 합리적 진보세력이 제시하는 여러 정책들을 통해 사회의 균형 발전이 이루어지고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런 맥락과 시점에서 종북적, 비민주적인 통진당에서 중도에 갈라진 정의당의 역할에 관심과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민중·민주계열(PD)의 뿌리를 둔 합리적이고 온건적인 계급정당인 정의당은 지금까지 통진당의 종북 노선과는 거리를 둬 왔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핵심 강령으로 하는 정의당은 현재 국회의원 5명이 소속된 원내 제3당으로 지지율 2~3%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정의당 중심으로 진보진영이 재편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통진당 해산’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 60%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만큼 국민들도 ‘종북’과 ‘김정은 추종세력’에는 큰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징표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번 헌재의 결정은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낸 역사적 결정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한 세습왕조’에 결연히 반대하는 진보정당들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 본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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