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회사 폐업으로 상조에 가입했다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늘자 정부는 고객들로부터 받은 선수금의 50%를 보전하도록 규정한 할부거래법 개정을 통해 소비자 피해 방지에 나섰다. 그러나 은행과 함께 고객 선수금 예치를 통해 소비자 피해 방지에 노력해야 할 공제조합이 부실 운영되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공정위가‘낙하산 인사’논란에 휩싸이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무엇보다 국내 상조업 현안을 풀기 위해 속을 태우고 있는 업계와 행정 당국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행정 통솔력 부재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상조통합지주회사로 급성장하며‘시샘과 주목’을 한꺼번에 받고 있는 미래상조119 송기호 회장을 만났다.
소비자 구제하면 ‘상’ 받을 줄 알았다
▲ 미래상조119 송기호 회장
“군 검찰수사관으로 일하던 2007년엔 상조 할부거래의 소급법 적용이 예고되면서 많은 상조회사의 도산이 우려되던 상황이었다”며 “당시 이들 상조회사를 통합해 소비자 구제에 나서면 대통령 표창이라도 받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미래상조119 송기호 회장의 말이다. 한편 송 회장은 국방부 검찰단에서 수사관으로 20년간 장기근속 했다. 복무 기간 동안 그가 함께 근무했던 군 검사 및 군 판사 만도 600여명에 이른다. 퇴직을 앞둔 2007년 그는 상조 할부거래법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상조업계가 초토화될 것이라는 군법무관들의 해석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2010년 개정안 발표를 앞둔 시점에 이미 이를 우려하는 군법무관들이 많았던 것이다. 상조업계에 불어 닥칠 이 같은 위기 속에서 그는 틈새시장의 새로운 사업기회를 떠올렸다. “당시 27년 된 상조회사가 27년 전에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의 50%를 내놓아야 하는 소급법은 황당무계하게 느껴졌다”는 송 회장은 “상조업계의 줄도산은 불을 보듯 뻔했다”며 “많은 상조회사의 부도가 예상되는 가운데에도 대책은 마련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그는 “지금도 여전히 한국 상조업의 미래가 요원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퇴직 후 상조통합안을 마련해 상조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전산 및 회계, 상담 시스템을 갖추고 구조조정에 퇴출되는 기업 인수합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인수한 기업의 고객을 대상으로 원활한 상조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포부였다. 70여개 안팎의 회사가 전부였던 국내 상조업계는 2005년 이후 다단계, 유통 업자들이 대거 상조업으로 몰리면서 우후죽순처럼 회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400여개 업체가 난립하자 상조회원이 납입한 원금을 챙겨 달아나는 도산업체가 생기는가 하면 부실 경영의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일은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야 할 일이었다”라고 말하는 송 회장은 “좋은 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10여개 상조회사를 인수합병하며 사업에 몰두하다 보니 공정위와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더라”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2008년 이후 ‘대책 없이 가라앉는 이들 부실기업의 상조 회원은 꼭 건져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앞만 보고 달렸던 고단한 그의 여정에는 ‘시샘’ 가득한 시선만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공정위의 관행은 공정한가?
▲ 선불식 할부 거래 제도 개선 토론회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청와대가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을 전격 경질하는 인사를 단행해 그 배경을 놓고 한 때 해석이 분분했다. 일각에서 전임자 시절의 ‘방산 비리’ 책임이 언급되었으나 ‘재직 기간 전에 일어난 일로 사퇴와 무관하다’고 공정위는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상조업계에서는 지난 하반기 한국상조협회가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대검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공정위의 불공정한 관행을 끊임없이 지적해온 터라 최근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두 상조공
제조합 감독 부실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다. 지난 공정위 국정감사에서는 2010년 9월 공정위가 인가한 한국상조공제조합과 상조보증공제조합의 관리 감독 부실을 도마 위에 올렸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감에서 “공제조합 전 이사장 김범조, 현 장득수 이사장 모두 공정위 출신이다. 공정위는 전직 간부가 공제조합 이사장으로 가 있으니 조사도 제대로 못하고 알아서 할 거라는 맹신도 있었을 것”이라며 공피아(공정위 퇴직자 재취업자) 관행 문제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공정위가 상조 소비자 피해 보상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을 인가한 한국상조공제조합 및 상조보증공제조합은 현재 업계가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상조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선수금의 50%를 예치토록 규정하고 있는 2010년 개정된 현행 할부거래법이 편법 적용되고 있는 탓이다. 지난 국감에서 두 공제조합의 고객 선수금 예치율이 9.3%, 17.8%로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원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상조통합지주회사 미래상조119 송기호 회장은 “공제조합은 은행과 더
불어 소비자 피해 보상을 책임지는 공신력을 확보해야 하는 기관”이라며 “상조업의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문제지만 공제조합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할부거래법의 존립 근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법 시행 이후 2014년에 이르러 은행예치 상조업체는 법정 선수금 50%를 법의 원칙대로 예치해야 한다”며 “하지만 공정위가 인가한 공제조합은 약 20%만 예치해도 50%의 보증서를 끊을 수가 있어 공정위의 공제조합을 통한 편법 운영이 심각한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국감은 2014년 8월말 기준 공정위가 인가한 두 공제조합에 가입된 84개사의 총 선수금이 2조6421억 원 규모로 소비자피해보상 사유가 발생할 경우 조합은 50%인 1조3210억 원을 피해 보상해야 하지만 이들 가입 업체로부터 두 공제조합이 받은 담보금은 2947억 원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선
수금 4428억 원을 보유한 상조공제조합의 대형 상조업체 한 곳이 폐업하면 조합의 소비자 피해 보상 기능은 여지없이 상실될 수밖에 없다는 질타다. 상조업계는 ‘은행예치 업체만 법정 선수금을 지키고 있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또한 문턱이 높아 은행예치 업체들이 두 공제조합에 가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독점 및 불공정거래에 관한 사안을 심의 의결하기 위해 설치한 중앙행정기관인 공정위가 인가한 공제조합이 업계와 대립각을 세우며 상조회사 통합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국감에서도 지적된 소비자 피해구제를 빌미로 공정위 퇴직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정거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불명예 해소와 함께 투명한 정책 집행으로 행정에 대한 신뢰회복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민간 최대 상조통합의 신화 그리고 업계의 그늘
미래상조119는 전례가 없는 국내 74개 상조회사를 인수 합병하는 기염을 토하며 현재까지 80만 명의 상조 회원을 확보하는 경영 성과를 이뤄 냈다. 그러나 민간 최대의 상조통합지주회사 설립이후 송기호 회장은 “성장을 이어오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에 직면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소위 ‘먹튀’한 기업을 대상으로 관계 기관의 사후 점검이 뒤늦게 이뤄지면서 상조통합지주사에 대한 공정위의 곱지 않은 시선과 조사 요청에 수사당국 조사가 봇물처럼 이어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13년 11월에는 공정위가 미래상조119에 관한 악의성 보도자료를 일방적으로 배포해 피해를 입었다”며 “이를 보도한 53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통해 삭제 및 반론 보도를 요청하느라 꼬박 3개월을 뛰어 다녀야 했다”고 지난 고충을 털어놨다. 연간 2조원에 이르는 시장을 두고 밥그릇 싸움이 되고 있다며 그가 씁쓸해 하는 이유들이다. 송 회장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단법인 설립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건실한 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시장의 자정노력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상조업계 정상화를 위한 공적 자금 투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히고 “상조 기업 중 119만 들어가면 사업자등록을 취소하고 CMS(기업자금관리시스템) 서비스를 차단하고 있는 사례가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2013년 10월 다음사랑119, 다음세계상조119, 국방복지상조119, 기독상조119 등 5개 상조업체가 서울시 민
생경제과 담당 공무원을 상대로 대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며 “이들 회사를 상대로 서울시 민생경제과가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취소’를 일방적으로 강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음사랑 119 외 4개 회사가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없음에도 등록 취소를 위한 ‘사전통지’와 ‘청문실시 통보’ 등의 법적 절차를 형식적으로 거쳤다”고 주장했다. 송 회장은 “최근 몇 년새 많은 상조회사가 통합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음을 반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제도 정비를 통해 서민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상조업계의 건전한 소비자 물가를 바로잡을 수 있는 건실한 기업 육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상조119에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조회사 기업주의 방문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국내 상조업의 녹록치 않은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 방문자 대부분은 회사의 각종 부채에 대한 부담과 경영 개선의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상조 서비스에 대한 품질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것이 업계 중평이다. 그러나 고인을 추모해야 할 엄숙한 자리에서 불거져 나오는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는 국내 상조업계의 현실은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과제를 민관에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