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1월12일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집권 3년차 경제살리기와 경제구조개혁, 남북·사회 분야의 국정 현안들에 대한 입장과 의지를 밝혔다. 무엇보다도 많은 국민들은 이번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박대통령의 ‘불통 이미지’와 ‘통치방식의 폐쇄성’만 더욱 부각되면서 회견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박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민심이반 수준의 35%까지 폭락했다.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의 서두는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에 대한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는 말로 시작되었다. 이어서 기자회견 대부분의 시간은 경제 활성화의 필요성과 방향, 장애 요소를 조목조목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경제를 살리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며 ‘경제’란 단어가 42차례나 등장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공공부문의 적폐와 잘못 된 관행을 바로잡아 튼튼한 경제의 기초를 다진 후, 창조경제의 프레임 하에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이루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4%대,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의 시대를 열 것이라 확신했다.
4년 만에 우리 경제 성장률이 세계성장률을 추월하고 있다면서 12년 만에 고용인원도 50만 명대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그 성과를 나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의 체감을 국민 실생활에서 고루 느끼지 못하는 점에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박대통령은 이와 같이 분배 불균형의 원인은 경제 구조에 있다면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부문의 개혁을 약속했다.
또한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위해 창조경제를 재차 강조하면서 중소·벤처기업 육성 및 지원,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하는 에너지 신산업 육성,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기업 수출 확대, 관광·유통·교육 분야 및 문화 콘텐츠 산업 육성 등을 강조했다.
국정 현안 문제에서는 ‘청와대 문건’ 파동과 그로 인한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선 “교체할 이유가 없다”면서 실세 의혹의 비서진들을 감싸는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힘을 더욱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여론의 향배는 청와대 인적 쇄신에 쏠려있었기에 국민들은 그만큼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국민이 듣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했던 이번 신년회견은 박 대통령의 ‘불통과 폐쇄성’의 논란에 또 다시 불을 지핀 셈이다.
이에 한국갤럽이 13∼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 평가하는 의견이 35%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민심이반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박대통령의 정치적 모태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지방과 50대 연령층에서도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문건 파문, 비선 의혹, 권력암투 등이 모두“허위”에 불과하고 일부 사람들의 일탈과 이간질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 김영한 전 민정수석 항명 파동 등, 청와대 기강 해이와 총체적 난맥상에 대해 사과하고 과감한 인적 쇄신과 원활한 소통에 초점을 맞춘 청와대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의 불통의 리더십이 지속되면 될수록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박대통령이 국정의 험난한 과제들, 특히 경제부문을 잘 풀기 위해서는 국민의 압도적 지지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권력 주변에서 일어나는 권력투쟁과 파문·파동이 법적 비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입장에서는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이다. 박대통령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고 대처해야 한다. 국민과 대통령 사이에 간극이 크면 클수록 ‘불통 대통령’의 이미지는 굳어지고 민심이반은 가속화 될 것이다.
을미년 올해는 박대통령이 임기 3년차에 접어들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팽배하고 전국적 규모의 선거가 없는 해이다. 이로써 ‘경제 살리기’에 올인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박대통령에게 대통령 비서진들의 일사불란한 업무추진과 강력한 친정체제의 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은 한편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간극은 국가적 승패(경제 살리기)에 달려있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