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참전유공 전우회 회장 이 중 형(69) 인터뷰
                                                                                                                                                  취재 / 김현주 기자
  
- 요즘 근황은 어떠십니까?
95년 국방부에서 나와서 베트남 전우회 일을 책임지기 시작한 것은 6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전우회 일들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고 고려대학교에서 ‘북한군사론’을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건강은 젊은 시절 건강했을 때 몰랐던 월남전의 소총중대장 시절의 수류탄에 의한 부상과 총상을 입은 자리가 조금씩 통증이 오긴 하지만 중풍이나 마비 증상으로 몸도 가누지 못하시는 전우님이 전우회 모임에 참석, 활동하시는 분들을 볼 때 저는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우회 단체가 한 곳이 아니라 여러 단체로 구성되어 있기에 정부의 지원이 열악하다는 점을 생각하여 단체 통합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각 단체들의 무리한 요구(중요한 포지션의 장악 등)나 우열을 서로 가리려는 단체들 간의 문제 때문에 처음에는 힘들었으나 통합을 위해 저의 직책포기까지 거론한 결과 지금은 상당한 진전이 있는 상태입니다.

- 전우들의 보훈 병원에서 정해준 고엽제 후유증 등급에 대한 불만들이 많은 상황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엽제는 전쟁이 남긴 비참한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를 위해 자신과 가족을 뒤로 한 전우들이 이 전쟁으로 인하여 아직까지 고통 받고 외면당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등급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고엽제 후유(의)증은 아직 증명되지 않은 병명이 아직까지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고 너무 어려운 환경의 전우들이 많이 있어서 등급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실 정부에서 고엽제 후유(의)증 환자들에 대해 소홀히 하는 느낌을 받기는 합니다. 엄밀한 진찰을 통한 지금보다 향상된 치료를 해 줄 필요가 있고 꼭 고엽제 증상이 아니더라도 원인모를 여러 가지 증상이 있다면 등급을 떠나서 정부가 지원해 줘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가 아닐까요. 인간의 가장 중요한 생명을 국가를 위해 피하지 않고 목숨을 내 놓아야 하는 전쟁터로 뛰어든 우리 전우들인데.. 또한 치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고생하시는 전우들의 가족 분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의 충분한 보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등급 뿐 만이 아니라 전우들의 여러 가지 말들이 있습니다. 월남파병이 강제성을 띤 차출에 의해 이루어졌다던가 박정희 정부가 전투수당을 국가를 위해 쓰고 경제성장 후 상환하기로 한 약속 등을 언급하시던데 이는 사실입니까?
그런 말들이 전우들 사이에 떠돌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우선 월남파병이 최초에는 본인의 의사 없이 편성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장교와 직업군인은 자신의 의지에 따른 지원이었고 일반 병들의 문제인데 처음에 한 대대나 소대의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 할 수도 있겠지만 베트남으로 가기 전의 훈련 기간동안 몸이 허약하다던가 독자이다던가 등의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제외시켰습니다. 강제성이 있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요. 그리고 박정희 정권 시절의 정부와의 약속은 아직은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브라운 각서에 제시되어 있으리라 봅니다만 2차례의 공개과정에서 아직 나와 있지 않습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확실한 보장이 약속되겠지요. 또한 빠른 시일 안에 밝혀질 문제입니다.
- 지난 김병호 의원은 2005년 4월 15일 국가유공자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과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을 발의한 것에 대한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금년 6월 1일 한나라당에서 주관하는 공청회를 열게 됩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어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국가로부터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요즘 보훈 병원의 실태는 어떻습니까?
몇 년 전 고엽제 후유(의)증이 사회에 거론되면서 많은 환자들이 생겼고 이에 따른 보훈 병원의 역량이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보호받고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 정해진 공간의 입원실이나 의료진들의 부족함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입원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이 많아지나 보니 의료진의 일손이 딸릴 테고 또 이러다 보니 바빠진 의료인들도 당연 환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지고 나아가 불친절과 무성의한 태도가 생길 수밖에 없겠지요. 병원확장 등의 여러 가지 개선 방안을 보훈처에서 계획을 가지고 있고 해결 노력의 조짐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구체적이고도 지속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합니다.

- 마지막으로 정부와 국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전우들의 공통적인 바람은 참전용사도 모두 국가유공자로서의 예우를 받는 것입니다. 현 정부는 국가 유공자에 대한 우선순위를 잘못 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 유공자는 국가의  주권이 상실될 위기에 있을 때나 상실된 주권을 회복해야 할 때 목숨 바치는 국민들입니다. 이 모든 것은 전쟁을 통해 이뤄지게 됩니다. 이들이 국가유공자의 맨 앞에 서야 합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나라에서는 참전했던 군인들이 제1의 보훈대상입니다. 광주 5.18 민주화 관련 피해자는 민주유공자란 이름으로 국가유공자와 같은 대열에 포함시키면서 국가의 명령에 따라 월남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적과 싸운 노병들은 국가에서 소외, 냉대하고 있는 오늘의 정부시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들보다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생명을 국가를 위해 피하지 않고 전쟁에 뛰어든 참전용사들의 순위가 더 우선적이지 않을까요? 5.18 국가 유공자들에게는 억 단위의 보상금과 연금까지 지원해 주고 있는 정부가 참전용사들에게는 왜 이렇게 소홀한지 답답할 뿐입니다. 물론 한국 민주화에 큰 도움을 준 것을 인정하고 그분들의 억울함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참전용사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저는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정부의 재정상태만 말하면서 외면하지 말고 우선의 명예만이라도 인정하고 재정적인 문제의 보상이나 혜택은 점진적으로 차차 해결해 나가는 방안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월남전을 통해 우리나라 안보가 확립되고 보잘 것 없던 한국경제가 조금씩 일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해방 이후 독특한 정치사 때문인지 군인에 대한 오해도 많습니다. 모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이들 때문에 전우들은 한 번 더 상처를 입게 됩니다. 조국 재건에 발판이 되고자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신명을 바친 희생자들입니다. 당연히 국가로부터 응분의 보상을 받고 국가유공자로 우대를 받아야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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