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폭염이 시작된다고 한다. 불쾌지수가 높아짐에 따라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더위를 탓하며 짜증만 내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신비로운 ‘氣’를 내뿜는 월출산에 올라 평소와는 다른 기를 느끼고 전통마을, 향교, 서원, 유적지 등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더위를 날려보는 것도 지친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좋은 여행이 될 듯하다. 전라남도 영암군을 둘러본다.

▲ 영암5경
1경 氣의 고장 영암을 보듬은 국립공원 월출산

영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 ‘월출산’이다. 소백산맥이 목포 앞 바다로 뻗어가다 평지에 돌출된 잔구 형태의 월출산은 천황봉(809m)을 중심으로 이뤄진 국립공원으로, 산 전체가 수석의 전시장이라 할 만큼 기암괴석으로 이뤄져 있으며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또한 천황봉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단아한 모습의 무위사가 있고 서쪽에는 도갑사가 있다. 이 도갑사에는 해탈문(국보50호), 마애여래좌상 등을 비롯한 많은 문화재가 있으며, 월출산의 입구인 도갑사를 지나 5km정도 오르면, 항상 물이 고여 있어 용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기이한 9개 단지 모양의 구정봉에 이른다. 그 아래로 500m쯤 내려가면 국보 144호로 지정된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월출산의 최고봉인 정상에 오르면 동시에 3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평평한 암반이 있고 월출산의 구름다리도 또 다른 매력을 준다. 이 다리는 지상 120m 높이에 건설된 길이 52m, 폭 0.6m의 구름다리이다. 사자봉 왼쪽 산 중턱 계곡에서는 폭포수가 무려 일곱 차례나 연거푸 떨어지는 칠치 폭포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서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 풍경은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폭포수와 천황봉에 항상 걸려있는 안개,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 등 사시사철 다양하고 독특한 모습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렇듯 월출산은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그리고 사람들의 심리상태에 따라 산의 느낌이 전혀 다른 신비로움을 가지고 있는 산이다.

  ▲ 국립공원 월출산 구름다리

2경 월출산 기찬묏길 걷고 氣 받아볼까
월출산을 끼고 걷는 산책로라는 의미로 이름 붙여진 ‘기찬묏길’은 월출산 천황사 주차장에서부터 미암면 미암리까지 총 40km 구간으로 영암군이 지난 2006년에 착공하여 2014년에 완성됐다. 지역의 대표 자연 유산인 월출산을 중심으로 군에 산재돼 있는 문화관광자원을 연계하자는 판단에서 연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월출산 자락의 흙길을 그대로 살린 친 자연적으로 개설되어 하루 평균 수백여 명의 이용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이 길은 국립공원 월출산을 중심으로 영암의 자연과 문화, 역사를 한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친환경 웰빙 산책로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걸으면서 월출산의 기를 체험할 수 있고 삶의 활력을 찾게 해줄 것이다. 탐방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약수터, 피톤치드가 풍부한 금강송 군락지, 지친 심신을 단련할 수 있는 기 체육공원, 보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가시는 맥반석 청정 계곡 피서지 월출산기찬랜드, 영암 출생으로 가야금 산조 창시자이자 문화예술계 거장이신 악성 김창조 선생의 위업을 선양하고 전통음악을 보존하기 위해 전통한옥 형식으로 지어져 한편의 풍경화 같은 외관을 자랑하는 가야금산조 테마공원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백제시대의 유명 학자로 일본으로 건너가 학문과 기술을 전파, 아스카문화의 시조가 된 왕인박사의 자취를 복원한 왕인박사유적지, 출향인사의 애향심을 느낄 수 있는 애향수석전시관, 대한민국 경관대상 최우수상에 빛나는 구림전통마을, 고대 무역 중심지이자 왕인박사 도일의 역사를 간직한 상대포역사공원 등 영암에서만 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은 물론, 세계 각국의 수준 높은 미술작품의 감상이 가능한 군립하미술관과 대한민국 도기문화의 산실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영암도기박물관 등이 기찬묏길의 중간중간에 위치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월출산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지역 문화자원이 한 곳에 어우러진 기찬묏길이 지난해 전체 구간의 모습이 갖춰지면서 최근 동호회를 중심으로 한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직 쌀쌀한 기운이 남아있는 초봄임에도 불구하고 기찬묏길 코스를 문의하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인 월출산과 기찬랜드 등 인접관광지와 연계해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전국 최고의 명소가 될 기찬묏길을 기대해본다.

  ▲ 기찬묏길

3경 정취와 함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구림전통마을
삼한시대부터 내려오는 오랜 역사를 지닌 구림마을은 500여 년 전통의 대동계가 현존하며, 백제 왕인박사, 신라말 도선국사, 고려초 최지몽 선생을 배출한 곳이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시원이 되는 황토자기의 발상지이며 선사시대부터 영암에서 제작되기 시작한 황토자기가 전국에 보급됐으며 해상을 통해 중국, 일본과 교류를 시작한 여러 흔적들이 남아 있다.  마을 내에는 유형문화자원인 회사정, 국암사 등 누정과 전통가옥, 흙돌담, 고목 등이 즐비하게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마을의 안녕을 위해 매년 올리는 당산제와 구림 대동계 등 민속문화자원이 전승되고 있는 전통마을이다. 구림마을은 동네 전체가 문화를 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왕인박사가 떠난 상대포와 도선국사 탄생설화가 있는 국사암 등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숨쉬는 마을이다. 특히, 상대포역사공원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장소에 지난 2009년부터 올해 3월까지 인공섬과 목교, 팔각정, 폭포, 그리고 왕인호 등 볼거리와 휴식처를 조성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특색 있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3월 말부터 비단잉어를 방류하고 수상자전거 운행을 계획하고 있어 일찍부터 가족단위 관광객의 관심을 받고 있다. 흙담을 쌓은 골목길의 정취는 천년의 시간을 돌리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헤아릴 수 있는 역사만 2,200년인 구림전통마을은 한 시간 정도 둘러보면 고요한 시골마을의 정취와 함께 역사를 짚어볼 수 있는 귀한 문화자원이 있는 마을이다.
 따사로운 봄볕을 쬐고 싱그러운 산들바람을 맞으며 고즈넉한 흙돌담길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구림전통마을은 상상 그 이상의 만족과 힐링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 구림전통한옥마을

4경 ‘氣’ 품은 청정 계곡, 영암 월출산 기찬랜드 
지리한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7, 8월이 되면 전국은 찜통더위를 피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영암에서는 남도의 명산인 월출산과 그 월출산 맥반석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맑은 계곡물을 관광자원화 한 월출산 기찬랜드를 2008년 개장해 해마다 원스톱 피서지로서의 완성도를 높이며 여름이면 몰려드는 피서객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특히, 2014년에는 실내물놀이장(황토스파)을 개장해 원스톱 여름 피서지로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 그간 월출산 기찬랜드는 맥반석 청정수를 이용한 웰빙 피서지로서 해마다 관광객 편의를 위해 시설을 개선하고 운영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등 명성을 이어오고 있지만 기상악화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었다. 이에 영암군에서는 건축연면적 1,054㎡에 지하1층, 지상3층으로 25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하는 실내물놀이장을 건립했다.  워터 슬라이드를 포함한 각종 놀이기구와 편의시설을 갖춘 실내물놀이장의 개장으로 명실공히 사계절 전천후 관광지로서 초석을 놓게 됐다.

  ▲ 기찬랜드

5경 바다와 호수 어우러진 해맞이 명소 영산호
영암호는 영암 금호방조제가 준공되면서 만들어진 대규모 호수이다. 이 일대는 먹이가 풍부한 개펄과 넓은 수면, 따뜻한 기온 때문에 철새들의 이동통로이자 중간 기착지로서 겨울철새 100여 종 30만 마리 이상이 서식하고 있다. 방조제를 사이로 담수와 해수가 갈려 담수어와 해수어 낚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마다 1월 1일 해맞이 축제를 하는 곳으로 아름다운 영암호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것으로 바다와 호수가 자연스레 어우러진 주변 풍경의 아름다움까지 감상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만끽할 수 있다.

  ▲ 영암호 해맞이

▲ 구림마을 주변 관광지
1. 왕인박사 유적지

구림마을의 동쪽 문필봉 기슭에 자리잡은 왕인박사유적지는 왕인이 새롭게 조명 되면서 왕인의 자취를 복원해 놓은 곳으로 지방기념물 제20호로 지정됐다. 4월 벚꽃 만개와 함께 왕인문화축제가 개최되는 곳이기도 하다.

  ▲ 왕인박사 유적지 왕인사당

2. 상대포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롸 고려시대를 거치는 동안 상대포는 줄곧 중국과 일본을 잇는 국제 항구였다. 백제 사람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아스카문화의 시조가 된 왕인은 이곳 상대포에서 일본으로 떠났다고 전해진다.

  ▲ 상대포

3. 문산재, 양사재
죽정마을 문필봉 중턱에 있는 문산재는 왕인박사가 공부했던 서당터로 조선시대 때 다시 서당을 열고 문산재라 했다. 이곳에서 큰 인물이 많이 나와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렸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지은 문사재에 너무 많은 학생이 몰려 협소해지자 그 옆에 다시 양사재를 지었다고 한다.

  ▲ 문화재와 양사재

4. 영암군립 하정웅미술관
영암군립 하정웅미술관은 재일교포 동강 하정웅 홍보대사가 2007년부터 영암에 미술품과 미술 자료 등 방대한 양의 기증 계기로 2012년 건립됐다. 2008년부터 시작된 미술관 조성 사업은 2012년 9월 3일에 기증자의 성(姓)과 구림마을의 역사성을 반영한 영암군립 하정웅미술관으로 탄생한 것이다. 월출산과 구림전통마을로 둘러 싸여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진 군립하미술관은 현재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미술 작품이 전시되는 곳이 되어 비록 그 규모는 다른 미술관보다 작지만 모든 이들에게 매우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회자되고 있다.

  ▲ 영암군립하미술관 전경

5. 영암도기박물관
영암도기박물관의 출발은 구림마을 가마터에서 시작된다. 가마터 좌측으로는 왕인박사유적지와 주지봉 아래 문필봉을 바라보고 있고 우측으로는 당시 바닷물이 마을 앞까지 들어 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갯벌 등 바닷가 흔적이 가마터 턱밑까지 연결돼 있다. 가마터는 8~9세기 대규모 도기 제작장으로 1987, 1996년 2차에 걸쳐 이화여대 박물관의 조사 및 발굴 결과, 가마터가 역사적으로 중요 유적으로 입증됐다. 가마터는 동서 1km 구릉에 걸쳐 10여 기의 가마터가 있다. 가마터는 구릉 전체에 걸쳐 있고 주변에는 당시 생산됐던 도기 파편들이 곳곳에서 출토되고 있다. 특히 가마터가 국가사적지로 지정된 데는 타 지역의 도기와는 달리 가마터의 역사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처음으로 도기에 유약을 바른 시유도기를 생산한 데 있다. 영암도기박물관은 구림마을의 마을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오랜 역사가 말해 주듯 박물관 부지에는 상대포 나루의 수많은 사람들의 만남과 헤어짐을 지켜보면서 500여 년이나 만고풍상을 겪으면서 서 있는 노거수 느티나무 두 그루가 큰 가지를 길게 드리우고 있다. 박물관이 들어서기 이전 이곳은 당초 폐교된 구림중학교를 매입하여 개ㆍ보수하고 주변경관을 조성해 한국도기의 역사성과 예술성을 개발ㆍ전승ㆍ연구하는 교육공간으로 만들어 1999년 10월 복합문화시설 영암도기문화센터로 문을 열었다. 영암도기박물관은 도기 전문박물관으로 도기의 역사성 계승과 전통을 보전하여 맥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전시실 운영과 도기체험뿐 아니라 영암도기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 도기 대중화를 위하여 공방을 운영해 생산ㆍ판매도 하고 있다.

  ▲ 영암도기박물관 전경

6. 불교문화의 성지 천년고찰 도갑사
대한민국 서남부의 명산 월출산의 남쪽에 자리잡은 도갑사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월출산에 있는데 일찍이 도선이 머물렀다’고 하니 신라시대에 창건하여 천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고찰이다. 도갑사의 중창 내용은 조선시대 초기에 나타나니 영암 출신인 수미왕사가 세종 초 대대적인 중창을 하고 광해군 때 중수했다. 보물 제1395호인 도선국사수미선사비에는 도갑사를 창건한 도선국사와 중창한 수미선사의 행적이 기록돼 있으며, 조선시대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미왕사가 중창했을 당시의 사세를 보면 건물 규모가 966칸에 달했고 소속 암자만 12개였으며 재적 승려수는 730명에 이르는 규모를 자랑했다. 도갑사에는 성종 4년(1473년) 독특한 건축양식을 자랑하는 국보 제50호인 해탈문을 비롯해 고려 초기에 제작되어 조형성과 예술성이 뛰어난 보물 제1433호 도갑사 5층 석탑, 미륵전 내의 석조여래좌상, 도선수미비 등 국보와 보물을 포함해 곳곳에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어 거대한 박물관에 온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무엇보다 천년고찰 도갑사를 통해 남쪽의 금강산인 월출산을 체험할 수 있다. 도갑사를 경유하는 월출산 등반 코스는 길이가 가장 긴 반면, 경사가 완만해 큰 무리 없이 월출산의 영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전통문화의 보고이자 불교문화의 원형이 잘 보존된 전통사찰에서 사찰의 일상과 수행자의 삶을 경험하는 ‘템플스테이(산사체험)’은 정신적인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이다.

  ▲ 도갑사 전경(2009.7)

※ 당일 추천 관광코스
기찬묏길 → 기찬랜드, 가야금테마공원 → 도갑사 → 왕인박사유적지 → 주거변천사야외전시장 → 도기박물관 → 하정웅미술관 → 구림한옥마을

※ 1박 2일 추천 관광코스
월출산 구름다리 → 기찬묏길 → 기찬랜드, 가야금테마공원 → 도갑사 → 왕인박사유적지 → 주거변천사야외전시장 → 도기박물관 → 하정웅미술관 → 구림한옥마을(한옥마을에서 1박) → 구림한옥체험관 → 영산호 농업박물관 → 영암호 방조제

※ 2박 3일 추천 관광코스
덕진면 운암리 차밭, 영보정 → 활성산 풍력발전단지 → 기찬묏길 → 기찬랜드, 가야금테마공원 → 도갑사 → 왕인박사유적지 → 주거변천사야외전시장 → 도기박물관 → 하정웅미술관 → 구림한옥마을(한옥마을에서 1박) → 구림한옥체험관 → 현대호텔(1박), 영산호 일출 → 영산호 농업박물관 → 영암호 방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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