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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 인디영화 따라잡기 - 킨제이 보고서
인디영화 따라잡기
킨제이 보고서(Kinsey / 2004 / 미국, 독일)

청교도가 먼저 말을 내딛은 미국에도 쾌락으로서의 성을 입에 담지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성관계는 단지 아이를 낳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지던 시절, 오르가즘을 느끼는 여성은 동물로 취급되던 시절, 이 금기의 시대에 과감한 성에 대한 연구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과학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알프레드 킨제이다. 아이가 배꼽에서 태어나는 줄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킨제이 보고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킨제이의 일대기를 다룬 빌 콘돈 감독의 영화 “킨제이 보고서(원제 Kinsey)"는 그가 걸어온 연구의 역사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조심스럽게, 한편으로는 시원하게 따라가고 있다.
                                                                                                                                                       취재 / 김희준 기자

<갓 앤 몬스터> <시카고>의 시나리오 작가인 빌 콘돈이 각본을 쓰고 감독한 <킨제이 보고서>는 청소년 시절부터 죽음 직전까지 앨프리드 C. 킨제이(1894∼1956)의 일대기를 다룬다. 킨제이의 삶은 킨제이 보고서가 만들어진 사회적 배경과 맞닿아 있으며 그만큼 영화는 다큐멘터리적 요소가 강하다. 데이터 수집을 위한 설문조사원 교육을 하면서 킨제이는 스스로가 하나의 샘플이 되어 성장배경부터 현재의 성생활에 이르기까지 인터뷰하는 식으로 고백을 하고 있으며 거기에 진술을 입증하는 화면이 간간히 끼어든다.
교회 목사인 아버지를 둔 킨제이(리암 니슨)는 어린 시절 몽정에까지 죄의식을 느낄 정도로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한다. 엔지니어가 되라는 아버지의 명을 공대 재학 중 거스르고 생물학과로 옮긴 킨제이는 교수가 된 20대 중반까지 곤충을 제외한 모든 일상에 무관심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아내 클라라(로라 리니)와의 결혼은 그에게 일생의 전환점이 된다. 결혼으로 성경험을 처음 한 그에게 성은 무지하지만 거대한 하나의 세계였고, 성에 대한 관심은 그를 성교육 전도사로 만든다.
우리나라 관객들이 보기에는 다소 불편한 성기노출이나 노골적인 대사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성을 아직까지는 부끄러운 존재로만 치부하려 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꼭 한번쯤은 봐둘 만한 영화이다. 영화는 과감하게 성을 파헤쳐 나가지만 개체변이 연구를 위해 100만 마리의 혹벌을 채집하는 킨제이의 모습이나 처음 성에 대한 과감한 질문을 접한 사람들의 무지에 가까운 인터뷰 장면 등은 다소 건조한 느낌이 들 수 있는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킨제이라는 인물과 보고서의 탄생 배경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에서는 리듬감마저 느낄 수 있으며 이미 반세기 전에 사망한 킨제이라는 인물이 이제야 영화화 되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킨제이라는 인물이 1950년대에 우리나라에 등장했더라면 그 파장이 어땠을지 생각하면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관람 포인트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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