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협력, 다양성으로 작동하는 회복 시스템 구축법

〈크로니클 오브 필랜스로피〉 선정 주목해야 할 혁신가, 세계적인 혁신네트워크 팝테크의 기획자이자 관리자, 〈뉴욕타임스〉〈와이어드〉〈패스트컴퍼니〉 등 전 언론이 주목하는 미래학자 앤드루 졸리가 마침내 밝혀낸 흔들릴 순 있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는 개인과 조직의 비밀! 자메이카 산호초에서 뉴욕 월스트리트까지, 개인을 넘어 조직과 기업까지, 혼란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역전의 지침서!

회복하는 힘이란 무엇인가
회복력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힘들다. 회복력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는 분야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대개 교량, 건물 같은 구조물이 곤란을 겪은 후 기준 상태로 되돌아오는 정도를 표현하기 위해 회복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비상 대응 분야에서는 지진이나 홍수 같은 사건이 발생한 후 주요 시스템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속도를 일컬어 회복력이라고 표현한다. 생태학에서 사용되는 회복력이라는 단어에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보호하는 생태계의 능력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심리학에서는 회복력이라는 단어가 트라우마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개개인의 능력을 나타낸다. 비즈니스에서는 자연재해나 인재가 발생하더라도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백업 데이터와 예비 자원을 준비해두는 방안을 일컬어 회복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강조하는 부분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이 모든 정의는 회복력에 내재되어 있는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측면(연속성, 변화 발생 시 복구하는 능력) 중 하나를 바탕으로 한다.

우리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시스템 측면에서의 회복력과 인간이 갖고 있는 회복력에 대해 모두 살펴보려 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생태학과 사회학에서 사용되는 표현을 빌려 회복력을 ‘급격한 환경 변화에 직면했을 때 핵심적인 목적과 완전성을 유지하는 시스템, 기업, 인간의 능력’이라고 정의하려 한다.

좀 더 정확한 의미 파악을 위해 회복력 연구에서 널리 사용되는 비유를 살펴보자. 잠깐 동안 가상의 언덕과 계곡이 사방팔방으로 뻗어 있는 광활한 대지를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마치 호르헤 보르헤스Jorge Borges(아르헨티나의 소설가 겸 시인?옮긴이)의 공상소설에 등장하는 한 장면처럼 계곡을 지날 때마다 환경이 급격하게 변한다. 다시 말해서 각각의 계곡은 고유의 특성과 기회, 자원, 위험을 갖고 있는 대체 현실과 같다. 각각의 언덕은 이 세상을 가르는 중요한 한계선, 혹은 경계로 생각할 수 있다. 일단 정상을 지나면 좋든 나쁘든 언덕 바로 아래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계곡으로 갈 수밖에 없다. 새로운 환경이 꽤 편안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을 테고, 도전 의식이 샘솟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혹은 새로운 현실이 너무도 힘겨워 적응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더러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고 심각한 수차례의 혼란으로 인해 당면한 환경과 새로운 환경을 구분 짓는 한계선 너머로 ‘튕겨나갈’ 수도 있다. 홍수나 가뭄, 침략이나 지진 등을 겪게 될 수도 있고, 머물고 있는 계곡의 인구 밀도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탓에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사업을 하던 중 경제 위기나 오일 쇼크, 기술적인 변화, 경쟁 환경의 변화, 갑작스러운 원자재 부족 현상, 과거에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환경 요소를 비용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는 상황 변화 등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환경의 변화를 암시하는 한계선이 나타났을 때 단 한 방향으로만 이동 가능한 경우가 많다. 일단 여러 가지 힘에 의해 새로운 환경 속으로 밀려들어갔다면 이전의 환경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뉴노멀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회복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곧, 필요한 경우 수용할 수 있는 대체 방안의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계곡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저항하는 능력을 키운다는 뜻이다. 회복력에 대해 연구를 하는 학자들은 이를 일컬어 ‘적응 능력(자신의 핵심 목표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보존한다’고 표현한다. 예측 불가능한 혼란과 변동성으로 가득한 시대에는 이런 능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거주 가능한 장소의 범위를 넓히기 위한 방법은 많다. 물질적인 욕구를 줄이면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 맥가이버처럼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면 어떤 자원이 주어지건 얼마든지 생존할 수 있다. 신기술을 개발하면 전통적인 제약 조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하나의 환경에 어울리는 도구를 수정하면 또 다른 환경에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현지인(혹은 현지에 서식하는 생물)들과 협력하는 법을 익히면 더 이상 모든 일을 혼자 해낼 필요가 없어진다. 인간뿐 아니라 시스템, 기업, 국가, 지구도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셀 수 없이 다양하고 안정적인 상태를 띨 수 있다. 또한 매우 바람직한 일부 환경에서부터 그렇지 않은 것까지 그 종류도 매우 많다. 행성 경계(planetary boundary, 회복력 전문가 요한 록스트룀과 스톡홀름 회복력 센터에서 일하는 록스트룀의 동료들이 붙인 이름)는 갑작스러우면서도 비극적으로 방식으로 생물권 전체가 새로운 상태에 빠져들지 않도록 막아주는 한계선의 역할을 한다. 대양의 산성화, 생물의 다양성 감소, 인간이 초래한 대지의 변화, 지구상에 존재하는 깨끗한 물 등의 요인이 모두 행성 경계의 일부이다. 록스트룀 연구팀이 밝혀낸 9개의 행성 경계 중 3개는 이미 파괴되었으며 또 다른 4개는 한계점과 가까워지고 있다. 러시아의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록스트룀 연구팀이 찾아낸 9개의 행성 경계는 정착과 이주에서부터 충돌과 상거래에 이르는 모든 인간 활동에 관한 한계점과 맥락을 결정하며 새로운 형태의 기술 및 교환이 발전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한다. 생태계나 경제,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첫째, 이처럼 중요하고 이따금 영구적인 손상을 초래하기도 하는 한계선을 지나 내쳐지지 않도록 저항하는 능력을 키우면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이와 같은 한계선을 지나 억지로 밀려났을 때 어떤 시스템이 건강하게 적응할 수 있는 영역의 범위를 확장하는 방법 역시 도움이 된다. 원칙적으로는 하나의 복잡계가 적응해나가야 할 환경의 숫자만큼 적응 방법 또한 많다. 하지만 조직의 효율성 강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 과도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생태계, 우리 모두를 하나로 이어주는 상호연결성 등으로 대표되는 이 시대의 역학관계로 인해 일부 접근방법들은 주목을 받고 있다. 회복력이 관찰되는 모든 곳에서 이런 패턴과 주제, 전략이 크고 작은 방식으로 끝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회복력의 패턴
경제에서부터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회복력을 갖고 있는 사실상 모든 시스템은 갑작스러운 변화나 중요한 경계와 가까워지는 시점을 파악하기 위해 엄격한 피드백 메커니즘을 활용한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산호초와 같은 생태계 내에서는 일부 종이 시스템의 상태 악화를 막기 위해 아예 행동 자체를 수정하기도 한다. 인간 사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인간의 경우에는 행동을 수정할 때 상황 인식 능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도구와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자동차 계기판 엔진 점검등에 불이 들어와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물론 자동차의 상태에 관심을 갖고 계기판을 유심히 지켜봐야 점검등이 켜진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 불이 켜진 엔진 점검등은 운전자가 보닛 아래에서 무언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주의를 주는 신호, 혹은 운전자에게 서둘러 정비소를 찾을 것을 권해 엔진의 회복력을 유지하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해 운전자의 회복력 역시 회복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엔진 점검등보다 훨씬 정교하지만 상당히 유사한 방식으로 엄청난 규모의 실시간 도구화가 진행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의료 서비스에서부터 비즈니스 운영, 국제 개발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관련된 수많은 시스템 내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세계 곳곳에 감지 장치를 달아두고 있다. 이 감지 장치들이 만들어내는 피드백 데이터는 시스템의 성과를 관리하고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의 역할을 한다.(이런 데이터가 다른 시스템이 생성해낸 데이터와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 때는 특히 그렇다)
예컨대, 미 지질학회U.S. Geological Society는 지진계와 소셜 미디어 서비스 트위터를 연계해 트위터 지진 탐지기Twitter Earthquake Detecter, TED라 불리는 도구를 구축하고 있다. 지진이 감지되면 TED가 즉각 위치, 피해 규모 등에 관한 트윗을 검색하고 관련 정보를 지리적으로 표현한 지도를 제작하여 좀 더 신속하고 정확한 재난 대처를 돕는다. 마찬가지로, 사하라 사막 이남에 위치한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질병 발생 예측을 위한 효과적인 모형 구축이 한창이다. 이를 위해 보건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휴대전화 사용 정보를 바탕으로 이동 패턴을 연구하며 사람들이 어디로 전화를 거는지 분석하여 사람들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추론한다. 또한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금 당장 의료 자원을 필요로 하는 곳뿐 아니라 향후에 의료 자원을 필요로 할 곳에 자원을 할당한다. 보건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어떤 단위로 휴대전화를 충전하는지 간접적으로 연구하면 지역 주민들의 경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달러 단위로 충전한다는 것은 곧 10센트 단위로 충전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다는 신호이다. 갑작스레 하향 곡선을 그리는 충전 단위는 경제적인 혼란이 눈앞에 닥쳤음을 알려주는 조기 경보일 수도 있다. 이 모든 접근방법을 활용하려면 방대한 규모의 감지 네트워크가 생산해내는 개방형 실시간 데이터를 분류하고 면밀히 검토하고 통합한 다음 데이터를 활용해 의미 있는 피드백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진정한 회복력을 갖고 있는 시스템은 이런 감지 장치들이 중요한 한계선에 가까워지고 있다는(혹은 한계선이 파괴되었다는) 신호를 보내오면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과 시스템 운영 규모를 적극적으로 조정한다. 회복력을 갖고 있는 수많은 시스템들이 연속성 유지를 위해 기본적으로 시스템 속에 내재되어 있긴 하지만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는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 역메커니즘의 도움을 받는다. 위기가 발생하면 역메커니즘이 발효되어 시스템을 정상 상태로 복구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진다. 혈액 속에 있는 항체와도 같다. 시스템의 기저에 깔려 있는 물질적인 요구를 약화시키거나 시스템을 물질적인 요구와 비동조화시키거나 주어진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활용 가능한 자원을 다각화하는 방법 또한 시스템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회복력을 갖고 있는 일부 시스템은 압박을 받으면 운영 범위를 제한하고 의존도를 낮추는 등 좀 더 범위가 넓은 주변 환경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도 있다.
예컨대,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농업과 인간, 산업 등이 물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탓에 안정적인 수자원 접근성의 측면에서 중요한 한계점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고 있다. 나이키의 지속 가능성 전문가들은 최근 유기농 면으로 만들어진 단 한 장의 티셔츠를 생산하려면 무려 7백 갤런의 물이 필요하다는 수치를 내놓았다. 다음번에 월마트에 들러 3달러짜리 티가 수북이 쌓여 있는 판매대를 지나게 되거든 이 같은 사실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요즘 의류업체들은 목화를 생산하고 섬유를 염색할 때 가급적 적은 양의 물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이키를 비롯한 의류업체들이 목화 생산, 의류 염색 시에 사용되는 물의 양을 줄이는 등 의류를 생산하고 제조할 때 가급적 물을 적게 사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물과 의류를 비동조화시키기 위해 가능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것이다. 이런 유형의 재편성이 가능한 것은 회복력을 갖고 있는 시스템에 내재되어 있는 구조적인 특성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복잡해 보이지만 내부 구조 자체가 단순한 모듈 방식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모듈 방식의 구조하에서는 마치 레고 조각을 끼워 맞추듯 구성 요소들을 끼워 맞출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구성 요소들을 서로 분리할 수 있다.(전자 못지않게 후자도 중요하다) 혼란이 발생했을 때 주변 환경에 맞춰 시스템이 적절히 변화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이 같은 모듈 방식 때문이다. 모듈 구조는 시스템의 한 부분에서 발생한 문제가 시스템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막아주며 적당한 때에 시스템의 규모가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박식한 심리학자이자 정치학자이며 경제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허브 사이먼은 두 명의 시계 기술자 호라와 템푸스에 관한 유명한 우화를 통해 모듈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했다. 두 사람은 똑같이 수백 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복잡하고 아름다운 시계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호라의 사업은 번성했고 템푸스의 시계 사업은 망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호라는 각 부품을 순서대로 조립해 끼워 넣어 시계를 완성하는 모듈 방식으로 시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템푸스는 하나의 시계를 붙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해나가는 아주 단순한 방식을 택했다.
사이먼의 우화 속에서 두 시계 기술자들은 시계를 만드는 도중에 이따금 추가로 시계를 만들어달라는 주문 전화를 받곤 했다. 호라와 템푸스는 그럴 때마다 통화가 끝난 후에 전화가 걸려오기 전에 하던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누구라도 상상할 수 있듯이 호라는 전화를 받기 전에 하던 일을 뒤이어 할 수 있었지만 템푸스는 방해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시계를 처음부터 또다시 만들곤 했다. 이런 차이가 두 사람의 작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까? 전체 업무 시간 중 두 사람이 전화로 인해 작업을 방해받는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하다고 생각해보자. 이 경우, 호라는 자신이 만들고자 한 열 개의 시계 중 아홉 개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템푸스는 백만 번이나 시도를 한 끝에 고작 44개의 시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 뿐이다.
회복력을 갖고 있는 시스템들도 가장자리는 복잡하지만 중심부는 단순한 경우가 많다. 세포 DNA나 인터넷 통신 프로토콜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전문화된 언어로서의 DNA와 통신 프로토콜은 온갖 투입물과 산출물을 암호화한다. 하지만 프로토콜의 측면에서 보면 DNA와 통신 프로토콜 모두 매우 기초적인 차원을 벗어나지 않을뿐더러 진화 속도도 느리다. 아예 진화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전력망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풍차에 이르는 수많은 에너지원에서 생겨난 에너지를 셀 수 없이 많은 유용한 업무 형태로 전환시킨다. 이처럼 방대한 장치의 중심부에 놓여 있는 것은 전류, 전압, 전자 등 불변의 언어다.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원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전력망에서 만들어낸 전기를 사용하는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면 전체 전력망의 회복력이 개선된다. 하지만 전력망이라는 시스템의 기저에 깔려 있는 가장 중요한 프로토콜은 변하지 않는다. 그 반대로도 설명할 수 있다. 멕시코 식량 문제에서 보듯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원의 다양성이 줄어들면 전력 시스템의 회복력이 약화된다.

이와 같은 모듈 구조, 단순성, 상호 운용성 덕에 회복력을 갖고 있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각종 구성 요소들은 적절한 때가 되면 찌르레기처럼 떼를 지어 모여들었다가 압박을 받으면 여기저기로 흩어지는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등이 가능한 것도 회복력 있는 시스템이 갖고 있는 이런 특성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하에서는 서로 연결되고 중복된 서버들이 무리를 이뤄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 규모를 늘렸다가 줄이는 등 하나의 집합으로 활동하다가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지면 해체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서로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영역인 박테리아와 전쟁터를 통해서도 회복력이 유사한 기능을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듈 방식의 분산 구조가 회복력의 전부는 아니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적절한 방식으로 클러스터를 형성하면, 즉 다양한 자원을 서로 좀 더 가까운 위치에 배치하면 회복력이 강화될 수도 있다. 단, 회복력을 강화하려면 인재, 자원, 도구, 모형, 아이디어 등의 밀도와 다양성을 고려해 특수한 방식으로 클러스터를 형성해야 한다. 실리콘 밸리를 비롯한 혁신 허브, 오래된 숲 등이 회복력을 갖는 것도, 바로 이처럼 하나의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는 가운데 그 속에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엄격한 피드백 고리, 역동적인 재편성, 시스템 속에 내재되어 있는 역메커니즘, 비동조화, 다양성, 모듈 구조, 단순성, 스워밍, 클러스터링 등의 원칙은 시스템의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원칙들을 종합하면 도시, 경제,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인프라 등 규모가 큰 시스템의 회복력이나 취약성을 평가하기 위한 효과적인 어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와 같은 각종 도구를 활용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우리의 행동과 결과 사이에서 좀 더 효과적인 피드백 고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족한 기초 자원과 인간을 비동조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혹은 우리가 사용 중인 인프라를 좀 더 탄탄한 모듈 구조를 지닌 인프라로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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