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사뉴스피플] 박용준 기자
추운 겨울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꼬치어묵. 솔솔 불어가며 한입 베어물면 추위가 사라진다.
겨울과 일맥상통했던 어묵이 이제는 사시사철 생각나는 대표 먹거리가 됐다. 그것도 마치 베이커리에 온듯한 깔끔하고 정갈함은 물론이요 다양한 종류의 어묵들이 한 매장에 집중돼 있다. 어묵의 고급화에 나선 선두주자는 바로 60여년 전통의 삼진어묵(박종수 대표). 철저한 위생과 다양한 수제어묵으로,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꼽는 곳이 부산역사와 영도의 어묵전시관이 마련된 삼진어묵이다.어묵의 무한한 변신
삼진어묵은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이라면 꼭 다시 찾는 팬층이 형성된 전통 어묵업체다. 이 기업은 지난 1953년 현 박종수 대표의 부친인 박재덕 창업주에 의해 설립된 곳으로,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업체다. 그간의 역사가 말해주듯, 높은 어육 함량을 고집하며 맛을 내는데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다보니 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몇 년전부터는 어묵이 대변신을 꾀하는데 선두주자로 나서면서 대 파란을 예고했다. 그동안 어묵의 본고장인 부산을 탈피하고 독자브랜드인 ‘삼진어묵’으로 간판을 새로 걸고 야심찬 항해를 시작한 것. 이색적인 레시피를 개발하고 다양한 종류의 어묵을 내놓으면서 빅히트를 치게 됐다. 소비자가 다가올 수 있도록 전 생산과정을 유리벽으로 보여주는 어묵 베이커리를 세워 청결에 대한 신뢰성도 높였다.
사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모양과 형태의 어묵도 내놨다. 삼진어묵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어묵역사관을 비롯해 체험관도 만들었다. 덕분에 ‘어묵은 비위생적’이라는 고정관념이 사라지는 등 동종업체의 매출도 덩달아 상승하며 소위 어묵 붐을 일으켰다. 덕분에 회사의 매출은 2011년 20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210억원, 올해는 500~600억원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증가 추세다. 실제 삼진어묵의 인기를 실감하기 위해서는 부산역사에 위치한 매장이나 영도 어묵베이커리,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롯데백화점 동래점, 동부산롯데아울렛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난 6월에 오픈한 롯데백화점 노원점 등을 가보면 줄서서 기다리는 고객들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60여종의 다양한 수제어묵과 부산의 명물로 자리매김한 어묵고로케 등 다양한 어묵의 변신을 맛볼 수 있다.식품업계의 리딩컴퍼니될 것
지난 7월 24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여린 제40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경영 3세가 말하는 비전과 창의경영’의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이 자리에 삼진어묵 박용준 실장도 함께했다.
그는 미국에서 회계사 시험에 통과한 수재였지만, 부친인 박종수 대표의 요청으로 한국으로 유턴하며 가업을 물려받았다. 이날 강연에서 박 실장은 소비자중심으로 개혁을 추구하며 오늘의 삼진어묵이 있게 된 혁신에 대해 말했다. 삼진어묵의 제2의 도약이 된 계기. 박 실장은 성공비결에 대해 “가장 오래된 어묵 업체에서 만들어내는 맛과 변화하는 소비자 패턴을 읽게 된 것이 주요했다”고 말했다. 맛이야 보장 됐기에 박용준 실장은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옷을 입힐 방안을 연구하며, 먼저 철저한 조사로 소비자 욕구를 분석해냈다. 내려진 답은 제조회사의 이미지를 벗어나 소비자의 선호도를 맞춰야겠다는 믿음이었다. 박 실장은 “인기 제품인 어묵고로케를 보자.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만드는 것이기에 사실상 제조회사로서는 0점인 제품이다. 하지만 지금 6개 매장에서 일 평균 3만개가 판매되는 효자상품이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석작업 끝에 삼진어묵은 모두들 사용하는 ‘부산어묵’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독자브랜드인 ‘삼진어묵’으로 CI로 개편하고 포장디자인을 새롭게 바꿨다. 누구나 편하게 한끼 식사나 간식으로 먹을 수 있도록 새로운 레시피 개발에 나서 현재 국내 최초 치즈와 카레 등 크로켓 속을 어묵으로 감싼 뒤 빵가루를 입혀 살짝 튀겨낸 어묵크로켓을 비롯해 고추 어묵, 버섯 어묵, 오징어땡, 떡말이, 치즈소시지말이 등 다양한 수제어묵과 전통튀김어묵 등 총60여종의 제품군을 생산하고 있다. 박용준 실장은 “아직 할 일이 너무 많다. 먼저 제조와 유통을 분리하고 내년에는 마트 쪽 유통에 집중할 것이다. 또 어묵 종류를 늘리고 함께 먹을 수 있는 음료도 개발할 예정이다”라며 식품회사로 리딩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정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