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협력, 다양성으로 작동하는 회복 시스템 구축법

〈크로니클 오브 필랜스로피〉 선정 주목해야 할 혁신가, 세계적인 혁신네트워크 팝테크의 기획자이자 관리자, 〈뉴욕타임스〉〈와이어드〉〈패스트컴퍼니〉등 전 언론이 주목하는 미래학자 앤드루 졸리가 마침내 밝혀낸 흔들릴 순 있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는 개인과 조직의 비밀! 자메이카 산호초에서 뉴욕 월스트리트까지, 개인을 넘어 조직과 기업까지, 혼란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역전의 지침서!

시스템에서 사람으로
이 책에서는 시스템이 갖고 있는 회복력에서 관심을 돌려 수많은 시스템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 그리고 지역사회가 갖고 있는 회복력에 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뤄볼 생각이다. 앞서 언급한 주제를 다시 언급한 부분도 있고 새로운 주제를 다루는 부분도 있다.

먼저 개개인이 갖고 있는 회복력에 관한 새로운 통찰력을 살펴보는 데서부터 출발할 것이다. 한 가지 좋은 사실이 있다. 최근, 예전에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개인적이고 초자연적인 회복력이 좀 더 널리 확산되어 있고 개선 및 학습 가능성이 좀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인간이 갖고 있는 회복력이 신념과 가치관, 성격, 경험, 유전자뿐 아니라 마음의 습관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습관은 우리 인간이 직접 기르고 변화시킬 수 있는 습관으로 회복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범위를 넓혀 집단이 갖고 있는 회복력을 언급한 대목에서는 새로운 주제가 등장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와 협력(필요한 경우에 적절히 협력하는 사람들의 능력)의 역할이다. 위기가 발생한 가운데 어떤 식으로 협력이 진행되었는지 두 개의 사례를 살펴보고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살펴볼 것이다. 첫 번째는 아이티 지진 사례로, 아이티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떤 식으로 협력이 이뤄졌는지 살펴볼 것이다. 두 번째는 월가Wall Street 사례로 금융위기 당시 월가 은행가들이 얼마나 협력에 부정적이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여러 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언급하겠지만 다양성 ‘온난 지대warm zone’는 회복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회복력과 관련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산호초의 생물학적 다양성이건 집단의 인지 다양성이건 간에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의 다양성을 강화하면 혼란이 발생하더라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폭넓고 다양한 대처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상황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주체가 또 다른 주체와 협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메커니즘과 다양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회복력
우리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여행을 하던 중 사회적 회복력이 탄탄한 경우에는 지역사회 역시 탄탄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오로지 부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지역사회가 보유한 자원이 회복력을 전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물론 자원이 풍부하면 도움이 되기는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기관이 갖고 있는 힘이 회복력을 전적으로 좌우하는 것도 아니다.(이것 역시 도움이 되기는 한다) 회복력을 갖춘 지역사회가 혼란과 맞서 싸우고 혼란을 치유하기 위해 탄탄한 자원과 강력한 공식 기관 못지않게 자주 의존하는 대상이 있다. 바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비공식적 네트워크이다. 상의하달 방식으로 회복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 하지만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 내에서 회복력을 키우기 위해 진정 어린 노력을 기울이면 회복력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회복력을 가진 지역사회나 조직의 중심 혹은 중심과 가까운 곳에는 거의 항상 매우 특별한 부류의 리더가 존재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와 같은 중개형 리더translational leader는 구성원들을 잇고 다양한 네트워크, 관점, 지식 체계, 의제를 엮어 하나의 일관성 있는 덩어리로 만드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이들은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막후에서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중개형 리더들은 이 과정에서 적응적 통치(위기가 발생했을 때 공식적인 기관 및 비공식적인 네트워크가 협력하도록 장려하는 능력)를 장려한다. 신념, 가치관, 마음의 습관, 신뢰와 협력, 인지 다양성, 탄탄한 지역사회, 중개형 리더십, 적응적 통치 등의 요소가 더해져 사회의 회복력이 자라는 비옥한 토양이 된다. 이런 요소들을 모두 더하면 지역사회와 조직,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찾아질 것이다.

회복력 강화의 방식, 영역, 범위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또 다른 원칙들도 있다. 그중 첫 번째가 전체론이다. 복잡계에서 조직을 구성하는 단 하나의 부분이나 차원의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 애쓰다 보면 의도치 않게 또 다른 부분이나 차원이 취약해지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조직의 일부가 취약해진 탓에 조직 전체가 망가질 수도 있다. 반면 전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시스템 내의 한 부분에서만 회복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부분의 회복력이 한층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회복력을 강화하려면 한 번에 하나의 방식, 하나의 영역, 하나의 범위에만 관심을 집중시키는 태도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방식과 영역, 범위를 고려해야 할 때가 많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시스템을 구성하는 측면 중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측면보다 좀 더 느리게 움직이는 부분이나 혹은 좀 더 빠르게 움직이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한다. 혹은 좀 더 세부적이고 좀 더 전반적인 측면을 동시에 두루 살펴봐야 한다. 예컨대, 토르티야 폭동 사례에서 다양한 힘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생각해보자. 카트리나와 같은 몇몇 요소는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옥수수 가격과 유가 간의 상관관계 강화와 같은 일부 요소들은 좀 더 완만한 속도로 움직였다. 또한 국제 수입 시장의 경제력 집중 현상과 같은 일부 요소들은 좀 더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각자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각기 다른 시스템 간의 전단력剪斷力은 혼란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했다. 여러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고는 그 어떤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시스템을 바로잡을 수 있는 장기적인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회복력 전략이 개별 세포와 종, 전체 생태계 등 실제로 존재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 내에서 가장 순수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원칙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사실에 놀랄 필요는 없다. 회복력은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온 역동적인 시스템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며 지구에서의 삶은 인간이 맞닥뜨린 그 어떤 시스템보다 역동적이고 영속적인 시스템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호하기 짝이 없는 ‘쿰바야(흑인들이 부르는 영가)’식 자연주의에 힘을 실으려는 건 아니다. 생명을 갖고 있는 시스템은 혼란스럽고 복잡하며 완벽할 정도로 효율적인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방식으로 움직인다. 또한 이런 시스템은 지속적이고 역동적인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다. 각 시스템 내에는 평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 가끔씩만 사용되는(물론 전혀 사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각종 도구와 전략이 숨겨져 있다. 사용되는 일이 드물긴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커다란 도움이 되는 메커니즘을 유지하려면 세포나 유기체, 생태계가 실질적인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시스템의 복잡성이 증대되고, 성장 속도가 둔화되며, 최대 효율성이 감소하고, 전체를 희생시키는 대신 개별 구성 요소를 육성하기 위해 사용 가능한 자원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이 살고 있는 실제 세계에 이 같은 전략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정치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전략을 적용하기란 매우 힘들다. 인간 세상에 회복력 전략을 적용하려면, 결코 도래되지 않을 법한 가상의 위기 상황을 피하거나 견뎌낼 것이라는 가능성만 믿고 단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율성이라는 확실함을 포기해야 한다. 주변 상황이 제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해가 떠 있을 때 우산을 팔기는 쉽지 않다.
정말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정부나 기업을 이끌어나가는 리더들을 붙들고 직접 물어보기 바란다. 하지만 인내심이 없는 주주, 분기별 수익 보고서, 1년에 두 차례씩 진행되는 선출 과정, 제한된 시 예산 등 단기적인 성과에 사로잡힌 세상에서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미래에 대비하도록 설득하기가 훨씬 힘들다. 만일 그렇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지금쯤 쉽게 거품이 끼어들지 않는 그런 세상을 살고 있을 테고 소방 훈련을 하느라 줄을 서며 투덜대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생명체를 갖고 있는 시스템은 매우 주기적인 성질을 갖고 있다. 주기적이라는 표현은 회복력 연구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생태학자 ‘버즈’ 홀링C.S. ‘Buzz’ Holling이 이름 붙인 ‘적응 주기adaptive cycle’에서 비롯된 것이다. 적응 주기는 하나의 고리를 형성하는 4개의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적응 주기는 일단 기반이 되는 자원이 서로 결합해 상호작용을 시작하고 갓 형성되기 시작한 숲과 마찬가지로 서로를 발판 삼아 성장하는 급속 성장 단계에서부터 출발한다. 2단계는 보존 단계로, 이 단계에서는 좀 더 성숙한 숲이 그렇듯 자원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일과 관련해서는 효율성이 점차 높아지지만 그 과정에서 회복력은 점차 약해진다. 3단계, 즉 방출 단계에서는 자원이 흩어지는 현상이 벌어지는데 혼란이나 붕괴로 인해 자원이 흩어지는 경우가 많다. 급속 성장과 보존, 방출 과정을 모두 거친 적응 주기는 재편성 단계에 접어들고, 재편성 단계에서 새롭게 주기가 시작된다.
모든 시스템이 정확하게 이와 같은 단계를 거치는 것은 아니지만, 적응 주기를 알면 생태학의 영역을 넘어서 수많은 존재가 갖고 있는 회복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산업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적응 주기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비즈니스 부문에서 이런 이야기가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지 (그리고 경험되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기업가 정신을 토대로 설립된 창업기업은 새롭고 매우 가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조해낸다. 그런 다음 이 같은 혁신을 최적화하고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물을 철저하게 없애는 방법을 통해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매우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우뚝 솟아올라 덩치가 작은 경쟁업체들을 밀어낸다. 그런 다음 경쟁업체가 내놓은 파괴적인 혁신이 시장을 장악하면 자사에 성공을 안겨줬던 바로 그 최적화가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된다. 이런 깨달음을 얻은 후 조직은 빠른 속도로 쇠퇴한다. 그 결과, 인적 자원 방출이 진행되고 기업 주기가 새롭게 시작된다. 성장, 보존, 방출, 재편성. 비슷하게 들리는가.
1970년대에 오일 쇼크가 일어났을 때 미 자동차 업계도 이런 식의 흥망성쇠를 경험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인터넷이 한창 발달했던 1990년대에 이와 같은 단계를 밟았다. 2000년대에는 소니와 아이팟이 같은 경험을 했다.

완화, 적응 그리고 변화
끝없이 증대되는 복잡성과 취약성으로 인해 폭넓은 사회정치적 반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우리 인간이 인류의 발자국을 적당히 잘라내고, 나아가는 속도를 늦추고, 간소화하고, 자신이 거주 중인 현지의 상황을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예컨대, 이 진영에서 활동 중인 영국과 미국의 활동가들은 이미 ‘트랜지션 타운’을 계획하고 있다. 트랜지션 타운이란, 세계 시장에서 갑작스럽긴 하지만 오래전부터 예견되어왔던 대로 석유 공급이 중단되고 석유 공급 중단 못지않게 갑작스럽게 기후 변화가 찾아오더라도 견뎌낼 수 있도록 조성된 지역사회를 뜻한다. 이들이 갖고 있는 전략은 텃밭 가꾸기에서부터 자체 에너지 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좀 더 범위가 넓고 탄화수소 의존 현상이 심각한 경제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는 것이다. 여기에서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은 붕괴가 임박한 상황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붕괴가 발생하고 나면 좀 더 균형 잡히고, 덜 소모적이며, 좀 더 보람 있는 삶의 방식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다른 진영에서는 역행은 불가하며 앞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수많은 문제를 헤치고 나아갈 방법을 찾아야 하며, 사람들은 좋건 나쁘건 우리 인간이 지구를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부유하고 낭비 성향을 갖고 있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이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수십억 명에 달하는 빈곤층이 부자 반열에 올라설 기회를 거머쥐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데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또 다른 수십억 명이 지구상의 인구를 늘리는 데 기여할 것이 명확한 상황인 만큼, 자원 개발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런 사실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후자의 진영 사람들은 이와 같은 도전 과제들이 새롭고 좀 더 효율적인 혁신을 부추기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들은 이미 이런 과정을 통해 생겨난 혁신 중 상당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혁신을 적극 활용하면 인류가 지구와 평형을 이룰 수 있는 지점에 한층 가까워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인류가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불가피한 영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미 사용 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는 기술 도구를 활용해 그 여파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크기를 줄일 수는 없으니 좀 더 영리해져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이다.
이처럼 극단적인 두 진영 사이에 위치한 것이 바로 지속 가능성이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가 직면한 위험에 적응하는 방법에 관해 숱한 논의가 이루어져왔으며 그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이 이제는 너무도 흔해져버린 말, 지속 가능성이다.
지속 가능성이란 개념이 맨 처음 등장할 당시에는, 인류와 지구 사이에서 포괄적인 균형점을 찾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이 같은 목표 자체는 존경할 만한 데다 이론을 제기할 여지도 없다. 하지만 실질적인 조직 원칙의 측면에서 따져보면 지속 가능성은 이제 너무 오래된 것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의 아이디어에는 사회적 수명과 반감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성 운동이 시작된 지 이미 40년쯤 되었으니 대다수의 다른 운동보다 훨씬 오랫동안 살아남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지속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의 범위가 꾸준히 늘어나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필자들은 최근 껍질을 벗기지 않은 바나나를 낱개로 비닐에 넣어 판매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하다’고 홍보한 델몬트 사례를 가장 자주 언급했다. 델몬트는 비닐로 포장한 바나나를 자판기 안에 넣어두면 신선도가 훨씬 오래 유지되고 바나나를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배송해야 하는 횟수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과일을 석유 추출물로 만들어진 포장재로 감싸는 방식이 지속 가능하다면, 무엇인들 지속 가능하지 않겠는가.
대체로 보면, 현대의 지속 가능성 운동은 언젠가부터 위험 완화에 몰두하고 있다. 물론 그런 현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온갖 종류의 세계적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시기가 점차 가까워지자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이와 더불어 회복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단 지속 가능성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서부터 공중위생, 빈곤 완화, 기업 전략에 이르기까지 미래에 발생할 중대한 위험과 관련된 수많은 영역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류가 희망을 버리고 모든 재앙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대신, 회복력이라는 틀은 현대적이고도 색다르게 완화에 도움이 되는 노력을 제시한다. 인간 사회의 근간이 되는 조직을 재설계하고, 지역사회를 강화하고, 혁신과 실험을 장려하고, 예기치 못한 사건과 혼란을 막기 위해 노력을 하는 동시에, 사람들이 이런 사태에 대비하고 대처할 수 있게끔 도움 되는 방식을 지원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면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변화를 받아들일 만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앞서 사고 실험에서 언급했던 비유를 다시 활용해보면, 우리가 타고 있는 자동차와 자동차가 점점 가까이 다가가는 대상인 절벽, 둘 모두를 완전히 새롭게 재고안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에 날개를 달아주면 상황 자체를 통째로 바꾸어 브레이크나 낙하산을 사용해야 할 필요성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취약성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부터이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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