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최갑수가 질투한 바로 그 여행책”

[서울=시사뉴스피플] 김보연 기자

 
트레킹 마니아들에게만 알려진 해외 여행지가 있다. 킬리만자로나 호도협처럼 여행 상품으로 출시된 곳도 있지만 샹그릴라, 페트라, 시나이 산처럼 이곳이 트레킹 지역인지 모르는 곳도 많고, 또 야딩, 울트라메도우, 페리메도우, 윤즈밸리, 시미엔 산, 와디 무지브처럼 낯선 지명도 수두룩하다. 찾는 사람이 드문 탓에 루트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관련 정보도 적다.

그곳으로 1년간 세계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있다. 35살의 나이에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트레킹 세계 일주를 떠난 김동우 씨다. 그는 여행 기간 동안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남겼는데 여행작가 최갑수 씨가 ‘추천 블로그’로 소개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모은 책이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이다.

책장을 넘기면 한국에서는 접해보지 못한 낯선 산과 풍경이 이어진다. 까마득한 절벽길을 따라 호도협을 걷고, 이곳이 중국인지 알프스인지 헷갈리는 야딩도 다녀온다. 파키스탄 울트라메도우에서는 여인의 손가락을 닮은 레이디 핑거(lady finger) 봉우리를 바라보며 백패킹을 하고, 고대 유럽의 풍경을 간직한 페리메도우도 걷는다. 와디 무지브에서는 목까지 물이 차오르는 협곡을 거슬러 오르는 이색적인 트레킹을 경험하며, 관광 명소로 더 잘 알려진 페트라에서는 고대인의 숨결을 느끼며 산을 오른다. 수시로 빗줄기를 뿌리는 시미엔 산에서는 능선을 따라 걸으며 체스판의 말처럼 불룩불룩 솟은 봉우리들을 감상한다.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인 킬리만자로에서는 고산증을 이겨내며 발걸음을 옮기는 많은 트레킹 동지들을 만난다.

저자는 트레킹 테마 외에도 현지에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시종일관 유쾌한 어조로 풀어내고 있다. 담배 물고 비포장도로를 쌩쌩 달리는 중국 버스 운전사부터 칸막이 없는 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용변을 보는 중국사람, 틈만 나면 거짓말과 사기로 돈을 뜯어내려는 이집트 사람, 순박하고 다정다감한 파키스탄 사람, 먼저 다가와서 체리를 건네주는 훈자의 아이들, 망자의 시체를 독수리에게 뜯기는 티베트 사람들, 긴 칼을 옆에 차고 ‘따시델레’ 하고 행운을 빌어주는 중국 장족 사람들, 말라리아에 걸린 저자를 데리고 병원까지 함께 가준 탄자니아 사람, 어설픈 말투로 커피를 사라고 호객하는 에티오피아의 여자아이까지 현지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생긴 다양한 에피소드로 즐거움과 감동이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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