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원 마련 적금...장학재단 설립할 것

[통영=시사뉴스피플] 박용준 기자

매서운 추위의 연속이다. 겨울이 되면 여기저기서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따뜻한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이 조명된다. 사실 내 돈 아깝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묵묵히 선행을 이어간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진 재산이 많다기 보다는 마음의 부자를 자처한다.

경남 통영시의 최고 부자는 누구일까. 지역민들은 하나같이 통영활어시장 내 다림횟집 박택열, 손옥선 대표 부부를 꼽는다. 이 부부에게는 어느 누구도 갖고 있지 못한 넉넉한 마음을 가진 큰 부자다. 365일 쉬는 날 없이 돌아가는 활어시장에서 매운탕을 끓여서 파는 일명 ‘초장집’을 운영하면서 연일 계속되는 사랑의 손길을 전하는 이들 부부의 이야기를 해본다.

마음이 넉넉한 부자
비가 부스스 떨어지는 어느 날 통영활어시장을 찾았다.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인 만큼 궂은 날씨에도 관광버스가 여럿 보였다. 시장 안은 인파들로 가득했다. 국내 수산의 보고인 통영이기에 횟집이 다수를 이러 쉽사리 다림횟집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행인들에게 물어보니 모르는 사람이 없어 손쉽게 찾았다. 십 수 년 전이나 변함없는 초장가격에 매운탕 맛이 일품이기에 소위 명소로 이름난 곳이기 때문이었다. 첫 대면한 손옥선 대표. 장화를 신은 영락없는 어시장 일꾼이었다. 그를 만나기 전 취재원으로부터 귀에 따갑도록 선행 사례를 들었다. 지역 매스컴에도 화제가 된 인물이었기에 번듯한 횟집 여사장일 것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실물은 종업원과 같은 느낌. 대화 한마디를 나눌 때마다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진정한 봉사자라는 것을. 바쁘게 돌아가는 시장에서의 삶은 겉모습을 치장하기에는 인색할 수 밖에 없고, 직접 서빙이나 주방일을 해야 조금이라도 아껴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와 30여분간 대화를 이어가자 박택열 대표의 모습도 보였다. 그 역시 말끔한 정장 차림은 아니었지만 봉사 얘기에는 환한 웃음을 머금고 기뻐하는 마음이 넉넉한 부자였다.

지역의 든든한 이웃
박택열 대표는 통영지역 제1호 아너소사이어티다. 지난해 연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년 동안 1억원을 납부하는 가입 약정식을 체결했다. 전국적으로도 소상공인으로 이 같은 거금을 기탁한 이는 드물다. 박 대표는 “봉사는 내가 가진 것이 많아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빵 한조각이라도 함께 먹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한 것”이라며 “100원을 벌면 50원 이상은 남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너소사이어티를 가입하게 된 것도 나눔을 실천하고 행복바이러스가 통영 곳곳으로 스며들기를 바라는 차원에서다. 박택열 대표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기부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물론 묵묵히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여전히 인색한 분위기다. 국내도 사회환원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행태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손옥선 대표의 지역사랑도 유별나다. 현재 통영구치소 교정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그는 매달 영치금과 가족없는 수용자를 위한 봉사를 하고 있다. 2004년 통영구치소가 문을 열면서 교정위원이 돼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 무더운 여름이면 시원한 생수와 수박, 명절이나 어버이날 같은 특별한 날에는 떡, 교정위원들과 특별식으로 자장면을 만들어 대접하는 등 수용자들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통한다. 손 대표는 “사회로부터 격리 돼 있는 수용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향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불친절(?) 하지만 매운탕 맛은 일품
박택열, 손옥선 대표의 개개별 따뜻한 손길이 하나로 뭉치니 해외로까지 뻗어나갔다. 그동안 두 부부 대표는 매달 태국의 한 학교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었다. 또한 태국에 기숙사 한 채와 교회 한 곳, 그리고 필리핀에도 교회를 지어주었다. 절실한 크리스찬인 박 대표가 그가 다니는 교회의 담임목사와 약속했던 것을 실천하며 다양한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자금이 여의치 않아 아직 태국에 5, 6학년 교실을 지어주지 못했지만, 그동안 든 적금으로 곧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9일에는 통영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 ‘해피 쉐어링 CAR’ 차량을 기증하기도 했다. 이들 부부 대표의 꿈은 무엇일까. 박택열 대표는 “사실 우리 부부의 경제적인 사정이 밝지만은 않다. 그래도 늘 함께 나누자는 뜻에서 작은 것을 나누고, 큰 것을 주기 위해 적금을 넣고 있다. 마지막은 장학재단 설립인데, 현재 30억원 마련 적금을 넣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전국적으로 매운탕 맛이 일품이라고 소문난 다림횟집의 경쟁력이 뭐냐”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답은 상상을 초월했다. 변함없는 착한가격과 갓 잡은 고기로 회를 썰고 남은 것으로 만든 맛있는 매운탕, 그리고 불친절. 황당했지만 느낄 수 있었다. 꾸밈없는 그들의 진실성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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