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성매매특별법’ 위헌 심판 공개변론이 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31일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도록 한 법 규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심판의 대상이 된 법 조항은 이른바 ‘성매매특별법’이라 불리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 1항으로,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ㆍ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의 6(합헌) 대 3(위헌) 의견에 따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국가가 어느 선까지 제한할 수 있나’가 주요 쟁점인 사안인 만큼 설왕설래는 여전하다.
성매매 피해자 양산 방지 목적
특별법에 포함되는 법률은 두 가지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은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근절하고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성매매 자체를 방지하고, 성매매 피해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의 보호와 자립 지원이 목적이다. 공통적인 목적은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보호’다. 성매매 피해자는 누구일까. ‘강요에 의한’ 종사자를 피해자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성매매를 금지하면 이 같은 피해자들을 줄이고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법의 취지로, 성매매 사업자들로 인한 인신매매와 성 제공자 인권 유린을 단속하고 자활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발적인 성매매는 어떻게 되는 걸까. 성매매특별법에 의해 처벌받고 있다.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해 근본적으로 성매매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성매매특별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 7월, 이와 같은 법의 취지에 반발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여성 K씨(44세)가 법원에 위헌 심판을 제청한 것이다. 성매매 종사자 K씨는 서울 북부지법 재판 중에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착취나 강요 등이 없는 성매매를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변화된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성매매 종사자들의 권리를 둘러싼 논의가 시작됐다.
성매매특별법, 반대 VS 찬성
성매매특별법에 반대하는 입장과 찬성하는 입장의 대립은 다음과 같다. 우선 반대하는 이유는 1.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착취나 강요가 없는 ‘합의 하의 성관계’는 개인의 사적 영역이고,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국가가 개인의 자유의지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 직업이다: 성매매가 곧 생계를 위한 ‘성노동’이라는 주장이다. 경제활동을 위해 일을 하는 성매매 종사자들이 그 자체만으로 ‘범죄자’가 돼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3. 풍성효과: 법의 실효성과 관련된 부분으로 과연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를 막을 수 있냐는 것이다. 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다른 한 쪽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처럼 성매매를 단속했더니 음성적으로 변환된 성매매가 다양하게 생겨났다는 뜻이 된다. 수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것도 불법적으로 시행되다 보니 집계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형평성 논란(첩을 두는 행위나 외국인을 현지처로 두는 계약행위 등은 처벌하지 않으면서 성매매만 처벌)이나 형벌권 남용과 같은 근거도 있다. 다음으로 성매매특별법에 찬성하는 이유는 1. 인간의 존엄성 파괴: ‘성을 사고 파는 것’이 곧 인간을 성 도구화시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시키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를 법으로 금지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건전한 성풍속도 해치게 될 수 있다는 것. 2. 성적 자기결정권 영역 아니다: 성매매는 개인과 개인이 사적인 관계를 통해 성적 행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이는 혼인빙자간음죄, 간통죄와의 차이를 말하기도 한다. 성을 매매하는 행위 자체는 사적 관계를 기초로 한 성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성매매를 직접 자기결정권 안에서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3. 직업 아니다: 혈액을 파는 것을 직업으로 보지 않듯, 성을 파는 것도 직업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또한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하면 사람들이 성을 거래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면 성 상품화와 산업화가 진행되고, 결국 성을 돈으로 착취하는 구조가 고착화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외에도 실효성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여성가족부의 조사를 보면,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집결지와 종사자 수가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성매매특별법 위헌 여부 공개변론
2015년 4월, 4시간 여 동안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성매매특별법 쟁점들이 오고가며 4월 9일에 있었던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은 마무리됐다. 과연 성매매를 사적 영역으로 보호해줄 것인지, 공적 영역으로 규제할 것인지의 문제가 팽팽하게 맞섰다. 변론 과정에서 대립이 치열했던 만큼, 절충안도 있었다. 위헌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강자 전 서울 중암경찰서장의 주장이다. 2000년 당시 관내 집장촌이었던 ‘미아리 텍사스’에서 성매매와의 전쟁을 벌였던 김 전 서장은 “특정 지역에서의 생계형 성매매만 허용하자”고 밝혔다. 생계를 위한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이들을 허용구역을 만들어 보호하자는 것이다. 재판관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생계형과 비생계형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성매매 종사자들을 또 한 번 처벌하자는 것이 아닌지, 특정 지역만 허용하면 지역에 따라 위헌 합헌 여부가 달라진다는 의미인지 등이었다.
헌재, 性… 사지도 팔지도 말라
2016년 3월 31일, 헌법재판소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도록 한 법 규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심판의 대상이 된 법 이른바 ‘성매매특별법’이라 불리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제21조 제1항이다.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ㆍ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의 6(합헌) 대 3(위헌) 의견에 따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6명의 재판관이 성구매자와 판매자를 모두 처벌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 성매매를 처벌하는 것이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을 확립’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개인의 성행위가 성적 자기결정권에 해당할지라도 그것이 외부에 표출돼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때엔 마땅히 법률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결정문에 따르면, 6인의 재판관은 우리 사회는 성매매를 관대하게 바라보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본다. 잘못된 접대문화와 더불어 신종 성매매 형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게 그 증거이다. 따라서 이 같이 그릇된 성매매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성 구매자를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형벌권 행사라고 볼 수 없다는 게 다수의견이다. 또한, 성매매 근절을 위해 성판매자를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봤다. 성구매자만 처벌하고 성판매자는 처벌하지 않는 것은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성매매를 확대시키고 성매매의 조직범죄화 등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포주 조직이 인신매매로 여성을 데려와 합법적인 성판매를 강요하면서 조직범죄화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덧붙여 이정미ㆍ안창호 재판관은 “절제되지 않은 본능에 좌우돼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훼손하는 욕망과 이를 추구하는 행위까지 행복추구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보충의견도 냈다. 두 명의 재판관은 성 구매자에 대한 처벌은 합당하나 판매자에 대한 처벌은 과도하다는 의견이다. 성판매자들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절박한 생존 문제 때문인데, 이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여성 판매자를 처벌의 대상으로 보기보단 보호와 선도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일부위헌의 근거다. 형벌을 내리는 대신 이들이 다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조용호 재판관은 유일하게 성 판매자와 구매자를 모두 처벌하는 성매매특별법이 위헌이라고 봤다. 성인 간의 자발적 성매매가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에 해악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이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인데다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입법자가 특정한 도덕관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성매매를 처벌하게 되면 지체장애인, 독거남 등 성적 소외자들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성욕을 풀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음을 지적했다.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 근절에 별다른 기여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도 덧붙였다.
이번 결정에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것이 위헌인지를 다투는 최초의 판단이라는 점이다. 전에도 성매매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이 7차례 있긴 했다. 그러나 전부 성구매 남성이나 성매매 알선자ㆍ건물 임대업자가 제기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타인의 강요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성매매를 한 성판매자들에 대해서도 처벌하는 것이 합헌인지 위헌인지를 따지는 첫 번째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