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선도 주력산업육성 위한 산업정책 정립, 경제 역동성 복원 힘써야
최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불황 국면의 모습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이다. 경제 외적인 대규모의 충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경제 주체들의 피로감이 점증하고 역동성이 고갈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또한 현 경기 국면에 대한 판단도 일치되지 못하면서 불황에 대응하는 경제정책의 방향과 강도에 대해서도 이견이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를 통해 과거와 다른 현 불황기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모색해본다.
대규모의 경제적 충격이 없음에도 경기 회복이 장기간 지연되는 모습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불황의 모습이다. 이에 따라 경제 주체들의 피로감이 점증하고 역동성이 고갈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점차 소멸되고 있다. 또한, 현 경기 국면에 대한 판단도 일치되지 못하면서 불황에 대응하는 경제 정책의 방향과 강도에 대해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경제 지표들이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지 못하면서 경제 지표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데에 있어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경제 내에 좋아지는 부문도 없지만 뚜렷하게 심각하다고 평가되는 부문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향후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비관적인 입장에서는 뚜렷하게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를 선도하는 경제 지표들이 없다는 점이 더 우려스러우며, 이는 장기 불황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현 불황 국면을 과거와 ① 중장기 경기추세 ② 경기변동의 형태 ③ 불황의 원인 ④ 불황의 범위 ⑤ 불황에 대한 대응력 등의 측면에서 비교해보고 차이점을 확인해 본다. 최근 경기 불황의 특징은 ① 늪지형 ② 멀티딥형 ③ 수요충격형 ④ 전방위형 ⑤ 자생력 부족형으로 판단된다.
불황의 중장기 추세 - 늪지형
최근 한국 경제가 맞이하고 있는 불황은 글로벌 경제의 회복 지연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점점 긍정적인 경기 신호가 소멸되는 ‘늪(swamp)지형’ 불황으로 성립한다고 인정된다. 경기 저점 부근에서의 형태에 따라 ‘계곡형(V자형)’, ‘U자형(L자형)’, ‘늪지형’으로 구분하고자 한다. 계곡형(V자형)은 예상치 못한 대규모 충격이 원인이 되어 급격한 경기 하강 이후 빠른 반등세를 보이는 형태로, 외환위기 직후와 금융위기 직후 나타난 경기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U자형(L자형)은 경기 형태의 전반부인 하강의 모습보다는 침체 국면에 진입한 이후의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특징을 일컫는 것으로 경기 회복이 느리게 진행되는 모습을 가진다. 상대적으로 충격은 크지 않았으나 유럽재정위기 이후의 경기 국면을 U자형이나 L자형으로 보는 시각들이 있다. L자형은 U자형의 한 형태로 판단되며 U자형보다 더 느린 경기 회복 시점을 보이는 모습이다. 늪지형은 경기 하강속도는 완만하나 침체 기간이 장기화되는 특징이 있다. 늪지형이란 심각한 어려움은 없으나 경제 내 모든 부문이 거의 동시에 늪에 빠지면서 천천히 그 침체의 강도가 강화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불황 탈출을 위한 계기 마련이 쉽지 않은 특징을 가진다. 최근 금융위기(2008년)와 재정위기(2010년) 이후의 경기 흐름 형태는 생산의 활동성이 조금씩 약화되면서 점차 불황의 폭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인다. 2011년 이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3%에 불과하며 2012년, 2013년, 2015년 2% 성장을 기록했다. 2011년 3.7%를 기록한 이후 2%대 성장률을 보이다가 2014년 3.3%로 잠시 반등하기도 했으나 2015년에 다시 2%대로 성장률이 하락했다. 한국 경제의 경기선도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경기에서도 이러한 ‘늪지형’ 불황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는데, 생산증가율이 이전보다 크게 낮아지는 가운데 그 추세 자체가 우하향을 지속 중이다.
불황의 경기변동 형태 - 멀티딥형
하락하는 추세 속에서 다수의 소파동이 존대하는 멀티딥의 경기 변동의 모습이다. 경기 저점의 개수를 기준으로 ‘일반형’, ‘더블딥(double-dip)’, ‘멀티딥(multi-dip)’으로 구분한다. 일반적인 경기 저점 부근의 모습은 경기 저점(경기 하강에서 상승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한 개가 형성된다.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거나 경기 반등 시점에서 또 다른 부(負, ―)의 경제충격이 발생하게 되면 다수의 경기 저점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경기 저점이 두 개인 경우를 ‘더블딥(double-dip)’이라고 하며, 세 개 이상인 경우를 ‘멀티딥(multi-dip)’이라고 한다. GDP갭률의 추이를 보면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값을 가지는 국면이 세 번 발생한다. GDP갭률이란 실제GDP가 잠재GDP(추세)에서 이탈한 비율을 의미하며, 플러스 값은 호황을 마이너스 값은 불황을 의미한다. 2012년 이후 GDP갭률이 마이너스였던 시기는 2012년 4분기~2013년 3분기, 2014년 4분기~2015년 2분기, 2015년 4분기~2016년 1분기의 세 구간이다. 동행지수(순환변동치) 상으로 기준치 100을 크게 하회하지 않는 폭을 가진 다수의 하락에서 상승으로의 경기 전환점을 가지는 모습이다. 통계청은 공식적으로 2011년 8월을 경기 고점으로 잠정 설정하고 있으나, 이후의 동행지수순환변동치의 모습은 진폭과 주기가 짧은 소규모의 파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후의 경기 저점에 대한 통계청의 판단이 나와 봐야 알겠으나, 현재까지의 동행지수순환변동치 상으로만은 경기 저점이 여러 번 나타나는 멀티딥의 모습이 관찰된다.
불황의 원인 - 수요충격형
현재 불황을 유발한 요인은 수요 충격으로 판단된다. 불황의 원인별 종류는 ‘수요충격형’과 ‘공급충격형’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최근 경제는 저물가-저성장의 특징을 보이고 있어 ‘수요충격형’ 불황으로 사료된다. 총공급곡선(AS)을 이동시키는 공급 충격(supply shock)은 다시 정(正, +)의 충격과 부(負, -)의 충격으로 구분한다. 정의 공급 충격은 기술 진보와 같이 물가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여 경제성장률을 제고시킨다. 부의 공급 충격은 오일쇼크와 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재화나 서비스의 공급이 단기간 내 위축되는 경우이며, 고물가-저성장의 특징을 보인다. 총수요곡선(AD)을 이동시키는 수요 충격(demand shock)은 일반적으로 정부경제 정책의 방향에 따라 정(正, +)의 충격과 부(負, -)의 충격으로 구분된다. 정의 수요 충격은 통화팽창, 감세, 재정확대 등의 공공 부문의 경기진작책으로 경제 주체들의 실질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물가가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부의 수요 충격은 공공 부문의 경기 과열 해소를 금리 인상, 증세 등의 경기 안정책 등이 민간의 실질구매력의 약화 및 소비 및 투자심리 악화를 유발하면서 저물가-저성장의 특징을 보인다. 최근 불황의 원인은 정부 부문의 경제 정책과는 무관한 것으로 장기간 경기회복 지연과 성장 견인 부문 부재에 따른 ‘소득 환류의 단절’과 ‘소비 및 투자 심리의 악화’가 발생하는 수요 충격(demand shock)으로 판단된다. ‘소득 환류의 단절’은 기업 실적 부진이 가계 소득 부진으로 이어지고 다시 시장수요 위축과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일련의 악순환 과정을 의미한다. 제조업에 국한해서 살펴보면 출하(수요)가 부족하여 재고가 증사하는 모습이 발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2011년 이후 대체적으로 재고증가율이 출하증가율을 장기간 상회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는 실제 재고 수준을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누적된 재고량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장기간에 걸쳐 장기간에 걸친 감소와 재고의 증가는 기업들의 가동률 등의 생산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유발한다. 제조업의 평균가동률은 2011년 1분기에 81.3%에서 5년 동안 하락 추세를 지속하면서 2016년 1분기에 73.6%를 기록했다.
불황의 범위 - 전방위형
제조업(수출)에서 서비스업(내수)로 불황이 파급되어 대부분 부문들이 불황을 경험했다. 경제가 불황기에 진입했더라도 일반적으로는 호황을 보이는 부문이 존재하면서 경제 전반의 침체 폭이 제한된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내수(서비스업) 부문은 어려웠으나, 수출(제조업) 부문은 환율 상승 등으로 호조를 지속하는 모습이었다. 신경제 버블 붕괴기(2001년~2002년)에는 수출(제조업)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내수(서비스업) 부문이 경제를 지탱하는 역할을 보였다. 최근에는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서비스업의 생산증가율도 하락 추세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국민계정상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2014년 1분기를 정점으로 급락한 이후 저성장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2015년 하반기 생산 증가율이 소폭 상승하기는 했으나 기술적 반등으로 평가된다.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2014년 3분기를 정점으로 하락 추세를 지속 중이다. 제조업으로 국한해서 본다면, 수출 출하 증가율 하락과 내수 출하 증가율의 하락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수출 출하 증가율과 내수 출하 증가율이 시차 없이 하락하는 모습을 유지했다. 2013년 이후에는 수출 및 내수 출하 증가율이 방향성은 엇갈리는 모습이나 두 변수가 낮은 수준에서 증가율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인과관계가 모호하기는 하나 수출의 부진이 내수로 전이됐다고 사료된다.
불황 대응력 - 자생력 부족형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최근에 들어 민간 부문의 자생력이 크게 약화되는 양상이다. 민간 부문이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공공 부문이 경제 성장을 견인한다. 민간 부문의 경제 성장 기여도는 2001~2008년 분기 평균 3.9%p에서 2011~2015년에 2.5%p로 하락했다. 특히, 2015년 이후 1.7%p로 크게 낮아졌다. 이는 만약 공공 부문의 경기 안정화 노력이 없었다면 2015년 실제 경제성장률은 1%대 중반에 그렸을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 공공 부문이라 하면 국민계정상의 정부소비와 정부투자의 직접적인 지출만 해당되기 때문에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감세 정책에 따른 내수 진작 효과, 정부 지출의 후방연쇄 효과 등을 감안하면 실제적인 공공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들어 민간소비가 낮은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소비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소비의 위축을 크게 보완하는 모습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5년 4분기를 제외하고는 1~2% 수준에 그친 반면, 정부소비 증가율은 2014년 이후 3% 이상을 기록하면서 소비 침체를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 단, 2014년 2분기는 제외다. 2016년 1분기 계절조정 전기대비 경제성장률 0.4%중 약 절반 정도인 0.2%p가 정부소비의 기여도이며, 전년동기비 경제성장률 2.7%중 0.7%p가 정부소비의 기여도이다. 공공 부문의 경기진작 효과는 감세 정책에서도 찾아 볼 수가 있는데, 내구재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로 2015년 4분기 소비가 크게 진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내구재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인하되면서 2015년 4분기에 내구재를 중심으로 소비가 크게 진작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에 따라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5년 상저하고의 모습을 보이면서 성장률 하락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새로운 사회기회 열어야
▲ 첫째, 사상초유의 ‘늪지형’ 불황 탈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기선도 주력산업육성을 위한 산업정책의 정립을 통해 경제의 역동성을 복원해야 한다. 최근 장기 저성장 탈출이 쉽지 않은 것은 경제 내 리딩 섹터가 없다는 점이 며,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보다 현재 사업의 확장에만 주력하면서 성장잠재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대내외 경제 및 산업 지형에 대규모의 변화가 발생하고, 산업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합쳐 산업정책에 대한 중장기 방향성과 미래 비전을 제시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이를 통해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고 주력산업군의 범위를 넓혀 나감으로써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현상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 둘째, 실효적인 사회안전망 구축과 무리 없는 산업합리화 정책 추진을 통해 민간 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 불황 장기화에 따른 고용시장 불안과 사회 취약계층의 생활고 문제가 우려되는 바, 기존 사회보장 정책을 점검 및 개선하고 부정 수급 등의 공공자금 누수를 차단하여 실효적인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최근 산업합리화가 자칫 산업기반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구조조정 속도의 완급조절과 고부가 분야 및 신산업으로의 신속한 산업구조 전환이 필요하다. ▲ 셋째, 금리인하 및 추경편성의 정책조합(policy mix)과 같은 보다 적극적인 총수요 확대 정책이 요구된다. 기본적으로 현 불황이 수요 침체에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요 확대 충격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효과에 대해 이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나 만약 팽창적통화정책과 확장적재정정책이 없었다면 불황의 강도는 지금보다 더 심각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경제 상황의 회복 조짐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선제적 금리인하와 동시에 추경 편성이 이루어지는 정책조합(policy mix)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정지출 확대 정책은 OECD에서 지적했던 바와 같이 단기적으로는 경제가 감당할 여력이 있다고 보이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건전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넷째, 민ㆍ관의 공조를 통한 수출 증대 노력과 서비스업 육성 추진의 가속화를 통해 대내외 시장수요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구매력이 높은 미국시장에 대한 수요 분석 강화, 한중 FTA 활용 극대화, 인도, 베트남, 이란 등의 신흥시장 진출 지원 등을 통해 해외 수요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서비스업 육성 정책 추진을 가속화시켜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여러 부처에서 분절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방법보다는 산업의 관점에서 대응이 가능한 특정 부처에 집중된 의사결정과 관리 시스템이 요구된다. ▲ 다섯째, 공공 부문의 지출의 효율성 제고와 더불어 민간의 소비와 투자 진작을 유도할 수 있는 미시적인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재정지출의 효율성 제고 노력을 경주하면서 미시적으로 기업의 재고 압력 해소와 민간소비 확대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도록 상품군별 제조기업과 유통업체가 모두 참여하는 대규모 할인행사를 통해 소비 심리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기업 투자에 대한 신속한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 성장력과 고용 창출력의 원천인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특히, 정부의 미래 신성장 산업 지원 정책의 신속한 구체화를 통해 기업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열어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