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충청남도 부여군, 2부

연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장마철,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 쾌적한 곳을 찾기 마련이다. 백제의 문화와 역사가 펼쳐져 있는 부여에서 산뜻한 자연과 더불어 다양한 체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 백제의 숨결을 마주하는 충청남도 부여군으로 ‘체험여행’을 떠날까 한다.

   ▲ 반교리 돌담
☞ 유홍준 선생
- 돌담길이 예쁜 부여에 살다
청장, 교수, 선생, 어떤 호칭을 써도 무관한데, 선생님이라 불러주는 게 가장 좋다는 유홍준 전 문화재정장은 무슨 사연으로 궁산벽촌에 자리를 틀게 됐을까. 서울 토박이인 그는 전국을 내 집처럼 누비며 좋은 곳은 죄 다녔을 정도다. 그러한 유 선생이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에 새로이 둥지를 튼 지 벌써 십년이 넘었다. 반교리(盤橋里), 돌담길이 예쁜 동네라는데 퍼붓는 벼락비에 차마 차에서 내릴 엄두를 내지 못한다. 마을 동구에서 한 500m 올라갔을까. ‘그냥 편히 쉬는 집’이라는 유홍준 선생의 부여 시골집 ‘휴휴당(休休當)’에 닿자마자 마당 한편 탁오정(濯吾亭)으로 얼른 가 앉는다. 불어난 물에 정자 옆 실개울에선 폭포소리가 난다.

묵은 동네 개울가 집에 터를 잡다
그는 챙 넓은 밀짚모자를 쓰고 텃밭을 일구던 중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지인을 맞거나, 아니면 모시옷에 합죽선을 들고 동구까지 산보하는 모습을 살짝 상상했었다고 한다. 왜 영화 속 낙향한 인사들은 하나 같이 그러지 않은가. 그러나 이는 철저한 오측이었다. 환갑이 지났으나 그 나이 같지 않은 호리호리한 몸매에 집중할 때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모습, 가끔씩 배어나오는 시니컬한 어조에 담배를 한대 물어든 모습에 여전히 전성기 때의 포스와 짱짱함이 묻어난다. 반교리로 처음 온 2005년, 환갑 전이었던 유홍준 선생은 반교리 청년회에 속했다. 그리고 7년 후 환갑이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반교리 청년이다. 이곳 청년회 정년이 65세로 개정됐다는데, 우주의 질서를 거슬러 ‘청년’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게 했으니 유 선생에겐 기분 나쁜 법 개정은 아닐 것이다. “청장, 교수, 선생, 어떤 호칭을 써도 좋은데, 선생님이라 불러 주는 게 가장 좋다”는 그. 무슨 사연이 유홍준 선생을 궁산벽촌에 자리를 틀게 했을까. 그 똑 부러지는 사유를 그는 “나는 여섯 가지 조건을 생각했다. 문화유산이 있어 은퇴 후에는 문화유산해설사라도 할 만한 곳, 차로 30분 거리에 박물관이 있는 곳, 서울에서 차로 3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곳, 차로 5분 거리에 아름다운 절집이 있어 내 집 정원인 양 거닐 수 있는 곳, 가능하면 차로 30분 안에 바닷가로 갈 수 있는 곳, 가능하면 돌담길이 예쁜 묵은 동네 개울가 집이었다”고 말했다. 유 선생의 욕심을 온전히 채워줬던 곳이 바로 부여 반교리 돌담마을이다. 일주일 중 5일은 도시, 2일은 촌에서 지내보자는 5도 2촌의 원칙은 충실히 지키고 있다.

휴휴당, ‘그냥 편히 쉬는 집’
- 그 이상의 가치

돌담이 아름다운 반교리는 등록문화재 제 280호로 지정돼 문화재청과 부여군의 지원과 관리를 받고 있다. 마을 돌담의 많은 부분이 근래 조성된 것들로 동네 사람들이 하나하나 직접 쌓아 만들었다. 휴휴당의 멋스러운 돌담도 마을 사람들의 작품이다. 전통 또한 문화라는 것이 지킴과 동시에 가꾸고, 창조해내야 다시 태어나고 지속되는 것임을 깨닫는다. 휴휴당은 맞배지붕을 얹은 작은 살림집이다. 부엌 한 칸에 짧은 툇마루가 대청마루를 대신했다. 그러나 휴휴당 감상법을 집 한 채에 묶어두면 별 맛이 없다. 마을 초입부터 이어진 돌담길과 대문보다 먼저 만나는 사립문, 대문을 대신하는 작은 돌기둥과 대나무 장대(정낭), 창고 옆 넉넉히 쌓아둔 장작더미, 부부가 소소한 일상을 주고받으며 일구었을 텃밭과 실개울 등 휴휴당엔 구석구석의 디테일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거기에 집과 정자에 달린 현판, 그 이름에 담긴 뜻까지 챙겨 음미할라치면 마치 답사라도 온 듯한 기분이다. 돌담은 마을 사람들이 쌓아 줬지만, 틈나는 대로 텃밭과 정원을 가꾼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좋은 것을 많이 보고 다녔으니, 이제 내가 머무는 이곳을 예쁘게 만들어야겠다”고 유홍준 선생은 말한다. 대문은 따로 없다. “누구나 와서 소박한 정원을 구경하며 개울 옆 탁오정에서 쉬었다 가라”고 한다. 주말이면 가끔 외지인이 와서 집을 빼꼼히 살펴보다 정자에 잠시 앉아 쉬어 가기도 하나 보다. 그는 굳이 아는 척 하지 않는다. 서로 잠시 쉬어 가는 집에서 통성명이라는 이름으로 관계와 인연의 거미줄을 만드는 것은 휴휴당에 대한, 그리고 쉬러 온 주인과 또한 쉬러온 나그네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유효한 부여 감상법
제2의 고향 부여의 문화유산 중 가장 애정이 가는 것은 무엇일까. 유 선생은 머뭇거림이 없다. “정림사탑과 무량사”다. 정림사지석탑에 대한 애정표현은 답사기를 포함해 여러 곳에서 부여문화유산의 ‘절정이자 하이라이트’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측량할 수 없는 도량 무량사는 유홍준 선생을 부여청년으로 만든 결정적인 절집이다. 부여에서 보령으로 넘어가는 이 고개마을 반교리에 인생 후반전의 베이스캠프를 차린 것도 무량사 때문이다. 문뜩 무량사에서 만나는 매월당과 그는 어떤 대화를 주고받을지 궁금해진다. 우선 유 선생이 답사기에서 소개한 부여 답사의 코스는 여전히 유효한지 물었다. 유홍준 선생은 “여전히 유효하고 그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 코스는 다음과 같다. 먼저 능산리 고분군(백제왕릉원)에서 부여가 백제의 도읍이었음을 환기하는 것으로 부여 답사를 시작한다. 오후 느지막이 부소산을 둘러보고, 해질녘이나 저녁나절에 구드래를 산책하고 난 후 1박을 한다. 이튿날 아침, 고요한 정림사지와 궁남지를 방문한다. 그리고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신나게 공부하며 놀다가 백제대교를 건너기 전, 백마강변에 있는 신동엽 시비를 둘러보고 부여읍을 빠져나가 무량사로 향하는 것이다. 그는 답사 코스뿐만 아니라 부여 답사의 지침을 팁으로 얹어 준다. 유 선생은 “문화유산 답사는 반드시 웅장하고 거대한 것만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규모와 권위의 패러다임으로만 부여를 바라보게 된다면, 답사객은 부여에서 아무 것도 얻어갈 것이 없을 지도 모른다는 충고일 것이다. 오래 앉아 있었다. 좀 수그러들었지만 비는 여전히 내리고, 개울에서는 아직도 폭포소리가 요란하다. 맞배지붕의 짧은 처마 밑에서 선생은 갓 쪄낸 뜨거운 옥수수를 봉투에 담아준다. 서울이 고향인지라 농사와는 거리가 멀었던 삶이었다. 그러나 부여에 자리 잡은 후 직접 땅을 일구고 고구마, 감자, 옥수수, 상추같은 것들은 심어서 거둬들이고 있다고 한다. 한입 베어물어보니 옥수수는 생각보다 더 맛이 좋았다. 떠나오는 길에 멀리서 돌아본 유홍준 선생의 뒷모습은 영락없이 부여 반교리의 주민, 유홍준이었다.

   ▲ 백제왕릉원(능산리고분군)
☞ 부여, 백제 문화의 향기로 가득
담백하고도 우아한 백제 문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부여. 그러나 부여를 ‘보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옛 백제의 왕궁과 마을을 고스란히 재현한 백제문화단지를 걷고, 백제8문양을 탁본하고, 백제 토기도 만들어보면 어떨까. 보고, 듣고, 만지며 오감을 통해 전해지는 백제의 숨결이 순간순간 머나먼 과거로의 시간여행으로 이끌 것이다.

1,400년 前 백제로, 백제문화단지
부여 시내에서 백마강을 건너 북쪽으로 달리면 고색창연한 성곽이 눈에 들어온다. 현판에 정양문(正陽門)이라 쓰인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반듯한 돌길과 푸른 잔디밭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백제 왕궁인 사비궁(泗批宮)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왼쪽으로는 백제 시대의 마을을 고스란히 재현한 생활문화마을이 자리하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백제의 대표 사찰인 능사(陵寺)가 높다랗고 화려한 5층 목탑을 자랑한다. ‘2010 세계대백제전’에 맞춰 문을 연 백제문화단지는 ‘백제체험여행의 1번지’로 급부상한 곳이다. 고구려, 신라와 함께 삼국문화의 한 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문화재로 상상해볼 수밖에 없었던 백제. 그러나 지난 1994년부터 17년에 걸쳐 6,900여 억 원이 투여된 백제문화단지가 문을 열면서 1,400년 전 백제 도읍지가 생생한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단청장, 대목장, 칠장 등 중요무형문화재인 장인들이 참여해 옛 백제의 멋스러움을 섬세한 손길로 재현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정면의 사비궁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이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느낌의 단청이다.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색조에 연꽃무늬를 비롯한 다양한 문양들이 숲속의 나무와 꽃들처럼 처마 밑에 가득하게 피어나 있다. 보일 듯 말 듯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푸른 하늘로 지켜 올라간 처마선 그리고 기와지붕 위를 장식한 새 깃털 모양의 용마루 기와는 왕궁의 위엄을 돋보이게 한다. 2층에 누각이 있는 궁궐의 정문인 승명문을 비롯해 건물을 이어주는 회랑을 따라 중궁전, 동궁전, 서궁전 등을 걷다보면 어느새 백제시대로의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서동(薯童)으로 더 잘 알려진 백제 무왕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 의자왕의 화려한 연회가 눈앞에 그려지는 것만 같다. 계백장군의 결연한 목소리와 궁녀들의 두런거림까지 백제의 역사가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 백제문화단지
국내 유일의 백제역사전문 박물관
- 백제역사문화관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백제금동대향로가 출토된 것으로 유명한 능산리사지(陵山里寺址)의 사찰을 재현한 능사가 나온다. 중문, 목탑, 금당, 강당이 남북 일직선상에 배치된 일탑일금당(一塔一金堂)의 전형적인 백제식 가람이다. 본래의 사찰이 위덕왕 14년인 567년에 세워진 것이니 1,500년에 가까운 세월을 되살린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름 아닌 높이 38m에 이르는 목탑이다. 화려한 단청과 수직으로 곧게 하늘을 향해 올라 간 탑의 높이는 백제인들의 종교적 염원을 담고 있는 듯하다. 사비궁 왼편의 생활문화마을로 접어들면 지금도 백제인들의 일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생생한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귀족, 군관, 중인, 서민 등 그 시대의 계층별 주거형태와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담장 너머로 들여다보이는 마당에는 돌쇠가 비질을 하고, 돌담길에선 읍내 장터에 나서는 김서방의 뒷모습이 아른거리는 것도 같다. 생활문화마을 북쪽에 자리한 위례성에서는 백제 건국 초기 궁성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해자를 파고, 토성을 쌓고, 목책을 두른 성곽을 비롯해 짚으로 지은 움집과 공동 창고로 쓰였을 법한 고상가옥 등 그 시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백제 민속촌’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정양문 왼편에 자리한 백제역사문화관도 백제문화단지에서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전시 기법을 이용해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흥미로우면서도 일목요연하게 배워 볼 수 있다. 백제의 건축, 종교, 주거문화, 주변국들과의 관계 등을
유물 뿐 아니라 디오라마로 생생하게 표현해내어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백제역사문화관을 먼저 방문하고 사비성과 능사, 생활문화마을 등을 둘러본다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의 상상력도 한층 증폭될 것이다.
   ▲ 박물관 전경
☞ 백제문화체험 백제와 함께 놀자
백제역사문화관과 국립부여박물관 등에선 백제문화와 관련된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으로 손길을 잡아끈다. 백제의 전통 문양을 정성스레 탁본하고, 백제탑을 쌓고, 찰흙으로 수막새도 찍어보는 다양한 체험을 하는 내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아빠학교 엄마교실 박물관
옛 백제로의 체험여행을 즐기고 난 다음 꼭 한 번 들려볼 만한 곳은 아빠 학교엄마교실 박물관이다. 50~100년 전 교실의 모습과 당시의 생활물품들을 전시한 곳으로 어른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아이들에겐 부모님들의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투박하기 짝이 없는 나무 책걸상과 오랜 세월이 스쳐간 흔적이 역력한 풍금, 철제 도시락을 올려 데워먹던 난로 등이 추억을 되살려준다.

백제탑과 무령왕릉 벽돌 쌓아보기
백제계 석탑인 장하리 3층석탑을 손수 쌓아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이다. 백제 석탑의 단아하고 균형 잡힌 아름다움을 손끝으로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무령왕릉 벽돌쌓기는 공주 송산리에 위치한 무령왕릉의 내부를 작은 벽돌로 재현해볼 수 있다. 아치형으로 된 왕릉의 내부구조가 어떻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배워볼 수 있어 유익하다. 마치 레고로 퍼즐을 맞추는 듯한 재미를 줘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체험 프로그램이다.

   ▲ 나성
백제8문양과 칠지도 탁본 떠보기
부여군 규암면 외리에 있는 옛 절터에서 출토된 것으로 다양한 문양과 형상을 새긴 후 구워서 만든 백제시대의 전돌이다. 연꽃무늬, 연꽃구름무늬, 봉황무늬, 반룡무늬, 연꽃도깨비무늬, 산경치무늬 등 총 8종류의 전돌이 발견돼 ‘백제8문양’이라 불린다. 체험 방법은 전돌 위에 화선지를 깔고 분무기로 물을 뿌려 살짝 적신 후, 그 위에 수건을 깔고 솔로 살살 두드린다. 수건을 거둬내고 솜방망이에 잉크를 찍어 문양에 따라 톡톡 두드리면 완성된다. 하얀 종이 위에 화려한 문양이 드러나는 순간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국립부여박물관에서는 4세기 후반 근초고왕 대에 백제 왕실에서 제작하여 일본 왕실에 선물한 칠지도(七支刀) 탁본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다양한 문양의 수막새 찍어보기
기와의 한 종류로 수키와의 끝을 막는 수막새를 찰흙으로 찍어 간직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이다. 찰흙 두덩이를 뭉쳐 꼭꼭 주무르고 준비된 판에 넣어 눌러주면 수막새의 아름다운 문양이 찰흙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박물관에서 본 다양한 문양의 수막새를 직접 찍어보고 가져갈 수 있어 어른과 아이들에게 모두 즐거운 시간을 선사한다. 연꽃무늬수막새를 비롯해 다채로운 문양이 준비돼 있다.

   ▲ 백제 토기만들기 체험
백제 토기 만들어보기
구슬을 넣어 맑은 소리가 나도록 만든 방울잔, 세 개의 접시가 달린 세발토기 등 백제 토기의 멋스러움을 맛볼 수 있는 체험이다. 백제의 옛 도읍지에서 백제 토기를 직접 만들고 문양도 그려 넣으며 백제인의 실용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체험이 끝나면 재래식 장작 가마에서 구워 택배로 보내줘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 여기가 바로 농촌체험마을
거전리 산촌생태마을
- 나물 캐고 알밤 따는 정겨운 시골생활체험
칠갑산 자락에 위치한 거전리 산촌생태마을은 산촌(山村)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이 준비돼 있다. 산자락에 위치한 이 아담한 마을 앞으로는 맑은 계곡이 흐르고 자그마한 텃밭과 밤나무가 줄지어 섰다. 산촌생태마을의 체험은 사시사철 다채롭다. 봄엔 봄나물을 캐고, 여름엔 마을 앞 계곡인 구곡지천을 따라 생태 탐험을 떠난다. 가을엔 마을을 가득 매운 밤나무 알밤을 따고, 겨울엔 아궁이에 군고구마도 구워 먹는다. 거전리 산촌생태마을은 다양한 체험만큼이나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여름이면 마을에 피는 원추리 꽃의 별명인 인동(忍冬)을 따라 인동마을로, 또 마을 앞 계곡이 아흔아홉 골을 거쳐 흐른다 해 구곡지천(九谷之川)로도 불린다.

부여 신암친환경마을
- 친환경 농산물 내 손으로 직접 키우기

바위가 많아 신암(辛岩)이라 불리는 신암친환경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인 농촌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농업을 실시하는 마을답게 체험 역시 농사와 관련된 것이 많다. 특히, 인기 있는 체험은 딸기 따기다. 봄에 찾아가면 마을 특산품인 인삼퇴비를 사용한 사비인 삼딸기와 홍삼딸기를 수확할 수 있다. 벼 베기 체험 땐 선사시대 사람들처럼 청동기 농기구를 이용한다. 오리와 우렁이 농법으로 쌀을 재배하는 이곳에서는 농사체험을 하다가 메뚜기 같은 풀벌레도 잡을 수 있다.

정동리 기와마을
- 쫀득쫀득한 백제떡 만들기
저 멀리 물가가 시끌벅적하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아이들이 손에 그물망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인다. 어떤 아이들은 좁은 밭두렁을 익숙하게 돌아다니며 토마토를 딴다. 이곳은 바로 정동기와마을 농촌체험현장이다. 고기를 잡던 아이들이 물 밖으로 나온다. 지난 밤 내린 비로 계곡에서 고기잡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숙소 근처에 있는 개울로 자리를 옮겨야겠다며 우르르 달려간다. 옮겨간 그 곳 그야말로 풍년이다. 올리는 그물마다 우렁이며 크고 작은 민물고기들이 그득하다. 한편에서 토마토를 따던 아이들도 한 광주리다. 물고기며 야채며 양손 가득한 아이들의 환한 표정을 보니 이것처럼 신나는 일도 없어 보인다. 물에서, 땅에서 실컷 논 아이들은 백제떡 만들기에 돌입한다. 떡을 만들기 전, 마을 어르신이 백제떡의 유래를 들려준다. 조선시대 인조가 공주에서 떡을 먹고 맛있다고 해 그 이름을 인절미라고 했다지만 본디 이 떡은 백제에서 즐겨먹던 떡이라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기와마을에선 인절미를 백제떡이라 한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귀가 한껏 커진 아이들은 떡 만들기도 열심이다. 마을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아이들을 기다리는 체험은 짚풀공예다. 지푸라기들을 모아 낑낑대며 계란꾸러미를 만드는 모습이 장인 못지않다. 도시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기와마을에서의 날들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 버스타고 부여 한바퀴, 시티투어 
백제의 마지막 수도 부여
곳곳마다 이야기가 가득한 이곳은 천년의 시간이 머물러 있는 도시다. 부여의 이야기는 너무 매력적이지만, 이를 모두 들여다보기엔 주어진 시간이 짧다. 부여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면, 단 하루만이라도 부여의 매력에 흠뻑 젖어보고 싶다면, 이제 고민은 그만! 이런 이들을 위해 부여군청에서 알짜배기 유적지들을 쏙쏙 골라 시티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 관북리유적지와 부소산성
부소산성(낙화암, 고란사), 구드래나루터
부소산성 종합관광안내소에서 등록을 마친 후, 백마강이 내려다보이는 이곳 부소산에서 부여 시티투어를 시작한다. 부소산성은 백제 때 쌓은 토성이다. 왕궁을 보호했던 방어시설 로 부소산은 왕실의 후원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백제를 약한 나라로만 기억하지만, 백제는 찬란한 문화가 꽃피었던 곳이기도 하다. 시티투어를 통해서 역사적 지식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편견을 버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백제의 마지막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낙화암과 고란사를 둘러본 후에 전통배를 본 따 만든 황포돛배에 탑승했다. 이 배는 고란사에서 구드래나루터로 간다.

정림사지
백제의 패망과 고려의 흔적, 수많은 사건이 스며있는 정림사지는 백제의 중심부에 위치한 유적지이다. 정림사지의 중심에 서 있는 5층 석탑 앞에 도착하자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절터는 이름은 고려 때 기와의 내용을 따라 정림사지라 하며, 백제의 전형적인 방식을 따른 일탑일금당의 가람 배치를 보이고 있다. 국보 제 9호 정림사지오층석탑은 목탑 양식을 계승한 우리나라 석탑의 시원양식으로 평가 받는다. 자리를 금당으로 옮기자 형체를 알기 어려운 불상이 모셔져 있다. 이것은 고려시대의 석불좌상(보물 제 108호)으로 아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무심한 듯 새겨진 눈, 코, 입과 뭉뚱그려진 몸통이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능산리고분(백제왕릉원)
능산리고분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익숙한 백제왕릉원을 둘러보기 전에 먼저 들른 곳은 유적모형전시관, 이곳에선 백제왕릉원에서 발견된 고분들의 내부와 발굴된 절터를 모형으로 복원해 놓았다. 이곳 역시 선생님의 맛깔난 설명이 빛을 발하는 시간이다. 횡혈식 석실분이라는 어려운 이름 대신에 굴식돌방무덤, 적석총은 돌무지무덤이라고 한다. 아무리 외워도 기억나지 않았던 고분의 형태와 이름들이 문화해설사의 설명 한 번에 해결된다. 고분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지만, 모두의 이목을 끄는 것은 화려한 유물과 사신도가 그려진 벽화이다. 백제왕릉원은 장엄하고 중후한 다른 왕릉들과 달리 아담하고 친근하다.

부여 국악의 전당 1코스
부여군 국악의 전당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충남국악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가(歌), 무(舞)와 악(樂), 극(劇)이 적절히 배치한 공연은 남도민요로 시작해 사물놀이, 가야금 병창, 창극 등이 다채롭게 진행된다. 매주 구성된 공연이 다르니 꼭 시티 투어가 아니더라도 개별 예약을 통해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흥보가의 화초장은 전래동화로 많이 알려져서 그런지 놀부의 우스운 몸짓이 나올 때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북춤이 나오자 몇몇 어른들은 일어나 어깨춤까지 들썩였다. 1시간 20분인 공연은 순식간에 끝났다. 공연이 끝난 후 공연장 앞에는 팽이와 널뛰기 같은 민속 놀이기구와 각종 사물놀이 악기들이 멍석 위에 놓여 누구든지 자유롭게 체험을 할 수 있다.

백제문화단지 1코스
백마강 너머 규암의 넉넉한 들판에 사비궁(泗批宮)과 능사(陵寺), 백제시대의 생활문화마을이 들어섰다. 1994년부터 2010까지 17년 동안 무려 6,900여 억 원이 투여된 ‘백제문화단지’가 개장하면서 1,400년 전 백제의 모습이 되살아난 것이다. 백제문화단지는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의 백제체험여행의 1번지로 단지 안의 복원된 백제 건물은 단청장, 대목장, 칠장 등 중요무형문화재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것들이다. 단지 입구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백제문화 전문박물관인 ‘백제역사문화관’을 먼저 방문하고 백제문화단지를 둘러본다면, 백제역사공부를 겸 한 훌륭한 백제체험여행이 될 듯하다. 백제문화단지는 시티투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코스이다.

황포돛배체험
- 황포돛배의 돛을 올려라
부여의 모습은 다양하다. 백마강 위에서 바라보는 부여는 고즈넉하다. 체험마을에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논다. 논두렁 위에는 부여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파랗게 우거진 부여의 수풀 사이로 걷는 시간은 평온하다. 향긋한 연잎으로 차린 밥상은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진다. 물길 따라 흐르는 백제를 느껴보고 싶다면 백마강을 일주하는 황포돛배에 오르기를 권한다. 백제의 역사를 간직한 고도(古都) 부여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색다른 시간이 될 것이다. 그 옛날, 사람과 물건을 잔뜩 싣고 백마강을 부지런히 오가던 배들은 이제 더 이상 찾아 볼 수가 없다. 대신 구드래나루터에선 관광객을 모신 황포돛배가 수시로 뜬다. 구드래나루터에서 출발하는 황포돛배는 전형적인 우리 배를 본 따 만들었다. 누런 돛은 흰 광목을 황토 흙물에 삶아 색을 냈다. 짐을 실어 나르던 기능을 가진 배답게 덩치도 여느 배보다 컸던 옛날과 비슷하다. 땔감이나 소금 같은 짐을 한 가득 싣고 강을 오가던 황포돛배의 길이 는 약 19m에 폭은 약 3.5m 정도로 현재 황포돛배의 그 크기와 모습이 비슷하다. 이 정도면 소금 100석까지는 거뜬한 크기다. 황포돛배에 오르면 구드래나루터에서 고란사까지 돌아볼 수 있다. 직접 걸어서 바라보는 부여와 달리 배 위에서 보는 부여는 또 다른 느낌이다. 물길 따라 바라보는 부소산과 백마강변은 해질녘에 더욱 아름답다. 운행하는 동안 돛배에서는 낙화암 이야기, 부여의 맛 ‘우여회’ 이야기 등 부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선상 방송을 통해 흘러나온다. 거기에 배를 운행하시는 선장님이 곁들어 주는 설명은 생각지 못한 보너스다. 선장님 마다 각자의 개성이 있어 다른 설명을 들을 수 있다.

☞ 부여문화체험,
- 부여에서 만나는 새로운 세상
부여엔 문화재뿐만 아니라 부여만의 다채로운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평소 접하기 힘든 곤충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으며 자연에서 뒹굴며 순수하고 꾸밈없는 예술작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신명나는 사물놀이 체험을 물론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의 전통 장도 맛볼 수 있다. 부여만의 매력이 가득한 특별한 체험여행을 통해 추억의 한 페이지를 남겨보는 것도 좋겠다.

부여곤충나라
- 책에서만 보던 곤충, 직접 보고 만져
새로운 곳에서 평소에 접해보지 못했던 것을 체험하는 경험은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부여곤충나라는 책에서만 보던 곤충들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다. 인솔선생을 따라 곤충나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체험은 배우기보다는 마치 풀숲을 탐험하는 듯하다. 재미있는 입담을 가진 선생들의 설명을 듣다가 퀴즈도 맞추고 직접 벌레를 만져보기도 하는 시간은 그 어떤 책보다도 생생하게 자연공부를 하는 시간이다. 곤충나라 탐험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만나는 곤충은 사슴벌레와 꽃무지다. 멋있는 뿔을 가지고 달콤한 젤리 주위로 모인 사슴벌레는 이곳의 마스코트인 만큼 인기도 좋다. 가장 신나는 시간은 풀벌레 잡기이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풀벌레를 잡아 선생님께 보이기에 여념이 없다. 체험장 한편엔 카누를 타고 수서 곤충을 살펴볼 수 있는 연꽃단지도 갖춰져 있다. 한 시간에 가까운 곤충탐험을 마치고 나면 나뭇가지나 이파리 같은 자연물을 가지고 창작 곤충을 만들 수 있는 공작소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곤충을 여러 가지 재료를 가지고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공작소에 앉아있는 친구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 곤충체험장
부여땅 어린이미술관
- 내 손 안에 모든 것이 미술 도구
마음껏 뛰놀 땅이 있어서 신난다. 여기는 바로 부여땅이다. 반짝이는 햇살만큼이나 어린이들의 웃음이 빛나는 곳이다. 이곳에선 손이 더러워질까, 옷에 얼룩이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평소엔 만지기 어려운 진흙을 온몸에 묻히고 그 위에 굴러도 보고 온몸에 머드팩을 하며 실컷 놀다가 바로 개울에 가서 풍덩 몸을 씻어낸다. 부여땅 주위로 흐르는 맑은 개울에선 물놀이가 한창이고 커다란 나무그늘 아래 평상에선 아이들이 빨갛게 익은 수박을 먹고 있다. 이곳은 어린이들이 신날 수밖에 없는 곳이다. 폐교에 자리한 이곳에서 교실은 아이들의 훌륭한 미술작업실이 된다. 어떤 교실에선 야광 별 잡기 놀이를 하고, 목공소에서는 나무 공예를 할 수 있다. 학교 앞 잔디밭에선 마음껏 공차기를 할 수 있고 운동장 한 편은 놀이터다. 부여땅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나게 뛰놀 수 있다. 이곳엔 쓰레기는 하나도 없다. 접시와 폐타이어 등으로 만든 다양한 모습의 재미있는 모습의 친구들이 있을 뿐이다.

한울림교육원
- 신명나는 사물놀이 한판~

신명나는 장구소리, 꽹과리 소리가 입구에서부터 들려온다. 고사리 같은 손을 가진 아이들이 사물놀이를 하고 있다. 파란 눈의 외국인은 굿거리장단에 맞춰 고개를 끄덕인다. 이곳은 바로 방학 체험뿐만이 아니라 저 멀리 고향을 떠나 외국생활을 하는 교포, 우리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 소리를 경험하는 사물놀이 한울림교육원이다. 교육원에서 악기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어린 시절 우연히 방학체험을 하러 왔다가 잡게 된 악기 맛을 잊지 못해 매번 찾아오고 결국 전공까지 하게 된 이들이다. 이곳에서 방학을 보내는 아이들 역시 완도, 예작도 등 4개 섬에서 매년 사물놀이를 배우러 오는 친구들이다. 가장 오래 악기를 잡았다는 아이는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5년차 경력을 자랑한다. 모두 어린 나이지만 우리 소리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다. 이곳에선 사물놀이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탁본 체험이나 도예 같은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시우리마을(부여 시우리 체험학습장)
- 옛날 우리 할머니가 사용하던 물건들

가나다라 국어책 읽는 소리 대신 들리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문화체험장 시우리마을. 폐교를 전시관 삼은 이곳은 할머니가 옷감 짜던 베틀과 마을 소식통 역할을 하던 커다란 라디오, 그 옛날 아빠가 보던 화려한 그림의 동화책까지 다양한 민속품을 전시한다. 2층으로 이루어진 작은 학교의 교실에는 근대화 물결이 불어오던 시기에 사람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을 각각 다른 주제로 전시해 놓았다. 훌륭한 전시관이자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인 시우리마을에선 누구나 자유롭게 과거를 둘러볼 수 있다.

전통장맛 그대로 해동백제
부여엔 자연의 맛을 살리려고 하는 전통 장 업체가 있다. 여기 해동백제도 그런 곳. 옛날 삼성초등학교에는 아이만한 항아리들이 줄지어 서있다. 바로 이곳의 보물단지 전통 장이 담긴 항아리들이다. 해동백제의 자랑인 된장은 3종류인데, 그 해 추수한 콩과 함께 산삼이나 약재, 대나무를 각각 넣어 황토방에서 메주로 띄우고 죽염으로 간을 해 만든다. 이외에도 표고버섯을 넣은 고추장이나, 청국장환 등 전통 방식으로 만든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고,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진짜 우리 외할머니 솜씨, 외갓집
외갓집에선 며느리도 모른다는 장맛의 비밀을 전수받을 수 있다. 외할머니 솜씨를 그대로 전수받은 사장님이 직접 만드는 장맛에 매료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다 보니 오늘날 외갓집의 체험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고소함이 일품인 외갓집 손두부는 정해진 농가에 서 공수해온 햇콩과 직접 짠 미송나무 틀을 가지고 만들어 인기다. 달콤함이 매력적인 딸기 고추장은 숙성하지 않고 먹을 수 있어 바로 맛보는 재미가 있는 체험. 외갓집에서는 전통장을 만드는 비법이 제공되기 때문에 체험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그 맛을 시도해 볼 수 있다.

☞ 부여의 맛과 멋
- 부여의 음식과 잠자리

부여가 사랑받는 이유는 오랜 역사와 문화 때문만은 아니다. 부여엔 맛이 있고 멋이 있다. 지역 따라, 계절 따라 그 지역이 갖고 있는 매력은 모두 제 각각이다. 부여에서 맛볼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맛과 멋은 무엇일까.

부여의 맛, 연잎향을 먹다
부여에선 연잎에 밥을 싼 연잎밥을 맛볼 수가 있다. 은은한 꽃향기가 연잎에서도 느껴진다. 밤ㆍ대추ㆍ잣 등과 찹쌀을 연잎에 싸서 찜통에 쪄낸 밥은 연 고유의 향긋함이 가장 큰 매력이며, 거기에 맛볼 수 있는 고소한 찰기는 덤이다. 더불어 연잎엔 철분과 비타민 E가 풍부해 노화 방지와 성인병 예방 등 건강에도 좋다.

우리나라에서 최초!
- 돌쌈밥을 시작한 구드래돌쌈밥
이 구드래관광단지에 있다. 신선한 유기농 채소에 돌솥밥을 얹어 쌈장과 싸먹는 돌쌈밥은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푸짐한 밑반찬과 고기를 곁들인 쌈밥은 넉넉한 양으로 속을 든든하게 해주고, 신선한 야채는 입안을 상큼하게 한다.

백련차, 꽃잎이 활짝 피었다
그윽한 꽃향기가 꽃잎과 함께 피어난다. 연꽃 축제로 이름난 부여에선 연꽃으로 만든 백련차도 맛볼 수 있다. 백련차는 절에서 스님들이 수양을 위해 마시는 차이다. 차를 즐긴다는 것은 차의 향과 맛을 음미하는 것 외에도 차를 마시는 순간, 그 시간을 즐긴다는 의미이다. 백련차를 통해 순간의 아름다움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우여회, 4~5월에만 먹을 수 있다!
봄이 되면 금강하구둑에선 성어가 돼 돌아온 우여가 잡힌다. 그물 가득 잡힌 우여를 잘게 썰어 채소와 갖은 양념과 함께 버무리면 고소하고도 매콤한 맛이 입을 사로잡는다. 그 옛날 백제의 의자왕도 즐겨먹었다는 우여는 백제 멸망 후 당나라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돌 밑에 숨어서 나오지 않은 의어(義漁)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자양강장에 효과가 있어 몸이 허해지는 봄에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부여의 식당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메뉴지만 맛볼 수 있는 때가 4~5월뿐이어서 그 시기를 잘 맞춰야 한다.

마밥, 서동도 먹고 반했다
달콤한 마와 재밌는 동요로 선화공주와 결혼했다는 서동(무왕). 부여에선 서동의 트레이드  마크인 마를 가지고 지은 마밥을 먹을 수 있다.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생마와 달리 마밥은 담백하고 고소하다. 감자나 고구마를 넣고 지은 밥과 다른 매력이 숨어있다. 밥에 딸려 나오는 푸짐한 반찬과 찌개를 함께 먹으면 하루 종일 든든하다.

   ▲ 서동요 전경
부여의 멋
- 백제관 민칠식 가옥(한옥생활 체험관)
부여 시내에서 백마강 하류로 가다보면 고즈넉한 한옥한 채를 만날 수 있다. 본디 이 집의 소유자였던 민칠식의 이름을 따 ‘민칠식 가옥’이라 불렸다. 이곳은 부여군에서 한옥생활체험관으로 운영하면서 2009년부터 ‘백제관’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소나무와 느티나무 숲을 등지고 있는 백제관은 ‘ㅁ’자 형태의 대표적인 조선 후기 가옥이다. 정확한 건축 시기는 알기 어려우나, 약 200 여 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여 한옥체험관 백제관의 단정한 외관과 정돈된 실내는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동지나 단오같은 우리 옛 절기가 돌아오면 팥죽을 쑤어먹거나 단오선(단옷날 주고받는 부채)을 만드는 전통체험도 할 수 있다. - 3부에 계속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