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작가‘유연태’와‘송일봉’에게 물었다

휴가철이 되면 해수욕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떠났다가 오히려 스트레스와 피로에 절어 돌아오기 일쑤이다. 하지만 휴가철이 끝날 무렵 한적한 곳으로 떠나는 나만의 여행은 삶의 재충전을 위한 하나의 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여행 작가들에게 들어보는 나만의 한적한 여행지에 대하여 들어보고 독자들도 자신만의 한가로운 여행을 꿈꾸어보기 바란다. 여행을 계획하고 짐을 꾸리는 것에서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그 순간의 콩닥거리는 느낌으로 벌써부터 가슴 속에 새털을 품은 듯 즐거워진다.


첫 번째 여행 작가. 유연태

▲ 여행작가 유연태. 미지의 풍정과 삶은 훌륭한 반면교사라고 이야기하는 그. 그들의 혜안을 배우기 위해 내 안의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길에 오른단다.
여행 작가 유연태. 그는 현재 한국여행작가협회의 회장이다.‘남도의 멋과 맛 여행’,‘잊지못할 가족 여행지’등 10여권의 여행 책을 출판한 여행 작가이다. 미지의 풍정과 삶은 훌륭한 반면교사라고 이야기하는 그. 그들의 혜안을 배우기 위해 내 안이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길에 오른단다.‘오늘의 나와 조금은 달라질 내일의 나를 기대하면서 외로움을 짙게 물든 내게 있어 여행의 의미는 그런 것이다.’과연 그에게는 어떤 숨겨진 여행지가 있을는지 궁금하다.

Q. 한적하고 여유롭게 나만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가 있다면 소개해주기 바란다
나의 여름 휴가지는 강원도 평창군이다. 용평면 속사리의‘우리향기 펜션’(영평면 속사리 033-334-5479)이나‘아람치골산방’(진부면 송정리, 033-333-0418)에서 2박을 하는 것이다. 저녁이면 가족들과 친구들과 민박집 주인장들과 바비큐 파티를 즐기며 세상사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일이다. 낮이면 오대산 자락의 한국자생식물원, 월정사, 상원사, 대관령 양떼목장, 삼양목장 등을 돌아다닐 수도 있다. 동강으로 흘러가는 오대천에서의 래프팅(오대천레저, 333-8666, 016-9650-8666)을 즐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또한 바다가 그립다면 영동고속도로 옛길을 달려 진부면에서 30분 거리인‘경포대 해수욕장’이나‘주문진 해수욕장’을 찾을 일이다.

Q. 여행에서 더욱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올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 있는가
훌쩍 떠난다는 것은 잘못된 형태이다. 미리 준비를 해야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먼저 한국관광공사나(visitkorea.or.kr)여행 정보 사이트에 들어가거나 국내 여행가이드북을 구입한 뒤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해둔다. 여행지에 가서는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 하나, 멋대로 자라는 풀 한 포기에서도 이 땅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하는 애정을 지녀야 한다. 또 사람 사귀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대화를 많이 나눠 친구나 이웃들로 삼을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만 한다. 나 또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선한 이웃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평소 읽지 못한 책을 한 권 들고 가서 잠자리가 바뀌어 잠 못 이루는 밤에 독파하는 것도 최근 생겨난 버릇이다.

Q. 여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유연태의 추천 여행지 중 한 곳인 한국식물자생원의 모습.
삶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 T이다. 또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인생교과서이다.‘거짓된 나’의 허울을 벗고‘참된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구도행위이다. 나를 비우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기르기 위한 장정이다. 노후에도 건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기 위한 추억 만들기이다. 나에게 여행이란 이런 것이다.
Q. 당신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에 대하여 들어보고 싶다.
나이 40살이 되면 직장생활을 그만둔 다음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겠다고 늘 생각해왔다. 39살의 여름날, 그 같은 결심을 실행에 옮길 것인지 말 것인지도 무척 고민을 많이 했다. 그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향집(충남 보령)과 가까운 바다(충남 서천군 비인 해변)로 하룻밤 여행을 떠났다. 어두운 백사장을 걷는 동안 아버지의 위로를 들었다.‘애비는 네 결정을 믿는다. 후회 없이 잘 살 수 있도록 애쓰거라.’대천해수욕장 같은 경우는 유명지에 비해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바다, 물이 빠지면 모래사장 폭이 10리나 펼쳐지는 해변, 찾는 이도 많이 않은 그 곳은 차분히 내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을 내주었다.

두 번째 여행 작가. 송일봉

▲ 일주일에 삼일은 여행지에서 보낸다는 송일봉.
그에게 여행은 추억과 낭만을 만들어주는 요술상자이다. 그리고 삶의 쉼표이다.
그에게 얼마나 자주 여행을 다니느냐고 물었다. 여행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이에게 너무 뻔한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셀 수 없죠. 일주일에 3일 정도는 여행지에서 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은 항상 서울에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도 주중에 여행을 다니라고 권하고 있어요. 외국의 경우에는 주중에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일반화되어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생활의 싸이클 때문에 주말에 여행을 하는 경우가 더 많죠.”
그는 현재 또 한권의 여행관련 책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3월 즈음에 출판될 예정이지만 사정에 따라 조금은 늦어질 수 있다고 얘기하는 그. 참으로 느긋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가제가‘마음이 아름다워지는 여행지’예요. 여행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여행지에서 보고 느끼면서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거라 생각해요.”사실 인터넷을 통해서 많은 여행 정보들을 접할 수 있지만 인터넷 정보의 경우 신뢰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여행 작가들의 경우 잘못된 정보를 전하는 것이 바로 치명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그이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그 자신감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여행지를 소개할 것인지 궁금하지만 본게임은 조금 뒤로 미루고 그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들을 조금 더 들어보았다. 여행은 사람을 변화시키기 마련이다. 아무리 짧은 여행이라도 말이다. 아주 잠깐을 일상에서 벗어나 초록의 숲을 보고 끊임없이 어디론가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에 대하여 나 자신에 대하여 집중하게 되지 않던가. 당신에게는 어떤 변화들이 느껴지는지 궁금하다.“저는 여행을 하는 것이 직업이기 때문에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많이 다녀온 여행지에서는 아는 만큼 더 느끼고 돌아올 수 있고, 처음 가보는 여행지에서 얻은 것들은 저에게 큰 재산이 되는 거니까요.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고요.”그는 여행을 추억과 낭만을 만들어주는 요술 상자(마술피리)라고 생각한단다. 일상에서는 사람들이 추억과 낭만을 만들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여행지에서는 그것을 만들어볼 수 있고 꿈꿔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행은‘삶의 쉼표’란다. 도심에서는 모든 게 빠르게 이루어지고 모두가 경쟁적이 되고 앞만 보고 가는 삶을 살아야 하지만 여행은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허락하기 때문이다.“일반적으로 여행은 휴식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죠.”여행하는 것이 일이 되어버린 그, 조금쯤은 억울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물었더니 그의 유쾌한 대답이 돌아온다.“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즐겨요. 일을 하면서 같이 여행을 하는 방법을 터득했죠. 때로는 사람들이 그래요. 어째 제가 더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이죠.”
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는 경상북도 청송군에 위치한‘주왕산’이다.“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거죠. 내 여행의 테마가 사람과 자연이에요. 그 곳에서는 사람과 자연 두 가지를 다 만났어요. 대학 졸업 후에 취직이 너무 안 되더라. 87년 초, 졸업을 앞두고 있었으니까 1월이었을 거예요. 배낭을 메고 전국을 여행했죠. 그리고 주왕산이 마지막 여행지였어요. 사슴 할아버지‘권영도’씨를 만났고 그 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죠. 건강상의 문제로 그 곳을 찾은 사람도 있었고, 사업 실패로 실의에 빠진 사람도 있었고. 그들을 보면서 내 고민은 고민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산을 통해서 사람을 통해서 두려움을 털어버릴 수 있는 여유를 얻었어요. 하나님께서 항상 극복할 수 있는 시련을 주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 곳에 가면 만날 사람이 있어요.”

송일봉의 추천 여행지‘관매도’와‘불바라기약수터’

▲ 송일봉의 추천 여행지 중의 한 곳, 관매도.
사진을 자세히 보면 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보인다. 조용한 섬마을에서의 한적한 여행을 권하는 그이다.
사설이 길었지만 그에게 이야기를 듣는 동안 여행가의 삶도 꽤 근사하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래서 후회막심이었다. 바쁜 마감 일정을 뒤로 하고 당장에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샘솟고 있으니 말이다. 얼른 마음을 추스르고 그에게 주제에 대하여 본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한적하고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만의 여행지에 대하여 말이다.“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을 때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나름대로 두 군데의 여행지를 선정해 보았다. 한 군데는 섬이고 또 하나는 계곡이다. 우선 섬부터 이야기해보겠다. 가족과 함께 오염되지 않은 자연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전남 진도에서 배를 타고 1시간 20~30분 정도 들어가면‘관매도’라는 섬이 있다. 그 곳에는 2km길이의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고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다. 마을에 아직까지 여관이나 노래방 등의 시설조차 들어서지 않은 곳이다. 순수한 섬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여행객들이 가면 민박을 해야 한다. 청정해역으로 지정된 만큼 깨끗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풍부한 해산물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졸리면 자고, 아이들과 모래성을 쌓으며 놀고,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자연 속에서 2박 3일간의 휴식을 취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최소 2박 3일의 일정을 가져야 섬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재작년까지 거의 1년에 한 번씩 다녀왔다. 배가 하루에 딱 한 번씩 운행하기 때문에 들어가면 무조건 하루는 붙잡히게 된다. 사람들이 많이 살지도 않는다. 섬 주민이 모두 합쳐 600명 정도 되는 작은 마을이다. 2시 30분 배를 타고 조도를 거쳐 관매도에 도착하며 나오는 길에 여유가 있으면 진도의 남도 석섬이나 울림산방 등을 둘러보고 나와도 좋을 것이다. 그 섬에서는 자동차가 필요하지 않다. 물론 배를 이용해 차를 가지고 갈 수도 있으나 섬은 걸어서 모든 곳을 둘러 볼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이니 사실상 차는 필요하지 않다. 다음으로 추천할 장소인 계곡은 강원도 양양의‘미천골’이라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계곡 중의 하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입구에는 미천골 자연휴향림이 있고 선림원지라고 해서 예전에 많은 스님들이 수양했던 곳이다. 수행했던 스님들이 쌀을 씻으면 그 물이 계곡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미(쌀‘米’)천골이 된 것이다. 그리고 7km정도의 비포장도로가 이어지는데 자연 보호를 위해서 일부러 포장하지 않은 채 준 것이다. 계곡의 중간쯤에 도착하면‘재래봉 보호지역’이 있다. 여기서 만드는 꿀은 보통 꿀보다 3~4배 정도 비싸다. 우리나라의 재래봉의 경우는 다른 벌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작다. 그 곳을 지나 자동차가 더 이상 갈 수 없는 끝에 도착하면 상직폭포가 나온다. 거기서 걸어서 4km를 들어가면 우리나라 최고의 명소인‘불바라기 약수터’가 나온다. 폭포 절벽 중간쯤에 있는 약수터인데, 예전에는 산악인들이 이곳의 물을 먹기 위해 찾을 정도였다. 약수가 굉장히 빨갛다. 그래서 불바닥약수에서 유래하여 불바라기라는 이름이 나온 것이다. 이름도 얼마나 예쁜가. 폭포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하다.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아닌 만큼 여길 찾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감동을 한다.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약수와는 다르다. 방송에서 한 번 정도 소개했었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바쁘게 여행을 한다. 그리고 이곳을 목표로 가는 것이 아닌 이상 중간에 가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는 길이 쉽지 않기에 그런 것 같다. 그 만큼 감동은 더하는 곳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암리타>를 보면 여행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농축된 어떤 시간을 되돌아보는 것이 그 당시 아주 애틋한 느낌이 드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여행은 절대 상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여행은 상상한 것 이상의 무언가를 선사한다. 마음속으로 상상한 바닷가는 그저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에 불과하지만 직접 마주하고 있는 눈앞의 바다는 때로는 잔인하고 때로는 고요한 그야말로 살아있는 생명체인 것이다. 직접 그 곳의 흙을 밟고 그 곳의 청량한 공기를 숨쉬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곳에서의 기억만으로도 한동안의 삶을 지탱할 수도 있을 일이며 어쩌면 평생 동안 마음속에 하나의 낙원을 품고 살아가게 할런지도 모를 일이다.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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