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작가‘유연태’와‘송일봉’에게 물었다
첫 번째 여행 작가. 유연태

Q. 한적하고 여유롭게 나만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가 있다면 소개해주기 바란다
나의 여름 휴가지는 강원도 평창군이다. 용평면 속사리의‘우리향기 펜션’(영평면 속사리 033-334-5479)이나‘아람치골산방’(진부면 송정리, 033-333-0418)에서 2박을 하는 것이다. 저녁이면 가족들과 친구들과 민박집 주인장들과 바비큐 파티를 즐기며 세상사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일이다. 낮이면 오대산 자락의 한국자생식물원, 월정사, 상원사, 대관령 양떼목장, 삼양목장 등을 돌아다닐 수도 있다. 동강으로 흘러가는 오대천에서의 래프팅(오대천레저, 333-8666, 016-9650-8666)을 즐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또한 바다가 그립다면 영동고속도로 옛길을 달려 진부면에서 30분 거리인‘경포대 해수욕장’이나‘주문진 해수욕장’을 찾을 일이다.
Q. 여행에서 더욱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올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 있는가
훌쩍 떠난다는 것은 잘못된 형태이다. 미리 준비를 해야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먼저 한국관광공사나(visitkorea.or.kr)여행 정보 사이트에 들어가거나 국내 여행가이드북을 구입한 뒤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해둔다. 여행지에 가서는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 하나, 멋대로 자라는 풀 한 포기에서도 이 땅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하는 애정을 지녀야 한다. 또 사람 사귀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대화를 많이 나눠 친구나 이웃들로 삼을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만 한다. 나 또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선한 이웃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평소 읽지 못한 책을 한 권 들고 가서 잠자리가 바뀌어 잠 못 이루는 밤에 독파하는 것도 최근 생겨난 버릇이다.
Q. 여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Q. 당신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에 대하여 들어보고 싶다.
나이 40살이 되면 직장생활을 그만둔 다음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겠다고 늘 생각해왔다. 39살의 여름날, 그 같은 결심을 실행에 옮길 것인지 말 것인지도 무척 고민을 많이 했다. 그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향집(충남 보령)과 가까운 바다(충남 서천군 비인 해변)로 하룻밤 여행을 떠났다. 어두운 백사장을 걷는 동안 아버지의 위로를 들었다.‘애비는 네 결정을 믿는다. 후회 없이 잘 살 수 있도록 애쓰거라.’대천해수욕장 같은 경우는 유명지에 비해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바다, 물이 빠지면 모래사장 폭이 10리나 펼쳐지는 해변, 찾는 이도 많이 않은 그 곳은 차분히 내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을 내주었다.
두 번째 여행 작가. 송일봉

그에게 여행은 추억과 낭만을 만들어주는 요술상자이다. 그리고 삶의 쉼표이다.
그는 현재 또 한권의 여행관련 책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3월 즈음에 출판될 예정이지만 사정에 따라 조금은 늦어질 수 있다고 얘기하는 그. 참으로 느긋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가제가‘마음이 아름다워지는 여행지’예요. 여행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여행지에서 보고 느끼면서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거라 생각해요.”사실 인터넷을 통해서 많은 여행 정보들을 접할 수 있지만 인터넷 정보의 경우 신뢰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여행 작가들의 경우 잘못된 정보를 전하는 것이 바로 치명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그이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그 자신감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여행지를 소개할 것인지 궁금하지만 본게임은 조금 뒤로 미루고 그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들을 조금 더 들어보았다. 여행은 사람을 변화시키기 마련이다. 아무리 짧은 여행이라도 말이다. 아주 잠깐을 일상에서 벗어나 초록의 숲을 보고 끊임없이 어디론가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에 대하여 나 자신에 대하여 집중하게 되지 않던가. 당신에게는 어떤 변화들이 느껴지는지 궁금하다.“저는 여행을 하는 것이 직업이기 때문에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많이 다녀온 여행지에서는 아는 만큼 더 느끼고 돌아올 수 있고, 처음 가보는 여행지에서 얻은 것들은 저에게 큰 재산이 되는 거니까요.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고요.”그는 여행을 추억과 낭만을 만들어주는 요술 상자(마술피리)라고 생각한단다. 일상에서는 사람들이 추억과 낭만을 만들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여행지에서는 그것을 만들어볼 수 있고 꿈꿔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행은‘삶의 쉼표’란다. 도심에서는 모든 게 빠르게 이루어지고 모두가 경쟁적이 되고 앞만 보고 가는 삶을 살아야 하지만 여행은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허락하기 때문이다.“일반적으로 여행은 휴식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죠.”여행하는 것이 일이 되어버린 그, 조금쯤은 억울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물었더니 그의 유쾌한 대답이 돌아온다.“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즐겨요. 일을 하면서 같이 여행을 하는 방법을 터득했죠. 때로는 사람들이 그래요. 어째 제가 더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이죠.”
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는 경상북도 청송군에 위치한‘주왕산’이다.“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거죠. 내 여행의 테마가 사람과 자연이에요. 그 곳에서는 사람과 자연 두 가지를 다 만났어요. 대학 졸업 후에 취직이 너무 안 되더라. 87년 초, 졸업을 앞두고 있었으니까 1월이었을 거예요. 배낭을 메고 전국을 여행했죠. 그리고 주왕산이 마지막 여행지였어요. 사슴 할아버지‘권영도’씨를 만났고 그 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죠. 건강상의 문제로 그 곳을 찾은 사람도 있었고, 사업 실패로 실의에 빠진 사람도 있었고. 그들을 보면서 내 고민은 고민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산을 통해서 사람을 통해서 두려움을 털어버릴 수 있는 여유를 얻었어요. 하나님께서 항상 극복할 수 있는 시련을 주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 곳에 가면 만날 사람이 있어요.”
송일봉의 추천 여행지‘관매도’와‘불바라기약수터’

사진을 자세히 보면 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보인다. 조용한 섬마을에서의 한적한 여행을 권하는 그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암리타>를 보면 여행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농축된 어떤 시간을 되돌아보는 것이 그 당시 아주 애틋한 느낌이 드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여행은 절대 상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여행은 상상한 것 이상의 무언가를 선사한다. 마음속으로 상상한 바닷가는 그저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에 불과하지만 직접 마주하고 있는 눈앞의 바다는 때로는 잔인하고 때로는 고요한 그야말로 살아있는 생명체인 것이다. 직접 그 곳의 흙을 밟고 그 곳의 청량한 공기를 숨쉬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곳에서의 기억만으로도 한동안의 삶을 지탱할 수도 있을 일이며 어쩌면 평생 동안 마음속에 하나의 낙원을 품고 살아가게 할런지도 모를 일이다.NP
임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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