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성 디자이너, 2013 부산패션위크에서 이색적인 패션쇼 이끌어

[시사뉴스피플=박용준 기자] ‘옷이 날개다’라는 말이 있다. 자신에게 얼마나 잘 어울리는 옷을 입는가에 따라 외모는 물론 인상까지 변화시킨다. 기성복이 주를 이루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나만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맞춤복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맞춤복은 값이 기성복에 비해 비싸지만, 장인의 손길과 개성있고 색다른 연출을 할 수 있어 패션에 민감한 여성들이 고집한다.

사회적 특성상 수도권이 패션의 중심지며, 유행을 선도한다. 하지만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부산이 전국 패션산업의 메카였다. 단지 산업적인 측면에서 부산이 퇴보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손 기술이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많다. 대표적인 인물을 꼽자면, ‘pearl by ANY’ 이은성 디자이너다. 30여년간 줄곧 디자이너 외길을 걸으며, 고객에게 한층 아름다운 미를 돋보이게 한다.

명품으로 만든 자신감 넘치는 옷
펄바이애니 이은성. 과거 부산 남포동에서 ‘이화숙’이란 이름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해운대에서 샵을 운영한다. 부산에서 소위 활동하는 여성이라면 다 안다. 그의 유명세는 오랜 경험도 있지만, 무엇보다 하나의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그의 편이 되고 있는 이유다. 지난 2009년에는 부산 브니엘예술고등학교 교복을 디자인해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은, 옷을 만드는데 있어 원단을 아끼지 않고 최고급 부자재를 사용하는 등 고품격을 자랑한다. 무심코 벗은 외투에 “옷이 참 예쁘네”라며 만져보다 안감에 눈이 가면 또 한 번 놀랄 정도다. 한땀한땀 정성 기울인 봉재와 단추까지 키포인트를 선사하니 한 번 입어본 고객은 누구나 빠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중국 박람회에서 ‘물건이 넘 좋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은성 디자이너가 만드는 작품은 전문 브랜드의 느낌이나 이색적인 패턴도 묻어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 때 부산 현대백화점 4층에서 타 브랜드로 최고 매출을 올렸다고. 당시 전문 브랜드의 특성도 배우고, 옷을 보는 안목도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타 샵과 특이점은 고객이 원하는 패턴보다는 직접 입었을 때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 주는 점. 보통 내가 원하는 색상이나 취향을 고려해 맞춤을 하려고 하지만, 이 샵은 외모를 고려한 최적의 맞춤을 제안한다. 이은성 디자이너는 “체형에 따라 선호하는 경향이 다르다. 하지만 외모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해 작은 포인트 하나 만으로도 10배는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며  “고정적인 틀을 깨고 자신감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세련된 디자인에 아름다움을 매치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그가 만든 옷을 입은 여성들은 충만한 자신감과 함께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고 있다. 이 때문일까, 주요 고객층은 CEO와 같은 전문 직업여성들이 많다. 

주부모델...최고의 하이라이트 선사
“패션은 생활이자 행복이다.” 이은성 디자이너의 말로, 수십 년째 한우물을 파다보면

 
지겨울 법도 한데 늘 웃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잠시 다운 될 때는 동대문과 남대문시장을 찾아 경각심을 스스로 일깨운다. 이렇게 일에 빠져 살아온 그에게 고객들의 요구가 쏟아졌다. “그만 초야에서 나와 대외활동도 하세요”라는 말. 때마침 지난 2013년 부산 프레타포르테와 부산국제섬유패션전시회가 ‘부산패션위크’라는 새 이름으로 통합돼 열리는 첫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었다. 주변의 권유 탓에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갈고 닦은 뭔가가 필요했다. 작품이야 오랜 내공과 이 디자이너만의 컬러가 있으니 문제가 없었다. 고심 끝에 이색적인 패션쇼이자 고객에게도 색다른 묘미를 선사할 모델을 제안한 것. 일반 모델 14명과 고객들인 주부 모델 14명이 무대에 섰다. 관객들에게는 스카프도 선물했다. 2시간 정도의 일회성 행사지만, 평소 작품대로 최고급 소재와 미적 아름다움을 살리며 절제된 디테일로 깔끔한 정장이 돋보인 콘셉트를 준비했다. 이 같은 노력은 자연스레 ‘부산패션위크’에서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됐다. 올해도 다시 한 번 부산 프레타포르테에서 선보일 계획을 세웠다. 초야에 묻혀 내공만 태운 그지만, 요즘은 각종 강의 요청에 직접 강단에도 오르고 있다. 이은성 디자이너는 “일을 하면서 아쉬운 부분은 젊은 후학들이 없는 점이다. 스케치만 고집하고 재단이나 재봉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 때문에 이 디자이너는 샵을 일찍 마쳐 직접 미싱을 가르쳐주며 봉재 인력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그의 후학이 이 디자이너 뒤를 이어 ‘애니’가 영원히 남아 있기를 갈망한다. 끝으로 향후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물었다. 이 디자이너는 “현재 삶은 내가 좋아해서 지금까지 달려왔고, 여전히 즐겁다”면서 “하지만 다음 생애에 태어난다면 기성복을 만들고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내 옷을 입혀보고 싶다”며 환한 미소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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