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 국비 유학생

토론토 통신원 윤 기 옥

나이 오십이 넘으면 산으로 오르라는데 나는 혹시 이곳이 그산이 아닐까 하고 이곳 토론토에 온 지도 5년이 지났다.
그날이 그날 같다고만 여겼던 산 아래 우리 동네인 한국은 늘 따뜻했다고만 느껴지고 곱고 미운 놈 가릴 것 없이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두가 장하고 소중했다고 느껴지는 것을 보면 이곳이 바로 내가 오르려 하던 산이 아닌가 싶다.
턱없이 모자라는 영어실력 덕분에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밀쳐 두었던 책을 보게 되었고 종이 접기의 매력에 취해 보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무작정 집 귀신만 될 수는 없는 노릇, 이는 신이 내게 부여한 시간에 대한 도리도 아닌 것 같고 또 ‘ 나이가 무슨 대수랴 ! ’ 는 내 안의 외침이 나를 자꾸 대문 밖의 세계로 눈길을 머물게 하다가 어느 날 분연히 떨치고 일어났다. 대문 밖의 신세계를 향하여!

나는 요즘 매일 학교에 다닌다. 노트와 연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지우개를 챙기고- 60넘은 할머니가 가방에 문방구를 챙길 때마다 초등학교 학생으로 돌아 간 것만 같아 기분이 참 묘하다. 따라서 그때마다 묘한 웃음이 절로 나온다. - 빨강 머리에 파란 눈, 명랑하고 예쁜 선생님인 론다(Rhonda)와 얼굴색이 제각각인 반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이들의 나라는 얼굴색만큼이나 다양하다. 인도 , 파키스탄, 중국, 헝가리, 불가리아, 가나, 시에라리온, 이란, 이라크, 콜롬비아 등...
우리 선생님 론다(Rhonda)는 빨강 머리 앤의 실제 무대인 P?E?I(Princess Edward Island) 출신인데 현재도 매년 관광시즌이면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기혼인 론다는 캐나다 명문인 토론토대학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공부를 하여 우리 학교 LINC( Language Instruction of Newcomer to Canada)의 선생님인데 아주 명석하고 수업진행이 매우 재치있어 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이다. 론다는 한국통으로 1995년부터  1997년까지 한국에 체류하여 삼성전자, 아주대학교에서 영어강사생활을 했다.  론다는 수업시간의 일부를 할애하여 적은 파티도 열곤 하는데 지난번에는 ‘ 제나라 음식의 날 ’로 정해 교실의 책? 걸상을 치우고 담요를 깔고 앉아 소풍 기분을 냈는데 러시아의 이리나(Elina)는 Beet(사탕무우의 일종)와 각종 야채를 넣은 핑크색 러시안 스프를, 홍콩의 이바(Iva)는 Dumpling(만두의 일종)을 사리를 입은 모습이 멋진 인도의 나이나(Nyna)는 카레향이 일품인 튀김을 만들어 왔는데 나는 떡볶이를 해 갔다.  론다는 한국에 있을 때 먹어 본 음식이라며 제일 좋아 했다.  우리 학교는 학비 전액을 캐나다 정부에서 보조하는 학교다. 따라서 나를 포함한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두 캐나다 정부의 국비 장학생인 셈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캐나다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영어 교육을 중심으로 캐나다의 역사, 지리, 사회전반에 관한 것들을 소개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캐나다를 좀 더 자세히 알려 주고 있다. 가끔은 노란색 스쿨버스를 타고 토론토 근교로 여행도 다닌다. 온타리오 주의회 의사당, 박물관, 유적지, 자연생태보호구역인 공원, 동물원 등등...  

노년에 맞은 신세계와 학교생활을 통해 나는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듯하여 나날이 새롭고 흥미로워 고국에 대한 향수를 느낄 여지도 없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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