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

모두의 기대를 떠안고 정계 진출
2년 전 국회의원 선거에 1급 중증장애인이 당선된 후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 참정권 확대를 가져다주었다고 평가했고, 장애인의 삶에 서광이 비치는 듯 모두들 무엇인가를 기대했었다. 기대에 부응한 것인지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은 장애인 장애에 따른 추가적 비용과 소득활동의 감소를 국가가 보전해 장애인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장애인소득보장법안’과 청각장애인도 1종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중개정법률안 등을 대표발의함으로 개혁을 시도했다. 다년간 장애여성 인권운동가로 활약을 하면서 장애우들의 선봉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장 의원이었지만 정계 진출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 것이 사실이다. 장 의원은“열린우리당이 창당하면서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의견제시가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비례대표를 권유받았고, 고민 끝에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여성이며 장애인이라는 두 가지 어려움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커다란 두 가지 딜레마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었고, 이런 세상의 굴레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오던 중 ‘정치’라는 일종의 수단이랄까, 계기를 만나게 된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기대하고 다짐했던 것과 달리 정치에 입문해 정계를 들여다 본 결과 주위에서 맴돌던 때와는 또 다른 양상이었다. “17대 국회가 시작된 후 지난 2년간을 평가해 본다면, 마음고생이 참 많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학으로 장애인으로 살아오며 가슴에 쌓이고 해결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단단히 작심하고 국회 개원을 기다렸지만, 실제 일을 진행하기 어려운 여러 정치적 상황들이 전개되면서 고민도 많았습니다. 17대 국회는 대통령 탄핵과 여야의 극한 대립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통해 구성된 국회임에도 새로운 정치와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됩니다.”라고 밝히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왜 아니겠는가. 본인의 포부와 계획만으로도 벅차오르는데, 그를 바라보고 그를 지지하는 수많은 장애우의 심정을 알기에 다른 정치인이 느끼는 회의감에 부담을 한 술 더 얹어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린 2년이었다. 장 의원은 “정치권 밖에 있을 때는 그저 잘못된 것은 잘못했다고 비판하고 목소리를 내면 끝나는 일이 많았지만, 이제는 이것저것 따져봐야 하고 정부 입장도 들어야 하고 야당의 반대도 고려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신경 쓸 일이 많아졌습니다. 한마디로 내가 옳다고 생각되는 것도 그저 주장만 가지고는 안 되고 여러 사람들의 견해를 들어 돌아가기도 해야 하고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 차차선의 길도 택해야 하는 과정에서 오는 심리적 갈등과 어려움이 커졌습니다.”라고 말했다.
듣고, 고민하고, 계획하고, 실천하는 정치해야
수해 골프 사건으로 여야가 타격을 받은 이후 골프라는 운동은 정치인에게 금기가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를 칠 수 없는 장 의원이기에 편안하게 정치인으로서 느끼는 금기에 대해 물었다. 장 의원은 어느 한 쪽의 이야기만 듣고 판단하지 않는 것이라는 답을 했다. 주변 여러 사람들의 얘기를 좀 더 주의 깊게 듣고 폭넓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폭넓은 고민을 하는 과정에 장애우들은 조바심을 내고 국민들은 서서히 외면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이 더 큰 충격과 불행을 주지 않을 최선임을 장 의원은 알고 있다. 국민연금개혁, 민간의료보험 문제, 한·미 FTA, 사회 양극화 등 우리사회가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장 의원에게는 장애인 복지와 관련한 다른 현안들까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한다. 장 의원은“현재 사회의 추세 자체가 정책결정과정의 투명성과 의사결정과정의 합리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각각의 사안별로 관련 당사자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고 투명한 정책결정을 보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과 당 내외를 둘러싼 각종 고난을 길을 겪고 있는 열린우리당을 짚어보고자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차기 정권 재집권을 가로막는 열린우리당의 가장 큰 약점에 대해 물었다. 장 의원은“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지극히 떨어져 있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열린우리당이 부여받은 시대적 사명과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정당의 모습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선결조건이 충족된 후에라야 재집권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라고 답했다.
후회하지 않는 선택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우려를 장 의원도 잘 알고 있었다. “국민들께서 꾸지람을 많이 하십니다.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반성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야의 상당수 정치인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는 모습도 많이 지켜봤습니다. 나부터 먼저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장 의원은 당의 위기를 의식했다. 특히 장애인과 빈곤계층을 위해 국회의원으로서 장 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 나간다는 것이 유일한 향후 계획임을 밝혔다. 장향숙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나는 언제나 엎드린 채 세상을 바라봐 온 사람이다.”라고 고백했다. 두 발로 서서 보는 세상과 엎드려 보는 세상은 분명 다르다고 한다. 진정 그의 말처럼 지금의 세상은 두 발로 선 사람들의 기준으로 모든 것이 짜여져 있는 건지도 모른다. 두 발로 서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직 그는 엎드린 채 세상을 바라보길 바란다. 세상을 다르게 보는 그 눈을 돌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엎드린 사람은 지구의 진동을 더 가깝게 느낀다는 말처럼 사람들의 진동을 더 가깝게 느끼는 정치인 장향숙 국회의원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NP.
장인혜 기자
inhye@inewspeopl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