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나라 스웨덴의 봄맞이 축제

                                                            스톡홀름 통신원 김미정

스웨덴에 온지 2년 반. 짧지도 않고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적응될 것 같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춥고 어두 침침한 날씨. 이곳 스웨덴에서 날씨이야기는 으레 할말 없을 때나 하는 그런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를 만나든 꼭 집고 넘어 가야하는 필수 담론이다. 햇살 한줄기가 비 한방울이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 및 심리정서를 좌우한다. 10월부터  4월까지 긴긴 겨울과 한달 남짓한 짧은 여름. 겨울이면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와 오후 2시면 해가 기우는 어둠에 몸과 마음이 언다. 이런 추운 나라 스웨덴에 드디어 봄이 찾아왔다. 4월 30일. Valborgafton(Valborg Eve). 우울한 겨울을 보내고 희망찬 봄을 맞이하는 축제일이다. 나도 봄기운을 만끽하려 스톡홀름에서 1시간 남짓 떨어진 Uppsala에 다녀왔다. Uppsala는 Valborg 축제의 원산지,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아침부터 봄맞이 걷기대회, 강물에 뛰어들기, 봄맞이 불놀이, 봄맞이 합창공연 등이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개인적으론 몇 가지 이벤트를 제외하면 학생들이 허가 받고 온 시내를 마구 더럽히는 날이 아닌가 싶은 인상을 받았다. 이미 이른 오후부터 거리거리마다 깨진 술병, 음식찌꺼기, 과자봉지 그리고 술 취한 학생들로 넘쳐 나기 시작하니 말이다. 참고로 Uppsala는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Uppsala 대학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축제전통이 아주 강하다. 저녁 7시쯤 어수선한 시내를 벗어나 Gamla Uppsala(Old Uppsala)로 향했다. 이곳에서 스웨덴 최고의 Majbrasor (5월의 장작불)을 보기 위해서다. 한쪽으로 왕릉이 쭉 늘어선 널찍한 벌판에 제법 큰 장작더미가 놓여있다. 7시 반경부터 불이 붙기 시작한 장작더미는 9시가 지나자 장관을 이룬다. 장작더미를 두고 쭉 둘러선 사람들. 아이들은 좋아라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활활 타는 불꽃만 조용히 응시한다. 봄맞이 장작불의 원래 기원은 소치기전 야생동물을 좆기 위해 불을 피운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봄맞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영하로 뚝 떨어져 추운 겨울밤같은 저녁, 거대한 불꽃을 응시하며 둘러선 사람들에게서 고대 원시시대 숭배의식에 참여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고대시대 인간생존에 가장 중요했던 불. 불 숭배. 마지막으로 학생합창단의 봄맞이 노래합창을 끝으로 오늘의 공식적인 봄맞이 행사는 모두 마무리 되었다.
공식적인 봄날의 첫날인 내일의 날씨가 자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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