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피플=이남진 기자] 서울시가 선발된 청년 3000명을 대상으로 한 달에 50만원 씩을 지급하는 ‘청년수당’ 지급을 개시하자 복지부는 직권 취소 조치를 통해 제공을 걸었다. 서울시는 이를 대법원에 제소해 법적 판단을 물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시행할 수 없게 된 ‘청년수당’ 정책에 대한 쟁점사항을 살펴보고 향배를 예측해봤다.

(본 기사는 월간지 ‘시사뉴스피플’ 9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서울시 ‘청년수당’에 몰린 청춘들

“청년의 삶까지 직권취소할 순 없습니다!” 지하철 곳곳에 서울시가 제작한 이 같은 메시지 광고가 부착돼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갈등을 빚어온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의 지속 여부가 결국 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 8월19일 보건복지부의 청년수당 직권 취소 조치에 대해 집행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과 이 조치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다. 복지부는 지난 8월5일 청년수당 사업에 대해 직권 취소 처분을 내렸다. 복지부의 취소 처분으로 청년수당 사업은 일단 중단됐다. 만약 대법원이 서울시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청년수당 사업은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계속 중단된다.

청년수당의 문제는 대가없이 현금을 지급하는 데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월4일부터 7월15일까지 청년활동지원사업 신청자를 받아 최종 대상자 3000명을 선발해 약정서 동의를 한 2831명에게 50만원을 이미 지급한 상황이다. 이 사업에 지원자는 선발인원의 두 배가 넘는 6309명이 몰렸다. 복지부는 성울시 청년 수당이 청년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게 되고 구직활동과 무관한 항목에 사용할 수 있는 무분별한 지급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청년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50만원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일부러 취업을 안 한다든지, 취업을 미룰 가능성은 낮고 활동 결과 모니터를 통해 돈이 쓰이는 용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항변이다.

서울시와 복지부의 한 발짝의 양보도 없는 공방은, 결국 복지부의 직권취소를 통해 일단 서울시의 행동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지난 9일 청와대에 대통령 면담을 요청한 데 이어 지난 17일 시·도지사 간담회 자리에서도 대통령에게 직접 청년수당 사업에 대해 협조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소를 제기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8월19일 대법원에 제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며 법정 대응으로 응수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중앙정부의 직권 취소 처분에 이의가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통보일로부터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서울시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복지사업 주무 부처인 복지부와 6개월간 충분한 협의를 진행하는 등 법적 절차를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또 “복지부가 직권취소로 청년수당 대상자들의 권익을 제한하면서 행정절차법에 따른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았고, 의견을 제출할 기회도 부여하지 않는 등 위법한 처분을 내렸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시의 행동에 복지부는 “대법원 제소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청년수당은 효과를 검증할 수 없는 선심성 사업이라 이 문제를 해결하려 인내심을 가지고 서울시와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하며 양측은 ‘치킨게임’을 계속했다.

 

청년수당 실효성은?

결국 ‘청년수당’의 핵심은 실효성이다. 얼마나 청년들에게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평가받을 수 있냐가 관건이다. 8월3일 서울시가 청년활동지원비(청년수당) 선정자에게 첫 활동비를 지급하면서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정점으로 다다랐다. 청년들의 구직활동 촉진제가 될 것이란 긍정론과 도덕적 해이 등의 부작용이 불가피하는 반발이 맞선다.

청년수당 대상자로 선정된 2831명은 서울에서 1년 이상(공고일 6월30일 기준) 살고 있는 만 19~29세 미취업 청년들이다. 장기 미취업자나 저소득층 청년을 우선 선발했다. 단 대학교 또는 대학원 재학생, 실업급여 수급자, 주 30시간 이상의 노동을 통해 정기소득이 있는 자 등은 선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가구소득과 부양가족 수, 미취업 기간 등을 따지는 1차 정량평가와 사회활동 참여의지, 취업 등 진로계획의 구체성 등을 살피는 2차 정성평가를 거쳐 선정된 대상자들은 학원수강비, 교재구입비 등 취업이나 진로 모색, 사회역량 강화 등에 지원비를 쓸 수 있다.

고용노동부와 일부 전문가는 서울시의 이번 정책이 상호의무원칙 즉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에 참여하는 원칙에 위배돼 결국 도덕적으로 해이를 초래할 것이란 입장이다. 서울시가 참고했다는 유럽의 청년보장제도 등 모든 나라의 청년지원 프로그램은 상호의무원칙을 토대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적극적 구직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현금이 지급될 경우 제도를 악용하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 유럽은 상호의무원칙을 지키고 있다. 예컨대 구직 의사가 없는 청년이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준비를 한다고 속인 뒤 청년수당을 온라인 게임비로 써버려도 적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3~6개월간 현금을 지원한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취업률로 이어진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정책효과가 강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투자와 채용이라는 경제 및 사회적 여건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상호의무원칙’ 얼마나 적용될까?

이와 관련 청년수당을 찬성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상호의무원칙이 지켜지는 고용부의 취업성공패키지가 놓친 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보완해주는 등 다양한 제도가 합쳐져야 유럽형 지원 패키지와 비슷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도덕적 해이 역시 서울시는 모니터링을 통해 예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청년수당 역시 영수증을 모두 확인해 사후 모니터링과 증빙서류 검증 등을 통해 도덕적 해이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가 8월22일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가 또 다른 논란을 제기한다. 서울시는 22일 “청년의 한 달 생활비가 58만 원으로 취업을 위한 프로그램 참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는 조사 결과와 함께 청년수당은 취업목적의 직업훈련 등 제한적 범위의 활동을 지원하는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보완해 취업 준비에 필요한 다양한 활동 지원을 포함하는 실질적인 지원이라며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을 홍보했다. 결국 식비 등 생활비에 ‘청년수당’이 쓰이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뜻이다. 서울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취업 청년들의 월평균 지출액 58만 원 가운데 ‘식비’에 대한 지출이 2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교통·통신비 20.4%, 여가·문화생활비 17%, 학원비 16.5% 순으로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직활동 시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으로는 ‘시간적인 여유 부족’이 39.6%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다음으로 ‘경력 쌓기 어려움(38.1%)’, ‘자금 부족(36.7%)’, ‘나의 적성을 몰라서(30.3%)’ 등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청년수당 지원 대상 활동에 대해서는 ‘시험등록비 지원’(72.9%), ‘자격증 취득·어학능력 향상을 위한 학원 수강비’(62.6%), ‘교재구입비’(34.1%), ‘비급여성 인턴십 활동’(28.2%), ‘그룹 스터디 운영비 지원’(23.7%)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 조사를 진행한 정병순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업을 위한 준비활동으로 직무관련 교육이외도 어학·자격증, 그룹스터디, 공익‧봉사활동, 공모전 준비, 사회활동 등 다양한 준비 활동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취업성공 패키지에서 지원하지 않는 외국어(54.7%), 업무(직무)관련(22.2%)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률도 높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조사 내용은 의문점을 남겼다. 서울시의 주장대로 청년 수당 현금 50만 원을 지원 받으면 기존에 월 평균 지출액 58만원에 한 달 생활비가 108만 원이 된다. 국회의장 정책수석실 발표에 따르면, 교육 명목의 인턴·수습·실습 기간에 저임금을 받는 이른바 ‘열정 페이’를 받는 청년 근로자 비중은 17.4%였다.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80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서울시에서 수당을 받는 청년들은 취업 준비를 명목으로 ‘열정페이’를 받고 있는 취업자보다 많은 생활비를 받으면서 구직활동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기존 취업자들의 열정에 반하는 또 다른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게 되는 셈이다.

“청년수당 받아서 술도 먹을 수 있지 않느냐”

서울시는 그러나 “청년들의 월 지출 58만 원”을 내세우며 ‘청년수당’ 지급을 합리화하고 있다. 식비·교통비·통신비·문화 생활비를 국민 세금으로 지불하겠다는 것으로 곡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서울시 청년수당이 청년들의 표를 의식한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은 여기저기서 제기된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 7월29일 ‘김어준의 파파이스’ 토크 콘서트에서 청년수당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청년수당 받아서 술도 먹을 수 있지 않느냐”라고 농담 같은 말을 꺼낸 점도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사실상 유흥비로 청년수당을 허용한 듯한 뉘앙스마저 풍기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청년수당’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간데 대해 여권은 박원순 시장의 인지도 상승을 위해 기획된 ‘정치쇼’라고 규정하며 대법원 제소 철회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8월19일 서면 논평을 통해 “서울시가 진정으로 청년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청년을 볼모로 하는 정치쇼’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포퓰리즘적 수당 지급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정부의 반대에도 사업 공고, 지원 대상자 선정, 기습적인 현금 입금 등의 사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와의 대화·타협을 주장하는 이중플레이를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부터 정책 수요자인 청년은 안중에 없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오로지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인지도만 높이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일종의 기획된 ‘정치쇼’를 벌여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좋은 포풀리즘은 대중의 뜻을 따르고 대중의 편익을 고려하는 정책이라며 절박한 취업난에 놓여있는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청년수당’ 정책은 우리사회에 도움을 주는 좋은 포퓰리즘이라며 정책홍보를 하고 있다.

향후 대법원 판결의 쟁점은?

결국 청년수당 사업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시행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대법원이 서울시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게 되면 판결이 날 때까지 청년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결에 청년수당의 향배가 결정된다. 대법원에서의 쟁점은 청년수당 사업의 ‘위법성’ 여부다. 복지부의 ‘직권취소’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이 사회보장기본법을 위반했단 전제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서울시가 사회보장기본법상 절차를 다 지키기 전 청년수당을 지급했기 때문에 위법이란 입장이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에 따르면 지자체는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하게 돼 있다. 협의가 안 될 경우엔 사회보장위원회가 이를 조정하게 돼 있는데, 조정 절차 전에 사업을 강행했단 주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복지부와의 협의는 절차적인 의미일 뿐, 사업에 대한 최종 결정권한은 지자체장인 서울시장에 있기 때문에 위법이 아니란 입장이다. 서울시가 ‘좋은 포퓰리즘’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청년수당’ 정책이 과연 다시 시행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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