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들 사이에서의 치열한 경쟁
최근 경제 불황과 함께 시사회로 해결

경제가 불황인 때일수록 경품이나 이벤트를 통해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는 회사의 마케팅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영화 분야도 피해갈 수 없는 일. 최근 대형 멀티플렉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의 관객 수는 지난 2년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불황을 뚫고 나가기 위해 각 영화사들이나 배급사들이 하는 마케팅의 수단은 바로 시사회. 개봉 전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즐거움과 함께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마련하는 무대인사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는데 최근 모 영화포털 사이트에는 이 시사회 티켓을 구하기 위한 네티즌들의 글이 하루 수백 건씩 올라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개중에는 대대적으로 전국을 돌며 시사회를 진행하는 영화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와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였다. 이렇게 대규모로 시사회를 진행하면 볼만한 사람들은 모두 시사회에서 보고 정작 영화가 개봉하면 관객이 없지 않을까 싶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취재 / 김희준 기자

부천에 살고 있는 김 모(29)씨는 아침에 회사에 출근하면 꼭 메일부터 확인한다. 자신이 응모한 시사회 당첨 여부를 알기 위해서다. 메일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때에는 자신이 응모한 사이트를 찾아가 공지사항을 뒤져 당첨자 명단을 일일이 체크하기도 하며 티켓나눔터 게시판에 찾아가 자신이 필요한 영화를 다른 사람과 교환하기도 하고 혹은 양도를 받기도 한다. 어떻게든 영화를 공짜로 본다는 김씨는 자신의 ID 이외에 가족들과 친지 그리고 주변 친구들의 ID까지 빌려 시사회에 응모하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응모하고 있는 ID가 얼추 10여개 정도 된다는 김씨는 시사회에 응모하기 위해 자신의 취향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이트까지 가입을 했다고 한다. 동호회까지 가입하여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니, 이 시사회의 매력에 빠진 사람은 쉽게 헤어 나오기가 힘든 모양이다.
김씨가 이렇게 시사회에 빠지게 된 것은 약 5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90년대 후반부터 생기기 시작한 시사회는 원래 기자 시사 외에는 일반 시사회는 전무한 상태였으나 인터넷의 보급이 빠르게 증가하고 영화의 정보를 전문으로 다루는 영화 포털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본격적인 일반 시사회의 장이 열리게 되었다. 시사회가 서울 위주로 열리는 까닭에 김씨는 시사회가 하는 날이면 퇴근 후 영화를 보고 거의 막차를 타고 부천까지 돌아간다고 한다. 그래도 서울 바로 옆에 있는 부천에 살아서 이렇게 시사회에 다닐 수 있다고 하는 김씨. 최근에는 지방 대도시에서도 가뭄에 콩 나듯 하지만 가끔씩 시사회가 열리곤 하는데 지방 네티즌들의 강력한 요구로 인해 지방에서도 점차 시사회가 확대되어 가는 추세에 있다.

시사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김씨가 이렇게 열광을 하는 시사회. 그럼 이 시사회는 왜 하는 것일까. 시사회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영화가 완성되고 나서 제일 먼저 하는 시사는 기술 시사이다. 이는 영화에 특수한 촬영 효과를 주었거나 촬영감독이 특별히 원한 느낌의 화면이 잘 나왔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영화가 완성되기 전에 일부 특별한 스텝(감독, 조감독이 보거나 그보다는 촬영감독과 촬영 제1조수 정도와 현상실 기사와 색 보정 기사 등의 전문인들이 보고 체크한다)들만 시사를 하게 되는데 완성된 영화라기보다는 사운드 작업이 덜 된 화면 상태일 때가 많이 있다.
첫 번째 기술 시사가 끝나도 한번의 시사를 거치지 않고 고칠 부분이 있으면 고치고 사운드도 수정해서 다시 한번 기술 시사를 한다. 편집까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다고 생각할 때까지 여러번 시사를 거치는 경우도 있다. 각 시사 때에는 스텝과 제작자(제작부 포함) 이외에는 타인의 시사를 엄격히 제한한다. 이유는 더 고쳐야 할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아직 영화가 완성이 된 상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정 장면에 대해 제작자와 감독 사이의 마찰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간의 갈등이 해소될 때까지 감독의 의도가 최대한 보장된 상태에서 손질할 부분을 손질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등급을 염두에 둔다면 너무 잔인하거나 야한 장면도 협의 하에 수정해야 할 것이다.
간혹 기술 시사를 할 때 일반인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이유는 영화의 모니터 작업 때문인데 일반인들에게 어느 정도 완성된 영화를 보여준 후, 이해가 안가는 곳이나 흐름상 애매한 부분이 있었는지 그리고 지루하거나 흐름이 너무 빠르진 않았는지 등을 모니터해서 최종 편집에 반영하기도 한다.
기술 시사가 다 끝나고 최종 편집까지 마무리하면 그 다음으로 하는 시사는 기자 시사이다. 이것이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시사회의 시작인 셈이다.
영화의 제작비는 순 제작비와 총 제작비로 나뉘게 되는데 순 제작비는 영화를 만드는 데 쓰인 실질적인 돈이다. 즉, 배우들의 개런티부터 시작해서 영화 촬영을 위한 각종 설치비, 장소 섭외비, 스텝들의 인건비 등을 모두 포함한 액수이다. 그리고 총 제작비는 여기에 마케팅비까지 포함된 돈이다.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상업영화들은, 너무 많아도 탈이지만 마케팅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며 블록버스터일 경우 굉장히 많은 마케팅비를 지출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TV 광고나 영화잡지와 신문 그리고 각종 지면의 광고는 관객들에게 바로 연결이 될 수 있는 마케팅이기 때문에 기자 시사회를 열게 되는 것이다.
이 기자 시사는 그 분위기가 어떤 경우에는 나름대로 살벌할 때도 있으며 그만큼 제작자와 감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시사회를 본 기자들이 일제히 그 영화에 대한 기사나 비평을 써서 지면에 내기 때문이다. 영화의 완성도가 높아 시사회장의 분위기가 좋다면야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혹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지루하거나 재미가 없다면 기자 시사 후 벌어질 일은 그 영화에 관여한 사람들이라면 상상하기도 싫을 것이다. 기자 시사에는 감독들과 출연 배우들이 거의 참석을 하게 되며 이에 따라 기자들은 기사를 내기 위해 시사 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통해 몇 가지 인터뷰를 하곤 한다. TV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시사회는 대부분 이 기자 시사라고 보면 된다.

일반 시사의 시작
기자 시사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그 다음으로 하는 것이 바로 일반 시사회이다. 주로 인터넷 홈페이지나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시사회 무료 초대권 등의 홍보를 하면서 일반인들을 초청하게 되는 것인데 영화의 성패는 이곳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 시사의 목적은 단 한 가지, 홍보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최근 영화에 들이는 마케팅 비용은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때문에 영화관 몇 시간 대관해서 몇 백명에게 공짜로 영화를 보여줬다고 해서 큰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 어차피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든 영화라면 많은 관객 동원을 목표로 하는 것인데 거기에 몇 백명이 영화를 보고나서 이곳저곳에 가서 영화가 괜찮았다는 입소문을 내 준다면 이것이 바로 제대로 된 마케팅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영화가 조금이라도 재미있다고 생각되면 어차피 공짜로 보는 영화이기 때문에 점수가 더 후해지기 마련.
또한 여기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마케팅 전략이다. 기자 시사회와 일반 시사회를 거치면서 마케팅 회사는 영화의 마케팅을 어느 부분으로 몰고 갈 것인지를 결정하고 모니터링을 한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 포스터의 카피문구와 디자인 등을 최종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영화 “싸이드웨이”는 영화에서 소재로 하고 있는 와인을 시사회 관객들에게 한 잔씩 선물하는 마케팅으로 시사회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바 있으며 영화의 완성도가 썩 좋지 못했던 “레드아이”의 경우 주연배우인 장신영이 일일이 시사회장을 돌며 영화를 홍보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 부분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좋지 못한 영화는 시사회 횟수를 최대한 줄이기도 하며 홍보비가 없고 흥행을 보증해 줄 만한 스타가 출연하지 않지만 내용이 좋다고 확신하는 영화는 시사회를 대규모로 가지면서 관객들에게 입소문을 내 줄 것을 원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저예산 영화는 각종 영화제에 출품을 함으로써 마케팅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영화제에 출품을 해서 작품의 인지도도 얻고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낭보를 계속 전하고 있는 김기덕 감독의 “빈 집”도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후 개봉한 경우이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는 무려 1만 명의 시사회 관객을 동원했지만 대신 820만 명의 관객들이 돈을 내고 영화를 관람했으며 그만큼 시사회를 통한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본 사례로 꼽히고 있으며 이정향 감독의 영화 “집으로...” 역시 2만 명에 가까운 관객들에게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홍보한 결과 개봉 당시 5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친구”와 함께 마케팅 역사에 길이 남을 영화로 남았다. 이렇게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물론 영화의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이지만 최근 네티즌들의 커진 파워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가 일단 재미없다고 인터넷 상에서 소문이 나면 그 영화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서세원 감독의 영화 “도마 안중근”이 대표적인 경우. 오히려 그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그 영화가 개봉하기를 기다리다가 단 몇 일 상영하고 내린 것을 몰랐다가 뒤늦게 영화가 벌써 내렸다고 푸념하게 된다.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은 거의 시사회 없이 바로 개봉한다.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가 그 경우인데 어차피 이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인지도가 높고 영화의 완성도 역시 높아서 굳이 홍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사회를 개최해서 입소문을 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최근 개봉한 김대승 감독의 영화 “혈의 누” 역시 기자 시사만 열고 일반 시사 없이 바로 개봉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것은 시사회에 중독된 사람들에게는 썩 좋지 않은 소식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완성도가 높은 영화들이기에 돈을 내고 봐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올 여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3”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우주전쟁” 역시 별다른 일반 시사 없이 바로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부지리로 효과를 보는
서울에서 시사회를 여는 극장은 대개 정해져 있다. 서대문의 ‘드림씨네마’, 을지로의 ‘스카라극장’에서 주로 하고 있는데 이들 극장의 특징은 CGV나 메가박스 같은 대형 멀티플렉스가 아닌 단관이기 때문에 요즘 같은 때에 이러한 시설로 관객들 끌어들이기란 쉽지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들 극장은 현재 정식 개봉관이 아닌 ‘재상영관’ 즉, 일반 극장에서 막을 내린 영화 필름을 받아서 아직 못 본 사람들을 위해 다시 개봉을 하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관객이 많이 들지는 않을 터,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시사회 전용 극장이다. 시사회를 하게 되면 전체 좌석의 50~60% 정도가 관객으로 찼다고 가정을 하여 그만큼의 입장료를 시사회를 진행하는 주최측으로부터 받게 되는 것이다. 스카라 극장의 경우 좌석 수 대비 약 400석 만큼의 돈을 받는다고 가정해 볼 때, 관객 1명당 극장이 챙기는 돈은 대략 2,700원에서 3,000원 사이이므로 400석 × 2,700원 = 1,080,000원의 계산이 나온다. 이것은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회당 대략 100만원 가량의 입장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회당 전체 좌석의 20%도 채우기 힘든 이곳에서는 그럴 바에야 시사회를 하는 편이 극장의 입장에서는 훨씬 이득이 되는 것이다. 물론 대형 멀티플렉스에서도 가끔씩 시사회를 하고는 있지만 대관료가 이곳 극장들에 비해 턱없이 높기 때문에 배급사에서는 마케팅비 절약 차원에서도 이곳 극장들을 시사회 전용 극장으로 선호하고 있다.
또한 극장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매점 수익인데 시사회를 온 관객들은 일반 관객보다 매점을 더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이유는 아무래도 무료로 영화를 보러 왔기 때문에 그만큼 금전적으로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적은 숫자의 일반 관객보다는 극장을 가득 메운 시사회 관객들이 구매하는 매점의 수입이 더 많을 것은 당연할 터.
이런 경제적인 면을 고려해서 이들 극장은 7시와 9시 하루 두 번씩의 시사회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극장 측에서도 앉아서 파리 날리느니 극장도 꽉꽉 채우니 보기도 좋고 돈까지 버니 시사회 개최 문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또한 영화 홍보측은 극장 대여료는 지불하지만 영화 홍보를 할 장소를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좋은 것이고 영화 포털 사이트들은 돈도 안 들이고 사이트 이미지도 높이니 시사회 진행은 여러모로 많은 이들에게 경제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관객들은 공짜로 영화를 보게 되니 이것은 1석 4조의 효과를 보게 되는 것. 물론 금전적인 손해는 영화 홍보사 측에서 일명 ‘독박’을 쓰게 되기 마련이지만 개봉을 하고 입소문이 좋다면 이 정도의 손해쯤은 충분히 감수하고도 남을 것이다. 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요즘, 이 시사회 마케팅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이것의 경제적 효과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최근 연정훈, 박진희 주연의 영화 ‘연애술사’의 배급사인 CJ 엔터테인먼트는 이 영화의 대대적인 시사회를 열고 있다. 영화의 소재인 몰카의 흥미로움과 함께 이 시사회의 반응은 상당히 뜨겁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지극히 상업적인 영화는 대형 배급사의 후광을 등에 업고 시사회를 거쳐 매머드급의 규모로 개봉을 하고 있다. 배급규모가 클수록 개봉 첫 주 관객동원력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시사회를 개최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입소문을 유도하는 것도 좋지만 영화가 좋다면 그 진심은 관객들이 곧 알아주지 않을까. 최근 이 시사회 티켓을 돈으로 사고팔려는 사람들도 생겨나 그 폐해가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어 시사회의 진정한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순수한 마케팅 전략으로 열리는 이 시사회의 진정한 의미를 영화사 측이나 관객들이나 모두 깨달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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