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중요치 않다. 국민들 이야기 들을 것”

반기문 UN 사무총장

[시사뉴스피플=전은지 기자] 2016년 대한민국은 대통령과 그의 비선실세로 혼란에 빠져 헤어나오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국민들은 촛불로 탄핵가결을 추진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어 자리에서 내려오면, 그 뒤를 누가 잇게될지를 놓고 여러 명의 대선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그 중 임기를 마친 반기문 UN 사무총장에 대해 정치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반기문 총장은 ‘한 몸 불사르기’ 위해 어떤 정치적 발걸음을 뗄지 그간 이어진 반 총장의 발언을 통해 행보를 예측해봐야 겠다.

(본 기사는 월간지 ‘시사뉴스피플’ 2017년 1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정치적 추측에 “나를 대신할 수 없다”고 일침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지난 2016년 12월 7일, 자신의 정치적 거취를 놓고 이어지는 국내의 추측에 “어느 누구도 저를 대신해 발언하거나 행동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테판 두자릭 UN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이었지만, 반 총장의 정치적인 발언은 보통 있었던 UN의 사무·국제 이슈 등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이어 반 총장은 “한국에서 일부 단체나 개인이 마치 저를 대신해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해 발언하거나 행동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보도되고 있다”며 “이들 누구와도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반 총장은 “내년 1월 중순 귀국해 한국 시민으로서 어떻게 기여하는 것이 최선일지 의견을 듣고 고려할 것”이라고 발언을 마쳤다.

국내 정치계는 반 총장이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독대하는 등의 행보에 대해 “차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며 각종 억측을 내비쳤다. 또한, 반 총장의 핵심측근 중 한 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반 총장은 기존 정당으로는 안 나온다.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며 반 총장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발언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이때까지만 해도 정치적인 발언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듯했다.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UN 사무총장이 아닌 한 명의 대선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나타낸 듯하다. 이는 지난 12월 12일 이어진 UN총회 고별연설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몸담은 UN과 한국에 대한 감사함이 고별사의 주 내용이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유엔총회에서 반 총장은 “사무총장으로 일한 것은 내 평생의 영광이었다. 내 마음은 여기 유엔과 함께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은 “유엔 연대는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미래 세대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할 것임을 확신한다”며 UN에 대한 믿음을 표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들에게 “한국과 국민, 정부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지난 10년 동안의 전폭적 지원은 내가 세계 평화와 개발, 인권을 위해 자랑스럽게 일하는데 있어서 격려의 원천이 됐다”고 감사를 전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7일과 12일, 두 번의 발언을 통해 살펴보면 이때까지 반 총장의 행보는 추측하기가 어려웠다. 그저 10년간 세계의 평화를 위해 일해온 UN 사무총장으로서의 모습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United Nations

국민들, “리더십에 대한 믿음 배반 당해. 포용적 리더십 필요”

그러나 이후 이어진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발언은 본격적인 정치적 행보를 담고 있다. 지난 12월 16일 열린 UN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반 총장은 “한국 국민들은 리더십에 대한 믿음이 배반당했다. 한국은 새로운 형태의 포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국내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 그와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경고로 들리기도 했다.

이어 반 총장은 한국의 정치적 혼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한국 국민으로 살아온 70년 인생 중에 한국 전쟁을 제외하고는 이 같은 정치적 혼란을 겪지 못했다. 국민은 올바른 국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혼란은 일시적이며, 한국 국민은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다”라며 “1월 퇴임 뒤, 국가에 기여할 방안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반 총장이 ‘리더십’과 ‘믿음’ 등의 단어를 언급한 것을 볼 때, 지난 발언보다 정치적인 의사를 한 발 나아가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선 출마에 대해 “정당 중요치 않다. 국민들 이야기 들을 것”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의사는 한국 특파원들과의 기자회견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지난 12월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 총장은 “제가 유엔 사무총장 역임하면서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한 몸 불살라서 노력할 용의가 있다”며 강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대권 도전에 대한 결의를 나타냈다.

이어 반 총장은 “어떻게 할 것인지는 귀국 후 각계 국민들 만나서 말씀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다”라며 새로운 대선 후보를 뽑을 투표권을 가진 국민들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이어나갔다. 이어 그는 “사회에 쌓였던 적폐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회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개인적으로 많은 요청을 듣고 있다.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기여할 것인지 깊이 고뇌하면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표현한 것처럼, 국내에 언급되고 있는 새누리당, 개혁보수신당, 야당 등 어느 세력과 손을 잡고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은 “정당이 뭐가 중요한가. 국민이 없고 나라가 없는데 무슨 정당이 중요하고 무슨 파가 중요한가. 동교동 상도동, 무슨 비박 친박 이런 것이 뭐가 필요한지 저는 알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을 보면, 반 총장은 기존에 형성된 정파에 얽매이기보다 독자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각종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20%의 지지율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공동 1위(12월 9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민들 역시 그를 강력한 대선 후보 중 한 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은 하루 빨리 새로운 인물이 정국을 바로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 주인공이 과연 누가될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들 중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사실이다. 과연 반 총장은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고, ‘포용있는 리더십’으로 ‘한 몸 불사르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앞으로 그의 발걸음에 눈과 귀를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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