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퇴진,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일 저녁 국회 본청 앞에서 촛불을 든 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출처=더불어민주당)

[시사뉴스피플=이남진 기자] ‘탄핵’이라는 승부수가 던져졌다. 

3일 새벽 4시10분,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등 171명 명의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다.

발의된 탄핵안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자동으로 표결로 가게 된다. 탄핵안은 발의된 다음 본회의에 보고가 되고 24~72시간 이내에 본회의 표결이 이뤄진다. 표결 시한을 넘기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탄핵안 가결의 열쇠는 여당 비박(非朴)계가 쥐고 있다. 탄핵안이 표결에서 통과하려면 국회의원 전체 300명 가운데 2/3인 200명이 필요하다. 야당의원과 무소속을 다 합쳐도 172명인만큼 최소한 28명의 여당 의원 도움이 필수적이다.

상황은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4월말 퇴진, 6월 대선’을 당론을 확정했다. 야당과 합의를 하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게 되면 탄핵안은 폐기된다. 하지만 야당은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탄핵’에 올인하고 있다.

여당의 ‘회군’은 박 대통령이 ‘퇴진 로드맵’을 국회에 요청한 3차 대국민담화 이후 불거졌다. 탄핵을 앞장서 외쳤던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대통령이 4월 퇴진 일정을 받아들인다면 탄핵은 필요 없다”고 했다.

비박계 유력인사인 유승민 의원은 약간 스탠스(stance)를 달리한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더라도 “여야 합의가 안 된다면 탄핵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비박계 의원들 가운데도 탄핵 찬반이 엇갈려 분위기는 묘하다. 일단 비박계는 오는 7일 오후 6시까지 대통령의 입장발표를 요구하며 ‘최후의 통첩’을 보낸 상황이다.

야권은 좌충우돌이다. 당초 2일 탄핵안 표결을 밀어붙이다 대안으로 5일을 제시하는 듯 하더니, 결국 9일 표결로 선회했다. 당초 ‘2선 후퇴’ ‘질서 있는 퇴진’ 등을 외치다 대통령 담화 이후 여권과 협상은 접고 ‘탄핵’만이 유일한 길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탄핵안 표결 이후 표면화하는 문제를 상정할 경우, 탄핵안이 가결되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중단되고 황교안 국무총리의 직무대행 체제로 바뀐다. 

이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에 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피의자 신분인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권력구조를 바꾸거나 큰 폭의 정책을 변경하는 건 불가능하다. 또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정치적 불안정성은 커지게 된다. 

반면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공식 선언하면서 탄핵안이 사실상 폐기된다면, 정치권은 여야 합의로 총리를 추천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 여야는 조기 대선체제로 빠르게 전환해 내년 6월에 치러질 대선에 준비하게 된다. 아울러 권력 공백으로 인한 불안을 줄이고 안정성 있게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이른바 ‘연착륙’ 방안으로 간주된다.

9일 탄핵안 표결까지, 야당의 움직임과 박 대통령의 대응에 따라 각종 변수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 

광화문 촛불시위의 여론과 박 대통령이 추진 중인 비박계 의원들과의 면담 등에 따라 기류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뜯어고치는 개헌을 매개로 정계개편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의 경우 새누리당 비박계가 이미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과 합세해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이른바 제3지대를 형성해 1월에 귀국하는 반기문 사무총장과 연대하는 시나리오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야권을 보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친문(친 문재인)세력과 비문 세력간 입장차에 따라 개헌을 매개로 갈라설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문재인 의원과 갈등하다 탈당해 창당한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의 대권행보도 주목할 대목이다.

어쨌든 야권이 탄핵안 발의라는 ‘승부수’를 던지면서, 향후 정치권의 행보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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