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퇴진선언, 虛 찔린 국회

[시사뉴스피플=이남진 기자]

“저의 대통령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대통령직을 물러날 뜻을 밝혔다. 다만, 국회에 퇴진 ‘로드맵’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향후 퇴진 일정의 공을 국회로 돌렸다. 탄핵소추안 시간표에 갓 돌입할 태세인 국회의 일정에 갑작스런 변수가 생긴 셈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30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퇴진을 공식화했다.

검찰 수사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돼 ‘피의자’ 신분이 된 박 대통령은 이날 마지막 대면조사 요청에는 불응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벌어진 일들 역시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을 위한 일들로 믿고 시작했고 사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주변을 관리하지 못한 것은 저의 큰 잘못”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이어 “이번 일로 마음을 아파하는 국민의 모습을 보면서 몇 번이라도 사과를 드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갑작스러운 박 대통령의 퇴진 선언에 허(虛)를 찔린 분위기다. 특검과 탄핵, 국정조사 등을 앞두고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태에 빠진 박 대통령이 절묘한 타이밍에 초강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탄핵과 특검 등 사법적 해결보다 ‘국회’에 의한 정치적 해법에 무게를 둔 의중을 드러냈다.

정치권은 대통령 퇴진과 개헌, 대선정국 등으로 정계 개편을 포함한 또 다른 격랑에 빠져들 조짐이다. 

여권에선 탄핵에 반대해 온 친박(親朴) 지도부와 초선의원, 탄핵 찬성에 나서는 비박(非朴) 비주류 간 ‘기싸움’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며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의 뒤를 이을 탈당 의원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그럼에도 야권의 탄핵 시간표는 그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국민이 바란 것은 결단이지 국회로 공을 넘기는 게 아니다”라며 “담화문은 탄핵 정국을 모면하려는 꼼수”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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